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บทที่ 941 - บทที่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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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1화

소지란은 무언가 단단히 오해한 듯했다."소 부인, 처음 뵙겠습니다."도경진이 소지란을 향해 깊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감사합니다."방금 전 동문의 벗들에게서 소지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도경진은 그녀가 누구인지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지금 소지란의 손에 난 상처를 보니, 틀림없이 강유영을 대신해 화를 입은 것이 분명했다.도경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앞뒤 잴 것 없이 소지란에게 감사를 표했다. 강유영을 대신해 재앙을 막아준 것에 대한 치하였다."도 대인께서 제게 무엇을 감사하신다는 겁니까?"소지란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강유영을 힐끗 바라보았다."혹시 두 분……."그녀가 보기에 사내는 수려하고, 여인은 말로 다할 수 없이 아름다웠으니,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아닙니다……."강유영이 다급히 오해를 풀려던 찰나였다.고익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그의 목소리는 다소 날카로웠다."도 대인, 한참을 찾았습니다.""고 내관."강유영과 도경진이 한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소지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내관께서 어쩐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도경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설마 폐하의 부름일까?하지만 폐하께서는 지금 수많은 중신들과 정자에서 담소를 나누고 계실 터인데, 왜 갑자기 그를 떠올렸을까?"폐하의 명을 전하러 왔습니다."고익이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쳤다.방금 전 서왕에게 교지를 전하고 오자마자 또 도경진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으니,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신, 명을 받들겠습니다."도경진이 바닥에 엎드렸다.강유영과 소지란도 시선을 교환하더니, 도경진의 곁에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진국공부의 넷째 여식 조사예는 덕과 용모를 두루 갖추었고, 도경진은 기개가 남다르니, 두 사람은 가히 천생연분이라 할 만하다. 이에 짐이 두 사람의 혼사를 하명하니, 길일을 택해 혼례를 올리라."고익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내려다보며 건정제의 명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낭독했다.도경진은 바닥에 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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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신, 명을 받들겠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도 대인, 일어나시지요." 고익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임이 끝났으니, 저는 폐하께 복명하러 가보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잰걸음으로 자리를 떴다.도경진은 이마를 땅에 댄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일어나십시오, 도 대인."강유영은 차마 그 모습을 그냥 볼 수 없어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다.소지란은 묵묵히 한숨을 내쉬었다. 또 한 명의 가엾은 사람이 생겼다. 폐하께서는 어찌하여 엉뚱한 인연 맺어주기를 좋아하시는지 모를 일이었다.도경진은 강유영의 부축을 받으며 고개를 들었다."괜찮으십니까?"강유영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다친 상처로 기력을 잃어 아직 몸이 온전치 않은데, 이런 타격까지 입었으니 당장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도경진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단아하고 아름다운 강유영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새까만 눈동자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는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비릿한 피를 억지로 삼켰다.폐하께서 혼사를 내리셨는데 피를 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조정에서 그의 앞날은 끝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강유영과 혼인할 수 없다면 차라리 평생 홀로 살지언정 결코 조사예를 부인으로 맞이할 수는 없었다.그는 본디 묵묵히 강유영의 곁을 지킬 생각이었다.조사예가 대체 무슨 수로 혼사를 얻어낸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분노와 절망이 뒤섞여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눈앞이 새카매지더니, 미처 일어서지도 못한 몸이 앞으로 쏠리며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도 대인, 도 대인!"