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Chapter 21 - Chapter 30

147 Chapters

#21. [레이디를 위해 비밀을 덮는 남자]

스틸이 슬쩍 곁눈질하자, 지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이 적어 내려간 글자들만 막연히 응시하고 있었다.[그래서··· 성공은 한 건가?][응. 부모님은 살아나셨어. 그리고··· 지금은 아주 잘 지내고 계시다고··· 믿고 있어. 금기는 말 못 해. 미안, 주인님.]고개를 든 지니의 표정은 마치 한 떨기 들꽃처럼 해맑았다. 티끌 하나 없는 눈동자에는 거짓 대신 그리움만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자신의 처벌을 달게 받으면서도 부모의 안녕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가 대견했다. 스틸은 메모 대신, 투박한 손을 뻗어 지니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그거면 됐어. ”스틸은 그녀의 마음이 파헤쳐진 상처처럼 쓰리지 않도록 더는 캐묻지 않았다. 분위기를 전환하려던 찰나, 지니가 먼저 생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참, 주인님. 수업 마치고 정말 아카데미 밖으로 나갈 거야?”스틸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노교수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는 듯해, 그는 다시 펜을 쥐고 유려한 필체를 남겼다.[그래. 황태자 놈에게 빌린 빚도 청산하고, 널 먹여 살리려면 그만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 일단 시장통이라도 나가 볼 생각이다.][내가 주인님을 정말 잘 만났네. 먹여 살려주겠다는 말, 영광인걸?][주말 내내 던전에 틀어박혀서 마정석인지 뭔지를 닥치는 대로 쓸어올 계획이야. 경제력은 중요하니까.][주인님, 던전에 무방비하게 갔다가는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스틸의 펜 끝이 멈췄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다. 전생에서도 던전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황태자 아쳐와 황제 골타르의 계략에 휘말려 제국이 도른의 침공으로 몰락하던 시기에도, 그는 결코 이런 밑바닥 인생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마물이 들끓는 던전이 위험하다는 상식조차 잊을 만큼 지금의 처지는 절박했다. 의아함이 서린 문장이 노트 위를 메웠다.[···램프의 말로는, 이전의 내가 던전 1층에서 떨어진 마정석을 주워 연명했다고 하던데.][마정석 줍는 것도 쉬운 건 아니야. 운 좋게 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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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구속]

스틸은 식사를 마친 후, 램프를 통해 던전을 안전하게 탐험할 수 있는 기초적인 정보를 수집했다. 머릿속에 정리된 정보는 명료했다.“던전행을 서둘러야겠어.” “아까 길드 방문도 추천해 주더라. 왠지 재밌을 것 같아!”쇠뿔도 단김에 뽑으라는 말이 있듯, 스틸은 지체 없이 지니와 함께 일단 아카데미 밖을 나가 보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아카데미 정문에서 약 1km 거리에 위치한 '리노 길드 상점' 방문을 권장함. 과거 귀하가 정보를 수집하고 물자를 거래하던 단골 거점임.]램프의 조언을 곱씹던 스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열 살 남짓한 아이가 홀로 남겨져, 영지를 빼앗으려는 하이에나들 틈에서 십 년을 버텨낸 생존 본능에는 경의를 표할 만했다. 하지만 그 비참함의 깊이를 체감할수록 복수심은 더욱 단단하게 응어리졌다.“주인님, 레투카 제국의 거리는 언제 봐도 활기차네. 날씨가 늘 화창해서 그런가?” “주말을 앞두고 있으니 더하겠지.”그때 지니는 스틸의 얼굴이 어두워서 그런지 밝게 웃으며 가볍게 대화를 건넸다.학생 신분으로 교문을 나서는 일은 언제나 묘한 해방감을 준다. 이세계에서의 아카데미 생활은 며칠 되지 않았으나, 주말 나들이를 앞둔 기분은 제법 들떴다. 스틸은 문득 강철신이라 불리던 사관학교 시절을 떠올렸다.한 달에 한 번 찾아오던 ‘워라밸 데이’를 손꼽아 기다리던 기억에 스틸의 입가에 피식, 낮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주인님, 뭐가 그렇게 좋아? 레투카 제국의 길드랑 던전이 그렇게 궁금해?”“너도 인간계에 꽤 오래 머물렀을 텐데,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게 많아 보여.”그때 지니는 쭈뼛거리며 이랫입술을 달싹이다 입을 다시 열었다.“응.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갇혀 지냈거든. 주로 도른 제국에 있었어.”도른 제국. 레투카 황가와 손잡고 자신의 가문을 멸문으로 몰아넣은 원수 같은 이웃 제국이다. 지니가 그곳의 사정에 밝다면, 훗날 복수의 칼날을 갈 때 요긴한 정보원이 되어줄 터였다.“그때의 주인과는 어땠지? 생활은 만족스러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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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길드를 뒤흔든 은혜로운 대공 등장]

