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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악마의 거짓말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23.05.2026 08:01:17
몇 시간 뒤, 방안 가득 찬란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르덴은 눈을 떴다. 지독한 악몽이었다.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뒤섞인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헤매는 꿈.

평소라면 식은땀에 젖어 불쾌하게 깨어났을 아침이었지만, 오늘 밤은 이상하게도 마지막 기억이 따뜻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던, 그 다정한 감각.

​그는 숨을 멈춘 채 옆을 돌아보았다. 라리엘이 자신의 손을 양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쥔 채, 그의 팔 근처에 머리를 기대고 깊은 잠에 들어 있었다.

햇살을 받은 그녀의 속눈썹이 눈가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그녀의 어깨가 평화로워 보였다.

​아르덴은 지난 기억을 가까스로 떠올렸다. 어젯밤, 라리엘이 곁에 눕는 순간부터 그의 감각은 비정상적으로 곤두서 있었다.

얇은 이불 너머로 느껴지는 그녀의 작은 몸놀림, 공기 중에 흩날리는 은은한 향기. 그것들은 아르덴의 이성을 끊임없이 시험했다.

​손을 뻗어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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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52화. 거래 성립

    미첼로가 굳이 제이드의 이름을 들먹인 것은 라리엘을 떠보려는 의도였다.아버지의 죽음에 일조한 가문의 배신자를 구하려는 그녀의 본심이 순수하게 궁금했던 것이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미첼로는 조금 전까지의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고 의자에 등을 붙여 바르게 앉았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는 도박사처럼 가볍게 양손을 들어 보였다.“좋습니다. 더는 제가 고집을 부릴 방도가 없군요. 부인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정리해 보시지요.”그토록 원하던 미첼로의 항복 선언이었으나, 막상 그의 입에서 수락의 말이 떨어지자 라리엘은 찰나의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정말 이대로 끝인 걸까?'그녀는 눈앞에 앉은 미첼로의 미세한 근육 변화와 눈짓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살피며 입을 열었다.“…아까 전에도 분명히 말씀드렸듯이, 레오폴트 약탈금의 반환은 녹스에서 전적으로 책임집니다. 그리고, 미첼로 씨가 강조하셨던 그 ‘기브 앤 테이크’를 적용해 드리죠. 우리가 법정에서 녹스의 존재와 이 계약서의 실체를 발설하지 않는 대신, 제이드 크로이츠를 즉각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세요. 당신들이 우리 아버지에게 저지른 그 끔찍한 죄악에 대한 대가는, 그의 딸인 트리샤 크로이츠의 완전한 자유로 받겠습니다.”미첼로는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다가, 이내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시죠. 거래 성립입니다.”미첼로는 녹스의 수장답게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서랍에서 고급 양피지를 꺼냈다.얼마간 깃펜이 종이 위를 달리는 사각거리는 방 안에 울려퍼졌다. 새로운 계약서 작성이 끝난 후, 그는 마지막으로 라리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수완이 보통이 아니시군요, 부인.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꼭 ‘거래&r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51화. 반격

    미첼로가 어깨를 들썩이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여유로운 손짓으로 눈썹 언저리를 긁적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좋습니다, 부인. 말씀하신 약탈금은 우리 녹스에서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국 법정까지 가서 번거롭게 힘 뺄 필요 있겠습니까? 너무 간단한 문제라, 부인의 그 귀한 발걸음이 무색해질 정도군요.”미첼로는 마치 자선 사업이라도 하는 양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협상이 이대로 끝날 것이라 확신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라리엘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더욱 단단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제 요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미첼로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라리엘을 보았다.“약탈금의 완전한 반환과 더불어, 지금 그쪽에 구속되어 있는 제이드 크로이츠와 그의 딸 트리샤의 신변을 요구합니다. 그들에게 걸린 모든 제약과 감시를 풀고, 완전한 자유를 보장한다는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그녀의 말에 가장 놀란건 트리샤였다. 하마터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라리엘을 쳐다볼 뻔 했다.미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흠… 부인께서는 확실히 협상의 기본을 잘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세상 모든 일에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라는 철칙이 있습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놓는 법이죠.”그는 두 손바닥을 테이블 위로 펼쳐 보이며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우리가 막대한 약탈금을 내놓기로 했으니, 이제는 부인께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우리에게 내놓으실 차례이지요. 공작가의 이권이나, 아니면 황실의 기밀 같은것 말입니다.”그의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50화. 불안감

