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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곰탱이의 15분

Autor: 라율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5-09 02:43:15

주방 문턱을 밟으려던 재원의 발걸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등 뒤로 꽂히는 희수의 외침은 날카로운 화살보다 더 아프게 그의 뒷덜미를 파고들었다.

“당장 나가! 우리 집 비밀번호도 바꿀 거야! 당장 네 집으로 가버려!”

재원은 멈춰 선 채 냉장고 문고리를 잡고 있던 제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머릿속은 방금 전까지 ‘얼음주머니 위치’와 ‘희수의 부어오른 발가락’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희수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순간, 재원의 사고회로는 거대한 해일이라도 만난 듯 하얗게 씻겨 내려갔다.

‘...가라고?’

재원은 붉어진 눈을 깜빡였다.

평소의 재원이라면 이 상황에서 뒤를 돌아

“얼음찜질부터 하는 게 순서야”라고 설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회 이후,

그는 희수의 감정 앞에서는 유독 무력해졌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희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버티고 서 있을 배짱이,

지금의 그에게는 없었다.

결국 재원은 주방 안으로 한 발짝도 들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희수가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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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84화. 연애 운영 매뉴얼 V1.0

    거실 바닥의 노란 이불 속에서 눈을 뜬 재원은 한참 동안 천장을 응시했다. 털 알레르기 약 기운 때문인지, 밤새 희수의 눈치를 보느라 얕은 잠을 잔 탓인지 온몸이 찌푸듯했다. 재원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목이 말랐지만 찬장 문을 열려다 멈칫했다. 어제 본 ‘텅 빈 선반’의 잔상이 여전했다. 자신이 함부로 컵을 꺼내는 행위조차 희수가 공들여 만든 ‘자신만의 평화’를 깨뜨리는 침범 같아 조심스러웠다.“...일어났어?”부스스한 머리로 주방 문턱에 선 희수가 재원을 바라봤다. 재원은 컵을 잡으려던 손을 슬그머니 내리며 쭈뼛거렸다. “응. 물 좀 마시려다가... 어느 컵을 써야 할지 몰라서.”“아무거나 써. 자기가 내 눈치 보는 거, 나도 마음 안 편해.”희수의 말투는 여전히 퉁명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재원을 향한 안쓰러움이 섞여 있었다. 희수는 식탁 의자를 빼고 앉으며 재원을 불렀다.“자기야, 앉아봐. 우리 이렇게 계속 긴장하고 지낼 순 없잖아. 서로 지킬 건 지키고, 존중할 건 존중하자고. 가이드라인... 아니, 제대로 된 운영 합의서를 쓰자.”“합의서? 양식은 내가 잡아볼까?”재원의 눈이 본사 팀장 모드로 순식간에 복귀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태블릿 PC를 가져와 식탁 위에 올렸다. 희수는 그 모습에 실소를 터뜨리면서도, 보내준 자료들을 토대로 조항을 읊기 시작했다.[제1조. 사실과 해석의 분리]-사실->감정->요청 순으로 대화하기“자기야, 앞으로 서운한 게 있으면 '사실-감정-요청' 순으로 말해. '왜 매번 그 모양이야?'라고 묶어서 공격하지 말고.”“...메모 완료. 사실: 계획 변동 발생, 감정: 피로함, 요청: 24시간 전 공유. 알겠어. 감정 확대를 줄이는 데 효율적이겠군.”"아니 뭘 그렇게까지..."[제2조. 숫자 경계선 합의]-일주일에 3회 만나기. 피곤하거나, 더 보고 싶으면 대화로 합의하기.“우리 루틴 말이야. 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적고, 매일은 자기가 힘들잖아. 주간 빈도 3회,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83화. 곰탱이의 15분

