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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복수의 첫걸음, 불사조의 비상을 꿈꾸며 ]

주말은 순식간에 지나가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스틸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던전 4층을 제집 드나들듯 누비며 마물을 소탕하고 마정석을 긁어모았다. 그 결과, 손에 쥐게 된 수익은 무려 금화 2개. 황태자에게 진 빚을 자력으로 청산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한 쾌거였다.이 세계에 발을 들인 지 고작 일주일. 모험가이자 마법사, 그리고 누군가를 구한 의인까지. 스틸은 자신이 세운 계획들을 놀라운 속도로 완수해 나가는 중이었다.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몸 상태였다. 젊어진 탓인지, 아니면 곁에 있는 지니의 영향인지 전생보다 몸이 훨씬 가뿐했다. 물론 지니는 항상 아침마다 램프 속에 들어가 있어서 밤에 사고를 친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녀와의 관계도 더 가까워진 것은 분명했다.스틸은 오늘 아침도 교정을 달리며 폭발적으로 달라진 신체 능력을 만끽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볍군.’― 주인님, 가만히 있어도 몸이 좋아지는데 굳이 왜 운동까지 하는 거야?램프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지니가 의아한 듯 물었다. 스틸은 한적한 공터에서 몸을 풀며 마음속으로 답을 건넸다.‘몸을 단련해서 나쁠 건 없지. 넌 더 자지 않고 왜 일어났어?’― 주인님 구경하려고. 신기해.체력은 곧 국력이자 생존이었다. 하늘을 지키는 조종사에게 미세한 몸의 이상은 곧 작전 실패와 죽음을 의미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스틸의 영혼에 각인된 본능이었다.‘체력을 더 늘려야 해.’― 지금도 대단한걸? 어차피 인간은 100년도 못 사는 몸이라 금방 늙잖아.지니의 핀잔에 스틸이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다. 겨우 수명을 3년 늘렸을 뿐이니. 천 년을 산다는 엘프의 기준에선 찰나의 삶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철신에게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았다.‘하루를 살아도 제대로 살아야지.’― 하하, 역시 주인님은 남다르네.지니의 칭찬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스틸은 달리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아침 공기를 가르며 교정을 누비는 그의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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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대공의 화려한 변신]

강의실이 순식간에 술렁였다. 회색 망토를 입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빛을 머금은 듯한 인물 하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흰색 제복 위로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색 망토. 금사(金絲) 같은 머리카락 아래로 타오르는 붉은 눈동자. 판타지 세계의 정점이라 할만한 비현실적인 미모였다. 훤칠한 키와 반듯한 이목구비는 보는 이의 시선을 단숨에 집어삼켰다.그는 강의실 맨 뒷좌석에 앉아 주변인들과 우아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손짓 하나, 미소 한 자락에도 '내가 곧 권위이니 고개를 숙이라'는 오만함이 서려 있었다.“어머, 황태자 전하. 주말은 잘 보내셨습니까?”“전하, 황궁 일로 바쁘셔서 못 뵈는 동안 얼마나 궁금했는지 몰라요.”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인간들 위에 군림하는 천성적인 기운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황태자 자식, 낯짝 하나는 대단하군.’신이 공들여 빚은 듯한 조각 같은 이목구비와 당당한 골격은 황금색 망토 때문인지 그 주변만 다른 공간인 듯 광채가 났다. 전생부터 이어진 지독한 악연을 코앞에서 그를 마주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스틸은 여전히 가진 것 없는 처지였으나 기세만큼은 가문을 일으킨 대공 못지않았다. 그는 아쳐의 앞으로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스쳐 지나가는 찰나, 보이지 않게 그의 망토 자락에 흙먼지를 슬쩍 묻혀놓으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기억을 소실하여 실례를 범합니다만, 아쳐 가를리아 폰 레투카 황태자 전하가 맞으신지요.”아쳐의 붉은 눈이 스틸을 향했다. 그는 진심으로 누군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스틸을 올려다보았다. 공기가 따끔거릴 정도로 강력한 압박감이 전해졌으나 스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내가 황태자인 걸 묻다니, 재미있군. 누구지?”권위가 배어있는 목계가 강의실에 울려 퍼졌다. 비아냥이 아닌, 정말 생소한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지니가 간밤에 손을 본 덕분일까. 스틸은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주머니에서 금화 꾸러미를 꺼내 들었다.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황금빛 금화가 책상 위에 놓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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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신사의 의무: 나의 레이디를 위하여 ]