    라리엘은 떨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입을 뗐다.“이 아이는 내가 어딜 가든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전속 시종이에요. 설마 녹스의 수장께서는 이 방 안에 연약한 여성 한 명이 늘어나는 것조차 두려워하실 만큼 겁이 많으신 건 아니겠지요?”라리엘의 도발적인 어조에 문지기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트리샤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자코 서 있었다.“잠시만 기다리십시오.”문지기 하나가 허락을 구하러 들어갔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온 그는 퉁명스럽게 덧붙였다.“시종은 철저한 몸수색을 받은 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트리샤는 아무런 저항 없이 양팔을 벌려 몸수색을 받아들였다.문지기의 무례한 손길이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훑었으나, 트리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미건조한 표정을 유지했다.수색을 마친 후, 라리엘과 트리샤는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등 뒤에서 문이 쾅 닫히며 문지기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하여간, 귀부인들이란. 시녀 손을 안 빌리면 한 걸음도 못 움직인다니까.”실내는 복도의 저속한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채, 기묘할 정도로 정적이고 고풍스러웠다.벨벳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이 방 안의 호화로운 가구들을 비스듬히 비추고 있었다.녹스의 수장은 창가에 서서 건물 아래 대기 중인 알브릭 가문의 기사들을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라리엘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라리엘은 순간 숨을 들이켰다.뒷골목의 제왕이라기에 흉터 가득한 거구의 사내를 예상했건만, 눈앞의 사내는 의외로 왜소하고 창백한 인상이었다.학자처럼 정갈한 차림새였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만큼은 독사의 그것처럼 서늘했다. 수장은 천천히 다가와 예의를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9화. 협상의 문

    수도 중앙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의 하류, 축축한 물비린내가 진동하는 다리 밑은 대낮에도 볕이 들지 않는 음습한 요새와 같았다.머리 위로는 마차가 지나가는 둔탁한 진동이 울리고, 발밑으로는 검은 강물이 철벅거리며 기괴한 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아르덴은 마치 조각상처럼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서 있었다.잠시 후, 어둠 속에서 마른 체구의 남자가 비죽이 얼굴을 내밀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이거 놀랍군요. 고귀하신 알브릭 공작 각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직접 발걸음을 하시다니. 부인의 치부가 얼마나 추잡한지 궁금해서라기엔, 행보가 꽤나 적극적이십니다?”“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네놈이 지껄이는 그런 하찮은 가십 때문이 아니라는 걸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군.”아르덴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상대의 비열한 안색을 훑으며 대답했다.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동행하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클로디아를 떼어놓느라 적잖은 인내심을 소모한 터였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그녀 같은 불순물을 끼워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자신의 도발에도 공작이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자, 연락책은 짐짓 놀란 척 눈썹을 치켜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호오, 그럼 무슨 이유로 저를 만나겠다고 했을까요?”비아냥거리는 말투와 달리, 연락책의 눈동자에는 상대를 탐색하는 날카로운 살기가 스쳤다.“시간이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네놈들 수장과 직접 협상을 요청한다. 내용은 과거 플로렌스 가문과 녹스가 맺었던 ‘비밀 계약’에 관해서. 이쯤 말하면 알아들었겠지?”수장과의 직접 협상이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단도직입적인 말에 연락책의 입이 떡 벌어졌다.여유롭던 태도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그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8화. 결심

    클로디아는 다시 천천히 찻잔을 들어 올려 입가에 가져갔다.라리엘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만족스럽게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입을 열었다.“물론 공작님의 의장직과 부인의 친정 문제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정치판이라는 게 그런걸 세세하게 고려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뭐, 부인께서는 고상한 꽃처럼 온실 속에만 계시니 이런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시겠지만요.”“클로디아 양. 도대체 무슨…”흔들리는 라리엘의 눈동자를 보며 클로디아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그녀는 이제 자신의 본심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상체를 라리엘 쪽으로 바짝 기울인 클로디아가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한 가지만 더 알려드리자면, 이 모든 위태로운 상황을 공작님께서도 이미 낱낱이 알고 계시다는 거예요. 가엾은 부인을 차마 쉽게 내치지 못하는 공작님의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부인으로서, 남편의 앞길을 막고 있다면 조금은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결단을 내릴 필요도 있는 것 아닐까요?”라리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클로디아를 쳐다보기만 했다.신년회에서 아르덴을 향해 미소짓던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겹쳐졌다. 그때, 클로디아가 라리엘의 손을 덥석 맞잡았다.“그러니까 부인, 제발 부탁이에요. 자꾸 공작님의 그늘 뒤에 비겁하게 숨기만 하지 말고 당당히 밖으로 나와요. 플로렌스 가문이야 그렇다 쳐도, 아무런 잘못 없는 알브릭 가문까지 물귀신처럼 바닥으로 끌어 내리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얼마나 꼴사납고 이기적인 짓인지 잘 알고 계시죠?”라리엘은 클로디아에게 붙잡힌 자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역겨울 정도로 부드러운 감촉이었다.그녀는 시선을 들어 클로디아의 탐욕스러운 눈동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47화. 흘러내린 가면

