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밤이 깊어서야, 위지헌이 그 말을 꺼냈다."혼자."옥대 매듭 위에서 손이 멎어 있었다. 저녁 밥상에서부터, 내내."안 된다.""가야 해요."월령이 말했다."병중의 후궁이 청했는데 안 가면, 제가 후궁을 업신여긴 게 돼요. 가지를 다 친 게 저인데, 나무가 부르는데 안 가면요.""…그 방에서 무슨 일이 나면, 나는 그 문 안에 못 든다.""알아요. 그래서 그 방에 든 사람이, 저여야 해요."위지헌은 오래 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강무진을 불렀다."자녕궁 담 밖에 서라. 담 안에서 소리가 나면—""…어느 정도 소리입니까.""네가 듣고 안 되겠다 싶은 소리."강무진이 그 말을 곱씹는 얼굴로 물러났다.설련이 문가에 서 있었다. 월령이 그 아이를 보았다."…같이 갈래.""못 가요. 저는 그 방에서 나온 사람이라, 그 방이 저를 못 들여요."설련이 낮게 말했다."대신 하나만요. 그 방에서 차를 내면, 잔이 둘일 거예요. 마마님 잔은 늘 손잡이가 오른쪽으로 놓여요. 그 잔은 마셔도 돼요. 왼쪽이면—""왼쪽이면.""…마시지 마세요."*가마에 오르기 전, 방어멈이 월령의 소매를 잡았다."아씨.""어멈.""…봄이 젖 먹일 시각까지는 돌아오세요."그것이 방어멈이 하는 걱정이었다. 월령은 그 손을 한 번 쥐고 놓았다.*자녕궁은 조용했다.궁인들의 발소리가 낮았다. 그 낮은 발소리가 숙비를 대신 말했다. 이 처소의 주인은 아직 병풍 뒤에 있다고.월령은 안쪽 방으로 들었다. 병풍이 있었다. 그리고 병풍 앞에, 찻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잔이 둘이었다."…앉으시게."병풍 너머에서, 목소리가 왔다. 낮고 느렸다.월령이 앉았다. 병풍 너머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고는, 병풍이 한쪽으로 접혔다.*숙비였다.병자의 얼굴이었다. 야위었고, 입술에 핏기가 없었다. 그런데 눈이 야위지 않았다. 그 눈이 월령을 보았다. 물건을 읽는 눈으로."…비녀가, 어머니 손을 탔군."숙비가 말했다.월령의 손이 소매 안에서 접혔다. 첫마디부
"…제 곁에요.""네 곁이 제일 춥지 않으냐. 어미 처소보다."경화제가 웃었다. 위지헌은 웃지 않았다."그 아이가 제 곁에 서면, 월령을 봅니다.""그래서 네 곁이다."경화제가 옥필로 탁자를 톡, 쳤다."보라지. 보고도 못 갖는 걸 배우는 게, 황제가 되는 첫 공부다."*왕부로 돌아온 위지헌은, 그 말을 월령에게 옮기지 않았다. 문을 열기 전에 말하마, 하고 약조한 것이 어젯밤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에 말했다."…형님이, 명서를 내 곁에 두라 하신다."월령의 손이 봄의 배냇저고리 위에서 멎었다."…언제부터요.""가지를 다 친 뒤에.""그럼 가지부터 쳐요."월령이 저고리를 개키며 말했다. 손이 조금 빨랐다.*첫 가지는 옥리였다.강무진이 옥리를 잡아 왔을 때, 윤백은 이미 옥리의 집에서 나온 자녕궁 물표를 목갑에 담아 두고 있었다."…언제 다녀왔느냐.""기윤이 말했습니다."윤백이 답했다. 강무진이 그를 흘겨보았다."나는 사람을 잡고, 너는 물건만 잡고.""물건이 말을 더 잘합니다."윤백의 말에 강무진이 헛기침을 했다. 그러고는 옥리의 허리띠를 놓아 주었다.*둘째 가지는 절이었다.시주 명단의 자녕궁 물표가, 절의 주지를 어전으로 끌어냈다. 주지는 오상궁의 이름을 댔다. 오상궁은 그날로 자녕궁 밖으로 불려 나와, 종친부 앞마당에 세워졌다.오상궁은 끝까지 숙비의 이름을 대지 않았다. 