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도 순간 당황한 듯 눈을 살짝 크게 뜨며 주민혁을 바라봤다.편안했던 주민혁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졌다. 눈빛도 차츰 가라앉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 모자를 훑어보았고 손끝으로는 테이블을 가볍게 한 번 두드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를 둘러싼 분위기는 어느새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하지만 금발의 여자는 테이블 위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송미연의 굳은 얼굴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코끝을 훌쩍였다.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으며 옆에 있던 아이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아가, 어서. 아빠라고 불러 봐.”아이는 잔뜩 주눅 든 얼굴로 육민성을 올려다봤다. 작은 입술이 몇 번이나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아빠라고 불러야지.”여자가 조급한 목소리로 다시 재촉했다.“이분이 네 아빠야. 우리가 얼마나 오래 찾아다녔는데.”그 ‘아빠’라는 한마디가 날카롭게 가슴을 찔러 송미연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졌다. 안 그래도 송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일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운 와중에 이런 광경까지 마주하자 가슴이 꽉 막히는 듯 답답해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세게 움켜쥔 채, 송미연의 시선은 육민성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그의 눈빛에서 어떤 해명의 기색이라도 찾아내고 싶었으나 그러면서도 차마 받아들일 수 없는 답을 보게 될까 두려웠다.가짜 결혼부터 서로 다른 집안 배경, 송씨 가문의 위기,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육씨 가문의 압박까지...이것만으로도 송미연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그런데 만약 육민성에게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에서의 과거가 있고 심지어 아이까지 있다면...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육민성은 얼굴이 완전히 싸늘하게 굳어 낯선 사람을 대하듯 담담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자리에 있는 모두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전 그쪽 모르는데요.”짧고 단호한 한마디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애매하게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없었다.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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