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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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스틸은 방화범 아쳐의 만행이 괘씸하다 못해, 뻔뻔하게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작태에 기가 찼다. “제보 말씀입니까?” “네, 나중에 조용히 말씀드리겠습니다.”스틸의 대답에 세도르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일제히 술렁거렸다. 과연 스틸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 홀로 증거를 모아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수군거림을 타고 번졌다.“스틸 대공이 누명을 썼던 그 사건, 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현장에서 획득한 증거가 하나 있긴 합니다만.”오호, 불행 중 다행이었다. “······ 혹시 그곳에서 ‘타바’의 흔적은 찾으신 건가요?”얼떨결에 상황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자, 스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쳐를 응시했다.아니나 다를까. 아쳐의 안색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 그는 지금 이 사태를 극도의 긴장감 속에 지켜보고 있었다.“스틸 대공의 억울함은 반드시 풀어 드리겠습니다.” “네, 죄지은 자가 마땅한 벌을 받지 않는다면, 언제든 또 같은 죄를 저지르지 않겠습니까?” “네, 지극히 옳은 말씀입니다.”세도르는 아카데미를 위협한 범인을 기필코 잡겠다는 선언을 남기고 기사단을 철수시켰다. 폭풍 같은 분위기가 가라앉자 마지션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리를 지정해 주며 수업 재개를 선언했다.“이 모든 일은······ 제 부덕함 탓입니다. 오늘 수업은······ 모두에게 A를 드리도록 하죠. 대신 제가 전수할 비법은······ 충실히 전달할 테니 집중해 주십시오.”역시 마지션은 대단한 교육자였다. 보통은 쉬라고 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시간이 많이 흘렀다며 마정석을 나눠주고 열정적으로 수업을 이끌었다.“교수님,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분란을 일으켰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워낙 어수선해서 그렇습니다. 오히려 스틸 대공은 제게 신선한 호기심을 안겨 주었는걸요.” “무슨······.” “마법에 능숙하시다니.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알려드리고 싶군요.”이게 바로 전화위복일까. 위기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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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이것저것 벗기고 싶게]

*************************기본 능력 : 8,600현재 레벨 : 44 (A급 마법사)★ 순간 이동, 투명화 능력 보유 ★ 화염(火), 대지(土) 속성 숙련자 ★ 추가 수명 : 1년*************************하마터면 입 밖으로 거친 감탄사를 내뱉을 뻔했다.레벨 44. 이건 단순한 수치가 아니었다. 아쳐, 그 자식은 이미 일반적인 수준을 아득히 초월한 괴물이었다. “와, 역시 황태자 전하. 일주일 만에 레벨이 4나 오르시다니.” “저 정도면 조만간 대마법사 반열에 오르시는 거 아냐?”사방에서 쏟아지는 찬사는 스틸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우물 안 개구리. 그게 바로 자신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신경 쓰이는 항목이 하나 있었다.‘추가 수명 1년?’황태자고 죽다 살아난 건가? 아니면 1년 뒤에 죽을 운명이라 연장이라도 한 걸까.스틸은 의문을 품고 한숨을 흘렸다. *** 수업이 모두 종료된 시각. 교수동 4층 맨 끝, 마지션 교수의 개인 집무실.마지션은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호흡을 내뱉으며 제 앞에 선 제국의 태양, 아쳐를 바라보았다. 어쩌다 이 위험한 관계에 발을 들였을까. 하지만 마지션은 아쳐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를 갈망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신분을 위조하고 아카데미에 머무는 처지였기에, 자신을 비호해 주는 아쳐는 고마운 구원자이자 절대적인 주인과 같았다. 오늘도 그는 평소처럼 마지션의 몸을 탐하려 들었다.환한 대낮, 신성한 교수실에서 스승과 제자가 나누는 정사(情事)라니. 부끄러움에 어깨가 가늘게 떨려왔다. 아쳐는 능숙한 손길로 마지션의 망토를 벗겨내더니, 꼿꼿하게 채워진 상의 단추를 하나씩, 아주 천천히 풀어나갔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먹잇감을 앞에 둔 야수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저······ 전하, 누가 보면 어쩌려고······.” “아무도 못 봅니다. 교수님이 직접 결계를 쳐놓지 않았습니까.”단추가 모두 풀리자 아쳐의 입가에 잔인할 정도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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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금기를 벗기는 손길]

