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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작가: 이소문
강하율은 곧 중요한 고객이 도착한다는 말을 듣자 속이 뒤집히는 건 잠깐 접어 두고 저릿한 팔을 몇 번 문질러 풀었다. 그러고는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 옷을 갈아입었다. 정다인이 이제 자기 상사까지 됐으니 더더욱 한눈팔 틈이 없었다.

갈아입는 도중 안혜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혜슬은 객실부 쪽이라 아까 로비에는 없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안혜슬이 숨을 헐떡이며 쏟아냈다.

“하율아! 방금 무전으로 들었는데 로비에 칼 든 사람이 너 죽이려고 했다며? 나 지금 바로 너한테 갈게!”

“나 괜찮아. 나도 다른 사람들도 다 괜찮아. 그 남자도.”

배윤제는 이 일을 절대 크게 만들지 않을 거였다. 배윤제는 호텔 부대표일 뿐이지만 호텔 운영이 배윤제와 조윤서 명의로 묶여 있었다. 정다인을 아무리 챙긴다 해도 자기 이름과 배씨 가문 체면을 걸고 장난칠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강하율도 일부러 로비에서 일의 심각성을 키워 놓았던 거였다.

안혜슬이 길게 숨을 내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정다인이 네 자리 대신 들어갔다면서. 그거 배윤제 뜻이야? 그 사람, 여기가 너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까지 해...”

“쉿, 혜슬아. 그 얘긴 이제 그만하자.”

정다인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늘 튀어나온 그 남자도 정다인과 무관하다고 보기에는 너무 찜찜했고 강하율도 안혜슬도 호텔에서는 그저 직원일 뿐이었다. 안혜슬도 자기 삶이 빠듯한데 괜히 강하율 일에 엮여 정다인한테 찍힐 이유가 없었다.

강하율은 목소리를 낮춰 달랬다.

“관리직은 원래 평가 기간이 있어.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거 아니야. 그런 말은 그냥 삼켜.”

“알겠어.”

“나 지금 내려갈게. 준비할 거 있으면 네가 좀 챙겨 줘.”

“내가 알아서 할게. 걱정하지 마.”

전화를 끊고 강하율은 거울 앞에 섰다. 흔들릴 틈 없이 일할 때 표정을 입술 끝에 걸어 올린 뒤, 그대로 돌아서서 일하러 나갔다.

...

휴게실.

정다인은 배윤제에게 기대어 있다가 가늘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때 한 여자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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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30화

    목소리를 알아듣는 순간, 강하율은 사실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손님은 손님이고 강하율은 직원이었다.강하율은 억지로라도 미소를 걸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박도윤을 비롯한 몇 명이 스포츠카에서 내리더니 차 키를 벨보이 손에 툭 던지고는 곧장 강하율 앞으로 걸어왔다.그들의 시선이 강하율을 위아래로 몇 번 훑고 지나갔다.누군가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강하율, 내가 너 좀 우습게 봤네. 윤제 형이 왜 몇 년 동안 너를 꽁꽁 숨겨 뒀는지 알겠다. 몸매가 이렇게 좋았냐? 그 제복... 누가 참아.”“도윤아, 원래 이런 제복 좋아하잖아. 이런 정장 제복은 처음 보지?”사람들은 웃으며 박도윤 등을 툭툭 밀자 박도윤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처음이지.”강하율은 입술을 꾹 다물고 최대한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다들 용무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안쪽 안내는 벨보이가 도와드릴 겁니다.”강하율이 돌아서려는 순간, 그들이 갑자기 길을 막아섰다.“야, 강하율. 뭐 그렇게 고상한 척이야? 차인 받는 기분 어때?”“네 태도 저래서야 우리가 밀어줘도 윤제가 다시 널 봐줄까?”강하율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날 뻔했다. 도와준다는 말을 저렇게 뻔뻔하게 할 줄은 몰랐다.강하율은 더는 참지 않고 차갑게 받아쳤다.“고상한 척하는 것보다, 사람 많은 데서 여자한테 그런 소리 하는 게 더 창피한 일 아닌가요? 다들 명문가 자제분들인데 이런 말이 밖으로 퍼지면 가문 망신인 건 생각 안 하세요?”순간 그들도 말문이 막혔다. 강하율이 예전이랑 다르다는 걸, 그제야 똑바로 체감한 표정이었다. 전에는 화가 나서 떼쓰는 거라고만 넘겼으니까.“강하율, 말조심해.”“네.”강하율은 눈빛만 서늘하게 두면서도 얼굴에는 흠잡을 데 없는 미소를 유지했다.“참, 호텔 제복은 배씨 가문에서 유명 디자이너에게 따로 맡겨 만든 거예요. 그런데도 이상한 쪽으로 상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제가 배씨 가문 쪽에 그대로 전달해 드릴게요.”속이 더러우면 뭘 봐도 더럽게 보이는 법이었다.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29화