강유영은 깜짝 놀라 다급히 그를 부축했다.소지란도 황급히 손을 뻗어 도왔다.그 모습을 본 서유가 달려와 강유영의 손에서 도경진을 넘겨받았다."단비야, 어서 어의를 모셔 와…….""도 대인,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조사예는 혼사가 내려졌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며 도경진을 찾아다니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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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단비는 몸을 앞으로 바짝 숙인 채, 방금 주워들은 소식을 어서 전하고 싶어 안달이었다."누구의 혼사냐?"강유영은 내심 호기심이 일어 까만 눈동자를 들어 단비를 바라보았다."서왕 전하십니다." 단비가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느 가문의 여식과 이어주셨는지 아십니까?"강유영은 순간 흠칫했다.오늘 폐하께서 참으로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었다. 연달아 두 건의 혼사나 하명하시다니."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 보거라."강유영이 채 묻기도 전에 밖에서 마차를 몰던 서유가 먼저 재촉했다.단비가 웃음을 터뜨리며 강유영을 향해 말했다."아씨께서도 아시는 분입니다. 오늘 아씨를 해치려 했던 그 전 소저입니다."강유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보희? 그 여인이 서왕비가 된단 말이냐?"그 두 사람이 어쩌다 그리 엮이게 된 것일까.방금 전 소지란의 상처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서준과 전보희 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처 살피지 못했다.하지만 서준이 전보희를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그런데 어찌 갑자기 혼사가 내려졌단 말인가."예, 맞습니다. 허나 정실 왕비가 아니라 서비로 들이신다 합니다." 단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혀를 내둘렀다. "세상일 참 모를 일입니다. 서왕 전하께서 전 소저를 호되게 꾸짖으셨는데, 도리어 그 여인이 서왕부로 들어가게 되다니요.""감히 우리 아씨를 괴롭히려 들었으니 서왕 전하께서도 그 여인을 치가 떨리게 싫어하실 텐데. 시집가면 어디 편하게 살겠어?" 서유가 밖에서 코웃음을 치며 쏘아붙였다. "자업자득이지.""오늘 정말 놀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단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 부인께서 막아주지 않으셨다면 그 얼레가 아씨 얼굴을 그었을 텐데, 흉터라도 남으면 어쩔 뻔했습니까."단비는 그때 곧바로 경화 공주의 처지가 떠올랐다.고귀한 신분의 경화 공주조차 온갖 흉터 약을 다 써보고도 여태 얼굴에 흉터가 남아 있었다.행여 아씨도 그리될까 봐 진심으로 두려웠다."참, 아씨." 서유가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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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서준은 막무가내로 손을 뻗어 고익을 밀쳐냈다."전하……. 제발 소인을 살려주십시오. 폐하께서 침소에서 일어나시면……."고익은 당장이라도 꿇어엎드려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서준이 그 말을 들어줄 리 만무했다.멀쩡히 있다가 황제가 돌연 여인을 하사했다. 심지어 강유영을 괴롭히다가 방금 전 그가 호되게 꾸짖은 여인이었다. 그런 여인을 군말 없이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 안으로 들어가 아바마마의 면전에서 거절할 참이었다."밖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가 누구냐."안에서 건정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바마마, 소자입니다."서준이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고익은 손을 들어 땀을 닦으며 전각 안쪽을 힐끗 돌아보았다."들어오거라."건정제가 명을 내렸다."비켜라."서준은 눈앞의 고익을 거칠게 밀어내고 성큼성큼 전각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건정제는 평상에 걸터앉아 질책하듯 입을 열었다."막 잠이 들려던 참인데, 네놈이 단잠을 깨우는구나."짐짓 나무라는 말투였으나 진심으로 화가 난 기색은 아니었다."아바마마께서는 봄나들이를 오셨으니 행궁의 경치나 즐기시면 될 것을, 돌연 소자에게 여인을 시다니 당최 영문을 모르겠습니다."서준은 예를 올리기는커녕 건정제 앞의 팔각 의자에 대수롭지 않게 털썩 주저앉았다. 납득할 만한 연유를 듣기 전에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였다."네 나이도 적지 않은데 후원을 늘 비워두고 있지 않느냐. 태자가 네 나이였을 적에는 태자비는 물론이요, 측비까지 둘이나 두었다."건정제가 어이없다는 듯 쏘아붙였다."짐이 네게 서비를 하사한 것은 지극히 마땅한 일이다.""소자는 싫습니다."서준이 손을 저으며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명을 거두어 주십시오."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강유영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곁에 들일 생각이 없었다.지금 조원철의 곁에는 첩실이 생겼다. 이 점에서는 그가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강유영의 눈에 그는 다른 여인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고 곧게 처신을 지키는 사내일 터였다. 