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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 빛나리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198 챕터

제111화

다음날.송하나가 회사에 나왔을 때 임효민은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이마에 빨갛게 부은 자국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이마가 왜 그래요?”송하나는 가까이 다가가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이에 임효민이 시선을 피하더니 무심코 앞머리로 이마를 가렸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언니. 어젯밤에 일어나다가 실수로 문틀에 부딪혔어요.”송하나는 서랍에서 연고를 하나 꺼냈다.“이거 붓기 가라앉히는 데 효과 좋으니까 꼭 발라요.”연고를 건네받는 임효민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고마워요, 하나 언니...”이때 서유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심하 그룹과의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된 걸 축하하는 의미로 금요일 밤에 회식 한번 합시다. 모두들 제시간에 참석해 주세요.”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무실 안은 즉시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서유준의 시선은 송하나의 얼굴에 머물렀다.“하나야, 이번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된 건 네 공이 가장 커.”송하나가 가볍게 웃었다.“다 같이 노력한 결과죠.”시간이 흘러 어느새 금요일이 되었다.퇴근까지 한 시간이 남았을 무렵, 임효민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열어 보니 송태리한테서 온 문자였다.[이제 마지막 날이야. 결정했어?]임효민은 화면을 노려보았다.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한 글자를 입력했다.[네.]그녀에게는 엄마 말고 다른 가족이 없다.엄마가 충격받는 걸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문자를 전송한 순간, 온몸에 기운이 쫙 빠져버렸다.임효민은 심호흡하고 송하나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책상 위의 빈 컵을 들더니 의도적인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하나 언니, 제가 커피 한 잔 더 타드릴게요.”“땡큐.”송하나는 한창 데이터를 확인하느라 그녀의 달라진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한편 탕비실에 간 임효민은 손이 너무 떨려 커피잔을 제대로 잡기도 어려웠다.그녀는 겨우 흰색 가루 봉지를 뜯어서 컵에 쏟으려다가 대뜸 동작을 멈췄다.머릿속에 문득 송하나가 자신을 얼마나 잘 챙겨줬던지 일련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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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이에 송하나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요. 그냥 효민이로 할게요. 전에는 열심히 잘해왔어요. 다만 요 며칠 상태가 좀 안 좋긴 하더라고요.”“집에 무슨 일 생겼나 봐요. 적절한 시기에 한 번 물어보고 정 안 되겠다 싶으면 휴가라도 내줘야겠어요.”서유준은 그녀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그래, 네가 잘 살펴봐.”저녁.현진 바이오테크 직원들이 한 고급 식당에서 회식하고 있었다.서유준은 일행들에게 둘러싸여 술을 한 잔, 두 잔 마셔댔다.이때 임효민이 술잔을 들고 송하나에게 다가왔다.“하나 언니, 제가 술 한 잔 올려도 될까요? 그동안 많이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그녀는 뺨이 붉게 물든 채 고개를 젖히고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송하나도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효민 씨도 재능이 뛰어나니 앞으로는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겁니다.”회식이 한창 진행되던 중, 송하나는 갑자기 열이 오르는지 얼굴이 화끈거렸다.꼭 마치 발바닥부터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는 것 같았고 머리까지 어질어질했다.그녀는 무심코 옷깃을 잡아당겼다.이때 서유준이 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에 시선을 고정했다.“왜 그래, 하나야? 어디 불편해?”송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술을 너무 빨리 마셨나 봐요. 머리가 좀 어지럽네요.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요.”그녀는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싶었다.“나도 같이 가.”서유준이 재빨리 그녀를 따라나섰다.송하나는 테이블 가장자리를 붙잡고 정신을 차리려 했다.“아니, 괜찮아요. 금방 돌아올게요.”걸음걸이는 멀쩡해 보여도 손바닥에 이미 얇은 땀이 배어 나왔다.복도로 나오자 열기가 사지로 퍼져나갔고, 머리도 더욱 어질거렸다.그녀는 벽을 짚으며 걸어갔다.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점점 강렬해졌다.