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단정한 교수님이 울며 매달릴 때: Chapter 31 - Chapter 40

67 Chapters

32화

남편이라는 단어가 귓가에 꽂히는 순간 은서의 심장이 비틀렸다.남편을 속이고 자신을 유린하는 어린 제자의 품에 안기기 위해 난생처음으로 야한 속옷을 샀다.은서는 백화점 문을 나서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지우가 알려준 최고급 펜트하우스로 향했다.택시가 강남의 화려한 도로를 가로지르는 동안 은서는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차체가 미세하게 흔들릴 때마다 처음 입어본 거친 레이스 원단이 예민한 점막을 쉴 새 없이 마찰했다.익숙하지 않은 속옷이 주는 극도의 긴장감과 곧 지우를 대면한다는 배덕한 기대감이 뒤섞여 은서의 하복부를 끝없이 괴롭히고 있었다.마침내 목적지인 최고급 레지던스의 육중한 회전문 앞에 도착했다.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프라이빗한 공간이었다.로비의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4501호를 방문한다고 말하자 직원은 이미 지시를 받았다는 듯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전용 엘리베이터로 은서를 안내했다.엘리베이터가 최고층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다.귀가 먹먹해지는 감각과 함께 은서의 심장 박동도 통제할 수 없이 가팔라졌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고요한 복도 끝에 자리한 거대한 문이 위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4501호.은서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도어벨을 눌렀다.기다렸다는 듯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기계음이 울렸다.무거운 철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선 은서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통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전경이 발아래로 까마득하게 펼쳐진 넓고 화려한 거실.지우의 시선이 현관에 선 은서를 향해 느릿하게 꽂혔다.은서는 그 치명적인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등 뒤로 손을 뻗어 스스로 현관문을 밀어 닫았다.찰칵.현관문이 완전히 잠기는 소리가 은서의 퇴로를 영원히 차단하는 선고처럼 펜트하우스의 적막을 갈랐다.스스로 목줄을 차고 사자 굴에 들어간 형국이었다.찰칵.현관문이 완전히 잠기는 소리가 넓은 펜트하우스의 적막을 갈랐다.은서는 문손잡이를 쥔 채 그 자리에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숨길 곳조차 보이지 않는 이 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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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이어서 한 올의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은서의 나신이 완벽하게 드러났다.지우는 벌거벗은 채 수치심에 몸을 떠는 은서를 소파 쪽으로 거칠게 밀었다.은서가 비틀거리며 차가운 가죽 소파 위로 엎어지듯 쓰러졌다.거친 숨을 몰아쉬는 은서의 위로 지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지우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녹화하기 시작했다."스스로 해봐요."카메라 렌즈를 은서의 적나라한 하반신에 고정한 채 지우가 명령했다."자위하면서 혼자 세 번 가면 그 다음엔 내가 해 줄지도. 큭큭."대낮의 밝은 거실 한가운데서 렌즈의 시선을 받으며 쾌락을 구걸해야 한다는 사실이 은서의 이성을 마비시켰다."이건 아니야. 안 돼. 제발, 지우야 이것만은..."은서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하지만 지우의 시선은 카메라 화면에 고정된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안 하면 이대로 쫓아내버린다. 펜트하우스에 침입한 벌거벗은 여교수. 아침 뉴스에 나오기 좋은 가십거리네."지우의 협박에 은서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알몸으로 쫓겨나는 굴욕보다 이제는 오히려 지우의 손길이 없으면 안된다는 사실이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지우의 연락이 없는 이틀동안 정신을 못차리다가 결국 먼저 연락한 것은 은서였다.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은서는 굴욕감에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자신의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덜덜 떨리는 하얀 손가락이 흠뻑 젖어있는 붉은 점막 위로 닿았다."아앗."자신의 손길임에도 불구하고 쾌락에 절여진 육체는 예민하게 반응하며 교성을 토해냈다.은서의 중지와 약지가 끈적한 체액을 묻힌 채 좁은 틈새를 가르고 천천히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찌그덕거리는 외설적인 마찰음이 고요한 거실을 채우기 시작했다.지우의 휴대폰 카메라는 은서의 수치스러운 행위를 빠짐 없이 기록하고 있었다.은서는 굴욕으로 얼룩진 얼굴을 소파에 묻은 채 손가락의 움직임을 점점 더 빠르게 가져갔다."