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남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최근 들어 은희가 예전과 다르다는 건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은희가 기억을 지우는 수술까지 받았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끔찍한 생각이 머리를 파고들었다. 자신을 너무 미워해서 기억까지 없애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 납치 사건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을 도저히 견디지 못해서 수술을 선택한 걸까?세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면 후자일 가능성이 훨씬 컸다.그 사실만으로도 남우는 이미 죄책감에 짓눌려 있었다. 은희가 가장 절실하게 자신을 필요로 하던 때, 곁을 지키고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은희의 의도를 의심했다.그 진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무너질 것 같았는데, 이제는 은희가 그 고통을 버티지 못해 기억까지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가슴이 조여서 숨이 막혔다.남우는 그 자리에 굳어 섰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어서 손끝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가늘게 떨렸다.은희는 기억을 지웠다. 남우와 함께했던 모든 일을 다시 떠올리느니 차라리 완전히 잊는 쪽을 택한 것이다.가슴 한가운데가 억지로 찢겨 나가는 듯 아파 남우는 허리를 제대로 펴기도 힘들었다.“은희야...” 잠긴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었다.은희는 무심한 눈으로 남우를 한번 바라봤을 뿐이었다. 붙잡힐 생각도, 말을 섞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정말 아무런 상관없는 낯선 사람을 보는 눈이었다.“저기요, 길 좀 비켜 주세요.” 은희는 예의를 갖췄지만 차갑게 말한 뒤 남우를 지나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랐다.차문이 닫히고 시동이 걸렸다. 남우는 움직이지 못한 채 차가 점점 멀어져 시야 끝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기만 했다.돌아온 뒤 은희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쉬며 보냈다.임신 주수도 조금씩 늘고 있었다. 회사 일은 이미 담당자들이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은희가 무리해서 챙길 필요는 없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디를 가든 남우와 마주쳤다....어느 이른 아침, 은희가 마당 문을 열자 남우가 밖에 서 있었다.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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