다만 향을 짓던 손으로 제 옷자락을 쥔 채, 설련을 보았다.설련은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피하고 싶은 얼굴로, 피하지 않았다."…아가씨가, 많이 컸구나."오상궁이 낮게 말했다.설련은 답하지 않았다. 돌아서서, 월령의 반 걸음 뒤에 섰다.*셋째 가지는 명부지기였다."황후마마 처소로 옮깁니다."월령이 황후에게 아뢰었다."옥에는 자녕궁 손이 닿아요. 곤원전에는 못 닿아요."황후 하문정은 오래 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낮게 말했다."…그 늙은 것이, 내 아이의 이름도 적었느냐."월령은 답하지 못했다. 황후는 그 못 함을 읽었다
촛불이 제풀에 꺼진 뒤에도, 두 사람 다 잠들지 않았다.월령은 등을 보인 채였다. 그 등 뒤에서 그의 숨소리가 고르지 않았다. 고르지 않은 것을 감추려는 숨이었다."…옥리를 잡은 건 너다."한참 만에, 그가 말했다."절의 시주 명단도. 나는 문만 열어 뒀다. 그 문으로 뭘 들고 들어갈지는, 네가 정했고.""문을 열어 뒀다는 걸, 저한테는 안 알려 주셨어요.""알렸으면 네가 사흘을 그 문만 봤을 거다."월령은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맞아서 더 서운했다.그가 다시 오래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낮게 말했다."…다음엔, 문을 열기 전에 말하마.""열기 전에요.""열기 전에."월령은 돌아눕지 않았다. 대신 뒤로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찾았다. 그가 그 손을 잡았다.*새벽에 청아가 세숫물을 들고 왔다.문틈으로 대야만 들이밀다가, 방 안 탁자 위에 흩어진 종이를 보았다. 그러고는 얼른 눈을 내렸다. 귀 끝이 붉었다."…마마님. 장부가, 바닥에.""주워 다오. 접지 말고.""예."청아가 종이를 한 장씩 주웠다. 그러다 한 장이 침상 발치까지 밀려가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한참 망설였다. 그 사이 위지헌이 먼저 그것을 집어 청아에게 건넸다. 청아는 받지 못하고 굳어 있다가, 방어멈이 부엌에서 부르는 소리에 살았다는 얼굴로 뛰어나갔다."…저 아이는, 아직도 나를 무서워하는군.""부군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부군 앞의 저를 못 보는 거예요."*진시, 편전.경화제는 옥필을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고 있었다. 위지헌이 장부 한 장과 절의 시주 명단을 탁자에 놓자, 옥필이 멎었다."…이 한 장으로, 짐더러 뭘 하라는 거냐.""보시라는 겁니다.""봤다."경화제가 장부의 마지막 줄을 오래 보았다. 옥필이 다시 굴렀다. 이번엔 느렸다."그 아이 이름이, 이 값 자리에 있구나.""예.""…네 딸이, 짐의 조카다.""예."경화제가 고개를 들었다. 웃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위지헌은 형에게서 몇 번 보지 못했다.*
