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 펜트하우스의 평화로운 오후.포도알의 껍질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벗겨내던 차태경이, 크리스털 접시를 서연우의 무릎 앞으로 조심스럽게 밀어주었다."자, 연우야. 입 벌리십시오.""태경 씨. 내가 아무리 임신 초기라지만, 손가락까지 부러진 건 아니거든요."연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른한 실소를 흘렸지만, 태경은 기어이 포도알을 집어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직행시켰다.둘째 임신 판정을 받은 그날 이후, 피도 눈물도 없던 태성그룹의 사령관은 완벽하게 아내의 수족을 자처하는 지독한 과보호 모드로 돌입해 있었다."우리 공주님이 드시는 건데, 내가 직접 까서 입에 넣어주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태경이 연우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짐승처럼 짙은 미소를 지었다."다녀왔습니다."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유치원 로고가 박힌 네이비색 교복 차림의 도윤이 걸어 들어왔다.연우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우아한 손길로 아들을 반겼다."우리 꼬마 신사님, 유치원은 잘 다녀왔어?""네, 엄마."도윤이 소파로 다가와 자신의 작은 가방을 반듯하게 내려놓았다.태경은 그런 아들을 곁으로 불러세우고는, 아주 벅차고도 진지한 목소리로 중대 발표를 꺼냈다."도윤아. 너한테 아주 중요한 소식을 하나 전해줄 게 있다.""중요한 소식이요? 혹시 제가 저번에 매수한 뉴욕 증시 기술주들이 상장 폐지라도 됐나요?"여섯 살짜리 꼬마의 입에서 나온 살벌한 경제 용어에, 태경의 짙은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아니. 네 주식 계좌는 아주 무섭게 불어나고 있으니 걱정 마라."태경이 헛기침을 하며, 연우의 평평한 아랫배를 조심스럽게 가리켰다."그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경이로운 소식이지. 네 엄마 뱃속에, 네 여동생이 생
Last Updated : 2026-09-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