술을 반 잔밖에 안 마셨는데 왜 이렇게 반응이 심한 걸까?화장실의 찬물로 얼굴을 씻었더니 아주 잠깐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그녀는 거울 속 제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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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송하나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요. 여기 너무 더워...”타는 듯한 숨결이 그의 가슴팍에 쏟아졌다. 심성빈은 온몸의 피가 이 순간 굳어버릴 것만 같더니 곧이어 또 미친 듯이 심장으로 몰려들었다.이성은 그녀에게 흑심을 품어선 안 된다고 계속 되뇌고 있었다.이제 막 그녀를 밀어내려다가 불타는 듯한 어깨에 손이 닿았다. 심성빈은 마지못해 손에 힘을 뺐다.아무런 경계심 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심성빈은 마음속 깊이 억눌렀던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거의 통제력을 잃을 듯이 빨개진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을 때...“헐, 대박! 두 사람 지금 뭐 하냐?”최로운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지며 찬물을 끼얹은 듯 심성빈을 깨웠다.그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가까운 곳에 서서 충격에 찬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는 최로운을 발견했다.심성빈은 재빨리 손을 놓았지만, 송하나가 넘어질까 봐 그녀를 반쯤 부축한 채로 있었다.“얘가 이상해. 누가 약을 탄 것 같아.”“뭐?”최로운이 재빨리 달려왔다. 그녀의 흐릿해진 눈빛과 불그스름한 두 볼을 보자 순식간에 무언가 깨달은 모습이었다.“그래도 너 이러는 건... 송하나 아직 이강우 와이프야. 너 진짜 얘랑 무슨 일 있었더라면 나중에 강우한텐 뭐라고 설명할 건데? 몇십 년 쌓아온 우정이 여자 하나 때문에 서로 등질 순 없잖아!”심성빈은 눈빛이 짙어지고 마침내 이성을 되찾았다.“내 생각엔 일단 강우한테 알려야 해. 걔가 어떻게 처리할지 봐야지.”최로운이 이강우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송하나는 이미 약효에 시달리며 옷을 벗기 시작했고, 숨결도 점점 더 거칠어졌다.서서히 통제를 잃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심성빈은 미간을 잔뜩 구겼다.그는 당장에서 단호하게 결정했다.“시간 없어. 내가 일단 병원으로 데려갈게!”“그럼 강우 쪽은?”“나중에 다시 설명할 거야.”최로운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심성빈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병원으로 향했다.송하나는 무심코 그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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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서유준은 복도를 따라 급하게 화장실로 향했다.일단 가볍게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하나야?”다시 한번 불러봐도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서유준은 불길한 예감이 마구 엄습해왔다.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화장실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싸늘한 정적만 흘렀다.“어디 갔지?”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당장 송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통화 연결음만 차갑게 들려올 뿐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았다.병원으로 가는 길.심성빈의 차가 세 번째 교차로를 막 돌았을 때, 조수석에서 나직이 괴로워하는 신음이 들려왔다.곁눈질로 힐끗 보고는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꽉 조여들었다.약효가 송하나의 의식을 완전히 집어삼켰다.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길고 가는 속눈썹이 불안하게 떨렸다.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두 손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셔츠 깃을 잡아 뜯고 있었다.단추 두 개가 떨어져 나가며, 쇄골 부근의 매혹적이면서도 눈에 띄는 붉은 자국이 훤히 드러났다.새하얀 피부가 드러나자 심성빈은 숨을 들이켜며 황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꾹 짓눌렀다.“하나 씨.”그의 목울대가 격렬하게 움직였다.심성빈은 애써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조금만 참아요. 병원 다 왔어요!”28년 인생에 지금처럼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는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더 이상 송하나를 쳐다볼 엄두가 안 났다. 자신이 이성을 잃을까 봐, 걷잡을 수 없이 미쳐버릴까 봐...차가 다음 교차로를 급격히 돌던 순간,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예고도 없이 정면으로 돌진했다.심성빈은 두 눈이 아찔거리며 재빨리 핸들을 꺾었다.쾅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차가 서로 피하지 못하고 세게 부딪혀버렸다.