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그녀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에서 작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알 수 없는 이유로 유이영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곧이어 연지훈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왔다.“이영아.”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유이영은 본능적으로 멈칫했다.며칠째 연지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탓인지, 잠시 현실감이 흐려졌다.“지훈 씨.”그녀가 낮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연지훈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느긋했다.“정확히 언제 돌아올 건지 말해 줘. 그때 사람 보내서 데리러 갈게.”유이영의 가슴에 기쁨이 번졌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났고 ‘제가 보고 싶어요?’라고 묻고 싶어졌다.하지만 곧 옆에 있는 황태민이 떠올라 그 말은 그대로 삼켜 버렸다.잠시 시간을 계산한 뒤 그녀가 말했다.“앞으로 스무날 정도 더 있어야 해요. 거의 마무리가 다 됐을 때 다시 알려줘도 될까요?”연지훈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해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이번 출장은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내가 도와줄 일은 없고?”유이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더없이 기뻤다. 가슴 한가운데가 따뜻해졌다.“괜찮아요, 지훈 씨.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다 끝나면 바로 돌아갈게요. 걱정하지 마요.”연지훈은 짧게 응답했다.“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한테 얘기해.”유이영의 미소는 부드럽고 조금은 수줍었다.“알겠어요, 지훈 씨.”“끊을게.”통화를 마쳤을 때 유이영의 입가에 남아 있던 미소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그 표정은 아주 가까이에 있던 황태민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유이영이 아직도 연지훈과의 통화 여운에 잠겨 있는 걸 보자 황태민의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는 다시 한번 유이영의 허리를 꽉 움켜쥐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유이영은 작게 숨을 들이켰다.“태민아, 이러지 마.”황태민은 웃으며 손을 들어 유이영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내가 바로 곁에 있는데 지금 다른 남자 생각을 하는 거야?”유이영의 얼굴이 순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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