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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411 - チャプター 420

504 チャプター

제411화

그 말을 들은 온채아는 멍해졌다.그 일당이 감옥에 들어간 것이 20년 전이고 박시훈이 출국한 것도 20년 전이었다. 박시훈은 입양되었고 불과 몇 년 전에야 DK 제약을 물려받았다.온채아는 중요한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머릿속을 정리해 보았다. “DK 제약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인가요?”“똑똑하군요.”하희민은 그녀가 그 짧은 몇 마디만으로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자 감탄했다. “어머니께서 해성에 잠시 다녀오셔야 해서 치료는 잠시 미뤄야 할 것 같아요.”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모님께서 얼마 동안 가 계시나요? 치료 효과가 막 나타나기 시작한 참이라 될수록 너무 오래 끊기지 않는 게 좋아요.”하희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일주일 정도입니다. 할아버지 생신을 쇠고 바로 돌아오실 겁니다.”“알겠어요”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니 큰 영향은 없을 터였다.온채아도 해성에 다녀올 참이었다. 며칠 뒤면 부모님의 기일이었기 때문이다.저녁에 집에 돌아온 정다슬은 온채아가 해성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제 이마를 탁 쳤다. “내가 왜 까맣게 잊고 있었지? 며칠만 기다려주면 나도 일 끝내고 같이 갈 수 있어.”법무법인에서 큰 사건을 하나 맡긴 바람에 정다슬은 당분간 몸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온채아는 웃으며 말했다. “나 혼자 다녀와도 돼.”딱히 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빠 엄마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그리고 뱃속의 아이에게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보여주고 싶었다.기일 당일, 온채아는 이른 아침 경원을 출발해 해성으로 향했다.열사 공원에 도착했다. 부모님의 묘비 앞에는 이미 데이지와 해바라기 꽃다발 몇 뭉치가 놓여 있었다.온채아는 원래 슬퍼하지 않으려 했지만 묘비에 새겨진 부모님의 이름을 본 순간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아빠, 엄마...”그녀는 천천히 몸을 굽히고 앉아 묘비 위에 있지도 않은 먼지를 맨손으로 닦아냈다.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려 했지만 눈물이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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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주율천이 떠난 뒤 온채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그저 묘비 곁에 앉아 말없이 아빠와 엄마를 바라보았다.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몸을 일으키려는데 두 다리가 저렸다.그녀는 느릿하게 아쉬운 발걸음으로 공원 입구를 향해 걸어가다 산을 오르던 한 무리의 사람들과 스쳐 지나갔다.“온채아?”그중 한 명이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그녀가 방금 걸어 나온 방향을 훑더니 서둘러 쫓아왔다. “온채아 맞지?”온채아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낯익은 여자가 서 있었다.그녀의 고모였다.당시 부모님이 사망하신 후 집안에 남은 친척은 이 고모뿐이었지만 고모는 온채아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온채아는 복지시설로 보내졌다.온채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라도 집에 외부인이 한 명 더 느는 것을 반기지는 않았을 테니까.온미연은 온채아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더욱 확신에 찼다. “오빠랑 새언니 보러 온 거니?”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불렀다. “고모.”예전에도 제사를 지내러 왔을 때 온미연과 한두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온미연은 퉁퉁 부은 온채아의 눈을 보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약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뉴스에서 봤어. 정말 대단하더구나.”온채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네.”너무나 남 같은 사이라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네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되었으니...”온미연은 말을 꺼내려다 말고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마음을 굳게 먹은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은 말이다...”온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네?”“사실은...”온미연은 묘비 쪽을 한번 바라보고 깊은 숨을 들이켰다. 이제는 사실대로 말해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네가 훌륭하게 자랐으니 하는 말인데 네 친부모를 한번 찾아보는 게 어떻겠니?”말을 마친 온미연은 홀가분한 표정이었지만 온채아는 날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친부모를 찾으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넌 우리 온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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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마약 거래 조직원이라도 되는 걸까.’온채아는 엄청난 농담을 들은 기분이었지만 도무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채아야?”공원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그녀가 나오지 않자 임신 중인 온채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걱정된 주율천이 안으로 들어왔다.주율천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계단 한복판에 멍하니 서 있는 온채아였다.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는 그녀는 조금 전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마치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주율천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채아야, 무슨 일 있어?”온채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들어 주율천을 바라보았다. 