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221 - Chapter 230

310 Chapters

제221화

“오빠, 정말 사줄 거야? 진짜 나한테 주는 거야?”임지민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서정혁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거듭해서 확인을 받았다.지난 몇 년 동안 서정혁 곁에서 있으면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서정혁은 해마다 임지민을 위해 정교하고 값비싼 생일 선물을 준비해 줬다. 이 세상 여자들이라면 그중 한 개만 받아도 행복해할 만했지만 임지민은 모든 걸 혼자 누렸다.하지만 이번 비녀는 의미가 남달랐다.명나라 골동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귀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서정혁이 선물한 것들을 모두 합쳐도 이 비녀보다는 못했다.게다가 이 비녀가 황제와 황후가 혼례를 올릴 때 주고받은 물건이었기에 오늘 밤처럼 격식 있고 성대한 자리에서 서정혁이 임지민을 위해 낙찰해 준 것이 소문이 나면 외부에서는 분명 임지민이 서정혁의 여자라고 생각할 것이다.모두들 서정혁이 이 물건을 통해 임지민에게 고백한 것이며 이 세상에서 서정혁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여자가 임지민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내가 내뱉은 말 번복한 적 있어?”담담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 서정혁은 표정이 아주 냉정했다.“고마워. 정혁 오빠!”치솟아 오르는 기쁜 감정을 최대한 억누른 임지민은 살며시 휴대폰을 꺼내 박영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엄마, 오늘 정혁 오빠가 나한테 그 비녀 낙찰해 주겠데요!][정말이니? 우리 보배 딸! 서 대표가 널 정말 예뻐하고 아끼는구나! 엄마는 네가 너무 자랑스럽단다. 정말 너무 기뻐!][엄마가 아는 연예계 기자한테 연락해서 오늘 내보낼 기사 준비하라고 하세요. 오빠가 나한테 비녀 낙찰해 주면 바로 기사 내보낼 수 있게. 이번 생에 정혁 오빠의 진정한 사랑이 나라는 걸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게 해야죠! 오빠 사랑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도요!][그래, 착한 딸! 엄마가 너 키운 보람이 있구나, 생각도 깊네!]몇 초 후, 박영주가 한마디 더 했다.[지민아, 한 가지 알려줄 게 있어. 15분 후에 경매장 신호가 차단돼서 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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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시선을 아래로 내린 강시원은 상처를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에는 자조적인 미소가 희미하게 번졌다.아내와 아이를 인질로 잡는 것이 다른 남자들에게 잘 통하는 방법일지 모르지만 강시원은 그저 아내라는 명분만 있을 뿐 서정혁이 절대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납치범은 모르고 있었다. 진짜 돈을 얻으려면 임지민을 납치해야 했다.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 이 말을 할 수는 없었다.조금이라도 말이 허투루 나오면 납치범이 자극을 받아 강시원에게 흉기를 휘두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게다가 서정혁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하는 것이 강시원에게는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순간 마음속에 희망의 불씨가 다시 한번 살아나는 듯했다.서정혁이 비록 강시원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아직 호적상 부부였기에 자신의 체면과 명예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강시원을 구출할 방법을 강구할 것이며 결코 모르는 척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었다....한편 서정혁은 180억에 달하는 압도적인 가격으로 할머니가 마음에 들어 하던 송나라 여와 도자기를 낙찰받았다.무대 위에 있던 경매 대회 사회자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고 있었다. 객석의 하객들도 끊임없이 박수를 쳤다.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앉은 심지경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정말 이해가 안 가, 이렇게 무늬도 하나 없는 낡은 컵 두 개가 어떻게 이렇게 비쌀 수가 있지? 내가 낙찰받은 골동품 세 개를 합친 것보다 더 비싸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예전에 내가 너 보고 멍청하다고 했지, 내가 착각한 것 같아.”서정혁은 가늘고 긴 눈을 반쯤 감은 채 싫증 나는 듯한 눈빛으로 심지경을 흘겨보았다.“이제 보니 너는 멍청할 뿐만 아니라 눈도 멀었어.”심지경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내가 골동품으로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모를 수도 있지. 뭘 그리 섣불리 판단해!”“비 갠 뒤 맑게 갠 하늘빛, 이런 색깔이 장차 더 밝게 빛날 거예요.”임지민의 목소리가 청량한 바람처럼 남자의 귓속에 살며시 스며드는 듯했다.