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Kapitel 291 – Kapitel 292

292 Kapitel

281. 바람이 간을 봐준 계절의 국

낮 기온이 더 이상 더워지지 않는다는 소식에 유리는 아침부터 식당 앞 마당을 둘러보았다.“이제 진짜 가을이에요.”그 말에 이현이 옆에 다가왔다.“오늘은 주방 말고, 바깥에 식탁 하나 차려볼까요?”“점심 준비 끝나고요?”“아니요. 우리 둘만을 위한 점심. 오늘 하루는 바람이 식사를 데워줄 것 같아서요.”두 사람은 점심 장사가 끝난 뒤 조용히 마당의 작은 나무 식탁을 닦았다.햇살이 포근히 내려앉은 자리,나무 그림자가 천천히 흔들리는 그 자리에 하얀 린넨 보를 깔고 작은 도자기 그릇들을 꺼내 놓았다.국은 유리가 가장 자신 있는 메뉴, 들깨버섯국.바람에 향이 더 멀리 퍼질 수 있도록 국을 천천히 우려냈다.이현은 우두커니 식탁을 바라보다 말없이 유리에게 물었다.“이런 식탁, 예전에도 생각해본 적 있어요?”“아니요. 나는 늘 식탁은 실내에서 먹는 거라고 생각했어요.근데 지금은… 이렇게 바람과 나란히 앉아 먹는 것도 충분히 따뜻하네요.”“당신 국이라 그런가 봐요.”국이 식탁에 오르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들깨 향이 은은히 퍼지는 그 위로 가을 바람이 살며시 스쳤다.이현은 국을 한 숟갈 떠넣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오늘 국은… 계절 맛이 나요.”“내가 끓인 국이 아니라 오늘 바람이 간을 봐줬나 봐요.”“그럼 이 국은 당신과 바람의 합작이네요.”“그리고 당신이 마주 앉아 있으니 이 국도 안심하고 익을 수 있었죠.”한참을 말없이 먹던 중,유리는 조용히 식탁 옆 작은 나뭇잎을 집어 들었다.“여기 앉으니까, 조금 예전 생각이 나요.”“어떤?”“서울에 있던 작은 원룸 부엌. 창도 없이 좁은 그 공간에서전기포트에 물 끓이고 즉석 된장 풀어서 밥 말아 먹던 날들.”이현은 그녀의 손등에 살짝 손을 얹었다.“그때는 그 국이 당신 하루를 데워주는 유일한 온기였겠네요.”“맞아요. 그래서 지금, 이 국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지금이 기적처럼 느껴져요.”식사가 끝난 뒤, 이현은 남은 국을 작은 사발에 덜어 유리 쪽으로 내밀었다.“이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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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오늘은 식탁이 넓어지는 날

이른 아침, 식당에는 평소보다 고요한 바람이 들었다.이현은 조용히 주방 뒷문을 열고 마트에서 산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그 안엔 은은한 라벤더 색상의 보온 텀블러.유리가 국을 끓이는 동안 틈틈이 마실 수 있도록 그녀가 좋아하는 따뜻한 보리차를 미리 데워 넣었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손끝이 자주 마르다는 걸 그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그 시각 유리는 식재료를 정리하며 이현이 자주 서 있는 조리대 옆 칸을 말없이 살폈다.그가 늘 사용하는 칼이 자주 미끄러진다는 걸 느끼고, 조심스럽게 새 도마와 칼집을 준비해 두었다.진한 나무결의 도마는 물기에도 쉽게 닳지 않고, 칼집은 손등이 다치지 않게 둥글게 마감되어 있었다.“그녀는 직접 묻진 않았지만 그의 칼끝이 더 이상 무뎌지지 않길 바랐다.”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찰나,이현이 조심스럽게 유리에게 텀블러를 내밀었다.“이거… 오늘부터는 이걸로 마셔요. 당신 국만큼 데워진 차예요.”유리는 놀란 듯 텀블러를 받아들었다.“이거… 언제 준비했어요?”“며칠 전부터 생각했어요. 당신 손이 자꾸 시려 보여서.”그녀는 입꼬리를 작게 올렸다.“보리차도, 당신도… 잘 데우는 사람이네요.”그날 점심이 끝나갈 무렵, 유리는 새 도마와 칼집을 조리대 위에 조용히 놓아두었다.이현은 그걸 보자마자 말없이 손끝을 스쳤다.“이 도마… 나무결이 부드럽네요.”“당신이 매일 잘게 썰고 다듬는 재료들, 그 손끝이 조금 더 편했으면 해서요.”“손끝이 편해지면, 마음도 따라 풀어지죠.”이현은 조용히 도마에 칼을 올리고 얇은 애호박을 썰기 시작했다.도마에 닿는 칼날 소리가 예전보다 한결 고르게 들렸다.“이 소리… 참 좋네요.”“말보다 이런 소리가 더 마음에 오래 남는 날도 있어요.”저녁 장사가 끝나고 조리대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은 그날의 조리 일지를 정리하며서로 준비했던 선물의 타이밍에 작게 웃음을 나눴다.“우리가… 오늘 말 없이 선물 주고받은 거, 왠지 편지보다 더 편안했어요.”“사랑은 편지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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