이대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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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이 혼사는 서준이 받아들이든 아니든 피할 방도가 없었다."조원철은 어디에 있느냐."서준은 전각 문을 나서자마자 남풍에게 물었다."그 첩실을 데리고 저쪽으로 갔습니다. 아마도 국공부로 돌아가시려는 듯……."남풍이 손을 뻗어 가리켰다.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준은 가리킨 방향을 향해 곧장 쫓아갔다."전하, 전하! 그저 여인 하나일 뿐입니다. 정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서왕부에 두고 찾지 않으시면 그만입니다……."남풍은 그를 막아서고 싶었으나 감히 나서지 못했다.서준의 마음속에 오직 강유영뿐이라는 것은 남풍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에게는 황제만의 셈법이 있으니, 전하의 뜻대로만 놔둘 리는 없었다.전보희를 서비로 들인 일에는 분명 진국공 세자의 수작이 끼어 있었겠지만, 결국은 황제의 뜻이었다.지금 서왕은 극도로 분노한 상태이니, 자칫 진국공 세자를 따라잡았다간 당장 주먹다짐이라도 벌일 기세였다. 보는 눈이 많은 행궁에서 진짜로 드잡이를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서준은 남풍의 만류를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쫓아 나갔다.저만치 앞에서 조원철이 소지란을 데리고 정원의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조원철, 거기 서라."서준이 그를 불러 세웠다.조원철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서왕 전하, 무슨 일이십니까."소지란도 걸음을 멈추고 조원철의 뒤에 서서 서준을 향해 예를 올렸다."오늘 일, 네놈이 부추긴 짓이지."서준이 몇 걸음 다가갔다. 평소의 느긋하고 산만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매서운 눈빛이었다.조원철 본인이 첩실을 들이게 되자, 서준이 잘 지내는 꼴을 보지 못하고 이런 비열한 수를 쓴 것이 분명했다."전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는 모르겠군요."조원철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늘 감정을 내비치지 않던 얼굴에 일말의 의아함이 스쳤다."시치미 떼지 마라."서준은 그 꼴을 보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차라리 무표정한 얼굴이 나았다."아바마마께서 전보희를 내 서비로 하사하게 한 것, 네놈이 중간에서 농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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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서준이 강유영을 찾아냈을 때, 그녀는 가죽 점포 안에서 물주머니 하나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피는 중이었다.잿빛 소가죽으로 지어진 물주머니는 입구를 조이는 끈과 비스듬히 메는 끈이 달려 있었다. 강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물주머니를 허리춤에 대보았다.먼 길을 떠나려면 은자는 물론이거니와 마른 양식과 물도 든든히 챙겨야 했다. 길 위에서는 요깃거리를 사기가 여의치 않은 까닭이었다.그 밖에도 비상약과 부시, 바늘과 실, 간단한 세면도구 같은 일상용품까지 구비해야 했다.이래저래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이것으로 하겠습니다." 강유영이 점포 주인을 향해 말했다. "얼마입니까.""백팔십 문입니다."점포 주인이 사람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강유영은 값을 흥정할 생각도 없이 소매에서 은자 조각을 꺼내어 무게를 달아보게 했다."유영아, 그런 건 사서 뭣에 쓰려고. 어디 먼 길이라도 떠나는 것이냐?"마침 점포 안으로 들어선 서준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입을 열었다.그는 실실 웃으며 말을 건넸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은밀히 속내를 떠보려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아닙니다. 제가 먼 길을 떠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강유영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 흠칫하며 무의식중에 발뺌했다. 그녀가 짐짓 의아하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전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방금 전 폐하께서 혼사를 하명하셨으니 으레 처소에 머물며 채비를 해야 마땅했다."당연히 너를 보러 왔지."서준이 곁에 있는 진열대에 비스듬히 기댄 채 그녀를 쳐다보았다. 황자다운 격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삐딱한 자태였다.그는 아직 자신에게 진심을 터놓을 만큼 강유영의 믿음을 얻지 못한 모양이라 생각했다."저를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강유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대꾸하며, 주인이 내어주는 거스름돈을 챙겨 수통을 들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서준이 그녀의 뒤를 바짝 따르며 못마땅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께서 내게 여인을 하사하셨다.""알고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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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7화

