“유라 씨였군요.”차혜미는 담담하게 말했다. 말투에는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졌다.“서준 씨도 같이 왔네요.”“사모님, 안녕하세요.”배서준도 서유라 뒤를 따라 인사를 건넸다.“유라 씨, 몸은 좀 어때요? 괜찮아졌나요?”차혜미는 의례적인 말투로 물었다.“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서유라는 웃으며 대답했고 그 얼굴에는 자신감이 엿보였다.이번 기회에 차혜미 앞에서 이미지를 조금 회복해보려는 속셈이었다.그녀는 차혜미가 들고 있던 가방을 보며 곧장 칭찬을 시작했다.“사모님, 정말 안목이 좋으세요. 저 가방은 이번 시즌 신상인데 저도 얼마 전에 소개 영상 봤거든요.”서유라는 자연스럽게 자신도 그 가방에 관심이 있다는 듯 말하며 호감을 얻어보려 했다.하지만 차혜미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척 고개를 돌려 남설아를 향해 말했다.“설아 씨, 이 가방은 설아 씨가 추천해준 거잖아요. 어때요, 괜찮죠?”“네, 사모님께 정말 잘 어울리실 거예요.”남설아는 차분하게 대답했다.“그렇죠, 나도 마음에 들어요.”차혜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이걸로 하죠.”그녀는 점원에게 말했다. “이 가방 포장해주세요.”“네, 사모님.”점원은 공손하게 대답했다.서유라의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차혜미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그녀를 무시할 줄은 몰랐다.게다가 사람들이 많은 매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그녀는 공개적으로 망신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욕감과 질투심이 동시에 끓어올랐다.서유라는 남설아를 향해 노골적으로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지금이라도 당장 남설아를 물어뜯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배서준 역시 표정이 굳어 있었다.차혜미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남설아를 편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자신들과의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한 태도에 그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서유라의 얼굴을 바라보던 차혜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여전히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유라 씨, 아직 몸도 다 회복 안 됐을 텐데 무리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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