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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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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국장님, 사정을 잘 모르시네요. 외과의 백 교수님이 이미 윤태호 씨의 치료를 지지하고 있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세요. 저 지금 병원으로 갑니다. 경고하는데 우리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이경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전화를 끊었다. 이쪽에서는 곽정수가 음흉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윤태호, 난 네가 일자리를 잃을 뿐만 아니라 감옥까지 가게 만들 거야.” 곽정수의 사무실에서 나온 백아윤은 얼굴에 짙은 우려를 담은 채 말했다. “윤태호, 방금 치료하겠다고 나선 건 잘못된 판단이었어. 이 국장의 아버지는 평범한 환자가 아니야.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정말 큰일 나.” “교수님 말씀이 맞는 거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윤태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치료하지 않으면 이 국장을 적으로 돌리는 셈이니까 차라리 시도라도 해보는 게 낫죠. 혹시 성공할 수도 있잖아요?” “혹시?” 백아윤은 그 말에 얼굴이 굳어지더니 단호하게 윤태호를 꾸짖었다. “넌 의사야. 치료에 ‘혹시’라는 말은 안 돼. 생명을 다루는 일이잖아. 반드시 확신이 있어야 해.” “죄송합니다, 교수님. 제가 경솔했어요.” 윤태호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백아윤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며 말했다. “이미 치료하겠다고 한 이상, 이제는 최선을 다해야지. 곽 부원장이 말한 대로 만약 성공한다면 너에게는 아주 큰 기회가 될 거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윤태호는 백아윤을 따라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이곳은 임다은의 병실과 같은 층에 있었고 불과 몇 개의 병실만 사이에 두고 있었다. 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침대 위에는 의식을 잃은 노인이 누워 있었고 대략 일흔 정도 되어 보였다. 그의 안색은 잿빛이고 곁에는 중년의 여성 간병인이 발을 닦아주고 있었다. 백아윤과 윤태호가 들어오자 간병인은 서둘러 일어섰다. 그녀가 인사도 하기 전에 백아윤이 먼저 말했다. “이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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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실혼증? 그게 무슨 병이야?” 백아윤은 처음 듣는 말에 놀란 듯 되물었다. 윤태호가 설명했다. “실혼증은 말 그대로 혼이 빠져나간 상태를 말해요.” ‘혼이라고?’ 이 말이 다른 사람 입에서 나왔으면 백아윤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미신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윤태호였기에 쉽게 반박할 수 없었다. 윤태호는 이어서 말했다. “이라는 책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세 개의 혼이 있고 각각 상령, 태원, 유정이라고 하죠. 또 사람에게는 일곱 개의 넋, 즉 일곱 개의 백이 있는데 각각 이름도 있어요. 첫 번째는 시구, 두 번째는 복시, 세 번째는 작음, 네 번째는 탄적, 다섯 번째는 비독, 여섯 번째는 제예, 일곱 번째는 취폐라고 불러요. 삼혼칠백이 모두 온전히 존재해야 사람이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혼이나 백 중 하나라도 빠지면 몸에 이상이 생기고 정신이 흐려지거나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요.” 윤태호가 너무 진지하게 말하자 백아윤도 순간 혼란스러워졌다. ‘정말 인간에게 혼과 백이란 게 존재하는 걸까?’ “그럼 치료는 어떻게 해?” 백아윤이 물었다. “혼을 불러들여야죠.” 이 말을 들은 백아윤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졌다. 자신은 서양 의학을 전공한 박사였고 이런 귀신이나 영혼 이야기는 당연히 믿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윤태호가 워낙 진지하고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쉽게 무시하지 못했다. 그녀가 궁금한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윤태호는 옷장에서 이재영의 옷 한 벌을 꺼내 문에 걸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옷 위에 뭔가를 그리며 입으로는 조용히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도사가 부적을 그리는 듯했고 어딘가 괴이쩍어 보였다. ‘이게 진짜 치료 맞아?’ 백아윤은 마음속으로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이걸로 정말 식물인간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고?’