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412 챕터

제281화

박도윤이 말한 것처럼 문채아도 과거 일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박도윤, 너 말이야. 너무 너 좋을 대로 기억하는 거 아니야? 혹시 지금껏 모든 걸 다 그렇게 기억해 왔니?”문채아는 조금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박도윤을 바라보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 그와 거리를 뒀다.“네가 말한 그 세 가지 일, 내가 기억하는 내용으로 다시 들려줄까?”“그래, 네 말대로 엄마가 나한테 무관심했던 탓에 매년 내 생일을 챙겨준 사람은 너였어. 하지만 매번 방에서 몰래 챙겨줬잖아. 아무도 모르게. 심지어 몇 번은 너희 아버지가 일찍 퇴근하는 바람에 나랑 사이가 좋은 걸 들킬까 봐 내가 초를 불기도 전에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렸잖아.”“그리고 내가 기분이 나빠 집을 나갈 때마다 네가 우리 아빠 묘원으로 찾아와 나를 다시 데려갔던 거, 그거 나한테는 전혀 고마운 일이 아니었어. 나는 아빠 곁에 있을 때야 비로소 숨을 쉬었거든. 그런데 너는 내가 너희 집에서 얼마나 외롭고 괴로운지 뻔히 알면서 내가 사라지는 즉시 다시 집으로 데려갔어. 그게 어떻게 나를 위한 거야? 그냥 내가 네 시선 밖을 벗어나는 걸 원치 않았던 거 아니야?”“너희 집 도우미들이 나를 괴롭혔을 때 네가 날 도와 도우미를 해고하고 두 번 다시 괴롭히지 못하게 해준 거, 그건 고마웠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문채아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강지유 때문에 그때 나를 괴롭혔던 도우미를 네 손으로 다시 찾아내 나를 몰아세웠으니까. 내가 하지도 않은 짓을 했다고 하고, 나를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하고, 나한테 씻을 수 없는 흙탕물을 뒤집어씌웠으니까.”“내 입장에서 얘기를 들어본 기분은 어때? 내가 한 말을 다 듣고도 네가 나를 정말 아끼고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어? 네가 정말 재혁 씨처럼 나를 위했다고 말할 수 있어?”문채아도 사랑이라는 필터가 완전히 벗겨진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받은 게 애정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제 와서 박도윤에게 따질 생각은 없었다. 아팠던 것도, 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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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박도윤이 갑자기 헛소리하면서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한 건 다 강지유가 다친 것 때문에 복수하려고 그랬던 게 분명해요. 물론 아무리 노력해 봤자 우리 사이가 틀어질 일은 없겠지만요. 그보다 재혁 씨, 괜찮아요? 아버님이 뭐래요? 세게 호통쳤어요?”문채아는 강지유의 자궁이 파열된 일로 강의준이 강재혁 탓을 했을까 봐 걱정되었다.이에 강재혁은 자신과 마주 볼 수 있도록 문채아의 몸을 돌려 조금 더 세게 안고는 그녀의 이마에 뽀뽀하며 답했다.“아니, 그냥 전시회 관련으로 몇 가지 물었을 뿐이야. 정신을 차린 강지유가 미쳐 날뛰려고 하기는 했지만 금방 내려와서 큰 충돌도 없었고.”“다행이네요.”문채아는 그 말에 안도한 듯 뒤꿈치를 살짝 들어 강재혁을 안으며 편한 미소를 지었다.“강지유가 미쳐 날뛰는 건 박도윤이 알아서 해결해 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만 집으로 돌아가요.”“그래.”강재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문채아를 차에 태우고 병원을 벗어났다....그 시각, 병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정신을 차린 후 곧장 자궁을 적출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강지유는 병실이 떠나가라 화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문란한 생활로 아이를 하나둘 지웠던 건 아직 어렸기에 정말 몸에 영향이 갈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서였다. 적어도 그것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업보를 돌려받듯 아예 자궁을 적출당하게 되어버렸다.조금 전, 마취가 거의 풀릴 때쯤 강지유는 강의준과 강재혁이 바로 옆에서 문채아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강재혁은 계속 문채아의 편을 들어준 것뿐만이 아니라 강의준이 백 보 양보해서 앞으로는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사랑을 드러내는 것만큼은 참아달라고 했는데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안 된다고 했다. 문채아는 앞으로 커리어로 점점 더 이름을 날릴 테니 조용히 살 수 없다면서 말이다.그 말에 강지유는 분노가 순식간에 치밀어올랐고 눈을 번쩍 뜨며 그때부터 고함을 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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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강지유는 문채아를 완전히 밟아버릴 계획을 세우면서 고개를 들어 곁에 있는 박도윤을 바라보았다.사실 그녀도 이번만큼은 박도윤이 실망하고 이만 헤어지자고 할 줄 알았다. 강의준도 결국에는 아무 말도 없이 병실을 나가버렸으니까. 하지만 박도윤은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역시 도윤이한테는 나밖에 없어!’