    주방 문턱을 밟으려던 재원의 발걸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등 뒤로 꽂히는 희수의 외침은 날카로운 화살보다 더 아프게 그의 뒷덜미를 파고들었다.“당장 나가! 우리 집 비밀번호도 바꿀 거야! 당장 네 집으로 가버려!”재원은 멈춰 선 채 냉장고 문고리를 잡고 있던 제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머릿속은 방금 전까지 ‘얼음주머니 위치’와 ‘희수의 부어오른 발가락’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희수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순간, 재원의 사고회로는 거대한 해일이라도 만난 듯 하얗게 씻겨 내려갔다.‘...가라고?’재원은 붉어진 눈을 깜빡였다. 평소의 재원이라면 이 상황에서 뒤를 돌아 “얼음찜질부터 하는 게 순서야”라고 설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회 이후, 그는 희수의 감정 앞에서는 유독 무력해졌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희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버티고 서 있을 배짱이, 지금의 그에게는 없었다.결국 재원은 주방 안으로 한 발짝도 들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희수가 던진 쿠션이 바닥을 뒹구는 소리를 뒤로하고 현관으로 향하는 그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웠다. 쿵, 소리를 내며 현관문이 닫히고 복도의 서늘한 공기가 뺨에 닿는 순간, 재원은 제 뺨을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자신은 지금 얼음을 가져오려던 길에, 희수가 나가라고 했다고 진짜 쫓겨나 버린 것이었다.***복도 벽에 기댄 재원은 멍하니 차 키를 만지작거렸다. 초코와 사투를 벌이며 얻은 털 알레르기 덕분에 코는 여전히 맹맹했고 눈가는 따가웠다. 하지만 지금 재원을 더 괴롭히는 건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었다.‘가라고 했다고 진짜 나오면 어떡해. 너 바보냐?’스스로를 향한 자책이 쏟아졌다. 평소라면 1초 만에 결론을 내렸을 문제였지만, 희수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는 늘 판단력이 흐려졌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발걸음이 멈췄다. 이대로 집에 가는 건 영영 희수를 잃는 것과 다름없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재원은 비상구 계단에 주저앉아 자기가 뱉은 말을 복기했다.사실을 말하는 게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82화. 조련의 정석

    “아얏! 아이고... 발가락이야.” 바닥에 주저앉아 발가락을 움켜쥔 희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의자 위에서 기적 같은 균형감각으로 살아남은 재원이 천천히 내려왔다. 보통의 로맨스 소설 남주인공이라면 당장 안아 올리며 "괜찮아?"라고 물었겠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바닥에 구르는 희수를 내려다보며 훌쩍거리는 코를 한 번 팽 풀더니, 아주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정도면 골절 아니네. 가동 범위 보니까 단순 타박상이야. 누가 그렇게 조심성 없이 징징대래?” 희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지 성격 어디 안 간다고, 좀 받아주니 원래 본 모습이 나오나보다. 발가락 끝이 욱신거리는 고통보다 그의 그 무심한 말투가 더 아프게 가슴을 찔렀다. 붉어진 눈시울로 재채기를 참아가며 저런 독설을 내뱉는 꼴이라니. “뭐? 징징? 야! 사람이 다쳤는데 걱정은 못 할망정!” “걱정할 단계가 아니니까 사실을 말하는 거야. 얼음주머니 가져올 테니까 가만히 있어.” “됐어! 필요 없으니까 가! 당장 나가!” 희수는 홧김에 옆에 있던 쿠션을 재원에게 날렸다. 재원은 날아오는 쿠션을 가볍게 피하더니,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주방을 향했다. 희수는 그런 재원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너 들어올 생각 하지 마! 우리 집 비밀번호도 바꿀 거야! 당장 네 집으로 가버려!” 재원은 주방 문턱에서 멈칫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논리적으로 대화하자”며 버텼을 그가, 희수의 서슬 퍼런 기세에 진짜로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쿵. 뭐야, 나가란다고 진짜 나간거야? 정적이 찾아온 거실. 희수는 얼떨떨했다. 진짜로 가버릴 줄은 몰랐다. 발가락은 여전히 욱신거렸고, 텅 빈 집안은 아까보다 더 서늘했다. ‘...진짜 갔네. 나쁜 곰탱이.’ 희수는 입술을 삐죽이며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예전 같았으면 재원의 기분에 맞춰 “내가 조심성이 없었네” 하며 사과했겠지만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81화. 흔적 없는 방

