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Kapitel 241 – Kapitel 250

292 Kapitel

제241화

카스터 링의 고함이 방 안에 울렸다. 카스터 메이의 안색은 종이처럼 하얗게 질렸다.이번 일로 카스터 링이 완전히 화가 났다는 걸 카스터 메이도 알았다. 자신이 카스터 가문의 일원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일을 흐지부지 넘기지는 않을 터였다.가문의 이름으로 누리는 권력은 막강했지만, 카스터 메이의 행동이 가문의 명예와 충돌하는 때라면 가주인 카스터 링은 개인보다 집안의 체면과 이익을 먼저 지킬 사람이었다.“삼촌, 나는 그냥...” 카스터 메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하려 했지만 카스터 링은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됐어!” 카스터 링이 거칠게 끊었다. “이번 일은 정말 실망이다. 네 대역을 세워 대신 벌을 받게 한 다음 그 영상을 노레드 박사님께 보내겠다. 대신 똑똑히 기억해. 다시는 이런 문제 만들지 마.”카스터 가문의 핵심 인물들에게는 외모와 체형을 비슷하게 맞춘 대역이 한 명씩 있었다. 오늘처럼 본인이 직접 책임져서는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쓰기 위한 존재였다.이 사실은 밖으로 절대 알려지지 않는 가문의 비밀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카스터 메이의 대역이 방으로 들어왔다. 카스터 링은 더 설명하지 않고 옆에 놓인 채찍을 집어 대역의 몸을 거칠게 내리쳤다.대역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 이를 악문 채 매질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이건 네가 받아야 할 벌이다.” 카스터 링은 차갑게 말하며 계속 채찍을 휘둘렀다.진짜 카스터 메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장면을 지켜봤다. 자기 몸에 직접 매가 닿는 건 아니었지만, 대역이 자기 이름으로 벌받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굴욕감은 충분했다. 이미 체면은 바닥까지 떨어진 기분이었다.‘다 고은희 때문이야. 어떻게든 저 여자를 없애 버릴 거야.’카스터 링은 매질하는 장면을 직접 영상으로 찍어 노레드에게 보냈다.영상 아래에는 짧은 메시지도 함께 붙였다.[박사님, 카스터 메이에게 내린 처벌입니다. 이 정도 조치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셨으면 합니다.]노레드는 영상을 몇 초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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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간단한 검사와 처치를 마친 결과, 은희의 상처는 보는 것처럼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상처를 깨끗이 소독하고 약을 바르며 며칠 지켜보면 됐다.의료진이 직접 연고를 바르려 하자 남우가 손을 내밀어 막았다.“제가 하겠습니다.”의료진은 선뜻 물러서지 못하고 잠깐 서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남우의 단호한 태도와 차갑게 굳은 눈을 보고 지금 실랑이를 벌일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남우와 정면으로 충돌해도 이들에게 득이 될 건 없었다.대신 이 일은 그대로 노레드에게 보고할 생각이었다.남우는 의료진에게서 연고를 받아 침대 옆에 앉았다. 온몸에 남은 상처를 보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옷자락을 조금씩 들어 올리는 손길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조심스러웠다. 은희가 조금이라도 아파할까 겁이 났다.“은희야, 미안해. 내가 널 제대로 지키지 못했어.”은희가 밤중에 혼자 카스터 저택으로 돌아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남우야말로 은희가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야 했다.은희의 성격이라면 다른 사람이 자기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이상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처음부터 더 주의해야 했다.남우는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을 꼭 짜서 상처 주변을 닦았다. 피부에 묻은 흙과 말라붙은 피를 하나씩 정리했다.수건이 스칠 때마다 잠든 은희의 미간이 구겨졌고 약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그 소리에 남우의 손이 크게 흔들렸다. 수건을 놓칠 뻔할 정도였다.“괜찮아. 은희야, 조금만 참아. 금방 끝나. 이제 안 아프게 할게.”남우는 낮은 목소리로 달래며 더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카스터 메이가 어느 집안 사람이든 오늘 일만큼은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다.카스터 가문의 보호를 받고 있어도 남우에게는 남우 나름의 방식으로 되갚아 줄 방법이 있었다.상처를 정리한 뒤 연고를 열어 손가락 끝에 소량을 덜었다. 남우는 은희 몸에 난 채찍 자국을 따라 천천히 약을 발랐다.연고가 상처에 닿자 은희의 몸이 작게 움찔했다.남우는 이를 악물고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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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얼마 뒤 은희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더니 천천히 눈이 떠졌다.