내리쬐는 햇살에 눈이 부셔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하기엔 너무 처량하지 않은가.온채아는 자리를 피해 주차장으로 향했고 주율천은 불안한 마음에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해성에서 며칠 묵을 거야 아니면 오늘 바로 경원으로 돌아갈 거야?”해성과 경원은 그리 멀지 않아 고속도로를 타면 두세 시간이면 닿는 거리였다. 당일치기도 충분히 가능했다.원래 온채아의 계획은 이틀 정도 머물며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에 들러보는 것이었다.하지만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부모님도 그녀의 부모가 아니고 집도 그녀의 집이 아니었다.비록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을 구해준 그들에게 여전히 감사했고 소원희가 그들을 죽게 만든 것에 분노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벅차고 막막할 뿐이었다.온채아가 입을 열었다. “경원으로 갈래요. 지금 당장요.”어느덧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율천은 이런 상태의 온채아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었다. “내가 데려다줄까?”온채아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출장은 다 끝났어요?”“응. 마침 나도 경원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어.”주율천은 그녀가 거절할까 봐 거짓말을 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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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성구는 그동안 부하들을 배치해 온채아를 몰래 보호해 왔지만 가해 차량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탓에 막아설 시간조차 없었다. 온채아의 교통사고 소식은 즉시 경원으로 보고되었다.성유준은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몇 초간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벌떡 일어나 외쳤다. “채아 상태는 어때?”“아가씨께서...” 성구 역시 자신의 실책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사라지셨습니다.”사고 직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구청에서 나온 차량 몇 대만이 봉쇄된 도로를 뚫고 순조롭게 빠져나갔다. 성구의 부하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온채아의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성유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목소리는 차갑게 내려앉았다. “사라졌다고? 지금 네가 무슨 소릴 하는지 알고는 있어?”“대표님...” 성일이 참지 못하고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상대가 하필 해성에서 손을 쓴 건 우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성구를 탓해봐야 소용없으니 지금은 아가씨의 행방을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엄청난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성유준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억지로 이성을 되찾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 “해성으로 가.”차에 올라탄 성유준은 가장 먼저 하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성은 하씨 가문이 관리하는 지역이다. 그들의 눈앞에서 사람을 빼돌렸다면 하씨 가문에서 조사하는 것이 훨씬 빠를 터였다. 이동하는 내내 성일은 백미러를 통해 잔뜩 굳어 있는 성유준의 안색을 살피며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아가씨가 결혼했을 때도 대표님은 오랫동안 기운을 차리지 못하셨는데. 만약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성일은 차마 그 뒷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제야 겨우 숨을 돌리며 고생을 면하나 싶었던 온채아였다.의식을 되찾았을 때 온채아는 이마에 통증이 느껴졌고 코끝에는 옅은 소독약 냄새가 감돌았다. 눈을 뜨니 창밖은 이미 밤이 깊었고 침대 곁에 걸려 있는 수액이 관을 타고 그녀의 몸속으로 흘러들고 있었다.혼수상태에 빠지기 직전의 기억이 순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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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병실은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VIP실이었다.두 사람은 아직 거실에 머물러 있었다. 강미진은 반쯤 열린 침실 문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임신 중이라고 했지? 아이는 무사한 거지?”혹여 아이를 잃기라도 했을까 봐, 온채아가 듣고 상처받을까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하도연이 대답했다. “괜찮아요. 다만 푹 쉬면서 몸을 추스려야 해요.”“정말 하늘이 도우셨구나.”강미진은 그제야 타들어 가던 마음을 겨우 진정시켰다.참 이상한 일이었다. 온채아가 사고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가슴이 한시도 편치 않고 울렁거렸다. 이 기분은 예전에 하도연이 말단 현장에서 수련하다 산사태를 만났을 때 느꼈던 것과 같았다. 그때도 하도연이 무사하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 꼬박 하루 밤낮을 마음 졸였었다.온채아는 두 모녀의 조심스러운 대화를 어렴풋이 듣고 있었다. 강미진이 들어오자 온채아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모님, 전 괜찮아요. 아이도 무사하고요.”온채아는 방금 스스로 맥을 짚어보았다. 이마는 가벼운 외상일 뿐이었다. 아이가 충격을 받긴 했지만 하도연의 말대로 당분간 쉬면 문제없을 정도였다.강미진은 핏기가 하나도 없는 온채아의 입술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가 괜찮다는 거예요?”“해성에는 갑자기 어쩐 일로 온 거예요? 해성에 올 거면 나한테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요. 내가 경원으로 사람을 보내 데려오게 했으면 사고는 없었을 텐데요.”하씨 가문의 차라면 감히 딴마음을 품고 달려들 사람이 없을 것이다.그 질문에 온채아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부모님 뵈러 왔어요. 오늘이 두 분 기일이거든요. 사모님께서는 어르신 생신 잔치 준비로 바쁘실 테니 폐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동남아에서 부모님이 그녀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비록 친부모는 아닐지라도 목숨을 구해주고 키워준 은혜를 생각하면 영원히 친부모로 모시는 게 마땅했다. 