이강우는 무거운 표정으로 차 문을 열었다.그는 일단 눈썹을 찌푸리며 범퍼의 긁힌 자국을 보았다.짜증스럽게 고개를 들어 사고 차량을 바라보았는데 뜻밖에도 심성빈의 차였다.이강우는 다시 눈썹을 치켜올렸다.“뭐야? 술 마셨냐? 운전을 왜 이딴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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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송하나는 침대에 웅크린 채, 온몸의 살갗이 비정상적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그녀의 입술 사이로 마구 새어 나왔고 마치 갈고리처럼 심장을 긁어댔다.그녀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게 분명했다. 온몸이 격렬하게 떨렸으니까.이강우는 찬물에 수건을 적셔서 불같이 뜨거운 그녀의 이마와 목덜미를 닦아주려 했다.하지만 이까짓 차가움은 가뭄의 단비처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통스럽게 발버둥 치는 송하나의 모습을 보자, 이강우는 문득 의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순간 강렬한 충동이 그의 가슴을 휘저었다.이강우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셔츠 단추를 풀어서 탄탄한 가슴을 드러냈다.그는 몸을 숙여 자신의 차가운 체온으로 그녀의 뜨거움을 중화시키려 했다.이제 곧 따뜻한 입술이 닿으려던 찰나, 굳게 닫혀 있던 송하나의 속눈썹이 격렬하게 떨렸다.그녀는 힘겹게 눈을 뜨고 흐리멍덩한 채 눈앞에 확대된 이강우의 윤곽을 보았다.“안 돼요...”송하나는 본능적으로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어냈다.순간 이강우의 동작이 굳어졌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다른 방법이 없대...”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을 애써 설명하려고 했으나 송하나의 행동으로 인해 끊어지고 말았다.그녀는 대체 어디서인지 작은 칼을 꺼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팔을 찔렀다.순식간에 피가 솟구쳐 올라 침대 시트를 붉게 물들였다.극심한 통증에 송하나는 몸이 떨렸고, 눈빛도 이제 조금 이성을 되찾았다.“괜찮아요, 이 대표님...”그녀는 목소리가 떨렸지만 한 글자씩 또박또박하게 말했다.“저 혼자... 버텨낼 수 있어요.”이강우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심장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꽉 잡혀버린 것만 같았다.“너 미쳤어?”그는 잽싸게 칼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지고 피가 철철 흐르는 송하나의 팔을 꽉 잡았다.“네 몸을 해치면서까지, 내가 다가오는 게 싫다는 거야?”송하나는 가냘프게 숨을 몰아쉬며 분노로 가득 찬 그의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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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알았어요.”이강우는 짜증스럽게 손을 휘저었다.“나가봐요.”병실에는 마침내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송하나는 침대에 웅크린 채,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약효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강우는 말없이 의자 하나를 끌어다 그녀와 가까운 곳에 앉았다.고통에 시달리며 무심코 이불을 움켜쥐는 그녀, 아랫입술을 깨물어서 피까지 흘리고 있지만 끝내 이강우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놀라운 의지력은 마치 무딘 칼날처럼 이강우의 신경을 반복해서 긁었다.이 밤은 두 사람 모두에게 길고 긴 시간이었다.송하나는 극심한 고통과 약효의 이중고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새벽까지 버텨냈다.그녀의 뜨거운 체온은 마침내 식어가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떨림도 점차 잦아들며, 극히 불안정한 졸음에 빠져들었다.이강우 역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가슴은 마치 커다란 돌덩이에 막힌 듯 무겁게 가라앉았다.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진 송하나를 보며 호흡이 비교적 고르게 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섰다.문을 닫자마자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그의 비서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전화를 받은 이강우는 꼬박 밤을 지새운 탓에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말해.”그가 전화기 너머의 업무 보고에 집중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갑자기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우 씨? 여기서 뭐 해요?”이강우가 고개를 돌리자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송태리가 몹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제 막 병원에 출근하러 온 모양이다.“별거 아니야. 지나가는 길이었어.”