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식당에는 평소보다 고요한 바람이 들었다.이현은 조용히 주방 뒷문을 열고 마트에서 산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그 안엔 은은한 라벤더 색상의 보온 텀블러.유리가 국을 끓이는 동안 틈틈이 마실 수 있도록 그녀가 좋아하는 따뜻한 보리차를 미리 데워 넣었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손끝이 자주 마르다는 걸 그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그 시각 유리는 식재료를 정리하며 이현이 자주 서 있는 조리대 옆 칸을 말없이 살폈다.그가 늘 사용하는 칼이 자주 미끄러진다는 걸 느끼고, 조심스럽게 새 도마와 칼집을 준비해 두었다.진한 나무결의 도마는 물기에도 쉽게 닳지 않고, 칼집은 손등이 다치지 않게 둥글게 마감되어 있었다.“그녀는 직접 묻진 않았지만 그의 칼끝이 더 이상 무뎌지지 않길 바랐다.”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찰나,이현이 조심스럽게 유리에게 텀블러를 내밀었다.“이거… 오늘부터는 이걸로 마셔요. 당신 국만큼 데워진 차예요.”유리는 놀란 듯 텀블러를 받아들었다.“이거… 언제 준비했어요?”“며칠 전부터 생각했어요. 당신 손이 자꾸 시려 보여서.”그녀는 입꼬리를 작게 올렸다.“보리차도, 당신도… 잘 데우는 사람이네요.”그날 점심이 끝나갈 무렵, 유리는 새 도마와 칼집을 조리대 위에 조용히 놓아두었다.이현은 그걸 보자마자 말없이 손끝을 스쳤다.“이 도마… 나무결이 부드럽네요.”“당신이 매일 잘게 썰고 다듬는 재료들, 그 손끝이 조금 더 편했으면 해서요.”“손끝이 편해지면, 마음도 따라 풀어지죠.”이현은 조용히 도마에 칼을 올리고 얇은 애호박을 썰기 시작했다.도마에 닿는 칼날 소리가 예전보다 한결 고르게 들렸다.“이 소리… 참 좋네요.”“말보다 이런 소리가 더 마음에 오래 남는 날도 있어요.”저녁 장사가 끝나고 조리대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은 그날의 조리 일지를 정리하며서로 준비했던 선물의 타이밍에 작게 웃음을 나눴다.“우리가… 오늘 말 없이 선물 주고받은 거, 왠지 편지보다 더 편안했어요.”“사랑은 편지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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