웃어요, 교수님. 00대학교, 경역학부 정은서 교수님. 크크크."은서의 신분까지 동영상에 박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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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도진은 잠시 당황한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변명하자면 네가 원인 제공을 했지. 요즘 통 만나주지도 않고 만나도 피곤하다며 일찍 가버리잖아. 솔직히 다른 남자가 생겼나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어."도진이 거실 한가운데로 걸어오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그의 짙은 눈동자가 소파 위에 엉켜있는 두 사람의 이상한 자세를 훑어 내렸다.은서가 입고 왔던 속옷을 포함한 옷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지우는 벌거벗은 중년 여교수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상황을 파악한 도진의 입꼬리가 아주 흥미롭다는 듯 길게 찢어졌다."그런데 남자친구가 아니라 여자친구였네."도진의 조롱 섞인 감탄사가 은서의 뺨을 잔인하게 후려쳤다.은서는 소파 가죽에 얼굴을 묻은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도진이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불과 몇 분 전 지우가 은서를 향해 들이밀었던 바로 그 행동의 반복이었다.어쩌면 지우의 행동은 도진으로부터 온 것인지도 모른다.도진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가 소파 위를 적나라하게 비추기 시작했다."자, 여기 이 분은 00대학교 경영학부 정은서 교수님이시고, 여기 이 분은 같은 대학교 학생이자 00그룹 사장님의 딸 한지우입니다. 어머니는 시의원이시고요."도진의 휴대폰 카메라가 은서와 지우를 번갈아가며 비췄다.도진은 간만에 흥미로운 장면을 봤다는 듯 휴대폰을 들고 이리 저리 영상을 찍어댔다.그 순간 지우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은서를 짓누르던 무게감이 사라지는 동시에 지우가 도진을 향해 무섭게 돌진했다."당장 폰 내놔."지우가 도진의 스마트폰을 빼앗기 위해 격렬한 실랑이를 벌였다.은서는 겁에 질려 소파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도진은 덩치와 근력에서 지우를 완벽하게 압도했다.도진이 지우의 손목을 억세게 꺾으며 신경질적으로 팔을 휘둘렀다.짝.살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지우의 고개가 옆으로 크게 꺾였다.도진의 거친 손찌검이었다.지우의 하얀 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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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은서는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우와 도진의 정사를 바라보며 환상일 것이라고 착각했다.머리를 부딪힌 충격 때문에 뇌가 만들어낸 끔찍한 악몽이라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코끝을 찌르는 짙은 피비린내와 살이 부딪히는 질척한 마찰음이 은서의 의식을 억지로 일깨웠다.시각과 청각을 빈틈없이 채우는 이 감각들은 결코 환상이 아니었다.눈앞의 상황은 환상도 아니었고 지우가 강제로 당하고 있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었다.지우의 표정은 철저한 쾌락 속에서 도진의 몸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하지만 은서는 뇌리에 꽂히는 그 적나라한 사실을 도무지 인정할 수가 없었다.은서는 바닥을 짚고 파들거리는 팔에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쥐어짜 냈다.비틀거리며 기어가듯 두 사람에게 다가간 은서가 도진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그리고는 지우의 몸 위에서 도진을 떼어놓기 위해 발버둥 쳤다.흐름이 끊기자 도진의 얼굴이 신경질적으로 일그러졌다.도진이 짜증 섞인 숨을 내뱉으며 은서의 어깨를 다시 한번 무자비하게 밀쳐냈다.반동을 이기지 못한 은서가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맥없이 나뒹굴었다.도진이 불쾌한 시선으로 피투성이가 된 은서의 몸을 내려다보았다."씨발, 진짜 짜증 나게 구네."도진의 입에서 날 선 욕설이 터져 나왔다."흐름 끊어놨으니까 교수님이 대신 박힐거야?"도진의 적나라하고 모욕적인 언사가 펜트하우스의 차가운 공기를 갈랐다.그것은 은서의 알량한 자존심을 밑바닥까지 짓밟는 가장 천박하고 심한 조롱이었다.은서는 도진의 적나라한 조롱에 반박조차 하지 못한 채 멍한 시선으로 바닥만 응시할 뿐이었다.그때 도진의 아래에 엎드려 있던 지우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쾌락에 달아올랐던 지우의 뺨은 여전히 붉은 기운을 품고 있었다.도진이 손을 뻗어 지우의 등 뒤로 단단하게 묶여 있던 끈을 가볍게 풀어주었다.결박이 풀리자 지우가 자유로워진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은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방금 전까지 도진의 허리짓에 맞춰 교성을 내지르던 수동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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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도진의 무자비한 허리짓이 반복될 때마다 은서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쾌락에 몸부림쳤다.