시야는 아직 흐릿했지만 의식이 천천히 돌아왔다.몸 곳곳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올라왔다. 특히 등과 팔은 불에 덴 듯 따끔거려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은희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본능적으로 주머니를 더듬었다. 녹음기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몇 번을 손으로 훑어도 손끝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녹음기가... 어디 갔지?” 없어진 걸 깨달은 은희는 머릿속이 하얘졌다.몸을 일으키려 하자 남우가 곁에서 바로 어깨를 눌렀다.“움직이지 마. 아직 다쳤어.”지금 은희에게는 남우의 손을 밀어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상처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녹음기였다.“내 주머니에 녹음기 못 봤어? 분명 가지고 있었어.”남우는 잠깐 시선을 피했다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만들었다. “무슨 녹음기? 난 못 봤어.”“그럴 리 없어!” 은희는 믿지 않았다. 정신을 잃기 전에도 주머니 쪽에 손이 닿았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분명 주머니에 넣어 뒀어. 어떻게 없어져? 내가 얼마나 힘들게 얻은 증거인데!”녹음까지 잃어버리면 자신이 맞고 버틴 모든 일이 의미 없어진 것 같았다.남우는 초조해하는 은희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녹음기만큼은 지금 돌려줄 수 없었다.“은희야, 너 지금은 쉬어야 해. 다른 생각 하지 마.”남우는 최대한 은희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또 크게 흥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은희가 차분할 수 있을 리 없었다.“안 돼.” 은희는 억지로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없어졌으면 다시 가서 녹음하면 돼. 카스터 메이는 날 그냥 두지 않을 거야. 나한테 증거가 꼭 있어야 해.”남우의 표정이 확 굳었다. 바로 은희를 막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쳤어? 너 거기서 죽을 뻔했어. 그런데 또 가겠다고?”한 번도 아니고, 간신히 살아서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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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은희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 남우가 방금 한 말만으로도 녹음기가 누구 손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은희는 그런 걸 못 알아들을 만큼 둔하지 않았다.“그래도 그 직원이 나 대신 죽게 모르는 척할 수는 없어.”여기까지 일이 흘러온 이상 은희도 대략 어떤 식으로 처리될지 감을 잡고 있었다.남우는 굳은 눈으로 말했다. “죽게 두지는 않을 거야. 공개적인 징계를 받기는 하겠지만 내가 제일 좋은 의료진을 붙일게.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도 전부 책임질 거야.”‘공개적인 징계? 그래서 좋은 의사를 붙인다고?’세상은 너무 불공평했다. 잘못한 사람은 카스터 메이인데 죄 없는 사람이 대신 벌을 받아야 한다니.“누군가 꼭 벌받아야 한다면 내가 받을게.”자기 일 때문에 생긴 문제라면 자신이 감당하고 싶었다. 죄 없는 사람을 대신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그건 안 돼. 내가 그 대역을 최대한 보호할 방법도 찾고 카스터 메이에게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다만 지금은 아니야.”남우는 은희가 대신 다치는 걸 절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은희는 마음속 죄책감을 견디기 힘들었다.참고 있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렸다. 은희는 고개를 저으며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벌이잖아.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이 나 대신 그런 걸 당하는 걸 보고 있어. 난 못 해.”남우는 손을 들어 은희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은희야... 미안해.”은희가 다시 말을 이어 가려던 때 방문이 조용히 열리고 노레드가 들어왔다.노레드의 손에는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은희 씨, 깨어나셨군요.” 노레드는 침대 쪽으로 다가와 온화하게 상태를 살폈다. “몸은 어떠세요? 많이 아프십니까?”은희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노레드는 고개를 끄덕인 뒤 들고 있던 태블릿을 은희에게 건넸다.“카스터 가문에서 방금 보내온 영상입니다. 은희 씨도 확인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은희는 의아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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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노레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은희의 눈은 붉었고 감정은 이미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 만큼 올라와 있었다.