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열린 문에도 도망치지 않는 새멀리, 어제 보았던 그 고층 호텔의 서늘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그곳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소년 같은 재현이 서 있었다.택시가 호텔 입구에 멈춰 서기도 전에 하늘은 문을 열고 튀어 나갔다.멀리 로비 기둥 옆, 수척해진 얼굴로 서 있던 재현이 하늘을 발견하고는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재현은 하늘을 마주하자마자 마치 지탱하던 기둥이 뽑힌 건물처럼 그녀의 어깨 위로 무너지듯 안겨 왔다.“누나…….”그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적셨다.재현의 커다란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늘 여유롭고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위태로움만이 가득했다.하늘은 그런 재현을 놓칠세라 두 팔로 그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안았다.“재현아, 나 여기 있어. 괜찮아. 응?”“나 군대 가기 싫어. 누나랑 떨어지기 싫어. 나 없으면 누나 또 혼자 울 거잖아. 오빠한테 시달리고, 나 없이 어떻게 견뎌…….”재현은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지만, 짓눌린 신음 같은 목소리로 애원했다.그의 손가락이 하늘의 코트 자락을 찢어질 듯 움켜쥐었다.그것은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의 손길이라기보다, 벼랑 끝에서 유일한 생명줄을 붙잡은 조난자의 발버둥에 가까웠다.“내가 없는 동안 오빠가 누나를 어디론가 치워버리면 어떡해? 나 다시는 누나 못 보게 하면 어쩌냐고.”“안 그래, 재현아. 내가 안 그럴게. 내가 너 기다릴게.”“아니, 누나 마음만으로는 안돼. 오빠는 누나를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잖아. 내가 없는 틈을 타서 누나를 완전히 망가뜨려 놓을 거야.”재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붉게 충혈된 눈동자 속에는 절망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집요함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그는 하늘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절박하게 속삭였다.“방법은 하나뿐이야. 누나랑 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자. 딱 2주 만이라도 오빠 없는 곳에서 우리끼리만 있자. 응? 누나, 나 버릴 거야?”하늘은 재현의 눈물 어린 눈을 피할
최신 업데이트 : 2026-04-1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