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5분쯤 지났을 무렵, 윤태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혼이여 돌아오라! 혼이여, 이리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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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이재영 씨 같은 상태에는 침술은 효과 없어요. 초혼밖엔...” 윤태호는 말하다가 갑자기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재영의 오른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백아윤은 다급하게 물었다. “방금 이재영 씨의 손가락이 움직인 것 같았어요.” 윤태호가 대답했다. 백아윤도 황급히 이재영의 오른손을 살폈지만 한참을 지켜봐도 아무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윤태호, 잘못 본 거 아니야?” “그런가? 어, 백 교수님! 다시 봐보세요! 이번엔 확실히 움직였어요!” 백아윤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었다. 이재영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말 반응이 있어! 믿기지 않네.” 백아윤의 아름다운 얼굴에 충격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이재영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30초쯤 지났을 무렵, 이재영의 손가락 떨림이 멈췄고 다시 예전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왜 이런 거지?” 윤태호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재영이 깨어날 줄 알았는데 다시 무반응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그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초혼이 효과가 없었던 건가? 아니야! 만약 초혼이 전혀 소용없었다면 아예 반응조차 없어야 해. 그런데 손가락이 분명 움직였어. 그렇다면 대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걸까?’ 윤태호는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뭐 생각하고 있어?” 백아윤이 물었다. 윤태호는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이재영 씨를 완전히 깨어나게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 지금처럼 작은 반응이라도 있는 건 좋은 신호야. 조금만 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이재영 씨가 깨어날 수도 있어.” “네, 다시 한번 진찰해 보겠습니다.” 윤태호는 몸을 숙여 병상 앞에 섰고 이재영의 동공을 확인하려는 찰나 병실 문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윤태호가 고개를 들어보니 문 너머에서 중년 남자가 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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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순간, 병실 안은 충격에 휩싸였다. 누구도 윤태호가 이 타이밍에 이재영의 뺨을 때릴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끝났어. 이제 정말 큰일 났다!’ 백아윤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곽정수는 처음엔 놀랐지만 이내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잘됐어! 윤태호, 넌 스스로 무덤을 팠어!’ 모두가 이경진이 지극한 효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윤태호가 그 아버지의 뺨을 사람들 앞에서 때렸으니 이경진이 가만둘 리 없었다. 역시나 이경진은 분노에 차서 윤태호를 향해 소리쳤다. “네가 감히 우리 아버지를 때려? 이 자식,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그러고는 당장이라도 윤태호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곽정수는 재빨리 달려들어 이경진을 막아섰다. 그는 두 손으로 꽉 붙잡고 간신히 말렸다. “이 국장님, 진정하세요! 겨우 수습 기간 중인 의사 하나입니다. 굳이 이런 사람 때문에 감정 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일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놔! 내가 직접 처리하겠다니까!” 이경진은 극도로 흥분해 있었다. 그가 단지 공무원인 것을 떠나 평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자신의 아버지를 때리는 모습을 본다면 참을 수 없을 터였다. 이경진이 화를 낼수록 곽정수는 속으로 더 기뻐졌다. 그건 곧 윤태호의 몰락이 확실해진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이 국장님, 이 일은 제가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절 믿으십시오. 꼭 만족하실 겁니다!” 곧바로 곽정수는 윤태호를 향해 소리쳤다. “윤태호, 넌 해고야!” “부원장님, 뭐라고 하셨어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요.” 