스틸은 옆에서 재잘거리는 지니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하긴, 그 자식은 기본 능력치부터가 조악했어. 게다가 내가 굳이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1년 뒤면 알아서 명줄이 끊길 운명이라니. 이보다 유쾌한 소식이 어디 있겠어?” “풋, 듣고 보니 그러네? 나쁜 짓을 일삼고 다니더니 하늘이 미리 천벌이라도 내릴 예정인가 봐.”수명이 줄어든 상태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아쳐 역시 자신처럼 어떤 계기를 통해 수명을 쑥쑥 늘려가고 있다면 상황은 도루묵이 될 터였다.“어쨌든 내겐 남들이 모르는 ‘기타 능력’이 있으니까. 언젠가 이 패를 제대로 써먹을 날이 오겠지.” “맞아! 주인님이 그 능력을 완전히 개방하면, 이 제국 전체가 뒤집어질걸?”지니의 말대로, 현재의 스틸은 무(無)에서 유(를 일궈낸 존재였다. 단시간에 이뤄낸 비약적인 발전을 발판 삼아, 그는 더 높은 곳으로 자신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를 다졌다.하지만 당장은 아쳐를 경계해야 했다. 그는 교활했고, 무엇보다 스틸을 철저히 짓밟아 재기불능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내가 황위 계승 서열 4위라서 그렇겠지.’어쩌면 아쳐는 자신의 견고한 성벽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지니, 현재 서열 2위와 3위는 누구지?”전생에는 안중에도 없던 정보였으나, 이제는 국면이 달라졌다. “황제의 냉대를 받는 황녀님이 서열 2위고, 지독한 병증 탓에 베일에 싸인 채 은둔하는 다른 대공이 서열 3위라고 들었어.”스틸은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아쳐가 왜 그토록 자신을 향해 서슬 퍼런 칼날을 세우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그렇군. 앞의 두 사람이 제 구실을 못 하니, 4위인 우리 대공가가 가장 위협적이었겠어.”아쳐에게 대공가는 죽을 만큼 눈엣가시였을 것이고, 그만큼 스틸의 존재 자체가 위협이었으리라. 스틸의 어깨가 묵직해졌다. 그저 엘프와 꽁냥거리며 평화롭게 보낼 때가 아니었다. 아쳐 같은 자가 황좌에 앉는 순간, 제국의 파멸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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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달콤한 덫]

아쳐와의 정사(情事) 이후 그의 레벨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마지션 자신의 마력이 그에게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구심은 이제 확신에 가까운 합리적 의심으로 변해 있었다.“오늘도 즐거웠습니다, 교수님.”마지션은 마른침을 삼키며 가슴의 붕대를 여미고 옷을 추슬러 입었다. 두꺼운 망토를 걸치고 모자까지 깊게 눌러쓴 뒤에야 비로소 아쳐를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불안이 엄습했지만, 마지션은 고민을 애써 누른 채 아쳐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넸다.“오늘 전하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다니 다행이에요.” “그나저나 교수님, 스틸 말입니다만······.”조금 전까지 탐욕스럽게 몸을 섞던 남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쳐는 서늘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전하, 이상한 게 아니라······ 정말 대단한 겁니다!”스틸을 떠올리자 마지션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탄식을 흘렸다. 사실 스틸의 첫 수업이 어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교수님, 그가 어떻게 마력을 이토록 빠르게 개화시켰는지 의심스럽군요.” “글쎄요··· 던전을 수시로 드나든 덕분일 수도 있고, 억눌려 있던 마법력이 어떤 계기로 폭발하듯 발현된 것일 수도 있죠.”무엇보다 스틸은 매개체인 마도구도, 복잡한 영창도 없이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그 점은 마법학의 상식을 뒤엎는 일이었다.레벨이 높은 자와 교합하여 마력을 취하는 비술을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가 이 이치를 명확히 깨닫는다면, 제국을 넘어 적국인 도른의 마법사들에게까지 손을 뻗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위태로운 평화가 깨지고 전쟁의 불길이 치솟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의 몫이 될 터였다.아쳐는 대답 대신 창밖을 응시하다 마지션을 향해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심을 단숨에 녹여버릴 만큼 잔인하게 아름다운 미소였다.“아까 실습장에서 지팡이로 영창을 외우며 흙을 돋우고, 그 위에 잔디를 되살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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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오만과 자각]