스틸은 강의실의 뜨거운 시선을 느긋하게 즐기며 히스테리아 교수를 향해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교수님,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저 때문에 소중한 강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송구할 따름입니다.”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듯 덧붙인 낮은 저음에, 교수는 홀린 듯 안경을 고쳐 쓰며 입을 열었다.“아! 그렇군요. 연락용 마도구가 없어 부득이하게 수업 시간에 부르게 된 점 미안해요. 상벌위원회에서 전달할 내용이 있어요.”“듣고 있습니다.”“마구간 화재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최종 결론이 났습니다. 또한,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학우들을 구한 대공의 공적을 높이 사, 다가오는 5월 아카데미 축제에서 정식 포상을 수여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죄가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억눌렸던 불명예가 씻겨 나가는 기분을 느끼며 스틸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좋은 소식이군요. 학업에도 더욱 정진해 주기 바랍니다.”“성실히 임하겠습니다, 교수님.”정중히 인사를 마친 스틸이 자리로 돌아오자, 지니가 제 일처럼 기뻐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기분 좋은 해방감 사이로 끈적하고 불쾌한 시선 하나가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황태자 아쳐였다.***아쳐는 치밀어 오르는 갈증에 수업을 끝까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그는 히스테리아 교수의 안색이 굳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오만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을 빠져나왔다.복도 창가에 기대어 푸른 잔디밭을 내려다보았지만, 들끓는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마도구를 꺼내 리나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먹통이었다.&ld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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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거칠게 휘감기는 마력과 너의 온기]

“렘브란트, 저런. 눈 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로 추하군.”식당 한 편, 귀족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서늘한 그늘 아래 서 있던 아쳐가 낮게 읊조렸다. 옆에 선 심복 피닉스 말로와 함께 혀를 차며 발걸음을 멈춘 그의 눈엔 명백한 경멸이 서려 있었다. 렘브란트와 스틸이 날카롭게 맞붙는 광경을 지켜보던 아쳐는, 가슴 한구석을 찌르는 묘한 위화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평소라면 먼지처럼 구르던 스틸의 눈빛이 지나치게 형형했기 때문이다.“전하, 무언가 이상합니다. 제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금테 안경 너머로 예리한 눈빛을 빛내며 마른 체형의 피닉스가 입을 열었다. 황제의 충직한 사냥개이자 말로 후작의 후계인 그가 옆으로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 아쳐가 황좌에 오르는 날, 그 역시 권력의 정점에 설 자였기에 그는 주군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귀신같이 알아차렸다.“그러게 말이다. 사람이 저토록 일주일 만에 달라지다니. 정말 던전 탓이라고 생각하나?” “제가 아는 던전이란, 하급 모험가들이 마수나 잡으며 비린내 나는 은화 몇 푼을 벌러 다니는 천한 곳입니다.” “간혹 미궁을 뒤지며 피를 보는 걸 즐기는 변태적인 귀족들도 있긴 하지만 좀 이상해.”피닉스는 아카데미 4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휴학까지 감행하며 아쳐의 보좌관을 자처하고 있었다. 황태자의 학업을 돕는 보조자이자, 정무 대신인 부친에게 은밀한 정보를 나르는 발 빠른 연결책이었기에 아쳐 입장에서는 믿음직스러운 충신이었다.“아까 수업 시간에도 단 한 번 졸지 않고 필기에 열중하더군요.” “참으로 기구하고도 재미있는 인연이야.”아쳐는 전혀 즐겁지 않은 표정으로, 스틸이 식당 문을 나서 사라질 때까지 그 뒷모습을 지그시 응시했다. 스물둘, 원래대로라면 졸업을 준비해야 할 나이였으나 세 번의 휴학 끝에 여전히 1학년 과목을 수강해야 하는 현실이 그의 자존심을 갉아먹었다. 황제의 명으로 전장을 누비느라 아카데미 생활이 꼬여버린 것이 화근이었다.대체 무엇이 그를 저토록 오만하고도 눈부신 존재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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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나를 전율하게 하다니]