이강우는 대충 핑계를 둘러댔고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왔다.턱에 삐죽삐죽 돋아난 수염과 구겨진 셔츠를 보며 어딘가 수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남자의 팔짱을 꼈다.“아직 식사 안 했죠? 내가 일부러...”이때 이강우가 고개를 숙이고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바로 가봐야 해.”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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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휴대폰 화면에는 서유준의 부재중 전화가 빼곡히 떠 있었다.송하나는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그녀는 심호흡하고 전화를 걸어보았다.통화가 곧장 연결되고 서유준의 착잡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나야, 지금 어디야? 괜찮은 거 맞아?”병실까지 전해지는 간절함과 초조함이었다.“선배...”송하나는 기운이 쫙 빠진 채 잠긴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죄송해요, 많이 걱정하셨죠? 어젯밤에 술을 좀 많이 마셨더니 몸이 안 좋아서 일찍 돌아와 잤어요.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해놔서 못 들었어요...”“진짜 괜찮은 거 맞아? 지금 집이야? 목소리가 왜...”서유준은 전혀 안 믿는 눈치였다.“진짜 괜찮아요.”송하나는 이를 악물고 씩씩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머리가 아직 어지러운데 좀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죄송해요. 저 한참 찾으셨겠네요?”그녀는 또다시 서유준을 몇 마디 더 안심시킨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휴대폰 화면에 그녀의 창백하고 쇠약한 얼굴이 비쳤다.어젯밤의 실수를 떠올리니...이는 절대 반 잔의 술 때문이 아니었다.분명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기억이 문득 임효민의 긴장되고 망설이던 얼굴에 멈춰 섰다.그때 서유준도 임효민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말해줬는데...설마 임효민이?오후.기력을 조금 회복한 송하나는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병원을 나서서 곧장 회사로 향했다.“하... 하나 언니?”그녀를 본 임효민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어떻게 오셨어요? 어제 많이 불편해서 일찍 가신 거로 아는데... 괘, 괜찮은 거 맞으시죠?”임효민의 목소리에 명백한 긴장감과 시험하는 듯한 기색이 묻어났다.송하나는 걸음을 멈추고, 차분한 시선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 지금 엄청 찔린다고 얼굴에 써놓은 것만 같았다.지나치게 의도적인 걱정과 흔들리는 눈빛은 거의 자백이나 다름없었다.“네, 괜찮아졌어요.”송하나의 담담한 목소리에 어떠한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그럼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에요.”임효민이 말하면서 도망치듯 떠나려 했다.“임효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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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지금 바로 인사팀에 사직서 내고 회사 나갈게요... 앞으론 절대 언니 앞에서 얼씬거리지 않을 테니 제발 경찰에 신고만 하지 말아주세요...”임효민이 비굴하게 애원했다.송하나는 통곡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눈가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임효민도 잘못이 있겠지만 결국 그녀도 송태리의 학폭 피해자였다.송하나는 말투를 누그러뜨렸지만, 시선은 여전히 엄숙했다.“효민 씨, 운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요. 효민 씨가 저지른 일 때문에 하마터면 나를 망칠 뻔했고, 또 효민 씨 자신도 망칠 뻔했어요.”“저는 진짜 천벌 받아야 해요. 죽어 마땅해요 이제!”임효민이 통곡하며 무심코 이 말만 반복했다.“사표 내고 신고하는 건 배후의 지시자를 너무 쉽게 풀어주는 꼴이 돼요. 효민 씨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왜 이번 일을 서 대표님께 알리지 않았는지 알아요? 효민 씨한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나랑 손잡을래요? 우리 함께 송태리 본모습을 까발리는 건 어때요?”임효민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송하나를 올려다보았다.곧이어 더욱 짙은 공포가 그녀를 휘감았다.임효민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목소리가 정처 없이 떨렸다.“안 돼요, 언니... 저는 그 선배한테 약점 잡혔어요. 게다가 그 선배 남친이 강현 갑부 이강우 대표님이라 우린 아예 상대가 안 돼요.”“뭐라고요? 그래서 아예 약점 잡힌 채로 계속 협박이나 당하며 살려고요? 효민 씨는 정말 그렇게 살고 싶어요? 다음번에 살인, 방화를 저지르라고 해도 달갑게 받아줄 건가요?”송하나의 질문은 차가운 채찍처럼 임효민의 심장을 후려쳤다.그녀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그럼 대체 뭘 망설이는데요?”거대한 심리적 압박 하에 임효민은 온몸이 격하게 떨렸다.