박도윤은 강지유의 애정 어린 눈길을 자연스럽게 피한 후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간호사를 불렀다.그러고는 안정제를 맞고 다시금 잠이 든 강지유를 한번 확인하고는 곧바로 병실에서 나왔다.복도로 나와보니 비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비서는 박도윤의 곁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건넸다.“양현주 씨에게도 방금 안정제를 주사하도록 지시해 뒀습니다. 당분간은 계속 이렇게 약물을 써서 두 분을 병원에 가둬놓을까요?”비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주연우의 전시회까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전시회 날, 문채아는 M의 유명세를 빌려 좋든 나쁘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텐데 그런 상황에 강지유와 양현주까지 끼어들면 상황이 더 복잡하고 안 좋아지게 될 테니까.박도윤은 바로 답해 주는 것이 아닌 조금 어두워진 얼굴로 입을 꾹 닫고 있다가 5분 정도 지난 뒤에야 비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잘못한 건가?”“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비서가 사실 박도윤이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대충 눈치채고 있었지만 바로 답하기는 뭣해 이해하지 못한 척 일단 얼버무렸다.하지만 박도윤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싶지 않은 듯 힘없는 얼굴로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채아 말이야. 나는 내 방식대로 계속 지켜주고 있었는데 채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더라고.”박도윤은 문채아를 진심으로 사랑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13년 전에 문채아에게 첫눈에 반한 건 강재혁뿐만이 아니었다.박도윤은 문채아가 문영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집 문턱을 넘은 그 순간부터 그녀에게 신을 빼앗겼고 자신의 모든 걸 다 주고 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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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비서는 한 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던 사람이라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문채아의 말대로 박도윤이 이제껏 그녀를 지켜준다고 해온 것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존엄을 짓밟고 많은 상처와 괴로움을 안겨준 행동이라고 말이다.만약 박도윤이 처음부터 문채아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했다면 어쩌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걷잡을 수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박도윤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채아에게 한마디 말도 해주지 않았고 늘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면서 입을 닫았다.그리고 그사이, 문채아는 상처 때문에 허덕이다 진정한 행복을 찾아버렸고 그렇게 박도윤은 완전히 늦어버리게 되었다.비서도 같은 남자였기에 박도윤이 문채아와 연애하는 걸 공개하지 않은 것에는 문채아를 지켜주기 위한 마음이 있는 한편 사실은 겁쟁이라 그 문제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즉, 한마디로 박도윤은 박진성과의 정면충돌이 아닌 문채아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걸 택했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만약 강재혁이었다면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실제로 강재혁은 문채아를 자신의 곁에 두는 것에 그 어떤 사람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결혼하고 나서 반대의 목소리도 자주 들렸지만 그는 철저하게 무시한 채 자신과 문채아의 행복만을 좇았다.그런 남자이기에 문채아도 지금껏 강재혁 때문에 속상했던 적도 없고 서러움의 눈물도 흘린 적이 없는 것이다.비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매우 많았지만 결국에는 속마음을 꾹 누른 채 위로의 말만 건넸다.“대표님,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원래 인생이라는 게 원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은 힘들어도 다시 괜찮아질 겁니다.”“그래, 아직 다 끝난 것도 아닌데 너무 일찍 희망을 놓아버리면 안 되지.”박도윤은 비서의 말에 힘을 얻은 듯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강재혁과 문채아는 이제 막 마음이 통한 것뿐이잖아. 그러니 깊은 감정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기회가 있어!”‘채아의 마음에 내가 아닌 강재혁이 자리 잡았지만 상관없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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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박진성은 박도윤의 아버지이자 박씨 가문에서 제일 권위가 높은 사람이다. 