드디어 도착한 리노 길드 상점 앞. 스틸의 기분은 묘한 고양감으로 일렁이고 있었다.물론 초월적인 마법을 부려 무(無)에서 금전적인 가치를 창조해 낼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정당한 경제적 행위가 아니었다. 그는 타인의 자비를 구걸하거나 요행을 바라는 비루한 삶을 청산하고 싶었다.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차근차근 영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마침내 가문의 영광을 되찾는 것. 그 순수한 노동의 대가가 기다리는 던전 탐험은 스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던전은 위험할 텐데. 예전의 내가 드나들었을 정도면 하층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모양이지?” “일단 이곳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자. 주인님.”던전이란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도사리는 곳이 아니던가. 스틸은 당장이라도 제 눈으로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 입매를 매끄럽게 끌어올리며 길드 상점 안으로 발을 들였다.“어서 오십시오! 리노 길드의 레나입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시에라입니다!”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안내 부스에 앉아 있던 두 여직원이 훈련된 인사를 건네왔다. 모험가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배치된 듯, 그녀들은 화려한 미모와 육감적인 곡선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흘러넘칠 듯 풍만한 가슴의 절반을 드러낸 아찔한 상의와 허벅지 위로 아슬아슬하게 올라온 치마가 시원시원해 보였다.스틸은 지니를 대동한 채 길드 내부를 예리하게 훑었다. 식사와 술을 즐길 수 있는 스무 개 남짓한 테이블 너머로 무구와 소모품을 취급하는 숍인숍(Shop in shop)이 자리하고 있었다. 꽤 넓은 부지를 차지한 것으로 보아 위층은 숙소로 운영되는 모양이었다. “스틸 폰 가드 캔도르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기억에 공백이 생겨 실례를 무릅쓰고 방문했습니다.”순간, 여직원들의 움직임이 정지 화면처럼 굳어버렸다. 그녀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만 연신 껌뻑거렸다. 고위 귀족이 등장해서일까. 아니면 완전히 달라진 그의 분위기 때문일까.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녀들이 얼굴에 화색을 띄우며 호들갑스럽게 반응했다.“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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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덮어도 드러나는 진실들]

스틸은 리노가 내민 손을 맞잡으며 가늘게 눈을 떴다. 예상치 못한 환대에 기분 좋은 반문이 뒤따랐다.“내가 리노 사장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니, 그 술 한잔ㅇ,ㄴ 기꺼이 받기로 하겠습니다.”전생의 애주가이자 강철신이라 불렸던 영혼이 속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대낮부터 기울이는 술잔.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지니는 레나와 시에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느라 멀리 떨어져 있는 사이 스틸은 리노와 술잔을 맞닿게 되었다.혀끝을 감도는 술맛도,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알싸한 취기도 완벽했다. 스틸의 본체인 강철신은 지금 이 알딸딸한 고양감에 취해 미칠 지경이었다. 군부대 BOQ에서 퇴근 후 할 일이라곤 지독한 근력 운동을 하거나, 마음 맞는 동료들과 잔을 부딪치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그였다.대한민국이 위협받던 전생에서는 능력을 연마하고 비상대기를 하느라 늘 영내에만 머물러야 했다. 5분 내 출격이라는 초긴장 상태 속에서 신경을 곤두세웠던 그에게, 술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군 생활 10년 차가 지나며 자연스레 애주가가 된 그에게, 이세계의 술은 새로운 탐구 대상이었다.“럼주가 제법 그윽하군요.”와인이라기엔 묵직하고, 과일 막걸리라기엔 깔끔한 감칠맛이 돌았다. 매력적인 액체가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자 스틸의 입꼬리가 한껏 고조되었다.“하하, 고작 스무 살의 나이에 서민들의 술의 깊이를 이해하시다니. 전하의 미각은 생각보다 소탈하시군요.” “망한 영지의 거지 대공이라는 소문, 익히 들었을 텐데. 주제를 알면 소탈해지는 법이죠.” “하하! 각하께서 이토록 시원시원한 성격이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예전에는 워낙 말씀이 없으셨으니까요.”그런가. 이 몸의 전 주인은 그토록 과묵한 자였나. 현생의 이 몸이 저지른 무단이탈과 결석의 궤적을 보면 과묵함 속에 꽤나 독특한 광기가 숨어 있었음이 분명했다.“황태자가 이곳을 전부 밀어버리고 관제 길드를 세우겠다고 선포했을 때, 제 눈앞이 얼마나 캄캄했는지 모릅니다.”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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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심연을 품은 남자들]