은서의 내벽은 오랫동안 굶주렸던 짐승처럼 도진의 거대한 페니스를 빈틈없이 조여대며 막대한 양의 애액을 쏟아냈다.고통과 환희가 기괴하게 뒤섞인 쾌락이 은서의 척추를 타고 뇌수까지 곧장 뻗어 올라갔다."하아앗... 흐읏... 아아!"은서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짐승 같은 교성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수치심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은서의 등 뒤에 바짝 밀착한 지우는 은서의 타락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종하는 지휘자였다.지우의 한 손은 은서의 가슴을 틀어쥐고 유두를 집요하게 꼬집고 비틀었다.다른 한 손은 도진의 페니스가 들락거리는 결합부 바로 위에서 붉게 달아오른 클리토리스를 둥글게 문질러대고 있었다."강의실에서는 몰랐는데 교수님 안이 엄청나게 뜨겁네."도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죽거렸다.그는 은서의 엉덩이를 힘있게 받쳐들고 더욱 깊고 빠르게 하반신을 쳐올리기 시작했다.은서의 내벽 여린 살들이 도진의 움직임에 맞춰 속절없이 짓이겨졌다.남편과의 관계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압도적인 부피감과 마찰열이었다.은서의 두 다리가 허공에서 파들파들 떨리며 도진의 허리를 본능적으로 감싸 안으려 했다.하지만 지우가 은서의 허벅지를 꽉 짓누르며 그 알량한 움직임조차 철저하게 통제했다."다리 오므리지 마요 교수님."지우의 서늘한 목소리가 은서의 귓바퀴를 파고들었다.지우의 혀가 은서의 귓불을 축축하게 핥아 올리며 낮게 속삭였다."교수님, 내 남자친구 자지 맛이 어때요? 아까 내가 박힐 때부터 하고 싶어서 여기가 이렇게 홍수가 났나?"지우의 적나라한 음담패설이 은서의 말초신경을 기폭제처럼 폭발시켰다.과거의 은서였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욕적인 언사였지만 지금은 달랐다.지우가 내뱉는 천박한 단어들이 은서의 고막을 때릴 때마다 하복부의 쾌감이 미친 듯이 증폭되었다.자신이 이 어린 남녀의 장난감으로 전락했다는 비참한 배덕감이 은서를 더욱 깊은 쾌락의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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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은서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벽을 짚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형편없었다.머리에서 흘러내린 피를 물로 닦아내기는 했지만 뺨 위의 거무스름한 자국은 없어지지 않았다.단정하게 빗어 넘겼던 머리카락은 땀과 체액으로 떡이 져 이마에 흉하게 달라붙어 있었다.급하게 쑤셔 입은 셔츠는 단추가 어긋나 있었고, 백화점에서 샀던 그 검은색 레이스 속옷은 얇은 정장 스커트 안쪽에서 이미 도진의 정액과 자신의 애액으로 흠뻑 젖어 축축한 불쾌감을 선사하고 있었다.은서는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손을 덜덜 떨며 택시를 호출했다.운전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은서의 몰골을 힐끗 바라보았지만, 강남의 최고급 레지던스에서 나오는 손님에게 굳이 사적인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다.은서는 뒷좌석 깊숙이 몸을 묻으며 마른침을 삼켰다.처음에는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언니가 근무 중인 대학 병원으로 가려 했다.지인 찬스를 쓰면 복잡한 절차 없이 빠르게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얄팍한 계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내 은서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그 언니를 마주하는 순간, 이 끔찍한 몰골의 원인을 설명해야 했다.머리의 상처는 둘째치고, 정교수 임용을 앞둔 여교수가 주말 오후에 어린 제자의 공간에서 나체로 유린당했다는 사실이 아주 미세한 틈새로라도 새어 나간다면 그녀의 인생은 그것으로 끝이었다.은서는 적당히 거리가 있는 종합 병원을 검색했다.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목적지를 바꿨다.은서가 선택한 곳은 자신의 동선과 전혀 겹치지 않고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법한 적당한 규모의 종합병원이었다.의사는 은서의 찢어진 두피와 말라붙은 피를 보더니 곧바로 MRI 촬영을 지시했다.차가운 기계 위에 누워 있는 동안, 은서는 지우와 도진이 벌였던 그 적나라한 교미의 잔상을 강제로 되새겨야만 했다.다행히 검사 결과는 최악을 면했다.두피만 길게 찢어졌을 뿐, 두개골이 함몰되거나 뇌 내부로 피가 고이는 증상은 없었다.의사는 은서의 두피를 가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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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환자분, 혹시... 본인 의사에 반한 폭력이나 성폭행에 의한 관계는 아니신가요? 