즉, 그 말은 가문 내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 그가 모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박진성은 문채아가 박씨 가문의 일원이 되고 얼마 안 된 시점부터 박도윤이 문채아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문영란은 박도윤의 그런 행동이 그저 그가 착하고 다정한 아이라 잘해준 거라고 생각했지만 박진성은 박도윤의 아버지이기에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박도윤은 주먹을 꽉 말아쥐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벗었던 안경도 다시 썼다.“지유 혼자 병실에 있는 거 걱정되니까 다시 들어가 볼게요.”“잘 잘 수 있도록 안정제까지 투여해 놓고 뭐가 걱정이야?”박진성이 박도윤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이제는 지유를 사랑하는 척, 아끼는 척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정말 그 애를 사랑했다면 유치장에 사람을 보내 일부러 그 애의 자궁이 파열될 정도로 때려 임신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겠지.”강지유를 포함한 모두가 다 강지유의 행패로 우연히 싸움이 일어 그렇게 된 것인 줄 알지만 사실은 박도윤이 계획한 일이었다.박도윤은 처음부터 강지유를 온전한 상태로 유치장에서 나오게 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우습게도 강지유는 박도윤이 그런 짓을 지시한 건 줄도 모르고 오직 박도윤만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박도윤은 아무 말 없이 박진성을 가만히 바라보다 한참 뒤에야 더 이상 척할 이유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저를 계속 지켜보고 계셨던 거예요?”“그래, 네가 한 일 중에 내가 모르는 일은 없다. 네가 지유를 사랑하는 척하고 공개 연애까지 한 게 다 내가 더 이상 채아를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해서 그런 거라는 것도 말이다. 나는 다 알고도 너를 가만히 내버려뒀어. 네가 지유를 위해 채아에게 상처 주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지켜봤지. 아무리 내 아들이라지만 나조차도 혀를 내두를 때가 많더구나.”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행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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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박도윤은 박진성을 빤히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아셨잖아요.”“아무것도 안 할 거야.”박진성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도윤아, 내가 오늘 모른 척하지 않고 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너를 어떻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야. 그저 네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내 지시를 더 잘 따라주길 바랐기 때문이야.”“네가 그간 해정 그룹을 위해 밤낮 할 거 없이 열심히 일한 게 다 강재혁처럼 자기 아버지한테 반항할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는 거 알아. 하지만 도윤아, 너는 그렇게 되지 못할 거야.”박진성은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박도윤 앞으로 다가갔다.“네가 내 아들로 태어난 이상, 너는 내 말을 거역할 수 없어. 물론 내가 이루고 싶은 걸 다 이루게 되면 그때는 자비를 베풀어 너를 풀어줄지도 모르지.”박진성은 원하는 걸 얻기 전까지 박도윤을 놓아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박도윤은 그 말에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애꿎은 주먹만 더 세게 쥐었다.“뭘 이루고 싶은 건데요?”“곧 알게 될 거야.”박진성은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머지않아 많은 것들이 결론 나게 될 거다.”박도윤은 이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문채아는 강재혁이 출근한 후 전시회장 세팅을 확인하기 위해 곧장 주연우를 찾아갔다.전에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당당하게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와 주연우를 찾았던 그녀였지만 M의 유명세를 이용하려 한다는 얘기가 도는 바람에 괜한 소란을 일으키는 꼴이 될까 봐 몰래 주연우의 사무실로 들어왔다.그 모습을 보며 주연우는 깔깔 웃어댔다. 그리고 강지유의 일을 듣고는 아예 머리를 뒤로 젖히며 1분 내리 폭소했다.“강지유 그 미친년이 기어이 자기 손으로 자기 인생을 꼬았네. 아, 이런 꿀잼 얘기는 바로바로 사람들한테 얘기해줘야 하는데. 네 남편이 강씨 가문 일원이라 참았다, 내가.”“강지유 얘기를 사람들에게 알릴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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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문채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껏 올라갔던 주연우의 입꼬리가 순식간에 아래로 내려갔다.