“이 세상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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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160억?”온 좌석이 술렁였다.이 입찰가는 물건 자체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설사 그것이 명나라 궁에서 제작한 문화재라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터무니없을 수는 없었다.경매장 밖의 큰손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감히 서정 그룹과 맞서려는 것일까!“하, 좀 재미있어지네.”심지경은 희롱하듯 입꼬리를 올리며 냉혹하면서도 잘생긴 서정혁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정혁아, 만약 내가 너라면... 이 물건을 손에 넣어서 부숴버릴지언정 절대로 저 자식한테 넘기지 않을 거야.”임지민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남자를 응시하며 조용히 말했다.“정혁 오빠, 그만해... 160억 원도 이미 충분히 비싸. 게다가 비취 가치를 훨씬 웃도는 가격이야. 나 때문에 헛돈 쓰는 거 보고 싶지 않아.”심지경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어머, 우리 지민이가 자기 오빠 돈도 아껴주네, 참 알뜰하고 현명한 여자야.”입술을 달싹이며 고개를 숙인 임지민은 수줍은 듯 볼에 연분홍빛이 스며들었다.“네게 주겠다고 했으니 약속 지켜야지.”눈에 승리를 확신하는 날카로운 빛이 스친 서정혁은 우아하게 번호판을 들었다.“180억!”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와우!”역시 경시 최고 재벌가답게 뭘 해도 남들보다 한 수 위였다.경매사는 입이 귀에 걸릴 듯이 웃으며 서정혁의 담담하고 여유로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서정혁 씨가 180억 부르셨습니다. 더 부를 사람 있습니까?”오늘 밤 180억은 단일 경매품 입찰가로 최고가였다. 좌석에 있는 사람들은 이 가격에 의문을 품는 것이 아니라 굳이 180억씩이나 주고 제왕록도 아닌 비녀 하나를 사야 하는 것이 의아할 뿐이었다.“오빠, 정말 고마워.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 주다니...”임지민이 애정 어린 눈빛으로 봤지만 서정혁은 얼굴에 희미하면서도 냉소적인 빛만 감돌았다.여자에게서 숭배를 받아 만족한 것이라고는 일도 없이 오직 경쟁자를 완전히 압도하려는 승부욕만이 가득했다.경매장 밖에 있는 ‘큰손’이 침묵을 하자 경매사는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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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아빠, 나 진짜로 고민해 봤는데 이 세상에 시원 이모 말고는 다른 그 어떤 아줌마도 아빠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배다울은 키 크고 잘생긴 배기훈을 깊이 바라보며 맑고 큰 눈을 깜빡였다.“시원 이모는 내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똑똑한 여자예요. 아빠한테 절대 뒤지지 않아요.”배기훈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아, 그래?”“아빠가 시원 이모랑 결혼하면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분명 천재일 거예요! 아마 서도훈보다도 더 똑똑할 거예요!”“다울아, 하나는 꼭 기억해야 해. 똑똑한 것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야. 착함, 정직함,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단다.”남자는 복숭아꽃 같은 눈으로 배다울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큰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다정하게 당부했다.“알겠지?”배다울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게다가 아빠는 서도훈이 그렇게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무심한 듯 입을 연 배기훈은 눈에 희롱하는 빛이 감돌았다.“걔는 아빠를 더 많이 닮았어.”“대표님.”황근우가 휴대폰을 들고 걸어왔다.“대표님이 말씀하신 입찰 가격 이미 전달했습니다.”아들을 무릎 위에 앉힌 배기훈은 녀석을 살짝 올렸다 내렸다 하며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서정혁이 더 올렸어?”“올렸어요. 꽤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습니다.”황근우는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을 띠며 남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외부에 이미 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서정혁이 끈질기게 매달리는 이유는 그 비녀가 내연녀가 마음에 들어 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낙찰하고 말겠다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아마 끝까지 배짱을 부리며 맞설 모양입니다.”“오? 꽤 우연이네, 그 비녀 나도 마음에 들었는데.”배기훈이 웃을 듯 말 듯 하며 말했다.“더 올려봐, 어디까지 맞설지 두고 보자고. 때가 되면...”그러면서 경매에서 무제한으로 가격을 올리겠다는 듯한 손짓을 해 보였다.