    “오늘도 우리 집으로 가.”초코의 미용을 끝으로, 재원의 알레르기가 잦아들고퇴근 하는 길이었다.희수의 눈은 마주치지 않은 채, 차 안에 울려 퍼진 재원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못해 절박했다. 희수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예전의 재원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대사였다. 그에게 연애란 철저하게 계획된 루틴 안에서만 존재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그어두고, 그 외의 시간은 각자의 동굴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믿었던 남자였다. 매일 함께 있는 것을 효율성 떨어지는 감정 소모라며 부담스러워하던 그 곰탱이가, 지금은 주인 곁을 한시도 떠나기 싫어하는 대형견의 눈을 하고 희수를 졸라대고 있었다.“뭐어? 안 돼. 나 오늘 할 일 많아.”희수는 일부러 시선을 창밖으로 던지며 단호하게 잘랐다.“현관 센서등도 갈아야 하고, 밀린 빨래도 돌려야 해. 자기 챙겨줄 정신없으니까 그냥 집에 가.”“센서등, 내가 갈아줄게. 공구 차에 있어.”“...뭐?”“빨래 돌아가는 동안 나는 소파에 앉아만 있을게. 집안 일 하고 우리집에 가."재원은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결국 희수는 한숨을 내쉬며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털 알레르기로 눈물 콧물을 쏟으면서도 빗질을 멈추지 않던 그 고집이 여기까지 이어진 모양이었다.띠리릭, 도어락 소리와 함께 재원이 희수의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하지만 현관을 넘어서는 순간, 재원의 발걸음이 묘하게 머뭇거렸다. 분명 예전에도 수없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재원이 마주한 공간은 낯설다 못해 서늘했다. 거실 한복판에 놓여 있던 자신의 전용 1인용 소파는 사라졌고, 벽면에 나란히 붙어 있던 커플 사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재원은 홀린 듯 주방으로 향했다. 찬장을 열자, 항상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던 머그컵 선반에는 이제 희수의 것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정말... 다 치웠네.’재원은 그 텅 빈 공간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희수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80화. 미련 곰탱이

    재원의 비장했던 기세는 초코의 거대한 꼬리질 한 번에 처참히 무너졌다. 테이블 위에 올라앉은 초코는 재원에게 친근함을 표시하듯 묵직한 앞발을 툭 내밀었고, 재원은 마치 폭탄이라도 피하듯 슬리커 빗을 쥔 손을 바르르 떨며 뒤로 물러났다.“희수야, 얘는 내가 알던 강아지의 범주를 벗어난 것 같아. 무게감이 거의 송아지 수준인데?”“자기야, 엄살 좀 부리지 마. 덩치만 컸지 얼마나 순한데. 자, 결 따라 부드럽게 빗겨줘 봐.”희수는 배를 잡고 웃으며 재원의 손을 초코의 엉킨 털 위로 이끌었다. 재원은 꿀꺽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가느다란 슬리커를 갖다 댔다. 사각, 사각. 엉킨 털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뽀얀 털 가루가 공중으로 흩날렸다.그때였다. 재원의 콧망울이 실룩거리기 시작한 것은.“에에엣취! 에취! 에취!”연달아 터지는 재채기 소리가 고요한 미용실 안을 울렸다. 재원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팔꿈치에 코를 묻었지만, 한 번 터진 재채기는 멈출 줄을 몰랐다. 희수는 가위질을 멈추고 재원의 얼굴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재원의 눈가가 발갛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평소 단정하게 빗어 넘겼던 앞머리는 재채기의 반동으로 헝클어져 이마를 덮었고, 콧등에는 발그레한 기운이 돌았다.“자기야, 너 설마 털 알레르기 있어? 아까 아침엔 괜찮았잖아!”“...에취! 아냐, 아침에는 털이 이렇게... 에취! 날리지 않았을 뿐이야. 괜찮아.”재원은 빨개진 눈을 비비며 다시 슬리커를 고쳐 잡았다. 희수는 기가 찼다. 저 고집불통. 지금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은 상태면서, 연차까지 내고 조수를 자처한 체면이 있는지 절대 빗을 놓지 않았다. 희수는 서랍을 뒤져 비상용으로 두었던 알레르기 약을 꺼내 물과 함께 재원에게 내밀었다.“이거 먹어. 그러다 쓰러지겠다. 눈 좀 봐, 완전 토끼 됐어.”“...안 먹어. 약 먹으면 졸음이 와서 작업에 지장이 생겨. 다음 주에 또 연차 내서 너 도와주려면,오늘 완벽하게 익혀둬야 해.”"또 연차 낸다구?"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79화. 희수의 즐거운 수난

