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침 안 드셨죠? 이거 제가 방금 산 두유라 따뜻해요.”송하나는 웃으며 밀어냈다.“먹었어요. 효민 씨 드세요.”그녀는 책상 위를 쭉 훑더니 말투가 금세 업무 모드로 바뀌었다.“며칠간 실험 데이터 정리 다 됐나요?”“벌써 다 정리했어요!”임효민이 자료를 가지러 가려는 참인데 휴대폰이 딩동 울렸다.그녀는 화면을 내려다보더니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왜 그래요?”송하나도 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무슨 일 있어요?”“아, 아니에요, 아무것도!”임효민은 황급히 화면을 끄고, 허둥지둥 자료철을 뒤적였다. 그녀는 어느덧 목소리까지 파르르 떨렸다.“그, 마지막 페이지 한 장만 인쇄하면 되는데, 금방 끝낼게요!”송하나는 허둥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눈가에 의혹이 스쳐 지나갔다.대체 왜 이러는 걸까?하루 종일 임효민은 마치 넋을 잃은 듯했다.실험할 때 라벨을 삐뚤빼뚤하게 세 번이나 뒤집어 붙이고, 점심 식사 때도 실수로 식판을 잘못 가져왔다.송하나는 그 모습을 낱낱이 지켜보다가 퇴근 무렵에 임효민을 불러 세웠다.“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혹시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언제든 말해요.”임효민은 옷깃을 움켜쥐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언니. 저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요. 언니 덕분에 배울 것도 많고, 전혀 힘들지 않아요.”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목소리를 낮췄다.“그냥... 사적인 문제가 아직 다 해결되지 않아서요.”송하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요.”임효민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퇴근 무렵, 임효민은 여전히 컴퓨터 앞에서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방금 차 불렀는데 같은 방향이면 태워줄까요?”송하나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들고 손사래를 쳤다.“아니요, 괜찮아요. 언니 먼저 가세요. 저는 마무리할 일이 좀 남아서 다 끝내고 갈게요.”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감히 송하나와 눈도 마주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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