스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마물을 넘어 엘프 같은 영물조차 도구로 여기며 마력을 강탈하려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쳐와 그를 추종하는 황제파 세력들이 더욱 역겨운 존재로 다가왔다.‘아쳐를 꺾어야 지니에게도 평온이 찾아오겠지.’스틸은 의지를 불태우며 단잠에 빠진 지니를 뒤로한 채 홀로 도서관을 찾았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격언을 되새기며 마력 관련 서적들을 뒤적였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 세계 인간들의 마력을 향한 탐욕에 지니를 향한 미안함만 커질 뿐이었다.“관두자. 다른 거나 보자고.”스틸은 기분 전환도 할 겸 오늘 수업 준비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세계의 도서관은 리스트(List)가 아닌 카탈로그(Catalog) 분류 체계를 따르고 있어 꽤 편리했다. 다행히 공용어가 전생의 영어와 흡사해 해독이 수월했다. 생도 시절, 성적을 올리려 주말마다 학원을 전전했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이토록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역시 배움은 남 주지 않는 법이었다.전교 꼴찌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그가 찾은 참고 도서 색인은 바로 『군사학 개론』.전생의 그는 휴전 중인 국가의 사관학교 출신이자 고위 장교였다. 수많은 전략을 머릿속에 꿰고 있었고, 아쳐의 습격을 막아내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레투카 제국에서 이 과목만큼은 자신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 자부하며, 스틸은 자신만만하게 책을 펼쳤다.그런데.‘어디 보자······ 음, 어? 이건······!’책장을 넘기던 스틸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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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B+급의 선전포고, 무너진 편견]

지니는 밀로투스 교수의 호출을 받고 단상으로 걸어 나가는 스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처음 보았을 때보다 어깨는 눈에 띄게 벌어졌고, 거칠게 단련된 등 근육이 제복 너머로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니는 그동안 자신의 모든 엘프력을 쏟아부어 그의 신체적 한계를 끌어올렸다. ‘정말······ 우리 주인님은 너무 멋있어.’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과 사람을 부리는 데 익숙한 지배자의 기질. 그러면서도 지니를 대할 때 얼핏 비치는 기사도적인 다정함은 그녀에게 스틸을 세상 유일한 남자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호전적인 기질로 치자면 밀로투스 교수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을 스틸이었기에, 지니는 오늘 이 만남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 예감했다. 문득 지니의 뇌리에 간밤의 기억이 스쳤다.‘주인님 품 안에서 잠들어서 회복은 됐지만······ 매일 취해줬으면 좋겠는데.’지난번 만취했을 때, 스틸은 평소의 절제심을 잃고 지니의 몸을 탐하듯 강하게 밀착했었다. 무의식 중에 그녀의 옷깃을 헤집던 거친 손길과 귓가를 울리던 뜨거운 숨결이 뇌리를 스쳤다. 궁극의 남녀관계로 이어지기 직전의 그 팽팽한 긴장감은 지니의 엘프력과 스틸의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개화시켰다.스틸은 본래 머리가 좋고 성실했다. 하지만 지니와의 그 아슬아슬한 접촉이 레벨 업의 기폭제가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런데, 욱!스틸에 대한 망상에 빠져 있던 지니는 갑자기 명치를 치고 올라오는 역겨운 악취에 소스라치게 놀라 주변을 살폈다. “안녕?”어느새 황태자 아쳐가 아름다운 얼굴로 스틸이 앉아 있던 바로 옆자리에 턱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 지니는 공포로 온몸이 굳어 아쳐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인사 안 해?”표정 없는 얼굴로 건조하게 내뱉는 음성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지니의 목을 겨눴다. 포식자의 눈앞에 놓인 사냥감이 된 기분이었다. 지니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깊게 숙였다.“아······ 제국의 태양, 아쳐 가를리아 폰 레투카 황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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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성장기 대공의 거친 도발]