    “해외 고객들은 이미 모두 체크인했습니다. 강하율 씨가 일정도 잘 잡아 줘서 다들 만족해하더군요. 다만 윤제 도련님도 오셨고 아까 로비에서...”배윤호는 사인하던 손을 잠깐 멈추고 양승아를 올려다봤다.양승아는 표정을 굳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그때 강하율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자 양승아는 그 틈에 서재에서 빠져나갔다.강하율은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손님을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라, 어쩐지 몸이 굳었다.“배 대표님, 차 드세요.”업무 중에는 괜히 친한 척할 수 없다는 것쯤은 강하율도 알고 있었다.배윤호는 서류를 덮고 등을 의자에 기댔다. 창밖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남자 어깨를 타고 내려오며 날카롭게 잘생긴 얼굴선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이제 안 더듬네?”배윤호가 눈꺼풀을 느릿하게 들어 올렸다. 차가운 눈동자 밑바닥이 짙게 가라앉아 있어, 강하율은 도망칠 틈도 없이 붙잡힌 기분이 들었다.강하율은 시선을 슬쩍 피했다가 서재에 둘만 남은 걸 확인하자마자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덕분에 배윤호의 시선도 그쪽으로 옮겨 갔다.“차용증이에요. 배 대표님, 보시고 더 넣을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배윤호는 한 번 훑어봤다. 차용증 형식은 깔끔했다.“글씨가...”“괜찮...”강하율은 서류 위에 적힌 배윤호의 반듯한 사인을 흘끗 보다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업무상 급하게 메모할 일이 많다 보니 글씨가 예쁠 리 없었다. 그런데 그 종이를 배윤호가 들고 있으니 휘갈긴 글씨가 괜히 더 초라해 보였다.강하율이 급히 뭔가 덧붙이려는 순간, 배윤호가 차용증을 내려놓고 담담히 물었다.“이자는 어떻게 칠 건데?”“...”역시 자본가는 자본가였다. 강하율은 양복 한 벌 때문에 통장까지 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배윤호가 낮게 말했다.“은행 최저 금리로 치자. 내일 줘.”“내일이요?”‘내일도 또 온다고?’강하율은 내일 별장 쪽까지 올 생각이 없었다. 세일즈 담당이면 업무만 챙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28화

    강하율과 안혜슬은 서로 눈을 마주친 뒤, 약속이라도 한 듯 탁자 위 무전기를 동시에 내려다봤더니 배터리가 다 돼 있었다.‘그래서 경호팀이 고객 모셨다는 확인 무전이 안 들린 거구나.’강하율은 뒤에서 들려온 기침 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억지로 말을 이어 붙였다.“아마... 손님은 그냥 일만 하려고 괜히 방해받기 싫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어, 어. 그런 손님이면 진짜 힘들겠다...”안혜슬은 울상으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맞장구쳤다.강하율은 그제야 웃는 얼굴을 걸고 돌아섰다가 들어온 사람을 확인하는 순간 눈앞이 핑 돌았고 억지로 끌어올린 미소조차 유지하기 힘들었다.“배, 배, 배 대표님... 환영합니다.”배윤호였다.검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배윤호는 고풍스러운 조경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나무 그림자가 흔들리는 사이, 입가에서 새어 나오던 하얀 입김이 바람에 흩어지고 그 아래로 깊고 차가운 눈동자가 드러났다.그 시선이 강하율에게 닿았을 때는 남자가 이미 눈앞까지 와 있었다.배윤호가 몸을 살짝 숙이자 담배 냄새에 날 선 기운이 섞여 훅 끼쳐 왔고 강하율은 반사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나 탁자 모서리를 꽉 잡았다. 배윤호는 손을 뻗어 강하율 옆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왜, 말 멈췄어?”목소리에 감정이 읽히지 않아서 더 무서웠다.강하율은 괜히 시선을 피한 채 더듬었다.“저... 제가 따뜻한 차 한 잔 내올게요.”강하율은 배윤호 옆을 비켜서며 안혜슬 팔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가려다, 배윤호 비서 양승아와 거의 부딪칠 뻔했다.양승아가 손을 들어 조용히 막으며 낮게 말했다.“강하율 씨, 대표님... 스물다섯은 넘었지만 스물아홉입니다. 아직 서른도 안 됐어요.”“...”강하율은 말문이 턱 막혔다. 등 뒤로, 아까보다 더 선명한 시선이 따라붙는 느낌까지 들었다.더 민망한 건 복도 밖에 다섯, 여섯 명쯤 되는 수행 인원들이 문지기처럼 서 있었다는 거였다. 모두 두꺼운 서류 뭉치를 품에 안고 있는 걸 보니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27화