스틸은 지금 묘하게 고조된 기분에 미칠 듯이 입꼬리가 올라갔다.망나니라는 비난과 손가락질을 한 몸에 받던, 인성마저 저렴하다 평가받던 ‘거지 대공’이 정의롭지 못한 황태자에게는 발끈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제 권리를 법적으로 반박할 정도면 꽤나 명민해야 할 텐데, 대체 입학 성적은 왜 300명 중 꼴찌를 기록했는지 의문이었다.잔을 부딪치고 타는 듯한 독주로 목을 축이며 스틸은 길드 안을 느긋하게 훑었다. 지니는 어느새 레나, 시에라와 어울려 즐거운 듯 수다를 떨고 있었다. “리노 사장. 참, 내가 황태자에게 2골드라는 빚이 있어서 단시간에 거금을 벌 방법이 궁금하군.” “그 빚은 저희 쪽에서 탕감해 드리고 싶군요.”돈 벌 방법을 물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 굴러떨어졌다. 그래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아닌 호의에 기반한 보상이었기에, 스틸은 정중히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마음만 받겠습니다.” “전하, 저희가 쫓겨나 다른 곳에 터를 잡으려면 수개월의 공백이 불가피했습니다. 제발 저희의 도리를 다하게 해주십시오.”자릿세 동결이라니. 전 주인이 그 정도의 협상력까지 발휘했다는 말인가? “자릿세라면 이 부지도 황태자의 소유인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전하.”황태자라는 자가 저잣거리 부동산까지 손을 대고 있다니, 참으로 졸렬해 비웃음만 흘러 나왔다.“혹시 내가 진 빚에 대한 내막을 알고 있습니까?” “아, 스틸 대공께서 피닉스 경과 대치하며 설전을 벌이다 황태자 전하와 대결을 벌이게 되셨지요.”발끈? 현생의 이 몸은 생각보다 다혈질이었던 건가.“설마 검이라도 맞댄 겁니까?” “아뇨, 거액을 걸고 체스를 두셨지요. 그런데 세 판을 내리 지시는 바람에 2골드라는 빚이 생기셨습니다.”도박이라니! 체스 판돈으로 4천만 원 상당의 빚을 졌단 말인가? 그는 타들어 가는 가슴을 달래려 술잔만 연거푸 비워냈다.*** 지니는 지금 이 상황이 그저 신기해 웃음이 났다. 레나, 시에라와 레투카 제국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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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침대에서 비밀을 만든 사연]

지니는 지금 인간의 술을 맛보고 나서 안 그래도 어지러웠는데 리노의 스테이터스를 보니 더 현기증이 생겼다.하지만 리노의 스테이터스는 지니의 상상을 초월했다. 79레벨이라니.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대마법사급의 수치였다.‘게다가 흑마법이라니······.’젊은 나이에 이 거대한 길드를 일궈내고, 서슬 퍼런 황태자의 영지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 배짱의 근원이 비로소 보였다. “뭐 놀랄 일이라도 있었나······ 예쁜 지니 양?” “아, 아니에요. 어깨를 슬쩍 두드렸는데, 생각보다 너무 단단해서요······. 단련을 아주 많이 하셨나 봐요.”지니가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스틸을 부축해 몸을 돌리려 할 때였다.자신도 취했고, 스틸도 인사불성이라 정신이 없는 틈을 타 리노에게서 멀어질 준비부터 하였다.그때 리노의 눈에 기묘한 안광이 서리더니, 그가 짐승처럼 낮은 목울림을 내뱉었다.“던전에서 잔뼈가 굵은 모험야. 그리고 도른 제국에서 도망쳐온 도망자이기도 해.” “······네?”리노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지니의 귓가에 입술이 닿을 듯 밀착해 더 은밀하게 속살거렸다.“그러고보니 지니 양에게서더······ 도른의 제국민들에게서만 풍기는······ 매혹적인 흑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네?”지니는 제 몸에서 정말 무언가 느껴지기라도 하는 듯 옷깃에 코를 묻고 킁킁거렸다. 아무 냄새도 안 날 텐데, 이상했다.“실은 도른에서 지독하게 고생만 하다가 레투카 국경에 버려졌어요.”취기가 섞인 그의 눈동자에는 명백한 동정의 빛이 일렁였다.“잘했네. 잘못 붙잡혔다면 귀족들의 노리개가 되었거나, 끔찍한 실험 도구로 쓰여 육신이 난도질당했을 텐데······.”리노는 말을 마치자마자 마치 모든 힘이 다한 듯 테이블 위로 풀썩 고꾸라졌고,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같은 시각, 황궁의 화려한 침소에서는 은밀하고도 뜨거운 열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황태자 아쳐는 제국의 태양이라 불리는 황제 골타르의 부름을 받고 입궁한 뒤, 억눌렸던 갈증을 해소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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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나의 엘프와 던전 첫 경험]