“박사님, 진짜 증거가 있어요. 녹음을 공개하면 카스터 메이가 한 일이 다 드러나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게 두면 안 돼요. 하 대표, 녹음기 돌려줘.”남우의 표정이 굳었다. 한 걸음 다가가 은희를 달래려 했다.“진정해. 지금은 녹음을 공개할 때가 아니야. 카스터 가문이 가만히 있을 리 없어. 증거를 없애려고 무슨 짓이든 할 거고, 필요하면 너까지 없애려 할 거야.”노레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은희가 듣고 싶어 하는 답을 해 주지는 않았다.“은희 씨, 하 대표님 말이 맞습니다. 지금 증거를 꺼내면 저쪽에 먼저 준비할 시간을 주는 셈입니다.”“카스터 가문이 바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저희도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그 녹음은 마지막까지 숨겨 둘 카드로 남겨 두고 가장 필요한 때 써야 합니다.”은희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럼 저 대역은요? 그 사람이 뭘 잘못했는데요? 왜 카스터 메이가 한 일을 대신 맞아야 해요? 난 이런 결론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절대 못 해요.”노레드는 은희를 자세히 살폈다. 지금의 흥분 정도는 단순한 분노를 넘어섰다.더 심해지기 전에 몸과 감정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노레드는 가지고 온 의료 가방을 열어 진정제를 꺼냈다. 목소리를 최대한 부드럽게 낮췄다.“은희 씨, 지금 너무 흥분하셨어요. 이 상태가 계속되면 회복에도 좋지 않습니다. 잠깐 편하게 쉬실 수 있도록 약을 쓰겠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은희는 고개를 저으며 피하려 했다. “아니요. 저 지금 아주 멀쩡해요.”남우도 은희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곧바로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좀 쉬어. 지금은 몸부터 회복해야 해.”은희의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몸 자체가 약해져 있었고 감정적으로 힘을 너무 많이 쓴 탓에 남은 기력도 거의 없었다.노레드는 그 틈에 은희의 팔에 진정제를 천천히 투여했다.약효가 올라오자 은희의 거친 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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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남우의 표정이 바로 가라앉았다. 목소리가 갑자기 차갑게 변했다.“은희는 내 전처입니다.. 안전 문제는 내가 책임지는 게 맞아요. 돌아갈 때는 내가 데려갈 거고, 하진그룹 경호 인력이면 충분히 지킬 수 있습니다.”‘전처’라는 두 글자는 듣는 노레드에게도 우스울 만큼 모순적이었다.은희가 남우 때문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저 말을 진심으로 믿었을지도 모른다.“하 대표님, 은희 씨는 본인의 의지로 저와 함께 왔습니다. 돌아갈 때도 저와 함께 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은희 씨가 대표님을 따라갈 이유는 없습니다.”노레드는 애매하게 돌리지 않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남우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은희는 처음부터 남우의 제안을 거절했다.반대로 노레드가 함께 가자고 했을 때는 받아들였다. 그 사실은 생각할 때마다 남우의 마음을 찔렀다.“알겠습니다. 은희 잘 부탁합니다.”노레드는 은희의 심리 치료를 맡은 의사였다. 의학적인 판단만 놓고 보면 남우보다 훨씬 제대로 은희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은희의 정서 상태가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다는 것도 남우는 알고 있었다. 의사가 곁에 있는 편이 안전하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걸 알면서도 질투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그건 대표님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제가 알아서 합니다.”노레드는 처음부터 남우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다. 은희의 기억을 직접 확인한 뒤에는 더했다. 그 안에서 남우가 한 행동은 쉽게 이해해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그때 소영은 씨를 선택하셨으면 이제는 은희 씨 앞에 나타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한동안 말을 아끼던 노레드가 결국 직접 꺼냈다.남우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소영은한테는 목숨을 빚졌다고 생각했어. 그 빚은 이제 다 갚았고.”남우가 말한 상대가 영은이라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그렇습니까?”노레드는 그런 말을 가장 싫어했다. 남우에게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일이었겠지만, 그 선택 때문에 은희가 겪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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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세준이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올렸다. [형이 나랑 거래하겠다고? 