스틸은 지니를 품에 안은 채 목표 지점에 정확히 안착했다. 첫 순간 이동임에도 영창조차 생략한 완벽한 궤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직후에 찾아왔다.“아, 머리야-.”강철 같은 정신력을 자부하던 전직 스텔스기 조종사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시공간이 뒤틀리며 가해진 압박은 시속 1,000km의 중력 가속도와는 차원이 다른 종류의 구역질을 동반했다.토네이도의 핵을 관통한 듯한 속도감이 멎고, 마침내 발바닥에 딱딱한 지면의 감촉이 전해졌다. 단 3초. 그 짧은 찰나에 영혼까지 탈곡된 듯한 기묘한 감각이 스틸의 전신을 지배했다. 그는 땅을 밟고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허공에 매달린 듯한 부유감에 쉽사리 눈을 뜨지 못했다.“···저기, 주인님! 윽! 대단하다!”“역시 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어지럽군.”지니의 호들갑스러운 음성에 스틸이 탄식을 흘렸다. 이동의 여파인지 주변은 그가 뿜어낸 검고 붉은 마력 잔재로 얼룩덜룩한 연기가 자욱했다. 평범한 아카데미의 오후, 평범한 학생들, 그리고 평범한 강의동 앞 공터. 장소는 정확했다. 하지만 시선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야외 실습 중이던 학생들은 난데없이 연기 속에서 나타난 스틸을 향해 경악 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들은 입을 막은 채 얼어붙어 있었고, 스틸은 밀려오는 어지럼증을 억누르며 크게 심호흡만 내뱉었다.“주인님, 나 좀 내려주면 안 될까? 사람들 보잖아.”그제야 제 품에 안긴 지니의 존재를 자각한 스틸이 그녀를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주었다. 매너 있게 인사를 건네려던 찰나, 참아왔던 속수무책의 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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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상식 밖의 성장: 규격 외의 대공]

역시 타인의 충고는 겸허히 새겨들었어야 했다.마법이란 결코 안일한 상상력만으로 대처할 문제가 아니었다. 이동 직후 밀려드는 이 지독한 고통이 순간이동의 대가라면, 매번 자유자재로 구사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육체와 정신 중 어느 편을 더 단련해야 이 반동을 억누를 수 있을지 묵직한 고민이 스쳤다.“주인님, 대단해! 그냥 몸만 옮겨도 어지럽고 사과 한 알만 들고 이동해도 구역질이 난다는데… 무려 나를 안고 비약했는데 이리 멀쩡하다니!”“좀 어지럽군. 명색이 주인인데 너 하나는 건사해야지.”지니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손바닥 위에 사탕 한 알을 만들어 내더니 스틸에게 내밀었다.“주인님은 가끔 참 대단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니까? 자, 이거 먹어. 나중엔 나를 주인님의 램프 속에 쏙 집어넣고 순간이동하면 훨씬 수월할 거야.”그건 확실히 새겨두어야 할 지식이었다. 굳이 괴롭고 험난한 길을 돌아갈 필요는 없으니까. 지니가 건넨 달콤한 사탕을 입에 물고 강의동 밖으로 나서자, 이런.학생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스틸에게 고정되었다. 혹여 그 짧은 찰나에 다른 소동이라도 있었나 싶었으나, 쏟아지는 이목의 이유는 명백히 그 자신이었다.***“스틸 대공, 괜찮으십니까?”검은 망토를 머리까지 깊게 눌러쓴 작은 체구의 젊은 남자가 앞을 가로막으며 말을 걸어왔다.“아… 네. 그런데 누구신지.”학도의 복식은 아니었고, 교수라 하기엔 지나치게 앳된 안면이라 가늠이 서지 않았다. 스틸이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상대가 지휘봉처럼 얇고 긴 막대를 들어 올렸다.마법 지팡이로 추측되는 그것을 휙 휘두르자, 허공에 짙은 흑연이 피어오르더니 글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나는 마지션 픽스, 『마법학 개론』을 담당하는 교수입니다.”스틸은 곧장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깍듯이 예를 갖췄다.“기억을 잃어 결례를 범했습니다.”스틸이 허리를 숙이자 곁에 있던 지니도 엉겁결에 머리를 조아렸다.“그나저나 이거 놀랍군요. 스틸 대공에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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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금빛 태양 아래 도사린 칼날]