몸에 다른 상처도 있으신 것 같은데, 사실대로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의사의 직업적인 의무감에서 나온 질문이었지만, 은서에게는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로 다가왔다.여기서 법적인 문제가 불거지면 모든 것이 파멸이었다.은서는 다급하게 머리를 굴렸다.눈앞의 남자 의사 역시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자리에 앉은 엘리트일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그렇다면 사회적 지위와 커리어가 가지는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터였다.은서는 호흡을 가다듬고 지성적인 목소리를 흉내 내며 침착하게 거짓말을 지어냈다."아닙니다, 선생님.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현재 대학 교수인데, 이번에 아주 중요한 해외 논문 발표와 정교수 승진 임용 심사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거든요. 머리 상처는 서재에서 자료를 찾다가 넘어지면서 부딪힌 가벼운 사고입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피임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지금 커리어에서 아이를 가지는 건 제게 치명적이라 정해진 때가 아닌 것 같아 급하게 약을 처방받으러 온 것뿐입니다."정교수 임용과 커리어라는 단어가 나오자, 과연 의사의 눈빛에 서려 있던 의구심이 한풀 꺾이는 것이 보였다.동족에 대한 얄팍한 이해심이 작동한 모양이었다.의사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알겠습니다. 사후 피임약은 호르몬 농도가 높아서 메스꺼움이나 부정출혈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서 복용하세요."처방전을 받아 든 은서는 도망치듯 산부인과를 빠져나왔다.근처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 물도 없이 알약을 입안으로 밀어 넣고 삼켰다.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비로소 도진의 정액이 자신의 몸 안에서 사멸할 것이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더러운 행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토록 구차하게 머리를 굴려야 했다는 사실이 은서를 다시 한번 비참하게 만들었다.집으로 돌아온 은서는 아무도 없는 거실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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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화면에 뜬 이름은 지우가 아닌 학과 조교였다.지우가 조교를 통해 무슨 소식이라도 전한 게 아닐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은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화를 받았다."아, 교수님. 일주일 동안 연락도 없으시고 학교에도 통 안 나오셔서 걱정돼서 전화드렸어요. 몸은 좀 괜찮으신가 해서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은 그저 통상적인 안부 확인일 뿐이었다.지우에 대한 단서나 흔적 따위는 섞여 있지 않은 무미건조한 공적인 대화.은서는 힘겹게 괜찮다는 말을 전하며 전화를 끊었고, 이내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시려오는 것을 느꼈다.다시 한 주가 흘러,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은서의 전공 강의가 있는 날이 찾아왔다.은서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섰다.수척해진 뺨을 화장으로 짙게 가리면서도 은서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쳤다.강의실에 가면 드디어 지우를 마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이었다.그리고 그 끔찍한 정사를 벌였던 지우의 낯을 대체 어떤 표정으로 보아야 할지, 게다가 그 수업에는 자신의 몸을 들쑤셨던 도진까지 함께 들어오는데 이를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공포와 걱정이 나머지 반이었다.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을 안고 은서는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해 강의실 문을 열었다.단상에 서서 은서는 가장 먼저 지우와 도진이 자주 앉는 자리를 확인했다.하지만 그 자리는 비어있었다.그날 강의가 끝날 때까지 지우도, 도진도 강의실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나란히 결석이었다.은서는 강의 중에도 자신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번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추락했다.자신은 일주일 동안 지옥 같은 자괴감과 갈증 속에서 말라 죽어가고 있었는데, 도대체 지우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걸까.강의가 끝난 후, 은서는 텅 빈 연구실로 돌아와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조교를 방으로 불렀다.자신이 직접 지우에게 연락할 용기가 없어, 공적인 라인을 이용하려는 비겁한 계산이었다."