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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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내가 좀 네게 반한 것 같아]

스틸은 수차례의 생을 반복하며 닳고 닳은 감각으로 단번에 알아차렸다. 무겁게 내려앉은 커튼 뒤, 일렁이는 공기 너머에 숨어 있는 그놈.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기어이 제 목숨줄을 끊어놓던 숙적, 아쳐였다. 찰나의 분노가 심장 밑바닥에서부터 화마처럼 일렁였다. 아쳐는 전생의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 시절에도, 레투카 제국의 대공으로 살던 생에서도 늘 스틸의 파멸을 설계하고 집행한 장본인이었다. 그 지독한 악연이 붉은 연기처럼 피어오르다 차갑게 가라앉았다. 스틸은 입가에 비스듬한 미소를 매달았다. 사냥감을 눈앞에 둔 포식자처럼 느긋하면서도 위험한 여유가 전신에 감돌았다. ‘오호, 저 자식 구경이라도 온 건가? 내가 비참하게 끌려 나가는 꼴이라도 보려고? 이 망할 새끼가.’그때, 단상 옆에서 금테 안경을 추켜올린 푸른 단발머리의 남학생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정적을 깼다. 상벌위원회의 진행을 맡은 그의 어조는 취조실의 형사처럼 집요하고 공격적이었다.“1학년 스틸 폰 가드 캔도르 대공. 묻겠습니다. 그대는 그 시각, 마구간에 왜 간 겁니까?”서슬 퍼런 질문이었으나 스틸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제국을 휘젓던 ‘망나니 대공’이라는 오명은 이럴 때 꽤 훌륭한 방패가 되어주었다. 스틸은 품 안의 지니를 조금 더 단단히 고쳐 안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글쎄요. 연기를 너무 마셔서인지 화재 이전의 기억은 안개라도 낀 듯 흐릿하군요. 기억상실······ 뭐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그의 낮은 저음이 강당에 퍼지자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기억상실? 세상에, 저 뻔뻔한 낯짝 좀 봐.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그나저나 소문 속의 추남 대공 맞아? 생각보다 외모는······ 평범은 하잖아?”“품에 안고 있는 여학생은 또 누구야? 그 못된 손에 잡힌 꼴이라니, 가련하기도 하지.”멸시와 호기심이 뒤섞인 시선들이 화살처럼 날아와 박혔다. 하지만 스틸은 오히려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정면을 응시했다. 품 안의 지니를 감싸 쥔 그의 팔에 단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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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급 망나니의 반란]

*************************- 기타 능력 : 210,000- 현재 레벨 : 8 (E급 마력소유자)★ 물 마법 능력이 자유로워짐.★ 마력 탐지 기능이 발현함.★ 추가 수명 1.5년.*************************“주인님, 정말······ 대단해.”공개적인 자리라 크게 소리 내어 찬탄할 순 없었지만, 지니의 눈동자는 이미 황홀경에 빠진 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스틸의 단단한 팔을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꼭 껴안은 채,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온몸을 살랑살랑 흔들어 댔다. 엷게 퍼지는 그녀의 체향이 스틸의 감각을 자극했다.‘마력 탐지라. 그래서 그 쥐새끼 같은 놈이 보였군.’스틸은 눈을 가늘게 뜨며 허공의 한 지점을 응시했다. 은폐 마법 뒤에 숨어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을 존재가 기류의 파동으로 느껴졌다.“이 속도라면 주인님, 금방이라도 세상을 발아래 두겠어.”지니의 달콤한 속삭임이 귓가를 간지럽혔다.하긴, 단 며칠 만에 레벨이 3단계나 수직 상승했다. 초월자의 가호로 개화한 마력에 전생의 처절한 기억까지 더해진다면, 이번 생은 다를 것이다. 아니, 반드시 달라야만 했다. 아쳐, 그 오만한 놈의 목줄을 죄어버릴 날이 머지않았다.“기대되는군.”스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마력이 아드레날린과 섞여 묘한 고양감을 선사했다.그는 강당을 가득 메운 군중의 시선을 하나하나 정면으로 받아내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투명한 공기 너머 숨어있는 아쳐를 향해 맹수 같은 안광을 쏘아 보냈다.***‘설마, 아니겠지? 저 망나니 자식이 날 보고 있는 건가?’아쳐는 지금 관자놀이가 터져 나갈 듯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계획했던 모든 일이 진흙탕 속에 처박힌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리나를 끌어안고 이 뒤틀린 화풀이를 하고 싶었건만, 마정석 통신은 차갑게 식어 있을 뿐이었다.마구간에서 연기에 질식해 비참하게 죽었어야 할 스틸 대공이, 대체 어떻게 저토록 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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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내가 이런 사람이야]