간밤에 대체 자신이 지니에게 얼마나 질척거렸던 걸까. 아무리 제 머릿속을 헤집어 보아도 지니의 하얀 살결을 탐했던 감촉만이 손끝에 남아 스틸을 괴롭혔다. 민망함을 애써 누르며 스틸은 차분하게 던전으로 향했다. 반면 지니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아침부터 들뜬 기색이었다. 카나리아처럼 재잘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고요한 숲길에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여기 사장님은 정말 주인님을 좋아하나 봐. 이렇게 잔뜩 챙겨주다니, 대단하지 않아?”곱고 고운 지니는 그저 스틸이 좋아 옆에 꼭 붙어서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그러고보니 리노의 호의는 확실히 파격적이었다. 두 사람이 먹을 샌드위치와 음료, 상세한 던전 지도, 그리고 묵직한 검과 방패, 몸에 딱 맞는 가죽 갑주까지. “이거, 갚아야 할 신세가 꽤 늘었군.” “그만큼 주인님이 멋지니까 그런 거지. 그런데 주인님, 어제 마신 술이 그렇게 맛있었어?” “······뭐, 나쁘지 않았지.”스틸은 지니의 순진무구한 질문에 슬쩍 시선을 피했다. 술맛보다는 술기운에 저지른 ‘짐승 같은 짓’들이 떠올라 목덜미가 다시 화끈거렸다. 지니는 스틸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듯 맑은 미소를 지었다.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니는 과거에 대체 어떤 주인을 만났기에, 자신 같은 남자에게 이토록 맹목적인 애정을 쏟는 걸까. “지니, 앞으로 내가 세상의 재미있는 것들을 하나씩 다 알려줄게.” “와, 주인님! 정말 기대돼!” “그나저나, 어제 길드 사람들이 네 정체를 의심하진 않았나?”스틸의 물음에 지니가 움찔하며 눈동자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어제 리노의 길드에서 측정받은 스테이터스 결과지였다.“엘프 기운을 숨긴다고 숨겼는데······ 일단 평가는 이렇게 나왔어.” *********************************** - 기타 능력 : 250,000 - 현재 레벨 : 28 (B급 마력 소유자) ★ 물, 바람, 흙 속성 능력이 향상됨. ★ 인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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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상남자의 섬세한 배려]

“돌멩이잖아?”스틸은 의아하게 지니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돌을 정성스럽게 문질렀다. 그러자 투박했던 껍질이 벗겨지며, 돌은 이내 밤하늘의 별처럼 영롱하고 붉게 반짝여댔다.“주인님, 이건 마정석이야.” “어? 진짜네?”확실히 무언가 전류가 흐르듯 저릿한 온기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스쳤다. 기억을 잃기 전,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어떻게 이런 마정석을 알아보았던 걸까? “나는 너 같은 엘프 도움도 없이 어떻게 마정석을 주웠을까?” “그러게? 신기하네.”지니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스틸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스틸의 얼굴도 쓰다듬고 어깨도 스친 다음 가슴팍도 조물조물 주물렀다.“윽! 지니?” “주인님에게 무슨 감지 도구가 붙었나 싶어서. 잠깐만?”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몸을 스치다니. 스틸은 얼굴이 붉어지고 피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상반신 등, 허리, 팔을 쓰다듬던 그때.이대로 가다가 엉덩이 허벅지까지 만지려나 하고 지니의 손목을 낚아챘다.“지니, 그만. 날 곤란하게 할 거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아! 여기다!”지니의 시선이 문득 그의 손가락에 머물렀다.스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는 본래 짙은 검은색이지만 빛을 받으면 붉게 빛나는 가주의 반지를 뿐히 들여다 보았다.“이거?” “응! 여기를 봐!”지니가 마정석을 반지 근처에 다가가자 미묘하게 색이 변해 빛을 뿜었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 영롱하게 붉은 빛을 뿜어내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 같았다.“오호······!”스틸은 호탕하게 웃으며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그때, 갑자기 근원적인 의문이 들었다.“지니. 엘프의 주인이 되는 목걸이도 마력이 있는 건가? 왜 내가 램프를 줍게 된 걸까?”지니는 잠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건······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소환을 원할 때 우리 같은 엘프를 만난다고 하던데, 그것이 아니면······.” “아니면?”스틸의 끈질긴 시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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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아주 달콤한 보상]