    영업팀, 허지연.‘재밌네.’허지연은 강하율 편을 드는 게 아니었다. 돌려 말하긴 했지만 요지는 하나였다. 강하율이 일에 개인감정을 섞고 프로답지 못하다는 것. 이런 말은 뒤에서 툭 던지면 그저 투정으로 끝나지만 배윤제 앞에서 꺼내는 순간 얘기가 달라졌다. 잘못하면 강하율이 자리에서 밀려날 수도 있으니까.정다인은 그제야 강하율을 치우고 싶은 사람이 자기만 있는 게 아닌 걸 깨달았다. 허지연은 두 사람이 막지 않자 더 힘을 줬다.“오는 길에 하율 씨 전 남자 친구 얘기만 꺼내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고요. 살인범 딸이라는 말 들었을 때보다 더 힘들어 보일 정도였어요. 예전에도 저희 앞에서 비밀스러운 남자 친구 자랑을 많이 했으니... 지금은 더 괴롭겠죠. 업무에만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어요.”겉으로는 안타까운 척했지만 속뜻은 뻔했다. 강하율을 연애에만 매달리는 사람처럼 찍어 누르는 말이었다. 허지연은 배윤제가 이 얘길 들으면 강하율의 업무 능력을 의심할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배윤제는 오히려 안도한 듯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을 풀었다.‘역시 강하율은 나 없이 못 살아.’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연기가 하마터면 진짜인 줄 알 뻔했다. 배윤제가 웃음기 섞인 숨을 흘리며 손짓했다.“나가.”허지연은 더는 덧붙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정다인은 배윤제 표정을 보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강하율이 정말 질기게도 남아 있었다. 정다인은 잠깐 생각을 굴리더니 시무룩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윤제 씨, 보니까... 하율 씨가 우리 축복한다는 말, 다 거짓말이었나 봐요. 그러니 저를 그렇게 싫어했겠죠. 아까도 일부러 저를 죽게 만들려고 한 거잖아요. 제가 여기서 일하면 하율 씨 눈엣가시가 되는 거 아닌가요?”말끝이 떨리더니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고 바람만 스쳐도 꺾일 것 같은 얼굴이었다.배윤제는 손을 들어 정다인의 눈물을 닦아 줬다.“내가 있는데 걔가 함부로 하겠어. 그리고 이제 너는 걔 상사야. 규칙 가르치는 건 당연하지.”정다인이 콧소리 섞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26화

