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의 불빛이 하나둘 꺼진 뒤, 라리엘은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화려하지만 갑옷처럼 무거웠던 자수정 드레스를 벗어던졌다. 꽉 조여졌던 코르셋이 풀리자 참았던 숨이 터져 나왔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은 여전했다. 시녀들은 늘 그렇듯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편히 쉬십시오, 부인.”이라는 형식적인 인사만을 남기고 조용히 물러났다. 문이 닫히자, 침실은 완전히 라리엘 혼자만의 공간이 되었다. 촛불 하나만이 위태롭게 타오르는 방 안에서 라리엘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 한동안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시선은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장면만이 끝없이 반복되었다. 테라스에서 마주했던 아르덴의 얼굴, 그 차갑게 빛나던 푸른 눈동자. ‘금기된 역사.’ 그 단어를 입에 올렸을 때, 아르덴의 눈동자에서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갔던 그 기묘한 정적을 라리엘은 똑똑히 기억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고, 오히려 비릿한 모욕으로 화제를 돌려 그녀를 밀어냈다. 하지만 그 침착함이 지나치게 완벽했다는 것이 라리엘에게는 역설적인 확신을 주었다. ‘그는 알고 있어. 아버지가 무엇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지, 그리고 그 문헌이 어떤 의미인지.’ 그러나 확신과는 별개로, 현실은 막막했다. 공작저는 거대했고, 구조는 복잡했으며, 모든 길은 아르덴에게로 이어져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서재와 집무실은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어 있다. 게다가 하녀장 마르타를 비롯한 고용인들은 하나같이 그의 눈과 귀처럼 움직였다. 라리엘은 이곳에서 ‘주인’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깊숙이 고립된 존재였다. 화려한 보석과 비단에 둘러싸인 채,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그때, 라리엘은 문득 테라스에서 아르덴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던 순간이 떠올랐다. 차갑고 비정한 경고를 내뱉으면서도, 그녀의 뺨을 스치듯 머리칼을 정리해주던 그의 손가락은 이상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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