스틸이 던전을 누비던 그 시각 길드 상점의 리노는 깨어질 듯한 두통에 신음하며 눈을 떴다.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몸을 일으키자, 옆자리에서 뜨거운 온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시에라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어휴······.”리노가 깊은 한숨을 내뱉자, 잠결에 깬 시에라가 몰캉한 가슴을 그의 팔뚝에 꾹 밀착하며 품을 파고들었다. “아우······ 사장님, 조금만 더 주무세요.” “윽······ 머리야. 대체 어제 얼마나 마신 거지?”리노는 투덜거리면서도 제 몸에 발칙하게 엉겨 붙는 시에라의 가슴을 커다란 손으로 조물거렸다. “아이, 간지럽게. 사장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좀······ 흥분했다고나 할까.”시에라는 리노의 팔을 지나 복부를 훑어 내리더니, 슬며시 아랫도리로 손을 가져갔다. “어머, 정말이네? 벌써 이만큼이나······.” “아니, 그쪽 말고. 머릿속이 복잡하다고.”시에라는 리노의 뜨거워진 부위를 손으로 꽉 움켜쥐고는 집요하게 문지르며 질문을 던졌다. 아침부터 시작된 그녀의 노골적인 유혹에 리노의 이성이 흐릿해졌다.“지니 양 말이야······. 순진무구한 어린애 같으면서도, 어쩔 땐 세상을 다 산 노인처럼 희한한 걸 묻기도 하고. 딱 내 스타일이었거든.” “그게 무슨 소리에요?” “침대에 눕혀놓고 구석구석 조사해 보고 싶다는 뜻이지.”리노는 시에라의 가슴을 주무르던 손으로 제 이마를 짚었다. 예쁘고 매력적인 것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그녀의 성미를 알기에 손사래를 쳤다.“시에라, 지니 양 건드렸다가는 스틸 대공에게 목이 날아갈지도 몰라. 조심해.” “어휴, 알았어요. 참, 그러고 보니 두 분이 오실 시간이네요.” “뭐?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리노는 번쩍 눈을 뜨며 이불을 걷어치웠다. 스틸을 맞이하기 위해 그는 서둘러 채비를 시작했다. *** 스틸은 던전을 나와 지니와 묘한 기류를 풍기며 길드로 향했다. 길을 오가는 모험가들의 시선이 스틸에게 꽂혔다. 다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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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레벨업이 너무 쉬운 대공]

****************************** - 기타 능력 : 300,000 - 현재 레벨 : 19(C급 마력소유자)★ 물, 바람, 흙 능력이 향상됨. ★ 순간 이동 마법이 발현됨. ★ 추가 수명 3년. ****************************** “어머! 주인님! 대단하다!”지니의 외침과 동시에 레나와 리노, 그리고 길드 내의 모험가들은 모두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단 하루 만에 이토록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겁니까?”사실 왜 그런지 스틸이 알 리가 없었다.“글쎄요.” “축하드립니다, 각하. 길드 상점을 연 이래 이처럼 경이로운 성장 속도는 처음 보는군요.”리노의 경악 섞인 표정으로 보아 빈말은 아닌 듯했다. 이세계에서 엘프와 계약을 맺고 초월적인 변화를 겪는 일은 결코 흔치 않을 터였다.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곁의 지니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그저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주인님, 성장세가 대단하다. 너무 기뻐!”예쁜 사람이 예쁜 말만 골라 하니, 스틸로서도 도저히 웃음을 참을 길이 없었다.“좋군요. 내일도 던전에 다녀와야겠으니, 일단 씻고 내려와 식사를 해야겠습니다.” “최고급 요리로 준비해 두겠습니다. 서비스로 독한 럼주와 풍미 좋은 치즈도 내어드리지요.”리노는 이제 스틸을 더욱 귀한 귀빈으로 대접하기 시작했다. 스틸은 지니와 함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마정석을 판 두둑한 돈 주머니를 챙겨 들고 숙소로 돌아온 스틸은 씻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식사를 하러 다시 내려가야 했지만, 몸이 바닥으로 꺼지는 듯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옆을 보니 지니는 피곤함도 잊은 채 테이블에 앉아 스틸의 스테이터스 종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었다.“주인님이 너무 대단해서 놀라워하는 중이야. 무려 C급 모험자에 순간 이동까지 가능해지다니, 정말 축하해.”스틸은 천장을 바라보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아직 실감이 안 나는군.”지니 역시 한결 생기가 도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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