    강하율은 곧 중요한 고객이 도착한다는 말을 듣자 속이 뒤집히는 건 잠깐 접어 두고 저릿한 팔을 몇 번 문질러 풀었다. 그러고는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 옷을 갈아입었다. 정다인이 이제 자기 상사까지 됐으니 더더욱 한눈팔 틈이 없었다.갈아입는 도중 안혜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혜슬은 객실부 쪽이라 아까 로비에는 없었다.전화를 받자마자 안혜슬이 숨을 헐떡이며 쏟아냈다.“하율아! 방금 무전으로 들었는데 로비에 칼 든 사람이 너 죽이려고 했다며? 나 지금 바로 너한테 갈게!”“나 괜찮아. 나도 다른 사람들도 다 괜찮아. 그 남자도.”배윤제는 이 일을 절대 크게 만들지 않을 거였다. 배윤제는 호텔 부대표일 뿐이지만 호텔 운영이 배윤제와 조윤서 명의로 묶여 있었다. 정다인을 아무리 챙긴다 해도 자기 이름과 배씨 가문 체면을 걸고 장난칠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강하율도 일부러 로비에서 일의 심각성을 키워 놓았던 거였다.안혜슬이 길게 숨을 내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근데... 정다인이 네 자리 대신 들어갔다면서. 그거 배윤제 뜻이야? 그 사람, 여기가 너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까지 해...”“쉿, 혜슬아. 그 얘긴 이제 그만하자.”정다인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늘 튀어나온 그 남자도 정다인과 무관하다고 보기에는 너무 찜찜했고 강하율도 안혜슬도 호텔에서는 그저 직원일 뿐이었다. 안혜슬도 자기 삶이 빠듯한데 괜히 강하율 일에 엮여 정다인한테 찍힐 이유가 없었다.강하율은 목소리를 낮춰 달랬다.“관리직은 원래 평가 기간이 있어.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거 아니야. 그런 말은 그냥 삼켜.”“알겠어.”“나 지금 내려갈게. 준비할 거 있으면 네가 좀 챙겨 줘.”“내가 알아서 할게. 걱정하지 마.”전화를 끊고 강하율은 거울 앞에 섰다. 흔들릴 틈 없이 일할 때 표정을 입술 끝에 걸어 올린 뒤, 그대로 돌아서서 일하러 나갔다....휴게실.정다인은 배윤제에게 기대어 있다가 가늘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때 한 여자가 재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25화

    남자는 저주를 퍼붓듯 한마디 한마디를 로비에 흩뿌렸고 그 소리가 천장 아래를 맴도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강하율은 시선을 가라앉힌 채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차갑게 받아쳤다.“그래, 네가 그때 피해자라며. 그럼 이름부터 대 봐. 경찰에 접수된 강씨 집안 사건 중에 네가 엮인 건이 뭔지, 투자금이 얼마였는지도.”남자는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하율이 그대로 한 걸음 더 다가가 몰아붙였다.“설마 그걸 모른다고? 그때 경찰이 몇 달을 붙어서 강씨 집안 건 조사했어. 몇만 원이든 몇억 원이든 다 기록돼 있고 피해자 서명도 전부 있어. 그런데 너는... 누구야?”“나, 나는...”남자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고 강하율은 그제야 확신했다. 이 남자는 그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었다.강하율은 숨을 한 번 고르고 더 단단하게 못을 박듯 말을 이었다.“지금 넌 살인미수 혐의야. 저주 같은 말 몇 마디 던지면 내가 겁먹고 넘어갈 줄 알았어? 변호사는 누구 선임할 건데. 우리 호텔엔 변호사팀도 있으니까 각오해. 준비 안 하면 감방에서 오래 썩을 수도 있어.”남자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입을 벌려 뭔가 변명하려는 순간, 정다인이 끼어들었다.“강하율 씨, 저분이 피해자일 수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겁을 주면 어떡해요? 그리고 호텔 변호사팀이 그런 개인 일까지 맡아 주는 건 아니잖아요.”강하율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정다인을 보며 얇게 웃었다. 남자가 나타난 순간부터 정다인이 뒤집어씌우기 시작한 타이밍까지, 모든 게 너무 절묘했으니까.강하율은 일부러 모르는 척 되물었다.“정다인 씨, 아까는 손님들 안전이 걱정된다고 하셨잖아요. 사건이 로비 한복판에서 터졌는데 호텔이 제대로 설명도 안 하면 그 유명인들이 앞으로 여기 오겠어요? 오히려 철저히 조사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맞죠. 게다가 이 사람, 강씨 집안이랑 원한 있는 척하면서 호텔에 들어왔어요. 혹시 경쟁 업체가 연막 치려고 보낸 거면요?”“너...”정다인은 강하율이 겉보기엔 얌전한 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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