촤르륵 촤르륵.능력이 더욱 향상된 스틸의 손에서 뿜어지는 물 대포로 인해 일제히 커튼에 붙은 불을 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으로는 검은색과 붉은색이 함께 공존하며 에너지가 피워 오르고 있었다.한 걸음 두 걸음. 발원지를 제압한 스틸은 그곳을 시작으로 불길을 잡으며 벽을 따라 걸어갔다.화염이 치솟은 곳곳마다 집중적으로 물대포를 쏘아대자. 모두는 놀라 시선을 떼지 못하고 이 광경만 멍하니 바라보았다.“어머나! 스틸 대공이··· 마법을···!”“윽! 한꺼번에 물을 저리 많이 뿜다니!”“마력을 저리 잘 쓸 줄 알다니 몰랐네! 우린 살았다!”“마지션 교수님급 아니야?”사람들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는 물대포를 쏘는 스틸의 물 마법만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물줄기는 쏟아지는 폭포처럼 대단했고 수량과 수압 역시 순식간에 화재를 진압하고도 남았다. “불이··· 거의 꺼지고 있어···.”“······아카데미 꼴등으로 입학한 거 아니었어? 이 정도면 마력 분야의 수석 입학 아니야?”사람들의 술렁거림이 커질수록 불길은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감탄사는 더욱 진화되는 불길만큼이나 커졌다.스틸은 물기둥을 쏘면서 자신이 바람 마법도 구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창문 쪽에 거대한 물회오리를 쏟아부었다. 그러자 불길에 휩싸인 그 창문은 와장창 깨지면서 사람들의 탈출구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제가 마지막 진화를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곳으로 나가십시오! 차례차례 차분하게 이동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군대 짬밥 10년. 본 게 있고 한 게 있는 그였다. 전생 전전생에서도 고위 귀족이니 명령하는 게 몸에 배었기에 사람들을 그렇게 진두지휘하면서 불길은 모두 잡아내었다.강당은 흥건히 물에 젖었고, 그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놀라 차분하게 스틸만 바라보았다.꼼꼼하게 잔불까지 모두 없어지도록 불을 다 끈 스틸은 그제야 사람들을 하나하나 시선으로 훑었다.‘뭐 이 정도면 되겠지. 하지만 어째 쓰레기는 빨아서 못 쓰나! 이 새끼!’반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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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요망해서 돌아버리게]

세미나실의 육중한 문이 닫히고, 팔로시 교수만이 홀로 남겨졌다. 창밖으로 저무는 노을빛은 마치 쏟아진 와인처럼 붉게 번져 방 안의 정적을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그래, 마티어스 군. 조사해 줄 게 하나 생겼네.”팔로시의 낮은 음성이 텅 빈 세미나실에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명령만 내려주십시오.마티어스의 단호한 목소리가 팔로시의 귓전을 스쳤다.“스틸 대공을 관찰하게. 오늘 그의 눈빛과 행동에서 묘한 이질감을 느꼈어. 단순히 결백을 주장하는 이의 당당함이라기엔, 그 깊이가 너무도 심오하더군. 내 학자적 호기심이 자극될 정도로 말이야.”통신을 종료한 팔로시는 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 뭉치를 집어 들었다. 제국의 망나니라 불리던 사내, 스틸 대공에 대한 기록들이었다.그는 돋보기를 꺼내 오늘 사건의 진상이 담긴 문구들을 하나하나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사람이······ 단숨에 어찌 저리 다른 영혼이라도 깃든 것처럼 변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눈빛은 분명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전사의 그것이었어.”그러자 마티어스는 대답이 간극이 길었다.하지만 이내 팔로시가 원하는 말이 다시 귓가에 닿았다.-최선을 다해 뒤를 캐보겠습니다.만족스러운 답을 듣고서야 팔로시는 스틸에 대한 기록을 천천히 덮어 두었다.***스틸은 다행히 다시 그 삭막한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혐의를 벗었으니 당연한 귀결이었지만, 지니와 함께 기숙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노스트 에어리어의 가장 구석진 곳, C동 지하 109호. 그곳이 대공이라는 허울뿐인 껍데기를 쓴 스틸의 보금자리였다.철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스틸은 절로 새어 나오는 한숨을 막지 못했다. 전생에서 그토록 동경했던 아카데미였건만, 이번 생의 현실은 피폐하기 짝이 없었다. 제국에 단 둘뿐인 대공의 거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숙사는 낡고 비좁았다.“심각하군.”낮게 읊조리는 스틸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지니는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코끝을 찡긋거렸다.“그러게.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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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엇갈린 밤, 그리고 깨어나는 감각]