"제가 무슨 답을 내놓겠습니까." 강유영은 그의 억지에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전보희를 왕부에 들이라 하신 것은 폐하의 명이지, 제가 시킨 일이 아닙니다. 전하께서는 생떼를 쓰고 계시는군요. 게다가 전하도 연배가 있으시니, 폐하께서 그리 결정하신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전보희가 앞뒤 가리지 않고 그녀를 해치려 든 것을 보면 만만한 인물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하지만 그녀는 서준을 믿었다. 서준 역시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니, 전보희 따위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무리가 아니라니. 남들은 다 납득해도 너는 그러면 안 된다." 서준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내 마음을 모를 리 없을 터이다. 그 전보희 따위는 너와 견줄 수조차 없다."그는 전보희가 서왕부에 들어가는 일에 강유영이 조금도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었다."저를 그분과 비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강유영은 마차 벽에 기댄 채 그를 힐끗 보았다. "폐하께서 하명하신 혼사이니, 그저 왕부로 데려가 잘 대해 주시면 될 일입니다."그녀 자신은 남들과 비교할 만한 처지가 못 된다고 생각했다."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것이냐."서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응시했다."당연합니다." 강유영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전하께서는 서왕이시니, 장차 왕부에 숱한 여인들을 들이게 되실 것입니다. 한 명 더 늘어난다고 다를 것 없습니다. 그 넓은 서왕부에서 여인 하나 거두지 못할 리도 없습니다. 이 일로 괜히 폐하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도 없지요.""하지만 내가 줄곧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었던 사람은 너뿐이다.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서준이 팔짱을 풀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전하, 농담하지 마십시오."강유영이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응시했다."농담이 아니란 것은 네가 더 잘 알 것이다. 네가 고개만 끄덕인다면, 널 정실 왕비로 들이겠다."서준은 평소의 가벼운 태도를 거두고 보기 드물게 진중한 얼굴을 했다."전에도 말씀드렸듯,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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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강유영은 그의 시선을 받자 마치 독사에게 노려지는 듯 등골이 서늘해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움츠렸다. 서준의 눈빛은 섬뜩할 만큼 번득이고 있었다."방금 한 말은 헛소리라 치거라."서준이 잠시 강유영을 응시하다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전의 그 서늘했던 표정이 그저 헛것을 본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순식간에 평소의 느긋하고 산만한 태도로 돌아와 있었다.강유영은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아 웃을 수 없었다.이토록 종잡을 수 없는 서준의 이면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사내는 한 번 광기를 부리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것만 같았다."혼인할 생각이 없다면 굳이 강요하지 않으마." 서준이 조금 더 다가오며 가지런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허나 훗날 네가 시집을 갈 때 그 사내가 내가 아니라면, 내가 무슨 짓을 벌이든 원망하지 마라."그는 삐딱하게 앉은 채 느릿느릿 말을 내뱉었다. 듣기에는 그저 가벼운 농담 같았다.하지만 강유영은 도리어 등골이 오싹해졌다. 선이 굵고 강렬한 그의 이목구비 아래에 말로 다할 수 없는 섬뜩한 살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한편.조사예는 시녀 소심과 함께 도경진을 부축하여 마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다급히 대문을 두드렸다."아주머니, 문 좀 열어주십시오!""누구십니까."도 부인은 단번에 조사예의 목소리를 알아들었으나, 짐짓 체면을 차리며 문을 열면서도 누구인지 물었다."아주머니, 접니다."조사예가 대답했다.도 부인은 잠시 뜸을 들이고 나서야 대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핏기 없이 새하얗게 질린 도경진이 눈을 감은 채 혼절해 있었다. 조사예와 시녀가 양옆에서 그를 부축하고 있었지만,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다."경진아,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아침에 나갈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어미가 그리 일렀거늘 기어이 고집을 피우더니……."