윤태호는 태연하게 받아쳤다. “모른 척하지 마! 넌 의사란 사람이 환자의 뺨을 때렸어. 이건 명백한 의료 윤리 위반이고 병원 규정 위반이야. 지금 이 순간부터 넌 병원에서 해고다!” 곽정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태호를 해고하는 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그는 이경진의 손을 빌려 윤태호를 완전히 파멸시키려 했다. 윤태호가 자기 아들 곽진우에게 해를 가한 건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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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곽정수도 마침내 윤태호에게 화가 났는지 얼굴을 굳히며 소리쳤다. “윤태호, 말장난은 그만해! 난 이미 결정했어. 널 해고할 뿐만 아니라 관련 부서에 네 행위도 신고할 거야. 너 같은 인간은 의사 자격도 없어!” 윤태호는 전혀 기죽지 않고 단호하게 맞받아쳤다. “제가 의사 자격이 없다면 곽 부원장님 같은 사람은 더더욱 자격 없겠네요.” 그러고는 이경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이재영 씨의 뺨을 때린 건 이재영 씨를 깨우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도 원치 않으시겠죠? 아버님이 평생 침대에 누워 의식 없이 사시는걸요.” 곽정수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윤태호,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윤태호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부원장님, 제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귀가 먹은 건지 모르겠지만 방금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이재영 씨를 깨우기 위해 뺨을 때린 것이고 병원 규정이나 의료 윤리를 위반한 적은 없습니다.” 곽정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비웃었다. “내가 의사로 수십 년 살아오면서 사람 뺨 때리는 걸 치료라 주장하는 건 오늘 처음 봐. 내가 의사 아니었다면 너한테 속을 뻔했네!” “못 믿으시겠어요?” 윤태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직접 보시죠. 이재영 씨, 곧 깨어납니다.” 곽정수는 물론 전혀 믿지 않았다. ‘무려 5년간 의식이 없던 식물인간이 뺨 한 대 맞았다고 깨어난다? 만약 그런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면 이 세상에 식물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을 거야.’ 하지만 한편으론 이상했다. 윤태호의 표정엔 조금의 거짓도 없었고 전혀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혹시 정말 깨우는 데 성공한 건가?’ 그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곽정수는 곧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이재영을 살리려고 수많은 의사를 고용했는데 실패했잖아. 이 자식은 고작 수습 의사일 뿐, 정식 발령도 안 난 놈인데! 절대 불가능해! 이건 그냥 거짓말이야!’ 곽정수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도 계속 거짓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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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순간, 코를 찌르는 지독한 악취가 병실에 퍼졌다. 곽정수는 거의 토할 뻔했다. ‘윽, 너무 역겨워!’ 주변에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그는 당장이라도 이재영의 뺨을 두 대 때렸을 것이다. ‘이런 젠장, 윤태호는 그토록 가까이 서 있었는데 왜 걔한테 안 뱉고 꼭 나한테 튀기는 건데? 이건 너무 억울하잖아! 왜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그러냐고!’ 더 기가 막힌 건 윤태호가 그 광경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그는 셔터를 연신 누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부원장님, 지금 진짜 멋지십니다!” ‘멋지긴 개뿔!’ 곽정수는 이를 갈며 말했다. “윤태호! 당장 그 사진 지워!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뭐 하시겠어요? 또 절 해고하시게요?” 윤태호는 여유롭게 말했다. “부원장님, 제가 사진 찍은 게 의료 윤리를 위반한 건가요, 아니면 병원 규정을 어긴 건가요?” “너 이 자식...” 그때, 갑자기 병상 위의 이재영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윤태호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병상으로 쏠렸다. “아버지! 정신이 드세요?” 이경진은 화살처럼 달려가 병상 곁에 서더니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재영은 천천히 눈을 뜨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물, 물 좀...” 이경진은 서둘러 따뜻한 물을 한 숟가락 떠서 조심스럽게 이재영의 입에 가져갔다. 그 모습을 본 백아윤과 곽정수는 그야말로 멍해졌다. ‘정말 깨어난 거야? 이게 말이 돼?’ 