강 건너 마을은 개 짖는 소리로 밤을 알렸다.기윤은 지붕 위에 엎드려 있었다. 아래 초가에서 여인이 물을 길어 들이고, 그 뒤를 대여섯 살 사내아이가 따랐다. 아이가 넘어졌다. 여인이 돌아서서 아이를 일으키다가, 사립문 밖의 그림자를 보고 굳었다.그림자는 기윤이 아니었다.먹빛 소매의 여인이었다. 향을 짓는 손이 사립문을 밀었다. 여인이 아이를 제 뒤로 숨겼다. 문이 열렸다. 닫혔다. 기윤은 지붕에서 그 문을 밤새 보았다.새벽에 문이 다시 열렸을 때, 아이는 없었다.*"오상궁이에요. 자녕궁 향방을 맡은."설련이 그 이름을 댄 것은, 기윤이 강을 건너기 전이었다."향을 짓는 손이, 옥에는 왜 드나들지.""향을 짓는 손이라서요. 숙비마마는 손에 아무것도 안 쥐어요. 쥐는 건 늘 오상궁이었어요. 명부도, 향도, 저도."설련이 마지막 말을 조금 늦게 붙였다. 위지헌은 그 늦음을 흘려듣지 않았으나, 묻지도 않았다."기윤."그림자가 답했다."오상궁의 하루를 가져와라. 어디서 자고, 누구 집 문을 두드리는지."*기윤이 돌아온 것은 이틀 뒤 저녁이었다.옷자락에 흙이 묻어 있었다. 강 건너 흙이었다."도성 밖 강촌입니다. 명부지기의 며느리와 손자가 거기 삽니다. 오상궁이 그 집 문을 두드렸고, 새벽에 손자가 사라졌습니다.""…사라져.""자녕궁 소속 절에 맡겼습니다. 공부시켜 준다는 명목으로."월령의 소매 안 손끝이 접혔다."명부지기가 옷자락을 쥔 까닭이, 그거였군요.""손자를 찾아옵니까."강무진이 물었다."찾아오면 자녕궁이 안다. 알면 다른 이름을 잡는다."위지헌이 말했다."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켜라. 절 담 밖에 사람을 둬. 아이가 절 안에서 한 발도 안 나오게.""…어느 정도로 안 나오게 합니까.""제가 절 밖으로 나오고 싶어질 때까지."강무진이 그 말을 곱씹더니, 알겠다는 얼굴로 나갔다.*그날 밤, 월령은 늦도록 장부를 펴 놓고 있었다.문상궁의 봉함 기록이 그 곁에 있었다. 오래전 봉해진 이름. 그 봉함을 청한
"…뭐라고 바꿨지.""제가 혼자 한 일이라고요. 위에서 시킨 게 아니라, 늙은 것이 제멋대로 사람을 지웠다고. 어젯밤까지 '위에서'라던 입이."강무진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밤사이 옥에 누가 들었느냐.""옥리 말로는, 아무도.""옥리 말 말고.""…그건 제가 물어 온 게 아니라서."강무진이 솔직하게 답했다. 위지헌은 그 솔직함에 고개만 까딱이고 일어섰다.*옥은 눅눅했다.명부지기는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손이 달랐다. 어제는 무릎 위에 포개 두었던 손이, 오늘은 옷자락을 쥐고 있었다."…혼자 했다고."월령이 물었다."예. 제가 혼자 했습니다. 마마님이 누굴 잡으려 하시는지 알지만, 그 위에는 아무도 없어요.""어제는 있다 하셨는데요.""늙은 것이 헛소리를 했지요."명부지기는 월령을 보지 않고 답했다. 옷자락을 쥔 손가락이 하얬다.월령은 그 손가락을 보았다. 그러고는 물음을 바꿨다."…손자가, 몇 살이에요."명부지기의 손이 멎었다.*"…그런 건 왜 물으십니까.""어제는 없던 겁이, 오늘 있으니까요."월령이 낮게 말했다."누가 밤에 와서, 손자 이름을 대고 갔군요."명부지기는 답하지 않았다. 답하지 않는 것으로 답했다.월령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옥리를 불렀다."어젯밤 이 옥에 든 사람, 옥리 말고 또 누가 있지요.""…없습니다.""그럼 옥리 당신이 들었네요."옥리의 얼굴이 굳었다."저, 저는 옥을 지킨 것뿐입니다.""지켰으면, 문을 연 손도 봤겠네요."옥리가 침을 삼켰다. 명부지기가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눈이 잠깐 마주쳤다가, 옥리가 먼저 눈을 내렸다."…상궁 하나가, 왔습니다. 잠깐 얼굴만 보고 간다고.""어느 처소.""…그건 말 안 했습니다.""말 안 해도, 향은 남지요."월령이 옥 안의 공기를 한 번 맡았다. 눅눅한 냄새 아래, 옅게 다른 것이 있었다. 자녕궁의 그 향이었다.*옥을 나오며, 위지헌이 낮게 말했다."뒤집힌 것을, 도로 뒤집을 셈이냐."