 상태창을 목격한 학생들의 경악 섞인 웅성거림은 스틸의 어깨를 기분 좋게 치켜세우기에 충분했다.“스틸 대공, 정말 대단한걸? 최근 던전을 휩쓸고 다닌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봐.”“레벨이 벌써 24라고?”“입학 후 줄곧 수업엔 냉소적이었던 사람이 저렇게 의욕을 보이다니, 역시 실력에 자신이 생긴 건가?”주변의 반응을 곱씹으며 스틸은 과거의 행적들을 복기했다. 이전의 생에서나 지금의 생 초반에서나, 그는 늘 마법 수업을 방치했고 단 한 번도 자신의 진정한 역량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입학시험조차 백지로 제출했을 만큼 삶에 냉소적이었던 그였기에, 지금 이들이 느끼는 충격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마지션 픽스 교수 또한 흥미로운 눈빛으로 스틸에게 다가와 마지막으로 레벨을 확인했던 장소를 물었다. 스틸이 담담히 용병 길드에서 측정했다고 답하자, 교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찬사를 보냈다.“놀랍군요. 최근에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표기된 추가 수명은… 아마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대가로 부여된 것이겠지요.”교수는 무언가 강력한 봉인이 생명의 위협을 감지해 해제되었거나, 던전의 정수를 흡수해 얻은 기연일 것이라며 전문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차마 이세계의 환생자라거나 엘프의 가호를 받았다는 진실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으나, 덕분에 장내의 학생들은 스틸의 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필연적인 성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그때, 소란스럽던 잔디밭 위로 서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을 내뿜으며 한 사내가 등장했다. 회색 망토를 두른 친위 마법사들의 호위 속에, 태양을 본뜬 황금빛 망토를 휘날리며 거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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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불길한 예감이 또]