고개를 돌려보니 정말 이무현이 전시회장 문을 열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하지만 주연우는 이무현이 자신을 찾아온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문채아의 손을 잡고 뒤로 한걸음 물러선 후 오른쪽을 가리키며 방 안으로 들어오려는 이무현을 향해 말했다.“연다정 씨는 B홀에 있으니까 들어오지 말고 오른쪽으로 꺾어.”연다정은 이무현이 그렇게도 좋아했던 첫사랑이었기에 주연우는 당연히 그가 연다정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감시 목적으로 온 거라고 생각했다.이무현은 주연우의 말에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더니 기어코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서는 주연우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연다정 찾으러 온 거 아니야. 너 찾으러 온 거야.”이무현은 지난번처럼 주연우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후 쫓겨나지 않게 강재혁으로부터 경호원 몇 명을 빌려 일단 스태프들 제압부터 했다.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주연우와 얘기를 꼭 나눠야 했으니까.사실 전부터 줄곧 주연우와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연다정의 일로 주연우에게 피해를 준 게 미안해 죄책감이 들기도 했고 또 지난번에 주연우가 눈을 부릅뜨며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엉덩이를 걷어차며 쫓아내 남자의 자존심을 짓뭉개버렸기에 계속 뚱한 얼굴로 찾아오는 것을 미뤘다.그런데 며칠 전, 강재혁이 갑자기 그의 사무실로 찾아와 단번에 그를 의자에서 일으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이무현, 네 형 귀국한 거 너도 알지? 주연우와 제대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네가 먼저 주연우 놓아줘. 네 특기잖아. 겁쟁이처럼 아닌 척하고 뭐든 마음속에 숨기는 거.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더 이상 숨기지 말고 네 마음을 고백해. 십여 년이나 몰래 짝사랑했던 그 마음을 주연우한테 전부 다 고백하라고. 만약 내가 너였으면 이무진이 기회라고 느낄 틈도 없이 주연우를 곁에 꼭 묶어뒀을 거야.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망설이다가 네 형한테 주연우를 빼앗기면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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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주연우는 복구 작업을 마친 후 빨개진 이무현의 볼을 톡하고 건드리며 다정한 얼굴로 위로를 건넸다.“걱정하지 마. 무진이한테는 내가 대신 말해줄 테니까.”주연우는 이무현의 볼이 빨개진 것이 혼날까 봐 두려워서라고 생각한 듯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언뜻언뜻 풍기는 그녀의 향기가 너무나도 향기로웠기 때문이었다.심장이 이렇게 뛰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세게 뛰었던 날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연우가 이무진의 여자 친구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버린 날이기도 했다.주연우가 그릇을 복구해 놓기는 했지만 처음 상태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기에 이무현은 이무진이 크게 화낼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무진은 화를 내지 않은 건 물론이고 배시시 웃는 주연우의 어깨에 손을 두르며 그녀의 머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만져주었다.그리고 주연우는 그런 이무진의 스킨십을 피하는 법 없이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이무현이 보고 있는 앞에서 이무진과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그 모습에 이무현의 빨개진 얼굴은 어느새 하얗게 변해버렸다.하지만 그저 친한 사이끼리 하는 스킨십일 수도 있으니 이무현은 확인차 이무진에게 주연우와 무슨 사이냐고 물었다.이에 이무진은 미소를 지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연우는 내 여자 친구야. 머지않아 네 형수님이 될 사람이고.”원래부터 자식들이 태어나면 혼인시키기로 했었고 이무진과 주연우는 나이 차이도 적당하고 또 서로 친했기에 결혼 약속은 금방 체결되었다.그리고 이무현은 첫사랑을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불꽃이 팍 식어버리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만약 두 가문 사이에 약속된 혼인이 없고 이무진과 주연우가 단순한 친구 사이였으면 얼마든지 주연우를 좋아하고 그녀를 여자 친구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두 사람은 친한 사이이자 연인이었으니까.아무리 여자가 좋아도 친형의 여자를 빼앗는 파렴치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감정이라는 게 접는다고 쉽게 접어지는 것이 아니었다.이무현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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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무슨 일로 날 찾아왔는데?”