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율과 안혜슬은 서로 눈을 마주친 뒤, 약속이라도 한 듯 탁자 위 무전기를 동시에 내려다봤더니 배터리가 다 돼 있었다.‘그래서 경호팀이 고객 모셨다는 확인 무전이 안 들린 거구나.’강하율은 뒤에서 들려온 기침 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억지로 말을 이어 붙였다.“아마... 손님은 그냥 일만 하려고 괜히 방해받기 싫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어, 어. 그런 손님이면 진짜 힘들겠다...”안혜슬은 울상으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맞장구쳤다.강하율은 그제야 웃는 얼굴을 걸고 돌아섰다가 들어온 사람을 확인하는 순간 눈앞이 핑 돌았고 억지로 끌어올린 미소조차 유지하기 힘들었다.“배, 배, 배 대표님... 환영합니다.”배윤호였다.검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배윤호는 고풍스러운 조경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나무 그림자가 흔들리는 사이, 입가에서 새어 나오던 하얀 입김이 바람에 흩어지고 그 아래로 깊고 차가운 눈동자가 드러났다.그 시선이 강하율에게 닿았을 때는 남자가 이미 눈앞까지 와 있었다.배윤호가 몸을 살짝 숙이자 담배 냄새에 날 선 기운이 섞여 훅 끼쳐 왔고 강하율은 반사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나 탁자 모서리를 꽉 잡았다. 배윤호는 손을 뻗어 강하율 옆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왜, 말 멈췄어?”목소리에 감정이 읽히지 않아서 더 무서웠다.강하율은 괜히 시선을 피한 채 더듬었다.“저... 제가 따뜻한 차 한 잔 내올게요.”강하율은 배윤호 옆을 비켜서며 안혜슬 팔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가려다, 배윤호 비서 양승아와 거의 부딪칠 뻔했다.양승아가 손을 들어 조용히 막으며 낮게 말했다.“강하율 씨, 대표님... 스물다섯은 넘었지만 스물아홉입니다. 아직 서른도 안 됐어요.”“...”강하율은 말문이 턱 막혔다. 등 뒤로, 아까보다 더 선명한 시선이 따라붙는 느낌까지 들었다.더 민망한 건 복도 밖에 다섯, 여섯 명쯤 되는 수행 인원들이 문지기처럼 서 있었다는 거였다. 모두 두꺼운 서류 뭉치를 품에 안고 있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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