마구간 아래, 습한 공기가 감도는 비밀스러운 지하 공간.황태자의 은밀한 아지트인 침대 위에서, 아쳐는 억눌린 짐승 같은 숨을 내뱉으며 리나를 거칠게 품에 가두었다. 그는 옷가지가 채 다 벗겨지지도 않은 그녀의 몸을 뒤돌려 세웠다.질척질척정적을 깨는 파찰음과 함께 리나의 하얀 둔덕이 붉게 달아올랐다. 거칠게 몰아붙이는 아쳐의 손길에 그녀의 신음이 애처롭게 흩어졌다.“아윽, 전하······. 오늘 너무······ 거치세요. 하흣!” “리나. 네 덕분에 이제야 살 것 같으니까.”아쳐의 입술 사이로 갈라진 탁한 쉰 소리가 흘러나왔다. 과도한 마법 사용과 낮에 겪은 모욕이 독기 어린 기운이 되어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그는 오늘 시간에 맞춰 나타난 리나를 보자마자, 참지 못하고 그녀의 옷을 찢어발기듯 벗겨내 침대에서 열기를 돋우게 되었다.쾌락에 몸을 맡기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온통 낮에 본 스틸의 형상으로 가득했다. 분노로 인해 맞물린 이빨 사이로 불쾌한 마찰음이 샜다.‘감히! 그 멍청한 놈이 날 기만해?’확신할 수 있었다. 투명 마법으로 몸을 숨긴 자신을 꿰뚫어 보고, 보란 듯이 물벼락을 안겨준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극하면 반응조차 제대로 못 하던, 망가뜨리기 딱 좋은 장난감이었는데. 서열 4위라는 껍데기만 두른 채 던전 쓰레기나 줍던 그 비천한 놈이, 대체 어떻게 대마법사 급의 물 마법을 휘두른단 말인가.‘던전에서 대체 무슨 괴물이라도 잡아먹은 건가? 운도 지독히 좋은 새끼.’비교 대상은 늘 황위 계승 서열 3위인 오스카였다. 아버지 골타르 황제의 차가운 눈빛과 오스카의 완벽함 사이에서 숨 막히던 아쳐에게, 스틸은 유일한 숨구멍이자 화풀이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유일한 위안마저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 그를 미치게 했다.“······전하? 제 말 듣고 계세요?”리나의 젖은 목소리도 아쳐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오늘은 여자를 품어도 불쾌한 잔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차라리 이 행위를 빠르게 마무리해 분노를 배출하기로 마음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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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대공 전하의 아카데미 갓생 일기]

대한민국 학기제와 비슷하게 3월 1일부터 시작에 여름방학, 겨울방학도 있고, 주 4일 수업에 목요일만 오전 수업인 데다가 나머지는 매일 2과목 오전, 오후 학점 이수제 형식이었다.이 정도면 평범한 대학 아닌가. 사관학교를 다니느라 군인 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일반 대학 다니는 녀석들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했는데.이런 방식으로 대학교를 다니게 되니 사람 참 오래는 살고 볼 일이었다.『마법학 개론』, 『군사학 개론』, 『귀족의 의무』, 『수학 개론』, 『연금술의 세계』, 『문학의 세계』, 『운동학 개론』, 『던전의 세계』 등.대신 과목들이 이름만 들어도 만만찮아 이건 쉽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입학 성적이 300명 중에 300등이었으니.교육과정 편성을 보다 앞으로 학교생활이 걱정된 스틸은 무거운 마음으로 한숨을 뱉었다.잘 먹고 살자면, 공부도 열심히 해야 어디 취직도 할 테고 능력도 인정받을 텐데.밥이나 먹고 공부하러 가야지 하던 그 순간 번뜩 머릿속에 떠오른 게 하나 있었다.“아······, 돈!”그래도 지니가 첫날 은화를 만들어 줬기에 주머니를 뒤적거려 겨우 은화를 찾아낼 수 있었다.그런데 이 세계에서 돈 버는 게 힘든 일인가? 그때, 스틸은 앞으로의 경제생활을 어찌해야 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이럴 때는 현자처럼 답을 해주는 램프가 있으니 한번 이용해 보고자 목걸이를 문지르며 질문을 던졌다. “램프여! 이 몸은 그동안 어떻게 돈을 마련했는지 궁금하군. 그리고 앞으로 돈을 벌 방법을 안내해 주면 좋겠어!”잠시 뒤, 황금빛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더니 눈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스틸 대공은 그동안 소형 던전 1층을 다니며 마정석을 주워 팔아 생활하였음.★던전은 고정화된 곳도 있고,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곳도 있음.★큰돈을 원한다면 길드에서 파티원을 조직하여 던전을 다니며 마수를 토벌하면 됨.*************************** 갑자기 놀란 스틸은 자신의 상태창을 보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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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평판의 이면 : 진실은 무엇?]