주연우는 이무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기에 미간부터 찌푸렸다.지난 3년간, 이무현이 먼저 찾아왔을 때는 대개 안 좋은 일이 생겼거나 안 좋은 일이 벌어질 예정이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까.이무현은 주연우의 태도에 습관처럼 틱틱대려다가 간신히 정신줄을 잡았다.“나는 너 찾아오면 안 돼? 아니, 이게 아니고... 그러니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어.”“그래?”주연우는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했다.“말해.”“그전에 문채아 씨 좀 내보내면 안 돼?”“안 돼. 왜 채아를 내보내려고 해? 채아는 내 친구야. 우리 사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채아인데 채아가 들어서는 안 될 말이 뭐가 있다고 그래?”“...”이무현은 주연우의 태도에 결국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사실 그도 몇 번이나 주연우와 평온한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매번 주연우가 세게 나오는 바람에 자꾸 대화가 언쟁이 되었고 그렇게 결국 목소리까지 높아졌다.문채아는 어쩐지 방해꾼이 된 것 같은 느낌에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그런데 두 걸음도 채 못 가 주연우에게 잡혀버렸고 주연우는 문채아의 팔을 꽉 잡은 채 이무현을 향해 말했다.“꾸물거리지 말고 할 얘기 있으면 빨리해. 나 시간 없어. 아니면 입 닫고 다시 나가던가.”“좋아. 그 말 후회하지 마. 네가 하라고 한 거니까!”이무현은 빨개진 얼굴로 주연우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번 했다.“주연우, 사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뭐야, 셋이 같이 있었네?”그런데 그때, 갑자기 웬 남자 목소리가 이무현의 말을 잘라버렸다.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휠체어에 앉은 이무진이 있었다. 이무진은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몰랐다는 듯한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지난번에는 늦은 시간에 약속을 잡은 바람에 제대로 얘기도 못 하고 헤어졌잖아. 오늘은 날씨도 좋고 아직 해도 떨어지기 전이라 채아까지 불러서 또 셋이서 같이 식사할까 했는데 무현이도 있었네?”“그럼 기왕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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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이무현과 주연우는 늘 이렇게 만나기만 하면 싸워댔지만 오늘은 유독 말에 날이 서 있었다.이무진도 그걸 느꼈는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이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말을 잘못했네. 다정이도 여기 있다고 들어서 그저 오랜만에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고 싶었던 것뿐인데... 미안하다. 그보다 아까 내가 들어오기 전에 연우한테 뭐 말하려고 하지 않았어? 계속 말해.”“됐어.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이무현이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답했다.문채아까지는 어떻게든 용기를 내 지난 몇 년간 줄곧 품고 왔던 마음을 얘기할 수 있었지만 관객이 이무진까지 늘어버린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이무진에게 따로 불려 가 주연우와 적정 거리를 지키라는 말을 당시 두 번이나 들었으니까. 그러니 이무진 앞에서 찌질하게 그때 일을 꺼내며 주연우에게 고백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이무현은 그냥 입을 꾹 닫은 채 씩씩거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두 걸음 정도 내디뎠을 때 뭔가가 떠오른 듯 다시 돌아와 이무진을 향해 외쳤다.“형이 주연우랑 친했던 건 알지만 주연우는 지금 내 와이프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따로 약속을 잡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형도 이제는 마냥 어리지만은 않으니까 선을 보든지 소개팅하든지 해서 하루빨리 결혼해!”이무현은 식사 자리에 문채아도 있었다는 걸 잊기라도 한 건지 꼭 이무진이 주연우와 단둘이 식사한 것처럼 말했다....결국, 식사 얘기는 자연스럽게 들어갔고 문채아는 주연우의 곁에 있어 주다가 그녀의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에야 집으로 돌아갔다.현관문을 열고 안을 둘러보니 퇴근하고 돌아온 강재혁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문채아는 종종걸음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품에 와락 안기고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얘기해주었다.“이무현 씨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요? 재혁 씨는 알아요? 이무현 씨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몰라.”강재혁은 조금 뜸을 들이다가 결국에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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