다만 친부모가 대체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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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하지훈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게 무슨 말이야? 찾지 않아도 된다니?”“나랑 같이 있어. 크게 다친 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하지훈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온채아의 행방을 찾고 있는지 몰랐지만 하도연은 굳이 숨기지 않았다. 곧이어 그녀는 말을 돌리며 덧붙였다.“오늘은 너무 늦었어. 채아 씨도 쉬어야 하니까 주소는 내일 다시 보내줄게.”하지훈은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러나 이내 성유준이 생각나 다시 마음이 조급해졌다.“누나. 나 한 번만 도와줘. 제발 주소만 좀 알려줘. 아무것도 안 하고 무사한지만 직접 확인하고 싶어. 그냥 한 번만 보면 돼.”뚜둑.전화 너머로는 차가운 기계음만이 울려 퍼졌다.휴대폰을 내려놓은 하지훈은 눈물을 글썽인 채 성유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안 도와주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방법이 없어. 우리 누나가 해성에서 사람을 숨기면 절대 못찾는 거 너도 알잖아.”하씨 가문의 모든 정보망은 그의 큰누나 손에 쥐어져 있다. 그래서 하희민이 아무리 손을 써봤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차라리 잘됐어.”깊은 한숨을 내쉰 성유준은 긴장이 조금 풀린듯했다. 표정은 훨씬 나아 보였지만 오랫동안 긴장한 탓에 여전히 가슴 속에 숨 막히는 느낌이 있었다.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한 번 더 깊은숨을 내쉬었다. 초조한 기분을 덜어내려 했으나 여전히 마음속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성유준은 하루 종일 수많은 생각을 했었다.다행히 우려하던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고 온채아는 무사했다.온채아만 안전하다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니 하도연이랑 같이 있는 게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눈살을 찌푸리며 미간을 쓰다듬던 성유준은 마침 성일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대표님, 사고를 낸 사람이 잡혔다고 합니다. 하씨 가문에서 손을 썼는지 지금 밤새 조사 중이라고 하네요.”“그래.”성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말했다.“채아 안 찾아도 되니까 사람 다 철수해.”온채아가 괜찮다는 걸 알면서도 성유준은 그날 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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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두 사람은 곧 결혼하게 된다.화려한 결혼식에서 성유준은 모든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어왔던 온채아를 아내로 맞이할 것이다.그리고 온채아와 함께 아이가 태어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기쁨으로 가득 찬 매일을 보내게 된다.더불어 그들의 아이는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유준아.”온채아의 답을 듣기도 전에 화장실 문이 열리며 주율천이 블루베리가 담긴 접시를 들고 나왔다. 그는 침대 옆 탁자에 접시를 올려놓은 후 성유준을 보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축하해. 이제 삼촌이네.”성유준은 그 말이 농담처럼 들렸다.“삼촌?”성유준의 눈에 담겨있던 빛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는 일부러 무심한 듯 웃으며 온채아를 바라봤고 그 시선은 마치 그녀의 심장을 꿰뚫을 것처럼 날카로웠다.“내 아이가 아니야?”온채아의 심장은 마치 누군가에 의해 쥐어짜인 듯 아프게 뛰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응.”이것이 아이의 양육권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다.온채아는 가족을 원했고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이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 곁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말도 안 돼.”성유준은 온채아의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 그녀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의사랑 확인할 거야.”온채아는 거짓말을 할지 몰라도 검사 결과는 누구의 아이인지 정확하게 밝혀줄 것이다.성유준은 자신이 손수 키워온 온채아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관계를 나눈 직후 다른 남자를 찾을 리가 없다는 걸 알았다.주율천이 재빠르게 성유준 앞을 가로막았다.“유준아, 이런 일까지 꼭 이렇게 추하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비켜.”성유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점점 더 짙어졌다. 주율천이 여전히 물러서지 않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를 밀쳐 지나쳤다.주율천은 미간을 찌푸리며 성유준을 따라 병실을 나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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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의사 사무실.온채아의 주치의는 강한 포스를 풍기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가 안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병원 규정이 있어서...”다시 말해 이는 하씨 가문에서 정해놓은 규칙이었다.이곳은 경성도 아니고 한빛 그룹 산하의 병원도 아니다.병원 대부분 사람이 하씨이고 게다가 하도연이 직접 데려온 환자였기에 의사는 감히 정보를 누설할 용기가 없었다.성유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때 뒤에서 하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꼭 봐야겠어?”하지훈과 오래된 관계였으니 자연스레 하도연도 처음이 아니었다. 성유준은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누나, 한 번만 도와줘. 이번 일은 내가 신세 진 거라고 생각할게.”그 말은 오늘 반드시 보고서를 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뜻이었다.하씨 가문에서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쓰더라도 꼭 확인하고 싶었다.하도연은 성유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대신 묵묵히 물었다.“보고 나면 뭐 할 건데?”