이것은 사겠다는 결심하에 가격 제한 없이 모든 자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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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으윽!!”그런데 이 한 방에 강시원은 공교롭게도 아랫배를 정통으로 맞았다.순간 오장육부가 한데 뒤엉켜 비트는 듯한 고통에 몸을 웅크린 채 격렬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피를 한 모금을 토해냈다.이 순간 속마음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절망적이었다.여태껏 인생의 모든 풍파는 서정혁 때문에 생긴 것이었고 온몸의 아픔과 상처 또한 모두 서정혁 때문에 남은 것이었다.하지만 강시원이 죽을 지경이 되어도 서정혁이 모른 척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여보세요! 대표님!”납치범은 어찌할 바를 몰라 즉시 오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입만 번지르르한 년이 진짜로 서정혁 마누라 맞아요? 왜 이년 폰으로 서정혁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아요?”“서정혁이 경매장에 있느라 못 들었을 수 있어. 몇 번 더 해 봐.”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인 조용한 지하실인지라 강시원은 전화기 너머 상대방의 목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그런데 왠지... 귀에 익은 느낌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명상에 잠겼다.“했어요! 손가락이 쥐 날 정도로 눌렀는데 통화연결음이 두 번 울리더니 그 뒤로는 계속 안 터져요!”성질이 사나워진 납치범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사람 잘못 납치한 거 아니에요? 이 계집애가 서정혁 마누라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서정혁이 이년 전화번호를 보고 스팸 전화인 줄 알고 그냥 차단해 버렸을 수도 있잖아요? 혹시 누구한테 사기당한 거 아니에요?”오대호는 단호하게 말했다.“절대 그럴 리 없어! 그년이 바로 서정혁 마누라야,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알겠어요. 그럼 지금 서정혁과 연락이 안 되는데 어떡하죠?”“계속 걸어 봐. 다른 휴대폰으로 걸어. 나중에 그쪽에서 경찰에 신고해서 너한테 꼬리가 붙을 수도 있으니까.”“그래도 안 통하면요?”“그럼 내일 계속해.”오대호는 나쁜 의도가 가득한 듯 음흉하게 웃음을 지었다.“오늘 밤 너도 수고했으니 쉬어. 그 여자 얼굴이 꽤 예쁘니까 제대로 즐겨.”납치범은 바닥에 쓰러진 채 초췌한 얼굴로 있는 여자를 흘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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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배기훈은 살짝 멈칫했다.“왜?”배다울은 두 다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음... 이번 남극 호화 유람선 여행은 시원 이모가 나를 위해서 얻어낸 거예요. 만약 시원 이모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빠와 함께 놀러 나갈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이 말에 마음이 씁쓸해진 배기훈은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지난 2년 동안 라이트 미라클이 경시에서 신속하게 자리를 잡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매일 전쟁하듯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확실히 아들에 대한 보살핌과 관심이 부족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배다울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일도 일찍 알았을 것이다.강시원이 배기훈 대신 아이를 지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 부자에게 감정을 돈독히 할 기회를 주었으니 확실히 공을 세운 셈이었다.“시원 이모한테 전화해서 제대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그래.”배기훈은 복숭아꽃 같은 눈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다울이 정말 젠틀한 신사네. 아빠는 우리 다울이가 있어 정말 행복해.”...“안 돼... 하지 마!”지옥 같은 어둠을 꿰뚫는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눈처럼 희고 가느다란 강시원의 가슴마저 관통하는 듯했다.남자의 더러운 손이 강시원의 상의를 한 번에 찢어버리자 깔끔한 속옷이 감싸고 있는 예쁘면서도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세상 모든 남자에게 충격을 안겨줄 만큼 화려한 모습에 납치범은 피가 들끓어 오르는 듯했다.“씨X... 말라깽이에 콩나물 같더니만 옷 속에 이렇게 큰 물건이 숨어 있을 줄이야!”남자는 기름진 입술을 핥으며 음탕하게 웃었다.“서정혁, 역시 대단한 재벌가답네. 씨X, 좋은 것만 먹는군!”그러다가 강시원의 아랫배에 제왕절개 수술 흉터가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애 낳고도 몸매가 아가씨 같네. 재벌의 여자는 역시 최고야!”더는 견딜 수 없어 얼굴을 돌린 강시원은 너무 굴욕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통제 불능할 정도로 흘러내렸다. 