두려움과 희미한 희망 사이에서 눈동자가 고통스럽게 흔들렸다.몇 초 후, 그녀는 마침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언니 말대로 할게요. 앞으로 언니랑 손잡고 언니 말만 따를게요!”문득 말하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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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그는 회사 일을 처리하고 곧장 달려왔다.송하나가 밤새 침대에 웅크린 채, 온몸이 약효로 붉게 달아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굴복하지 않으려 했던 모습은 가시처럼 그의 심장에 박혔다.담배꽁초를 비벼 끄고 알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병동으로 향했는데 병실 문을 열자, 안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송하나는 그림자도 안 보였다.“이 대표님?”지나가던 간호사가 그를 알아보고 물었다.“송하나 씨 보러 오셨어요? 그분은 오후에 퇴원하셨어요. 회사로 간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이강우는 알겠다고 답했다.자리를 떠나려다가 눈썹이 저절로 찌푸려졌다.회사로 간다고?그런 약을 억지로 견뎌내고 자해까지 하더니 오후엔 바로 퇴원이라고?서유준이 대체 월급을 얼마나 주길래 이렇게까지 목숨을 내 거는 걸까?이강우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짜증이 밀려왔지만 금세 억눌렀다.그래, 차라리 가버리는 게 훨씬 나았다. 괜히 눈앞에 있으면 더 심란해질 테니까.그는 차에 돌아가 핸들을 톡톡 두드렸다.어젯밤에 송하나에게 약을 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심성빈은 식당에서 그녀를 우연히 만났다고 했는데 그때 현진 바이오테크 사람들도 회식 중이었다.그렇다면 설마 서유준이?서유준 이름 석 자가 뇌리에 떠올랐으나 그는 곧장 부정했다.서유준은 송하나에게 분명 호감이 있다. 그런 그가 이렇게까지 비열한 수단을 쓸 리는 없다.그렇다면 회사 내부의 권모술수 때문에 누군가 그녀를 해치려 했던 것일까?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송태리가 가방을 들고 빠르게 걸어 나왔다.그녀는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강우 씨,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오래 기다리셨죠?”이강우는 그제야 사색에서 벗어났다.“방금 왔어. 저녁에 뭐 먹고 싶어?”송태리는 눈빛이 밝아지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성남에 새로 오픈한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는데 주방장이 미슐랭 3스타 출신이래요. 분위기도 좋고 맛도 일품이라 진작 가보고 싶었는데 예약이 안 잡혀서 여태껏 못 갔어요. 강우 씨, 우리 오늘 한번 먹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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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송태리는 대뜸 걸음을 멈췄다.뒤돌아서서 분노에 찬 익숙한 얼굴을 보았는데 눈가에 혐오감까지 스쳐 지나갔다.상대는 바로 차설아, 송하나의 오지랖 넓은 베프였다.누가 절친 아니랄까 봐 송하나랑 똑같이 얄미웠다.송태리는 안색이 확 차가워졌지만, 겉으론 여전히 우아함을 유지했다.“저기요, 말이 너무 거친 거 아니에요? 저희는 이미 다 예약했는데...”“뭐라고?”차설아는 마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팔짱을 끼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내가 여기서 한 시간 반이나 대기하고 있는데, 매니저가 그쪽 번호 부르는 거 전혀 못 들었거든. 예약한 자리가 어딘데? 새치기한 자리 말하는 거야?”송태리는 사람들 앞에서 들통나 얼굴이 굳어졌다.난처한 기운이 조금씩 차오르고 애원하는 눈길로 매니저를 바라봤다.“매니저님...”“저기요 손님, 이분은 이 대표님...”매니저가 이제 막 이강우를 내세워 압박하려 할 때, 차설아는 별안간 뭔가 생각난 듯 길게 소리를 늘였다.“아...”그녀는 날카로운 눈길로 송태리를 째려봤다.“어쩐지 대놓고 새치기하더라니. 이 대표가 빽이 되어준 거네.”차설아는 일부러 목청을 높이고 한 글자씩 귀에 때려 박았다.“내연녀 주제에 몰래 숨어서 기생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대놓고 횡포를 부리려고? 고작 남자 능력 이용해서 으스대고 싶었니? 송태리, 너 진짜 뻔뻔하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나도.”내연녀라는 수식어가 주홍글씨처럼 송태리의 가장 민감한 신경을 훅 찔러버렸다.그녀는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까지 파르르 떨렸다.“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누가 내연녀인데? 한 번만 더 멋대로 나불거리면 그땐 확!”“그럼? 아니야?”차설아가 냉소를 터트리더니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이강우 유부남이잖아. 와이프 송하나인 거 몰라? 넌 고작 남의 결혼생활에 끼어드는 내연녀 주제에 뭘 잘했다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다녀?”“내연녀는 시궁창에 조용히 짜져 있으세요. 염치라도 있어야지! 남의 남편 등골에 빨대 꽂고 여기서 거들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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