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예는 이 화려한 풍경을 보면서도 전혀 부럽지 않았다.조연화는 강왕이라는 늙은이에게 시집간 대가로 이런 부귀영화를 얻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수록 역겨운 일이었다.그녀는 조금도 탐나지 않았다.조사예는 저도 모르게 도경진을 떠올렸다. 가슴이 뜨거워졌다.그에게 시집갈 수만 있다면, 거친 밥에 나물만 먹고 살아도 좋았다. 아무리 고생스러운 나날도 그녀에겐 달콤할 터였다.하물며 도경진은 앞날이 창창한 인재가 아닌가.이 혼사만 성사된다면, 머지않아 조연화보다 훨씬 더 번듯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한참 뒤에야, 조연화는 채하의 부축을 받으며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연화 언니……."조사예는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며 다정히 불렀다.조연화는 치맛자락을 걷어쥐고 여유롭게 긴 의자에 주저앉을 뿐, 조사예를 본은 체 만 체했다.조사예는 무안해져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사예 아씨, 우리 마마께서는 이제 왕부에 계시는 어엿한 강왕비 마마이십니다. 그렇게 부르시는 건 예법에 어긋납니다."채하가 턱을 치켜들며 쏘아붙였다.조연화가 왕비가 되니, 시녀인 채하마저 사람을 깔아보는 태도가 한껏 거만해져 있었다.조사예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조연화에게 얌전히 예를 갖추었다."왕비 마마를 뵙습니다."하지만 속으로는 비웃음이 가득했다.늙은이에게 시집간 주제에 뭣이 대수라고 저리 유세를 떠는지 우스울 뿐이었다. 강왕이 어디 내놓기나 할 수 있는 사내이던가. 조연화는 그저 왕비라는 허울로 허세를 부릴 뿐이었다."인사는 됐으니 앉거라."조연화는 긴 의자에 비스듬히 기댔다. 머리카락은 약간 헝클어져 왕비다운 단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조사예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짜증과 멸시가 묻어났다.그녀는 조사예가 대체 무엇을 원하기에 그 귀한 옥벽까지 내놓았는지 들어볼 참이었다."마마를 뵙지 못한 지 꽤 되어서, 제가……."조사예는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아 억지웃음을 지으며 비위를 맞추려 입을 열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부탁할 게 있으면 본론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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