성유준은 그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그다음은 나랑 채아 사이의 일이야.”성유준의 아이라면 방금 전에 온채아에게 말했던 걸 지킬 생각이었다.만약 성유준의 아이가 아니라면 그래도 여전히 온채아를 돌볼 생각이었다.어쩌면 좋은... 삼촌이 되지 않을까?그의 얼굴에 잠시 스쳤던 외로움은 하도연에게 낯설지 않았다. 그녀는 이와 비슷한 표정을 전남편과 이혼할 때 마주했었다.하도연은 잠시 의사를 바라본 후 차분하게 말했다.“보여주세요.”그러고선 감정을 숨기듯 가만히 돌아서서 떠났다.의사는 하도연의 지시를 받자마자 서둘러 컴퓨터를 켜고 온채아의 초음파 보고서를 열어 성유준에게 정중히 말했다.“대표님, 이건 온채아 씨의 보고서입니다.”성유준은 책상 앞에 다가가서 몸을 숙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얼어붙었다.“12주... 임신 3개월이라는 뜻이에요?”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숫자가 눈앞에 나타나자 성유준은 처음으로 흔들렸다.‘3개월? 어떻게 이럴 수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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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온채아는 마치 누군가가 심장을 꽉 움켜잡은 듯 숨 막히는 느낌에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성유준이 아이를 원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심지어 성유준이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예 아이가 태어나는 걸 반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이렇게 실망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 절망감과 그가 겪는 고통은 온채아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하도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지금 후회해도 늦지 않았어요.”온채아는 순백의 침대 시트를 응시하며 한참을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물었다.“그럼 그 후에... 절 용서할 수 있을까요?”그 질문에 하도연도 잠시 멈칫했다.온채아의 과거를 직접 조사 해봤던 터라 그 질문이 어떤 의미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온채아가 부모의 원수를 갚고 난 뒤 소원희의 친손자인 성유준은 과연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만약 용서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후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를 불러올지도 모른다.하도연은 성유준과 소원희 사이의 불화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할머니의 일에 아예 관심을 끄고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았다.어쨌든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가정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린 하도연은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채아 씨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라면 응원할게요.”온채아는 깊은숨을 한 번 내쉬고 무거운 마음을 담아 말했다.“네.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기에 하도연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온채아가 되지 않은 이상 성씨 가문에 대한 그녀의 원한과 복수심을 알지 못한다.그저 부모님이 온채아에게 준 사랑과 관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도와줬을 뿐이고 동시에 은혜를 갚고 싶었다.하지만 이제 보니 성유준과 온채아는 서로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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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주율천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잠시 웃은 후 농담처럼 말했다.“친구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까 걱정하지 마. 설마 내가 경찰에 신고하겠어?”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을 덧붙였다.“아까는 내가 마음이 급해서 유준이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온채아의 뱃속에 있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주율천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어느 날 갑자기 후회된다면 얘기해줘. 내가 직접 유준이한테 설명할게.”점심쯤, 강미진이 다시 병원을 찾아왔고 온채아에게 줄 영양식도 가져왔다.그녀는 더 많이 먹으라고 권하며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내일 퇴원해도 된다고 했죠?”온채아는 강미진의 걱정이 진심임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이제 괜찮다고 하네요. 별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럼 퇴원하고 어디에서 지낼 거예요?”의사는 온채아가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걸 강미진에게도 말했다.“호텔에서 며칠 지내면 될 것 같아요.”온채아는 따뜻한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웃으며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요. 며칠만 더 쉬면 바로 경성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온채아는 이 기회를 통해 조금 휴식을 취하고 스스로를 돌보기로 했다.“인맥을 이용할 줄 모르네요.”강미진은 온채아를 흘깃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하씨 가문에서 지낼 생각은 왜 안 했대? 도연이가 이미 도우미에게 얘기했어요. 채아 씨의 방을 준비해 뒀으니까 내일 퇴원하면 바로 집으로 와서 편하게 쉬어요.”강미진은 온채아가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몸 둘 바를 몰랐던 온채아는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어르신이 내일 군에서 돌아오신다고 들었어요. 집에 외부인이 있으면 불편하지 않을까요?”강미진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대답했다.“사람 많고 시끌벅적한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채아 씨가 오면 오히려 좋아할 거예요.”하씨 가문의 어르신인 하용건은 인생에서 가장 큰 아쉬움이 막둥이를 한 번도 보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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