    ​“다만요?”​베르너가 무거운 음성으로 덧붙였다.​“재판을 함께 받으시게 되면 사교계의 평판이나 의회에서의 영향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공작님처럼 높은 자리에 계신 분에게는 더욱더요.”​라리엘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 바닥에서 차가운 한기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그녀는 불안을 들키지 않으려 들이킨 숨을 아주 천천히 내뱉으며 물었다.​“역시 그렇군요. 영향력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일까요?”​“최악의 경우에는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황실에서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작님을 압박하려 들겠지요.”​베르너의 목소리는 형집행관의 선고처럼 무겁게 라리엘의 어깨를 눌렀다. 라리엘은 시선을 아래로 툭 떨어뜨린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녀의 창백해진 안색을 보자 베르너는 그제야 괜한 말을 했다 싶어 급히 말을 보탰다.​“하지만 공작님께서는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으실 겁니다. 부인께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어떻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공작님께 그 어떤 피해도 가지 않게 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베르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눈빛에는 안타까움과 원망이 미묘하게 섞여 있었다.​“현재로서는… 두 분이 갈라서지 않는 이상, 방법은 없을 겁니다. 알브릭의 이름을 지키려면 플로렌스를 잘라내야 하니까요.”​갈라선다. 그 말이 라리엘의 심장을 난도질했다. 무릎 위에 놓인 그녀의 손끝이 바르르 떨려왔다.아르덴을 위해서라면 그렇게라도 해야하는 걸까. 하지만 그를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베르너가 자백서 초안을 완성할 때까지도 라리엘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알브릭 공작저의 정문 앞. 클로디아는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서서 거대한 석조 저택을 올려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10화. 얼음 가면(1)

    교묘한 비아냥이었다. 아르덴의 ‘자비’와 라리엘의 ‘처지’를 동시에 건드리는 말에 라리엘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때, 아르덴이 그녀의 허리를 자기 품으로 더 깊숙이 끌어당기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자비라니요, 백작. 나는 그저 내게 어울리는 가장 고귀한 꽃을 내 화원에 옮겨두었을 뿐입니다. 라리엘은 이제 플로렌스가 아니라 알브릭의 이름으로 빛날 테니까요.” 아르덴은 말을 마친 뒤, 보란 듯이 그녀의 목덜미 근처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 넘겼다. 손끝이 민감한 피부를 스치자 라리엘은 소름이 돋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9화. 축하 연회

    라리엘은 서신을 쥔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다. 아버지는 죽기 직전까지도 아르덴을 ‘아들과 다름없는 친구’로 믿고 있었다. 자신의 가문이 가진 위험한 비밀까지 공유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그런데 아르덴은? 그는 이 서신을 받은 직후에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가문을 파멸시킨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와 함께 아르덴이 집어삼켜진 것일까? 라리엘은 서신을 소중하게 접어 품 안 깊숙이 숨겼다. 지금은 이것을 들고 아르덴을 추궁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창고를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8화. 금기된 역사

    그것으로 족했다. 어차피 자신이 죽인것과 다름 없었다. 자신이 더 깊이 파헤치지만 않았더라도, 백작에게 그런 것을 요청하지만 않았더라도 백작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가 진실을 알게 되면 분명 더 깊이 파헤치려 들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그녀 또한 표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백작을 죽인 세력의 실체가 아직 안개속에 있다는 사실이 그의 피를 말리게 했다. 그보다는 차라리 자신을 오해한 채 증오하는 편이 나았다. 친구이자 스승의 딸에게 씌워진 비극적인 연극. 그 모든 비난과 저주는 자신 하나로 충분했다.

  • 플로렌스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다   7화. 엇갈린 다짐

    “하아…… 하…….” 거칠게 몰아쉬는 숨이 방금 전 아르덴이 서 있던 공간의 잔열을 집어삼켰다. 심장이 늑골을 부수고 나올 것처럼 뛰었다. 단순한 공포가 아니었다. 뺨을 타고 흐르던 그의 서늘한 숨결, 얇은 잠옷 너머로 전해졌던 손바닥의 지독한 열기, 그리고 찰나의 순간 자신을 꿰뚫었던 눈빛. 그 모든 감각이 사슬처럼 그녀의 전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라리엘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그의 숨결이 닿았던 자리가 여전히 화끈거렸다. 마치 낙인이 찍힌 것 같았다. ‘자극하지 말라고?’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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