지니는 아쳐의 불쾌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단상 위에서 밀로투스와 대등하게 대화를 나누는 스틸의 당당함을 주시했다. 수많은 학생 앞에서 제 포부를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목소리는 강의실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아침에 몰래 지켜본 그의 행적은 남달랐다. 마물을 흡수해 빠르게 레벨을 올리는 금기에 손을 댈 법도 하건만, 스틸은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는 길을 선택한 듯 보였다. 역시 내 주인님은 격이 다르다. 지니의 눈에 경외심이 서렸다.“너, 스틸을 진심으로 좋아는 건가?”잠시 스틸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지니는 귓가를 간지럽히는 아쳐의 음산한 음성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녀는 아쳐와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는 제 주인님을 존경하고,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어요.”“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아쳐의 물음은 집요했다. 질려버릴 정도로 파고드는 그에게서는 수많은 여인을 거쳐 온 뒤섞인 체취가 풍겼다. 역겨운 악취 속에 숨겨진 퇴폐적인 향기가 지니의 신경을 긁어댔다.“저를 구해주신 대공 전하를 처음 뵈었을 때부터······ 첫눈에 반했습니다.”“그래? 그 망나니 같은 모습에? 그런데 자유민 신분으로 이 비싼 아카데미까지 오다니, 신기하네.”아쳐는 지니의 정체를 껍질째 벗겨내려는 듯 굴었다. 지니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어서 스틸이 와서 이 징그러운 뱀을 쫓아내 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아쳐는 지니의 가난해 보이는 출신 성분과 이곳의 괴리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여기까지 올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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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화끈하게 짜릿하게]

그날 밤, 이스트 에어리어의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한 후미진 마구간.폭풍전야처럼 무거운 정적이 감도는 마구간 한구석에서는, 마른 건초 타는 냄새와는 결이 다른 메케하면서도 달큼한 향기가 은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성을 마비시키고 본능을 자극하는 그 기묘한 향취를 따라 한 여인이 주변을 기민하게 살피며 발걸음을 옮겼다. 머리까지 푹 눌러쓴 망토 탓에 얼굴은 가려졌지만, 진흙탕을 밟는 초조한 걸음걸이가 그녀의 위태로운 심경을 대변했다. 리나였다.그녀는 연기가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건초더미 사이에서 숨겨진 비밀 통로를 익숙하게 찾아냈다.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묵직한 마법적 장치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작동했고, 지하로 향하자 은밀한 공간이 드러났다. 내려가니 지상의 눅눅한 흙내음은 사라지고, 사람의 등골을 쭈뼛하게 만드는 농밀한 자극취가 온몸을 감싸 안았다. 리나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는 듯 마른침을 삼키며 가녀린 몸을 한 번 떨었다.아쳐의 아지트는 그대로 향락의 결정체였다. 은은한 마법 조명 아래 놓인 화려한 실크 침대, 산해진미가 차려진 테이블, 그리고 방 안을 가득 메운 환각적인 연무. 그 중심에 아쳐가 오만하게 앉아 있었다.“리나, 왔나. 빨리 옷 벗고 침대로 와. 지금 당장 널 품지 않으면 미칠 것 같으니까.”아쳐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고 번들거리고 있었다. 리나는 떨리는 손으로 망토를 벗고 아카데미 제복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내심이 바닥난 아쳐는 그녀가 다가오기도 전에 맹수처럼 달려들어 두 손으로 그녀의 옷섶을 움켜쥐고는 그대로 쫘악ㅡ, 찢어발겼다.“전하! 또 옷을······ 그리고 이 냄새는, 윽!”아쳐는 리나의 비명을 거친 입술로 틀어막았다. 낮에 스틸에게 당한 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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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몸이 착실하게 반응하잖아]