레투카 제국 아카데미, 노스트 에어리어 식당 앞. 아침 공기는 상쾌했으나, 그 너머로 흐르는 학생들의 시선은 특정 인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신비로운 파란색 짧은 머리칼 아래로 서늘한 지성을 머금은 파란 눈. 마티어스는 쏟아지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의 어깨 위에서 펄럭이는 붉은 망토는 그가 아카데미의 정점인 4학년임을 증명하는 훈장이자, 제국의 미래를 짊어진 인재라는 보증수표였다.“안녕하십니까! 마티어스 경!”활기찬 외침에 마티어스가 고개를 돌렸다. 기골이 장대하고 한쪽 눈에 안대를 착용한 사내, 밀레 백작가 출신의 렘브란트가 초록색 망토를 휘날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졸업도 하시기 전에 황실 기사단 선봉에 서셨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도르트 후작 각하와 국경 수비까지 마치고 오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렘브란트의 동경 어린 찬사에 마티어스는 사람 좋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하지만 그 푸른 눈동자 깊은 곳에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일렁였다.“뭘, 렘브란트 경도 아버님을 도와 도른 제국 분쟁지 토벌에서 큰 공을 세우지 않았나. 자네야말로 진정한 기사의 귀감이지.”마티어스의 우호적인 말투에 렘브란트는 기분이 고조된 듯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인정받고 싶어 안달 난 사내를 다루는 것은 마티어스에게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하하, 과찬이십니다! 참, 경께선 그 소문 들으셨습니까? 우리 아카데미의 수치, 그 ‘망나니 거지 스틸 대공’ 말입니다.”옳거니. 마티어스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자신이 먼저 묻지 않아도 먹잇감은 스스로 굴러들어오는 법이다. 그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흥미롭다는 듯 반문했다.“글쎄, 내가 최근 기사단 일로 바빠서 학교 돌아가는 꼴엔 좀 어두워서 말이야.”렘브란트는 마티어스에게 한 걸음 더 밀착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의 숨결에는 스틸을 향한 노골적인 혐오와 뒤틀린 심사가 가득 묻어 있었다.“역시 그러셨군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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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망나니 대공의 우아한 식사]

스틸은 현재 자신의 가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그는 여유롭게 나이프를 놀리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티스에게 시선을 던졌다. 마티스는 스테이크를 작게 썰어 입에 넣으며 스틸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실은 10년 전, 캔도르 대공가가 도른 제국과의 전쟁에 휘말려 영지 자체가 폐허가 되었어. 가문에서 살아남은 건 스틸 대공, 그대 혼자뿐이었다고 들었지.”“······과연, 그렇습니까.”스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전생과는 미묘하게 다른 설정이었다. 제국의 국경을 수호하던 강대한 대공가가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졌다니. 아마도 골타르 황제가 제 아들 아쳐에게 무결한 황위를 물려주기 위해, 잠재적 위협인 캔도르 가문을 고의로 사지에 몰아넣은 것이겠지.합리적인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마티스는 흥미롭다는 듯 말을 이었다.“최근 소문으로는 입학 시험지를 백지로 내질 않나, 황태자와 사사건건 충돌하며 교수들과도 시비가 붙었다고 하더군. 제국 제일의 문제아로 낙인찍힌 상태야.”그것 참 흥미로운 정보였다. 머리가 나빠서 꼴찌를 한 게 아니라, 이 썩어빠진 세상에 나름의 방식으로 침을 뱉고 있었던 모양으로 보였다.“정의로운 면이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해. 황태자에게 대놓고 바른말을 할 사람은 이 제국에 스틸 대공 혼자였으니까.”마티스가 덧붙인 말에 스틸은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댔다. 그건 듣던 중 다행이라 생각하던 그때.-주인님, 조심해. 아주 역겨운 냄새가 나.“이런!”순간 머릿속을 울리는 지니의 음성에 스틸이 벌떡 일어났다. ***분명 지니 목소리가 들렸는데.주변을 날카롭게 훑었으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스틸 대공, 왜 그래?”“아, 아닙니다. 잠시 현기증이 나서.”스틸은 가슴께의 목걸이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손끝을 타고 흐르는 따스한 마력이 요동치던 심장을 달래주었다.‘지니 맞나?’그렇게 마음속으로 말을 하던 그때.-응, 주인님. 다시 지니의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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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레이디를 아끼는 품위 있는 남자]

