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배수관 아래로 떨어지던 차가운 물방울도, 삐걱거리며 문틀을 갉아먹던 안방 방문 손잡이도, 사방으로 거칠게 뿜어져 나오던 욕실의 온수 유량 조절 밸브도 완벽하게 제자리를 찾았다.집안 그 어디에도 더 이상 인위적으로 비틀어 만든 틈이나 부서진 하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은수는 더 이상 스패너나 드라이버를 찾아 서랍 구석을 초조하게 뒤지지 않았다.거짓된 핑계와 파괴된 도구 뒤에 숨지 않아도, 그 남자가 자신의 부름에 주저 없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달려올 것임을 이제는 온몸의 감각으로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오후 8시, 서늘한 가을비가 베란다 이중 통유리창을 토닥토닥 잔잔하게 두드리는 시간.철컥, 띠리링-. 현관 도어록이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며 풀리고, 묵직하고 단단한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가로질러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 네이비색 작업복도, 한 손을 무겁게 짓누던 가죽 공구 가방도 없었다.몸에 정갈하게 밀착된 짙은 차콜색 셔츠와 슬랙스 차림의 태건이, 빗방울이 맺힌 장우산을 현관 우산꽂이에 단정히 내려두고 거실로 걸어 들어왔다. 남자의 딱 벌어진 어깨와 두터운 가슴팍을 감싼 서늘한 가을 빗물 냄새, 그리고 은수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내는 쌉싸름하고 짙은 비누 향이 거실 가득 은은하게 번져 나갔다. 은수는 식탁 앞에 가만히 서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의 깊고 짙은 눈동자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어디 고장 난 곳은… 없습니까."남자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은수의 귓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묻고 있는 문장은 처음 방문했던 날과 같았지만, 그 음성에 담긴 온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겁고 다정했다. 은수는 입가에 잔잔하고 서늘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어디도 고장 나지 않았어요. 물도 새지 않고, 문도 부드럽게 잘 열려요. 그냥… 온전히 태건 씨가 보고 싶어서 불렀어요."거짓된 명분도, 비틀린 핑계도 없는 은수의 순수한 고백에 태건의 미간이 일순간 짙게 굳어졌다.남자가 거침없이 보폭을 좁혀 다가와 은수의 가느다란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8-29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