치솟아 오르는 분노가 온통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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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X발! 망할 년이! 감히 나를 속여!”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남자는 전화를 끊는 것조차 잊은 채 달려들어 강시원의 가슴을 또 한 발로 걷어찼다.“감히 나를 속여? 오늘 반드시 널 망가뜨리고 말겠어! 이년을 토막 내서 개밥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악독하기 짝이 없는 말들을 배다울뿐만 아니라 옆에 앉아 있던 배기훈 또한 또렷하게 들었다.“배기훈, 살려줘!”특히 처절한 외침이 담겨 있는 이 한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도 똑똑히 귀에 박혔다. 넘실대는 고통이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파도처럼 가슴을 강타하는 느낌에 단정한 검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는 배기훈은 온몸이 비정상적으로 떨렸다.“시원 이모! 시원 이모!”배다울은 애타게 소리쳤지만 휴대폰 화면이 꺼지며 통화가 끊겼다.그 순간 녀석은 와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배기훈의 굳어버린 팔을 쉴 새 없이 흔들었다.“아빠! 시원 이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시원 이모 누구한테 납치당한 거 아니에요?”감정 기복이 심해진 탓에 녀석은 속이 답답하고 가슴이 아픈 듯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리더니 손으로 왼쪽 가슴을 움켜쥐었다.“황근우! 약!”눈이 휘둥그레진 배기훈은 배다울을 품에 꼭 안았다.황근우는 즉시 몸에서 상비해 두었던 협심증 완화 약을 꺼내 배다울에게 먹였지만 녀석은 안색이 여전히 매우 창백했다.“아빠... 나 신경 쓰지 말고... 시원 이모 구하러 가요... 빨리!”배다울은 작은 손으로 배기훈의 단단한 가슴을 밀면서도 계속 울었다.한편 배기훈은 눈빛이 칼집에서 금방 뽑은 예리한 칼날처럼 사나웠다.“황 비서, 강시원 씨에게 일이 생긴 것 같아.”황근우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뭐라고요?”깊게 숨을 들이쉰 배기훈은 떨리는 몸을 꾹 참고 있었지만 쉰 목소리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여행 계획은 취소. 믿음직한 사람을 보내서 다울이 집으로 데려가고 너는 나와 함께 즉시 북쪽 교외의 역리 인쇄공장으로 가자. “...비취 비녀의 입찰가가 400억 원에 도달했다.경매 역사상 엄청나게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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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잠시 멈칫한 서정혁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아는 사람이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서 대표님, 400억도 선뜻 내어 비녀를 낙찰받은 건 집에 가져가 사모님께 선물하시려는 것이겠지요?”그 사람은 서정혁이 결혼했고 아이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 부부의 혼인 상태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기에 이렇게 귀중한 문화재 장신구를 비싼 돈을 주고 산 만큼 분명 자신의 아내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옛날에는 비녀를 사랑의 증표로, 부부들이 백년해로하길 기원하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함부로 다른 여자에게 선물할 수는 없었다.“아닙니다.”서정혁은 바로 부정했다.“지민이에게 선물할 겁니다.”“네? 아... 하하, 서 대표님께서 임지민 씨를 정말 아끼시나 보군요.”맞은 편 사람은 겨우 리액션을 했지만 속으로는 혀를 찼다.‘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애인을 위해 400억을 써버리다니?’‘조강지처’ 아내는 서정혁의 눈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던 것이다.“오빠, 나 때문에 너무 큰돈을 쓰게 해서 미안해... 이렇게 비쌀 줄 몰랐어. 내가 괜히 마음에 든다고 한 바람에...”눈시울이 빨개진 임지민은 기쁨에 겨워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표정만 보면 이미 서정혁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것처럼 보였다.“괜찮아.”남자의 냉철한 눈빛에 다소 온기가 스며들었다.“지민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있지 못했을 거야. 서정 그룹 전체도 무너졌을 거고. 이 정도 선물은 내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그 말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은 임지민은 얼굴의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임지민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그 당시 서정혁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은 임지민이 아니었다.단지 엄마를 따라 병원에 재검진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서정혁을 마주친 것뿐이었다. 그러고는 공을 가로채서 그 일을 자신의 공인 양 둔갑시킨 것이다.