"…이 값은, 아직 안 치러졌군."위지헌이 월령의 어깨 너머로 그 줄을 읽었다.값 자리에 먹이 마르지 않은 채, 숫자 대신 획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매기다 만 셈이었다."치러지기 전에 태우라 하셨소."독고진겸이 낮게 말했다."그 줄이 마르기 전에, 내가 먼저 도성을 뜨라고.""…누가 치르지.""돈이야 상단이 치르지. 그런데 그 돈이 나가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따로 있소. 나도 그 얼굴은 병풍 너머로만 봤고."*기윤이 창턱에서 소리 없이 내려섰다."밖에 발소리 둘. 상단 사람은 아닙니다."위지헌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것으로 기윤은 다시 그림자가 됐다.월령은 장부를 소매 안에 넣지 않았다. 접지도 않았다. 펴진 채로 품 안에 붙여 들고, 아궁이의 남은 불을 한 번 더 보았다."…이 사람은요.""데려간다."위지헌이 독고진겸을 보지 않고 말했다."살려 두면 값이 되고, 죽으면 숙비의 값이 된다. 강무진.""예.""뒷덜미 말고 허리띠."강무진이 낮게 헛기침을 하고 독고진겸의 허리띠를 잡았다.독고진겸은 끌려가며 한 번 돌아보았다. 월령이 아니라, 아궁이를 보았다. 다 타 버린 장부들의 재를."…그 재 속에, 내 이름도 있소.""압니다."월령이 답했다."그래서 데려가는 거예요. 재가 되기 전에."*돌아오는 길, 마차 안은 어두웠다.월령은 펴진 장부를 무릎 위에 놓고, 그 위에 두 손을 얹었다. 위지헌이 그 손을 보았다."…손이 차다.""불 앞에 오래 있었는데도요."그가 제 손으로 그녀의 손을 덮었다. 장부째로. 그 손이 무거워서, 월령은 잠깐 눈을 감았다."…이 한 장으로, 될까요.""안 된다."위지헌이 바로 답했다. 월령이 눈을 떴다."이 한 장으로는 안 돼. 그런데 이 한 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왕부에 닿은 것은 새벽이었다.방어멈이 대문 안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밤새 잠을 안 잔 얼굴이었다."애 젖 먹일 시각에 어미가 들어오는 집이 어디 있답니까.""어멈.""죽 데워
비는 밤새 그치지 않았다.새벽녘에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실을 감는 소리처럼 가늘게 이어졌다. 처음에는 한 방울씩, 곧이어 두 방울씩, 나중에는 어느 것이 먼저 떨어졌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잦아졌다.심가의 아침은 젖은 냄새로 열렸다.행랑채 아이들은 짚신 밑창에 진흙을 묻힌 채 창고 앞을 오갔고, 부엌에서는 젖은 장작에 불을 붙이느라 연기가 낮게 깔렸다. 말린 생강은 다시 대청 안으로 들여졌고, 약방의 작은 종은 창포 묶음을 처마 아래에 걸며 연신 코를 훌쩍였다.비가 오는 날에는 집안의 틈이 먼저 보였다.기와가
자녕궁에서는 아무 말도 오지 않았다.칭찬도 없었고, 꾸짖음도 없었다.완성본을 거두어 간 뒤 사흘이 지났으나 문상궁의 먹빛 소매는 다시 심가 문턱을 넘지 않았다. 동쪽 대문을 드나드는 것은 장작을 실은 수레와 포목점 심부름꾼, 약방의 어린 종뿐이었다.그런데도 심서윤은 매번 대문 쪽 소리가 날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처음에는 아주 작게였다.찻잔을 내려놓다가, 바느질하던 바늘끝을 멈추다가, 어머니 한씨가 부르는 말에 대답하려다 말고. 시간이 갈수록 그 작은 움직임은 몸에 남은 버릇처럼 굳어 갔다.기다림은 소리가 없었다.그러나
심서윤은 그 밤 잠들지 못했다.자녕궁에서 받은 작은 붓은 베개맡에 놓여 있었다. 흰 붓대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떠 보였고, 끝에 매인 금실은 등잔불이 사라진 뒤에도 혼자 빛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였다.서윤은 옆으로 누웠다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방 안은 조용했다. 창밖에서는 밤새 젖은 살구꽃잎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멀리 행랑채 쪽에서는 늦게 돌아온 하인이 물동이를 내려놓는 낮은 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그런 소리들이 집의 숨처럼 느껴졌을 것이다.오늘은 모든 소리가 자신을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았다. 마마께서 다시 부르실까
태후의 초대장은 향이 없었다.그 사실이 먼저 심가를 조용하게 만들었다.아침 부엌에서는 멥쌀 씻는 물소리가 나고, 무쇠솥 가장자리에는 지난밤 끓여 둔 닭죽의 기름이 얇게 굳어 있었다. 행랑 쪽에서는 하인들이 장작을 패며 낮은 농담을 주고받았고, 마구간에서는 젖은 짚을 갈아내는 냄새가 느리게 흘러왔다.어제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다.그런데 검은 칠을 한 죽간 하나가 대문을 넘자, 집 안의 모든 소리가 반 박자씩 늦어졌다.칼을 갈던 호위가 손을 멈췄고, 죽을 푸던 계집종은 국자의 끝을 솥 가장자리에 대고 오래 움직이지 못했다.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