백아윤은 믿을 수 없는 듯 윤태호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경진과 곽정수가 병실에 들어오기 전에 윤태호가 초혼을 시전했단 것을. ‘설마 진짜 그 초혼이 통했단 말이야? 이건 말도 안 돼...’ 백아윤은 철저한 무신론자였다. 하지만 지금 벌어진 상황은 그녀의 상식을 뒤엎는 장면이었다. 반면 곽정수는 충격이 가신 후 분노로 불타올랐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윤태호를 병원에서 내쫓고 이후 한 단계씩 밟아서 완전히 끝장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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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곽정수는 줄곧 이재영과 이경진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이재영의 시선이 윤태호를 향하자 곽정수는 지금이 기회다 싶었다. 그래서 이재영이 입을 열자마자 바로 말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이어 말했다. “어르신께선 모르실 수도 있지만 아까 윤태호가 감히 어르신을 때렸습니다. 제가 이 국장님과 함께 우연히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윤태호는 병원에서 해고 처리하겠습니다.” “해고? 누구를 해고하겠다는 거죠?” 이재영이 물었다. “당연히 윤태호죠!” 곽정수가 대답했다. 그러자 이재영이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윤태호를 해고할 자격이나 있는 겁니까?” 곽정수는 이재영의 목소리에 깃든 분노를 눈치채지 못한 채 마치 이재영이 아직 정신을 다 차리지 못했다고 여긴 듯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이 병원의 부원장 곽정수입니다. 윤태호가 어르신을 때린 건 병원 규정과 의료 윤리를 위반한 행위입니다. 이건 당연히 해고해야 하고 저는 보건당국에도 신고해서 윤태호의 의료 면허를 박탈하려고 합니다.” “망할 놈!” 이재영은 갑자기 화를 내며 손가락으로 곽정수를 가리켰다. “내 목숨을 구한 사람을 감히 해고하겠다니, 가만두지 않겠어!” 곽정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경진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누가 아버지를 살렸다는 거예요?” “윤태호 말고 누가 있겠어.” 이재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바로 저 사람이 나를 깨운 은인이야.” “그럴 리가요.” 이경진은 믿지 못했다. “경진아, 너 관직에 있으면서 머리가 둔해졌구나?” 이재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5년을 깨어나지 못하다 오늘 갑자기 의식을 되찾았는데 그 이유를 한 번이라도 곰곰이 생각해 봤어? 설마 진짜 하늘이 감동해서 날 깨운 거라 믿는 건 아니겠지? 만약 하늘에 정말 눈이 달려 있다면 병 치료받지 못하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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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백 교수님, 무슨 일 있으세요?” 윤태호는 백아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 곧장 물으며 동시에 그녀가 들고 있는 카드 쪽으로 슬쩍 눈길을 돌렸다.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저녁 7시, 수정 호텔. 꼭 와.] 그리고 제일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서명되어 있었다. 소민현. 그 세글자는 춤을 추듯 휘갈겨져 있었고 압도적인 광기가 서려 있었다. 윤태호는 문득 궁금해졌다. ‘카드를 확인하고 당황한 걸 보면 이 이름과 관련된 건가?’ “백 교수님, 이 소민현이란 사람은 누구예요?” 윤태호가 물었다. “너랑 상관없어.” 백아윤은 짧게 잘라 말하고는 곧장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로 들어갔다. 윤태호도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백아윤은 문을 닫자마자 바로 잠가버렸고 윤태호는 문밖에 갇혀버렸다. “백 교수님, 백 교수님?” 아무리 불러도 안에서 대답이 없자 윤태호는 돌아서서 다시 VIP 병실로 향했다. 병실 문을 열자, 임다은이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들고 웃고 있었다. 웃을 때마다 그녀의 상체가 흔들리며 출렁였고 그 장면은 윤태호에게 꽤 충격적이었다. 윤태호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져 슬쩍 도망치려 했지만 등 뒤에서 임다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서요! 이미 들어왔는데 왜 나가요?” 윤태호는 어쩔 수 없이 돌아서서 말했다. “다은 씨가 너무 행복하게 웃고 있어서 방해하기 싫었어요.” 임다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봐요.” 윤태호는 당황했다. ‘핑계를 이렇게나 금방 들킬 줄이야.’ “그럼 솔직하게 말할게요. 화내면 안 돼요.” “안 낼게요. 말해요.” 윤태호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그, 옷 좀 제대로 입으시면 안 될까요?” 임다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왜요? 맘에 안 들어요?” 그 질문은 너무 곤란했다. 윤태호는 대답도 못 하고 얼굴이 더 빨개졌다. “이리 와봐요.”