그러다가 나중에야 서정혁의 목숨을 구한 사람은 젊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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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깊은 가을밤이라 그런지 주위가 더 적막하고 숙연해져 살벌한 느낌이 살을 파고드는 듯했다.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북교 역리 인쇄공장에 도착한 마이바흐는 깔끔하면서도 민첩하게 유턴했다. 차는 먼지를 일으키면서 공장 건물 밖에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배기훈이 차 문을 열고 내리자 찬바람이 검은 트렌치코트가 펄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짧고 검은 머리도 바람에 흩날렸다. 대낮처럼 눈부신 준수한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도 없었다.남자의 날카로운 턱선을 빤히 바라본 황근우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도 왠지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배기훈은 원래 화가 날수록 더욱 과묵해지고 더욱 평온해지는 사람이었다.폭풍우가 일기 전의 바다가 제일 평온한 법이라고 했던가? 모든 일 처리도 소리 없이 하곤 했다.이때 배기훈의 부하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경찰보다 더 빨리 충동해 폐공장 건물 전체를 철통같이 에워싼 뒤 헐어버릴 정도로 샅샅이 뒤졌지만 강시원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대표님! 수색해 봤지만 없습니다.”“외곽 지역에도 없습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떤 처벌이든 받겠습니다!”‘없다’는 말이 들릴 때마다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진 배기훈은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대표님!”황근우가 땀범벅이 된 채 남자 앞으로 달려왔다.“지하실에서 약간의 혈흔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묶는 데 쓰였던 밧줄도 발견했습니다. 피는... 아마 강시원 씨의 피일 겁니다. 혹시 이미...?”“절대 그럴 리 없어.”배기훈은 황근우가 한 말이 현실이 될까 봐 두려운 듯 차갑게 말을 끊었다.“만약 네가 생각한 게 맞다면 강시원 씨 피만 발견되진 않았겠지. 위치가 노출되었으니 납치범이 다른 곳으로 옮겼을 거야.”황근우는 오장육부가 불탈 듯이 애가 탔다.“왜 강시원 씨를 납치하는 걸까요? 강시원 씨처럼 좋은 사람에게 누가 원한을 가진 걸까요?”“강시원을 노리고 한 일이 아닐 수도 있어.”배기훈은 시선이 칼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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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임성호는 마음이 좀 불편한 느낌에 사랑하는 아내를 흘낏 봤다.마음속에서 아내는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웠다. 부드럽고 상냥하며 얌전하고 속도 깊었다. 음식 솜씨도 좋았으며 남편을 항상 숭배하는 듯한 눈빛으로 올려다보기에 남성 우월주의적 허영심과 자존심을 만족시켜 주었다. 그래서 강시원의 엄마 강부안보다는 훨씬 나았다.하지만 단 한 가지, 행동거지가 왠지 좀 품위 없어 보이는 옹색한 면이 있었다.예전에는 소심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애교라고 생각해 강한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켜 어떻게든 아내로 맞이해 명분을 주려고 애썼다.지금 이미 명실상부한 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지만 여전히 귀부인의 기품이 부족했다. 특히 서정혁 앞에서 굽신거리는 느낌이 너무 뚜렷해서 품위 있고 대범한 임지민보다도 훨씬 못했다.이 부분은 정말로 강시원의 엄마보다 못했다. 비천한 출신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뼛속까지 새겨진 듯했다.서정혁은 무심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모님, 과찬입니다. 지민이가 좋아해서 선물한 것일 뿐 너무 과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서 회장도 평소에 우리 지민이를 잘 보살펴 주셨잖아. 이렇게 큰 선물을 우리 임씨 가문이 받았다고 외부 사람들이 뒤에서 험담을 할까 두렵네.”임성호가 서정혁의 큰 선물을 정중히 거절하며 난처한 기색을 띠었다.“내 딸이 아직 결혼을 하지도 않았는데 외부에 나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어. 서 대표도 아마 들었을 거야. 지민이는 내가 가장 아끼는 딸이야. 아빠로서 지민이를 위해 그러는 거니 서 대표가 이해해 주길 바라.”곰곰이 생각한 임지민은 왠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는 물러서는 듯하면서도 상대방보다 한 수 위에 서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얕보이지도 않으면서 또 이 기회에 임지민에 대한 서정혁의 태도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었다.한수현은 마음속으로 분개했다.‘임지민이 가장 아끼는 딸이면 우리 강시원 사모님은 뭡니까? 모두 친자식인데 어떻게 이렇게 치우칠 수가 있습니까!’“걱정 마세요. 지민은 저에게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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