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가 발목을 삐었나 봐요. 병원에 데려가 보세요.”오늘은 박씨 가문의 장례식이니 남이준이 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남이준은 다시 한번 정중히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아이를 안은 채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밖에는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그제야 최수빈은 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몸을 움츠렸다.‘좀 춥네?’바로 그때, 누군가 최수빈에게 검은 외투를 걸쳐 줬다.옷에 배어 있던 체온이 천천히 피부로 스며들어 온몸은 금세 따뜻해졌다.깜짝 놀란 최수빈이 고개를 돌려보니 냉랭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남자의 표정엔 별다른 감정 기복이 없었고 이내 담담히 말했다.“이제 들어가야지.”상대가 주민혁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최수빈의 표정은 잔뜩 굳어버렸다.그녀는 곧장 외투를 벗어 그의 품에 내던졌다.“필요 없어요.”주민혁은 외투를 받아들며 검은 눈동자로 최수빈의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그러다 몇 초간의 침묵 끝에 짧게 말했다.“들어가자.”박씨 가문의 장례식에 찾아온 조문객은 적지 않았고 대부분 주씨 가문의 체면을 보고 온 사람들이었다.자리 배치상, 박씨 가문의 직계 친척들은 주석 자리를 차지했고 주씨 가문은 그 옆에 자리를 마련했다.“하린아, 이쪽에 와서 앉아.”진서령이 손짓으로 박하린을 곧장 주민혁 옆에 앉게 했다.원금영은 그 광경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두 집안은 원래 각별했으니 어느 자리에 앉든 상관없는 일이었다.한편 손을 씻고 돌아온 최수빈은 사람들이 둘러앉은 식탁에 자기 자리가 없는 걸 발견했다.사실 굳이 이 식사 자리에 끼고 싶지도 않았으니 그냥 돌아갈 생각을 하고는 몸을 돌렸다.“수빈아, 이제 왔니? 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라.”하지만 원금영은 그녀를 보자마자 불러 세웠고 결국 최수빈은 할 수 없이 다가가 옆에 앉았다.식사 중,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잇따라 술잔을 들고 찾아왔다.주씨 가문은 진정한 권력가 집안, 평소라면 적당히 거절할 수도 있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