도 부인은 아들의 참담한 몰골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황급히 다가가 도경진을 부축하면서도, 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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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아씨가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군. 참으로 고맙네."도 부인은 조사예의 손을 맞잡으며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조사예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더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주머니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조사예 역시 도경진이 쓰러진 것에 걱정이 앞서기는 했다. 하지만 그 걱정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환희를 덮기에는 역부족이었다.폐하께서 친히 혼사를 하명하셨다.그녀와 도경진의 혼사는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으니, 두 번 다시 바뀔 일은 없었다.머지않아 도경진에게 시집가 당당히 도 부인 행세를 하게 될 터였다. 마침내 오랜 꿈이 이루어졌다.그 생각을 할 때마다 벅차오르는 기쁨을 도무지 억누를 길이 없었다.물론 도경진이 의식을 잃고 누워 도 부인이 몹시 애를 태우고 있는 이 시점에 꺼낼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조사예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솟구쳐 오르는 기쁨을 나누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없었다.게다가 이 일은 도 부인에게도 중대사였다. 일찍 알려드려야 혼례 준비도 서두를 수 있을 터였다."무슨 일이기에 그러는가. 앉아서 편히 말해 보게."도 부인은 영문을 모른 채 맞잡았던 손을 놓고 침상 가장자리에 걸터앉으며 웃는 낯으로 권했다.그녀는 조사예를 찬찬히 뜯어보며 속으로 쯧쯧 혀를 찼다.조사예는 인물이 빼어난 것도 아니요, 서녀 출신이라 내세울 만한 가산도 없었다. 그나마 볼만한 구석이라곤 아들을 향한 지고지순한 마음 하나뿐이었다.하지만 그깟 진심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아들의 첩실로 들인다 해도 썩 내키지 않았다. 쓸데없는 진심 때문에 훗날 정실부인과 투기라도 벌이면 오히려 골칫거리만 될 것이 뻔했다.조사예는 인물도 신통치 않으니 장차 낳을 아이의 외모도 훤칠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뒤를 받쳐줄 막대한 재물도, 든든한 뒷배도 없는 여인을 며느리로 들여 봐야 득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도경진이 매번 싸늘하게 냉대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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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강유영 때문이 아니라, 오롯이 조사예 때문이었다.폐하께서 혼사를 하명하시어, 조사예를 아들과 맺어주신 것이다.아들은 그 일로 울화가 치민 데다 옛 상처까지 아물지 않아 쓰러진 것이 분명했다.모든 상황이 명백해졌다.도 부인이 다시 조사예를 보자, 그럭저럭 봐줄 만했던 모습이 순식간에 눈엣가시처럼 거슬리기 시작했다.조사예는 체구가 크고 살집이 있어 둔해 보였다. 빼어난 용모도 아니면서 남을 따라 수줍은 척을 하니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오늘 행궁에 갔다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면, 기를 쓰고 아들을 막았어야 했다. 도 부인은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아주머니, 어디 편찮으십니까."조사예가 조심스레 도 부인의 안색을 살폈다.그녀도 도 부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챈 것이다.도 부인은 줄곧 도경진이 일찍 혼인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혼사 소식을 듣고도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몹시 언짢은 기색이라 영문을 알 수 없었다.조사예는 문득 서유가 자신을 비난하던 말이 떠올랐다.도 부인이 진작부터 도경진의 짝으로 명문가의 규수들을 여럿 점찍어두고, 아들이 고르기만 하면 당장 혼례를 올리려 했다는 이야기였다.서유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 부인은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서출이라고 속으로 무시하는 것이 분명했다."아무 일도 없었는데 폐하께서 돌연 너희에게 혼사를 하명하시다니. 참으로 대단한 재주를 가졌구나. 대체 무슨 수를 쓴 게냐."도 부인은 더 이상 전처럼 인자한 모습을 꾸며내지 않았다. 두 손을 무릎에 올린 채 턱을 치켜들고 조사예를 쏘아보는 눈빛에는 경멸이 서려 있었다.전에 아들에게 넌지시 권했던 규수들은 하나같이 조사예보다 훨씬 나았다. 가문이나 용모 모두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하필이면 아들이 고집을 부리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더니, 결국 가장 뒤떨어지는 조사예를 아내로 맞이하게 된 꼴이었다.도 부인은 억울하고 화가 났다."저… 저도 잘 모릅니다……. 폐하께서 갑자기 하명하셨는데, 연유를 알지 못합니다."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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