스틸은 감히 어디서 남에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지 렘브란트를 무시하듯 눈을 깔아 내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 지니 말입니까.”“그래? 어느 가문의 숙녀인가? 어찌하여 그대의 곁을 지키고 있는 거지?”“평민 출신입니다. 그저··· 저를 따르는 레이디일 뿐이지요.”제 입으로 뱉어놓고도 낯간지러운 기분에 휩싸인 스틸은 마티스의 집요한 시선을 가볍게 갈무리하며 물 잔을 들어 올렸다. 서늘한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갔으나 묘한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스틸. 쓰러진 평민을 그토록 지극정성으로 돌보다니, 설마. 풋! 하하!”자신을 무시하는 렘브란트의 말에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스틸은 구태여 입을 여는 대신 우아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쥐었다. 무의미한 문답보다는 눈앞의 식사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라는 판단이었다.그때, 렘브란트는 비아냥 거림을 멈추지 않은 채로 천박한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제국에 온갖 악취미 같은 소문은 다 달고 다니는 스틸 대공을 따라다닌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하하!”순간 스틸의 미간이 미세하게 뒤틀렸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무례한 주둥이를 함구시켜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하지만 그는 대공으로서의 품위와 눈앞의 소중한 음식을 맞바꿀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스틸은 끓어오르는 불쾌감을 짓누르며 고기를 잘라 천천히, 그리고 아주 절도 있게 씹어 삼켰다.“말 가려 하십시오.”“쳇, 거지라도 좋으니 그 천박한 여자애는 대공비 자리를 꿰차고 싶은 속물인가? 아하! 어쩌면 인근 제국에서 흘러 들어온 아무것도 모르는 뜨내기 자유민일지도 모르겠군. 하하!”감히 지니를 폄하하는 말을 하다니.-뭐야? 어우! 너무 싫어!참다못한 지니가 귓가에서 구시렁거리자, 스틸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듯 무심하면서도 서슬 퍼런 목소리를 내뱉었다.“진실로 사랑받아 본 적 없는 자들에게는 영원히 이해 못 할 영역일 겁니다. 혹시 렘브란트 선배님도 현재 연인이 없는 건 아니신지.”식사하던 마티스가 예상치 못한 반격에 사레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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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공의 노트 위에 새긴 이야기]

스틸은 혹여나 지니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마음에 다시 한 번 그녀를 소환하듯 불러보았다.‘지니?’-주인님, 방금 일어났어. 그런데 이 수업 정말 흥미롭다! 나 다 듣고 있었어.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다루는 문학 수업이 재미있다니. 역시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이라 그런가. 스틸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속으로 대화를 이어갔다.‘수업이 끝나는 대로 길드든 던전이든 학교 밖으로 나가볼 생각이다.’-정말 탁월한 생각이야! 던전은 실전 경험을 쌓고 레벨을 올리기에 최적의 장소니까.‘엘프력인지 뭔지 하는 그 지표를 빨리 갱신해야겠어. 이 비루한 무시를 견디는 것도 이제 한계니까. 분위기를 완전히 쇄신해야지.’-하하, 주인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 정말 반가운걸. 잠깐만 기다려 봐.그 순간, 스틸의 발치에서부터 찬연한 황금빛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찰나의 눈 깜빡임 사이, 비어 있던 옆자리에 지니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스틸은 그녀가 이토록 대담하게 모습을 드러내도 되는지 우려되어 본능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강의실 구석진 자리였기에 눈길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주인님, 좋은 아침이야.”눈앞의 지니는 어제보다 더욱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풍성한 금발을 뒤로 넘기며 오직 자신만을 향해 생긋 웃어 보이는 그 모습은, 타락한 인간계에 잘못 내려온 천사 그 자체였다. 단 하루 만에 마주한 것임에도, 스틸은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질 정도로 그녀의 존재가 반가웠다.“그래, 지니. 충분히 쉬었나?”“응, 완벽하게 회복됐어.”스틸은 강단에서 열변을 토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눈치를 살피며, 지니의 귓가에 아주 낮고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너, 정체를 들키면 곤란하다면서 이렇게 불쑥 현신해도 괜찮은 건가?”그러자 지니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슬금슬금 스틸의 곁으로 몸을 밀착시켜 왔다. 얇은 옷감 너머로 그녀의 온기가 전해지자 스틸의 어깨가 단단하게 굳었다.“그게 말이야, 내가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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