한지우 학생이랑 강도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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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분명 도진과 함께 떠난 여행이라고 들었는데, 정작 함께 간 도진의 온전한 모습이 담긴 사진은 거의 없었다.간혹 멋진 풍경의 배경 구석에 흐릿하게 실루엣으로 찍히거나, 테이블 위 와인잔을 맞부딪히는 손과 손목 같은 신체의 일부가 나온 사진이 전부였다.어디에도 도진을 메인 피사체로 삼아 다정하게 찍은 제대로 된 커플 사진은 존재하지 않았다.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은서는 기묘한 의문 속에서 자석에 이끌리듯 손가락을 움직여 지우의 과거 게시물들을 아래로 스크롤하기 시작했다.수많은 일상 사진과 풍경 사진들이 빠르게 지나가던 순간, 은서는 심장이 뚝 떨어지는 충격과 함께 황급히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스마트폰 화면 중앙에 너무나도 익숙한 여자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그것은 다름 아닌 은서 자신의 사진이었다.게시물이 올라온 날짜는 비교적 최근으로, 펜트하우스 사건이 터지기 얼마 전이었다.넓은 강의실의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은서의 옆모습이 담겨 있었다.빛이 드는 각도와 구도로 보아, 강의실 중간 지우가 늘 앉는 자리에서 찍은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그 사진 아래에 적힌 짧은 텍스트 내용이 은서의 눈동자를 세차게 흔들었다.[우리 멋진 교수님(하트)]은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홀린 듯이 화면을 더 아래로 내렸다.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연속해서 펼쳐졌다.지우의 타임라인 곳곳에 은서의 사진들이 끊임없이 숨겨져 있었다.은서가 본관 교수 휴게실 창가 자리에 앉아 다른 동료 교수들과 차를 마시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대형 학회 모임이 끝난 뒤, 뷔페 식당 한구석에서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진지하게 조언을 건네고 있는 모습.심지어 비가 내리는 날, 은서가 우산을 쓴 채 연구동 계단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뒷모습까지 찍혀 있었다.모든 사진 속 은서는 누군가 자신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완벽한 일상에 몰두하고 있었다.가장 충격적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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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은서는 조교를 통해 지우와 도진이 이용하는 항공편과 도착 시간을 알아냈다.공항 입국장 대합실의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전광판의 붉은 숫자를 바라보는 은서의 손끝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일주일간의 지독한 굶주림 끝에 지우의 귀국 소식 하나로 급격하게 되살아난 육체는, 지금 터질 듯한 긴장감과 작은 기대감으로 요동치고 있었다.잠시후 전광판의 '도착' 불빛이 깜빡이고, 입국장의 자동문이 열리며 여행객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은서는 군중 속에서 자석에 이끌리듯 단 한 사람만을 찾아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렸다.마침내 멀리서 카트를 밀며 걸어오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은서의 시야에 잡혔다.도진의 팔에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걸어오는 지우의 모습이 보였다.그 다정한 커플의 외형을 마주하는 순간, 은서의 가슴 한구석에 전기 충격처럼 찌릿한 질투와 자괴감이 번졌다.은서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지우야."두 사람의 앞을 막아서며 내뱉은 은서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갑작스러운 은서의 등장에 도진은 카트를 멈추며 미간을 찌푸렸고, 지우는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은서를 향해 못마땅한 시선을 던졌다.지우의 눈빛은 반가움이나 당황스러움 대신, 그저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본 듯한 귀찮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잠깐... 잠깐 이야기 좀 해."은서가 지우의 셔츠 소매를 붙잡을 듯 손을 뻗으며 말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은서를 향해 차가운 조소를 날렸다."어라, 교수님? 설마 여기까지 배웅 나오신 건 아닐 테고… 설마 보충 수업 해주러 오신거예요? 큭큭큭!"도진이 대놓고 면박을 주었지만, 은서는 오직 지우의 눈동자만 똑바로 응시했다.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지우는 잠시 은서의 수척해진 얼굴을 훑어보더니, 이내 카트를 잡고 있는 도진을 향해 말했다."주차장에 먼저 가 있어. 금방 갈게."도진은 지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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