흥미진진한 수업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황실 호위 기사단이 마치 감시하듯 수업 현장에 바짝 붙어 참관하는 꼴이 눈에 거슬렸다. 아쳐, 그 오만한 인간은 대체 무엇이 두려워 이토록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것일까.어찌 됐든 마법 수업은 실용성의 정점에 서 있었다. 전생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적의 논리가 지금 스틸의 눈앞에서 찬란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이전의 삶에서 마법이란 그저 타인의 이야기이자 허무맹랑한 환상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달랐다. 이번 생애야말로 마법은 스틸이 마주할 모든 난관을 부수고 나갈 가장 날카로운 ‘열쇠’가 될 터였다.스틸은 마지션 교수를 향한 신뢰를 담아 지니와 함께 대열의 맨 앞으로 나섰다.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은 누구보다 뜨겁게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자, 여러분들··· 여기 마정석을 보십시오.”마지션의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 들린 것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불투명한 초록색 돌이었다. 던전에서는 모험가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흔하디흔한 하급 마정석들이 그의 손바닥 위에서 달그락거렸다.“제가 여기에··· 불 속성의 마력을 직접 주입하겠습니다. 조별로 나눠 드리는 마정석으로 위력 실험을 진행하겠습니다.”그는 마정석 10개를 두 손에 소중히 움켜쥐고 영창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낮은 목소리가 공명하며 주변의 대기를 흔들었다.“화염이여, 주인의 이름으로 그 능력을 부여하오니 세상에 붉은 불길을 허락하소서.”주문이 반복될 때마다 마정석은 불투명한 껍질을 벗고 투명하고 붉은 빛을 머금은 보석으로 변모해갔다. 마침내 10번의 영창이 끝났을 때, 마정석은 마치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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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진실은 침몰하지 않아야 하는 법]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아카데미 기사단장 세도르는 웨스트 에어리어 25 스트리트로 향하는 내내 미간을 펴지 못했다. 스틸 대공이 또다시 망나니짓을 저질렀다는 신고가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되었기 때문이다. 옆을 따르는 부단장 이버는 이미 분노로 입가에 거품을 물 기세였다.“정말 흉악하기 짝이 없지 않습니까? 지난 사고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또 이런 일을! 역시 스틸 대공은 제국의 수치이자 최악의 귀족임이 틀림없습니다.” “······흉악이라······.”침착함을 유지하려는 세도르와 달리, 이버는 콧바람을 쌕쌕대며 스틸의 죄목을 조목조목 읊어댔다.“강의 중인 고결한 마지션 교수님께 여성스럽다며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고, 수업 도구를 무기로 휘둘렀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위협하기 위해 고의로 불까지 질렀다더군요!”접수된 신고 내용만 본다면 스틸은 황태자를 음해하고 황권을 찬탈하려 한, 그야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대역죄인이었다. 황족 능멸, 폭발물 투척, 교권 침해, 그리고 사악한 마법으로 신성한 교육의 현장을 더럽힌 죄까지. 서류상의 죄목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세도르에게는 기사로서 다져진 직감이라는 것이 있었다. 말을 몰아 현장에 도착할수록 기묘한 위화감이 그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수업 시작 단 10분 만에, 그것도 홀로 이토록 허술하고 조악한 반역을 꾀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았다.“이버 경,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뭐가 말씀입니까?”세도르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기사단에 포위된 스틸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장의 잔디밭은 방금 비라도 내린 듯 청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폭탄이라 신고된 마도구들은 잔불조차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성희롱을 당했다는 마지션 교수는 정작 스틸의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그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반면, 저 멀리 벤치에 비스듬히 앉아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황태자 아쳐의 입가에는 비열한 흥미가 서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저게 보이지 않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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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판을 뒤흔드는 불청객들]

이 상황에서 밀로투스와 메스메리아가 눈치 없이 나타나다니.아쳐는 잠시 등골이 쭈뼛 설 만큼 황당해 말문이 막혀버렸다.그 둘은 황태자파도 아니고 반 황태자파도 아닌 중도에 선 백작 가문 사람들이었다.나름 귀족의 신분도 갖추었고, 영향력도 있는 자들이라 황가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아 저들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니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그들에게 잘 보여 훗날 황가에 힘을 실어 주기를 간곡히 바라는 사람이 다름 아닌 황제 골타르였다. 즉, 아쳐에게 거꾸로 그들에게 잘 보이라 늘 명령까지 했었기에 지금 조심스러웠다.‘망할, 왜 하필 지금?’아쳐는 어금니를 악물고 밀로투스와 메스메리아를 응시했다.세도르는 아카데미의 영향력 있는 두 교수가 나타나자 스틸을 연행하려던 것을 멈추었다.“교수님들, 무슨 일이십니까.”그때 밀로투스는 이곳을 시선으로 훑어내며 마지막 스틸을 빤히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세도르 경,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곳의 상황을 다 지켜보았소.”“저도 마찬가지에요. 밀로투스 교수님과 긴밀하게 할 일이 있어······ 찾아갔다가······ 어쨌든 저기 교수동에서 이곳을 계속 내려다봤거든요.”모두의 시선은 메스메리아의 손끝으로 향했고 그녀가 가리키는 곳이 바로 3층 군사학 교수실임을 모두는 확인했다.얼마 떨어지지 않아 매우 가까운 곳임도 확실했고, 무엇보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밀로투스와 메스메리아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납득하게 되었다.“아, 그렇군요. 상황을 설명해 주시지요.&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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