재밌네. 들어나 보자.]“나한테 뭘 줄 건데?”역시 이유는 은희였다. 세준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애초에 그날 일을 이용해 은희와 남우 사이를 완전히 깨뜨리려고 했는데, 이제는 남우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거래까지 제안했다.“그날의 진실을 말해. 그러면 너한테 걸어 둔 추적 지시를 풀어주지.”하씨 집안이 세준을 쫓고 있다는 사실은 세준에게 족쇄와 같았다. 계속 움직임을 감춰야 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지금의 세준은 자유롭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었다.[좋지. 근데 형이 말 바꾸면 어떡해? 먼저 추적부터 풀어. 그러면 내가 알려줄게.]한번 풀었다가 마음대로 다시 걸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남우도 알고 있었다. 세준이 왜 먼저 조건 이행을 요구하는지도 뻔했다.“통화 녹음해. 내가 약속을 어기면 그 녹음을 집안 사람들한테 들려줘도 돼.”세준에게는 충분히 괜찮은 담보였다. 그래서 더는 장난스럽게 말을 끌지 않았다.이런 기회는 쉽게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그래. 말해 줄게. 그날 고은희한테 약물을 하나 주사했어. 검사해도 뚜렷한 이상은 안 나오는데, 고통을 몇 배로 크게 느끼게 하는 약이야.]세준은 굳이 거짓말할 생각이 없었다. 남우가 그 일 때문에 은희를 의심했고 결국 두 사람이 완전히 갈라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세준 입장에서는 바라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였다. 은희는 이제 남우를 보는 것조차 싫어했다.그러니 지금 와서 약 이야기를 알려 주는 것도 세준에게는 전혀 아쉬울 것 없는 일이었다.남우가 먼저 답을 달라고 매달리며 좋은 조건까지 내놨으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뭐라고?”남우의 손이 떨렸다. 몸속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온몸이 서늘해졌다.그날 돌아온 은희는 겉으로 상처 하나 없었지만 금방이라도 부서질 사람처럼 약해져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런 은희를 보면서도 세준과 짜고 연기한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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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약속은 지켜.” 남우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대신 너도 잊지 마라. 오늘 말한 것까지 전부 합쳐서 네가 버틸 수 없을 만큼 갚아 줄 거다.”세준은 웃었다. 말끝에는 여전히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너무 무섭게 말하지 마. 앞으로 형이 어떻게 하는지 난 꽤 기대되는데. 그 전에 은희한테 어떻게 용서를 빌지부터 생각하는 게 어때? 형한테 진짜 많이 다쳤잖아.]지금 남우에게 가장 듣기 힘든 말이었다. 사실이라서 더 아팠다.“하세준, 그 입 닥쳐.” 남우가 이를 악물었다. “네 입에 은희 이름도 올리지 마.”하지만 분노로 굳은 남우와 달리 세준은 끝까지 여유로웠다.[형도 약속 잊지 마.]세준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남우는 끊어진 핸드폰을 손에 쥔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죄책감과 후회가 밀려들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은희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낮게 중얼거렸지만 그 말을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남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투를 집어 들고 밖으로 향했다.지금 당장 은희를 만나야 했다. 사과하고 사실을 설명해야 했다. 은희가 받아 주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틀렸다는 말만큼은 직접 해야 했다.뒤늦게 밀려온 죄책감이 남우의 마음을 계속 파고들었다.노레드의 별장에 도착했지만 입구에서 경호원들이 남우를 막았다.“하 대표님, 죄송합니다. 박사님 지시입니다. 고은희 씨가 깨어나기 전에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두 경호원은 표정 없이 입구를 지켰다. 말투는 예의를 갖췄지만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였다.남우가 차갑게 말했다. “비켜. 은희를 만나야 해.”경호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 대표님, 박사님의 명령입니다. 고은희 씨가 직접 만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안으로 모실 수 없습니다.”노레드가 은희를 보호하려는 건 이해했다. 그래도 지금 이 문 앞에서 막혀 아무 말도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남우는 견디기 힘들었다.“내가 누군지 모르나? 비켜!”이렇게까지 화를 낸 건 오랜만이었다. 머릿속이 엉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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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노레드는 창가에서 돌아서 은희의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추고 말했다.