스틸은 자꾸만 도발을 멈추지 않는 지니를 향해 나직한 경고를 던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어? 주인님? 짜릿? 우와!”눈을 반짝이며 환호하는 지니를 보며 스틸은 헛웃음을 삼켰다. 안 참는다고 그렇게 경고를 했건만, 이 어린 엘프는 세상 남자들의 엉큼한 상상을 너무 얕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저를 너무 믿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게다가 요즘 자꾸 술타령을 하는 지니의 모습도 의심스러웠다. 자신은 간밤에 술에 취해 들어와도 자고 일어나면 몸이 쌩쌩한데, 지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기력이 다한 듯 힘들어하지 않는가.‘이 녀석, 또 내게 몰래 능력을 부여해주고 있는 건가.’자나 깨나 주인인 스틸에게만 온 마음을 다해주고 있는 고운 엘프. 그 헌신적인 사랑을 생각하면 스틸의 심장은 언제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수선하게 요동쳤다.“내가 말을 말아야지.”“주인님! 그거 해줘! 우리들의 요정력이 막 올라갈 것 같아!”다시 한번 해맑게 보채는 지니를 보며 스틸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안 참는다고 말은 했지만, 정말로 하지 말라고 따져 물으려던 찰나였다. 그러나 이성은 본능에 자리를 내주었고, 스틸은 그대로 지니의 허리를 감싸 안아 제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곧장, 그녀의 붉은 입술 위로 제 입술을 포개어 내렸다.“······읍.”지니는 당황한 듯 눈을 커다랗게 뜨고 깜빡였다. 하지만 이내 스틸의 단단한 품을 거부하지 않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꼭 다물고 있던 입술의 힘이 풀리고, 말캉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스틸의 감각을 자극했다.겁을 주려고 시작한 키스였다. 하지만 지니의 입술이 살포시 내려앉자, 스틸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려 그녀의 입술을 머금고 빨아올리며 혀를 밀어 넣었다. 순식간에 농도 짙은 정적이 숙소를 메웠다. 스틸은 지니의 허리를 부서뜨릴 듯 감싸 안으며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런데,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나는 왜 이리 능숙하지?’이건 뭐 본능이 알아서 몸을 지배하고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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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점점 완전무결 대공 전하]

창밖엔 여전히 굵은 빗줄기가 대지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스틸의 마음속은 그 어느 때보다 쾌청했다. 좋아하는 여자와 달콤한 입맞춤도 했겠다, 자신의 능력도 향상되었겠다.남자로서의 자신감까지 얻었으니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지니는 오늘 매우 차분했다.“주인님, 비가 오니 몸이 축 늘어지네.” “뭐 인간도 원래 그래. 습도 높으면 그렇지.”아침 식사를 마친 스틸은 지니의 보드라운 손을 꼭 맞잡은 채 강의실로 향했다.겉으로는 비옷을 챙겨 입은 모습이었으나, 실상은 지니의 정교한 좌표 설정으로 순식간에 이동한 덕분에 두 사람의 옷깃에는 물기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 “주인님은 엄청 기분이 좋아 보여.”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걷는 복도에서, 지니가 고개를 갸웃하며 스틸의 얼굴을 살폈다.“수명도 늘어났고, 인벤토리까지 생겼고. 오늘 수업은 『던전의 세계』니. 두루두루 기분이 좋군.”판타지 세계의 꽃이자, 모든 미스터리와 신비로움이 응축된 정점. 던전에 대해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틸의 가슴속에는 뜨거운 열의가 불타올랐다.“던전은 신기한 곳이지. 마력이 뒤틀려 밖의 모습하고 다르니까.” “그런데, 주인님. 오늘은 비도 오는데 좀 쉬면 안 돼?”지니의 조심스러운 제안에 스틸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평소 던전 탐험에 누구보다 열심이던 지니가 왜 갑자기 멈칫하는 걸까. “비가 와서?”스틸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니의 이마에 손을 얹으려 하자, 지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딱 맞췄네? 이런 날엔 마수들이 평소보다 더 날뛰거든. 조심하는 것이 낫지, 뭐.”의외의 정보였다. 비 오는 날 미친 사람이나 미친개가 더 극성을 부린다는 전생의 속설이 이세계의 마수들에게도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스틸은 지니의 염려 섞인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그래. 네 말대로 날뛰는 마수를 억지로 상대할 필요는 없지.” “응. 주인님 몸도 휴식이 필요해. 아무리 강해졌어도 인간의 몸은 한계가 있잖아?”자신을 걱정하며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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