임다은은 손가락으로 윤태호를 불렀다. “왜요?” 윤태호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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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3, 4분쯤 지나서야 윤태호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는 임다은이 이미 옷깃을 정돈한 것을 보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임다은은 웃으며 물었다. “괜찮아요.” 윤태호는 그녀가 또 장난칠까 봐 얼른 화제를 돌렸다. “다은 씨, 아까 신나게 웃던데,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저도 좀 알려줘요.” “별건 아니고 그냥 웹소설 하나 봤는데 작가가 글을 재밌게 써서요.” “무슨 소설이요? 저도 웹소설 좋아하는데, 추천 좀 해주세요.” “요즘 신의가 나오는 소설 하나 보고 있는데 꽤 재미있어요. 작가 이름이 호연이었나?” 임다은은 말하며 웃었다. “이렇게 재밌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아마 생긴 것도 꽤 잘생겼을 것 같지 않아요?” 이상하게 임다은이 다른 작가를 잘생겼다고 칭찬하는 말에 윤태호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했다. 그는 약간 질투가 치밀어 올라 말했다. “제가 알기론 책 쓰는 사람 중에 잘생긴 사람 거의 없어요. 글을 잘 쓰면 잘 쓸수록 생긴 건 반비례라니까요. 그 호연이라는 작가도 그렇고요.” “어머, 질투해요?” 임다은은 웃으며 물었다. “질투라뇨?” 윤태호는 정색하며 말했다. “전 질투 같은 거 안 해요.” 그의 대답에 임다은의 웃음은 더 깊어졌다. 분명 질투하고 있는데 입으로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 게 귀여웠다. ‘이 남자, 가끔은 정말 귀엽다니까.’ 윤태호는 그녀의 시선에 점점 불편해졌다. 그는 얼른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다은 씨, 저 사실 좋은 소식 하나 전해드리려고 왔어요.” “그 얘기 하기 전에 제가 먼저 맞춰볼게요.” 임다은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혹시 정식 의사가 된 거예요?” “헉, 어떻게 아셨어요?” 윤태호는 깜짝 놀랐다. 정식 전환된 사실은 아직 병원 전체에 퍼지지 않았고 아는 사람이라곤 자신과 백아윤, 이경진 부자, 그리고 곽정수뿐이었다. 임다은이 어떻게 알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제 별명이 모든 걸 아는 슈퍼 귀요미 미녀거든요.” 임다은은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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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윤태호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임다은을 살짝 훔쳐보았다. 그녀가 일부러 자기를 놀리고 있다는 건 너무도 뻔했다.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의 남자에게 나이 차 있는 성숙한 여자는 언제나 매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임다은은 외모도 몸매도 분위기도 완벽한 치명적 여인이었으니까. 그 순간, 윤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다, 다은 씨, 이러지 마요...” “그럼 어떻게 하면 돼요?” “아무튼, 그냥 이러지 마요.” “알겠어요.” 임다은은 손가락으로 윤태호의 이마를 콕 누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빴어요. 하지만 그런 것도 맘에 들어요.” ‘무슨 뜻이지?’ 윤태호가 그 의미를 곱씹기도 전에 임다은이 갑자기 옷을 벗으려 했다. 윤태호는 기겁하며 그녀의 손을 황급히 막았다. “다은 씨, 제발 이러지 마요, 네?” “왜요, 절 안 좋아하세요?” ‘좋아하지, 엄청나게 좋아하지.’ 윤태호는 생각했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임다은을 안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이런 여자는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니까. 하지만 그는 의사다. 직업윤리를 지켜야 하고 환자와 사적인 접촉은 절대 금물이다. 게다가 여긴 병실이었고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오해받기 딱 좋았다. “다은 씨, 제가 약 바꿔드릴게요.” 윤태호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아까 간호사가 벌써 해줬어요. 안 해도 돼요.” “그럼 제가 물이라도 떠드릴까요?” “목 안 말라요.” “그럼 혹시 배고프세요? 식당에 가서 만두라도 사다 드릴까요?” “배도 안 고파요.” “그럼, 음...” “됐어요, 이제 화제 좀 그만 돌리고 제가 묻는 말에 대답해요. 저, 좋아해요? 안 좋아해요?” 임다은은 눈을 반짝이며 윤태호를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해요. 거짓말은 안 돼요.” 윤태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어요. 그럼, 저한테 뽀뽀해 줘요.” “다은 씨, 제발 그러지 마요.” “말 잘 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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