“사람들 앞에서 열 대 정도 장을 맞는 징계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의료진을 따로 준비해 뒀고 처벌 직후 제대로 치료받게 할 겁니다.”“이후에는 본인과 가족에게 생활에 충분한 보상도 전달하겠습니다.”은희는 눈을 내리깔았다. 손가락이 자신도 모르게 이불 끝을 꽉 쥐었다. 가슴이 시큰했다.지금 처지에서 또 감정적으로 뛰어들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았다.그 직원은 이미 자기 때문에 벌받게 됐다. 은희가 여기서 다시 문제를 크게 만들면 오히려 처벌이 더 무거워질지도 몰랐다.“알았어요.” 은희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박사님, 고마워요.”노레드는 표정을 살폈다. 이번에는 감정이 안정된 걸 확인하고 조금 마음을 놓았다. “이해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지금은 몸부터 회복하세요.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은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더 말하지 않았다.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는 시선은 멍하니 먼 곳에 머물렀다.처음보다 훨씬 차분해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앞서 자신이 너무 흥분했기 때문에 노레드도 결국 진정제까지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노레드도 은희가 보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별장 입구에는 남우가 여전히 떠나지 않고 서 있었다.노레드는 잠깐 망설이다가 사실을 알려 줬다. “은희 씨, 하 대표님이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은희 씨를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은희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돌아가라고 해 주세요.”노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경호원을 보내 거절의 뜻을 전달했지만 남우는 고집스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밤은 더 깊어졌고 별장 앞 가로등이 켜졌다. 남우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창가에 선 노레드는 홀로 기다리는 남우를 바라보다 미간을 조금 좁혔다.“아직도 안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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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은희는 무의식적으로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싸늘한 시선으로 남우를 바라보았다. “저기요, 우리 아는 사이인가?”남우의 몸이 굳었다. 은희가 이제는 자신을 아는 사람으로조차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노레드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 사이로 나섰다. “하 대표님, 은희 씨는 지금 안정이 필요합니다. 더 자극하지 말아 주십시오.”남우는 은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포기하지 못한 듯 다시 말을 걸었다.“녹음기 일은 나를 믿어 줘. 지금 당장 공개하지 않는 것뿐이야. 나중에 반드시 네가 당한 만큼 책임지게 할게.”은희는 옅게 웃었다. 남우는 은희가 녹음기 때문에 화가 나서 자기를 모르는 척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그 일은 당시에는 분하고 답답했지만, 조금 차분하게 생각하면 남우가 당장 공개하지 않은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은희가 남우를 피하는 이유는 녹음기가 아니라 과거에 남우가 자신에게 했던 일 때문이었다.“그래.”더 말을 섞기 싫어 짧게 대답했지만, 남우는 은희가 냉담하게 구는 걸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하세준한테 납치됐던 일... 정말 미안해. 그때 널 선택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네가 하세준이랑 한편이라고까지 의심했어.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남우는 오래전에 해야 했던 말을 이제야 겨우 꺼냈다. 입 밖으로 내놓는 것조차 괴로웠다. 그때 자신이 은희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자신도 혐오스러웠다.은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일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데도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 가슴이 답답해졌다.“뭐라고?”은희는 믿기 어렵다는 듯 남우를 바라봤다. ‘납치당한 상황에서 남우가 다른 여자를 구했고, 그 뒤에는 나와 납치범의 관계까지 의심했다는 뜻이야?’자신이 실제로 그런 고통을 겪었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이 차갑게 식었다. 눈앞의 남자가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전에는 구체적인 기억이 없어 남우에 대한 증오도 막연한 감정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제는 미워해야 하는 이유가 실제 사건의 형태를 갖추었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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