    차 안의 정적은 생각보다 길었다. 희수는 대시보드 위에 놓인 재원의 휴대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들, 다음 주에 같이 집에 오는 건 어떠니?] 라는 문구는 이미 화면에서 사라졌지만, 그 잔상은 재원의 얼굴에 고스란히 박혀 있었다. 재원의 시선은 정면을 향해 있었지만, 초점은 이미 안드로메다 어디쯤을 헤매는 듯했다. 핸들을 쥔 마디 굵은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희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그 뻣뻣하게 굳은 옆얼굴을 훑었다. 서울 본사 복귀라는 거창한 미션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않던 남자가, 어머니의 '동행' 제안 한 줄에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지는 꼴이라니. 희수에게는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였다. “...자기야, 넋 나갔어?” 희수의 목소리에 재원이 흠칫 놀라며 눈을 깜빡였다. 그는 대답 대신 마른세수를 크게 한 번 하고는, 마치 중대한 결단을 내린 장수처럼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준비해야겠어.” 재원의 말투는 비장하다 못해 비극적이기까지 했다. 희수는 조수석에 몸을 비스듬히 눕힌 채,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고 ‘생존 시뮬레이션’에 돌입한 이 곰탱이를 즐겁게 관찰했다. 차가 출발했지만, 재원은 평소답지 않게 신호등의 노란불에도 과하게 움찔거렸다. 어머니의 메시지 한 줄이 그의 정교한 루틴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은 게 분명했다. 오전의 ‘보라색 꼬리’ 미용실 안에서도 재원의 소리 없는 사투는 계속되었다.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빗자루를 든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꼿꼿했지만, 희수의 눈에는 그 너머의 당혹감이 훤히 보였다. 재원은 바닥을 쓸다가도 문득 멈춰 서서 허공을 응시했다. 분명 머릿속으로는 어머니께 드릴 첫 마디를 고르고, 또 고치고 있을 터였다. ‘자기, 너 지금 빗자루질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랑 면접 보고 있지?’ 희수는 별이의 털을 다듬으며 거울을 통해 재원을 훔쳐보았다. 재원의 손길은 기계처럼 정확했지만, 가끔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3화. T들의 감정선

    가게 한켠에서 머리를 질끈 묶고 정리하던 희수는 재원의 루틴이 오늘은 단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12:30 / 15:40 / 18:00] 같이 칼같이 들어오던 보고였다.희수는 처음엔 “바빴겠지” 하고 넘겼다.하지만 점심시간도, 퇴근 시간도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자, 슬슬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왜 보고 안 해…?’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희수에게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선물했다.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희수는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는, 진심을 담아 길게 메시지를 보냈다.[자기 늦어도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1화. 몰래 읽기 의혹 1차

    가게 한켠에서 머리를 질끈 묶고 정리하던 희수는재원이 아침부터 보내는 ‘초건조 모드’를 보며슬슬 불쾌함이 쌓여갔다.[회의들어간다] 09:30[끝났다] 10:10[밥먹고 쉰다] 12:31[일하는 중] 13:05평소에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오늘은 유난히 ‘정보만 던지고 사라지는’ 느낌이었다.심지어 온도도 없음.희수는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나름의 감정을 조금씩 섞었다.[나 지금 밥먹었어!] 13:30[오늘 손님 많아 ㅠㅠ 지쳐어~] 14:25그런데 돌아오는 답은—[네에] 15:40[집이다 쉰다] 15:4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21화. 투명인간이 된 기분

    무릎 수술 후 회복기.희수는 여전히 두꺼운 보조기를 차고 있었다.집 안에만 갇혀 있는 게 답답해, 재활 겸 아주 천천히 집 앞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이었다.절뚝, 절뚝.걸음은 느렸고, 땅거미가 내려앉은 골목은 조용했다.봉지를 든 손이 조금 시리다고 느꼈을 때였다.저만치 앞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어?’재원이었다.칼퇴근을 하고 집 근처로 온 모양이었다.반가움에 희수가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하려던 순간,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그는 혼자가 아니었다.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직장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23화. 나쁜놈 인 줄 알았는데 그냥 곰이었다

    그날의 ‘외면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났다.표면적으로는 다시 평화로운 루틴이 돌아왔다.[기상] 06:11[출근 준비] 06:12하지만 희수의 마음속에는 아직 잔여물이 남아 있었다.친구들에게 하소연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예상대로였다.“야, 그거 완전 나쁜 놈 아니야?”“지인한테 숨기는 거? 빼박이지. 어장관리 아니야?”“희수야, 너 가스라이팅 당하는 거 같아.”친구들의 말은 논리적이었다.사생활 숨김, 차가운 말투, 감정 회피.전형적인 ‘나쁜 남자’의 체크리스트와 일치했다.희수도 흔들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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