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딩동! 하자보수하러 왔습니다: บทที่ 21 - บทที่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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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화. 서늘한 가면과 완벽한 방패

서재 책상 서랍을 거칠게 열고 닫던 진우의 구두 굽 소리가 다시 거실 마루를 사납게 짓이기며 베란다 쪽으로 다가왔다."김은수! 차 키 찾았으니까 문단속이나 똑바로… 어?"통유리창을 넘어 베란다로 들어서려던 진우의 발걸음이 일순간 멈칫 굳어졌다. 그의 시야에 다용도실 문을 소리 없이 열고 걸어 나오는 거구의 남자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네이비색 작업복에 묵직한 가죽 공구함을 한 손에 든 태건이었다.은수를 다용도실 가장 깊숙하고 어두운 그늘 속에 완벽히 감춰둔 채, 태건은 한순간의 미동이나 당황도 없이 태연하게 베란다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팔꿈치 위로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 단단하게 솟아오른 팔뚝, 손에 쥔 전동 드라이버와 알루미늄 수평계. 남자의 압도적인 체격이 베란다 창가의 오후 햇살을 가로막자, 진우의 머리 위로 묵직하고 서늘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깨끗한 비누 향과 희미한 기계 기름 냄새가 좁은 베란다의 공기를 단숨에 장악했다."……당신 뭐야? 남의 집 베란다에서 왜 기어 나와?"진우의 미간이 흉하게 일그러지며 앙칼진 목소리가 날카롭게 꺾였다. 언제나 아내를 벌레 보듯 내려다보며 집주인이라는 오만한 우월감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려 들던 특유의 고압적인 태도였다. 하지만 태건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오히려 짙은 눈썹 아래 푸르게 가라앉은 깊은 눈동자로 진우의 일그러진 얼굴을 똑바로 내려다보았다. 두 남자의 시선이 공중에서 불꽃이 튀듯 날카롭게 부딪혔다.키와 체격, 그리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서 진우는 태건의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남자의 서늘한 기세에 짓눌린 진우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떨렸다. 태건이 작업용 가죽 장갑을 손등으로 가볍게 툭툭 털어내며,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한결종합보수 하자보수팀 차태건 팀장입니다."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음성이 베란다의 서늘한 공기를 차분하게 짓눌렀다."104동 702호 사모님께서 거실 창호 레일 파손 및 하단 롤러 탈선으로 인한 긴급 보수 요청을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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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화. 폭풍 뒤에 타오른 불꽃

철컥, 띠리링. 현관문이 잠기고 완전히 고요해진 거실. 태건의 거대하고 단단한 품에 안겨 나온 은수는 전신을 떨며 그의 셔츠 깃을 필사적으로 부여잡았다.남편 진우의 거친 숨소리와 구두 굽 소리가 얇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귓가를 때리던 그 끔찍했던 순간. 모든 것이 들통나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던 공포가 뒤늦게 거대한 해일처럼 밀려들며 은수의 턱 끝이 하얗게 질려 떨렸다."태건 씨… 흑… 정말 끝난 거죠? 그 사람… 완전히 나간 거죠?"은수의 눈시울에서 맺혀 있던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태건의 단단한 쇄골 위로 번져 나갔다. 태건은 은수를 거실 가죽 소파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손을 거두려 했지만 은수가 먼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제야 태건은 그녀의 파리한 양 뺨을 거친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 남자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데일 듯한 체온이 은수의 얼어붙은 뺨을 부드럽게 녹여내렸다."끝났습니다. 그놈 완전히 나갔습니다."태건의 낮은 목소리가 은수의 귓가를 단단하게 울렸다."내가 다 막아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 눈앞에 있는 한, 그 누구도 당신 손끝 하나 못 건드립니다."남자의 짙은 눈동자 속에는 은수를 향한 맹렬한 보호 본능과 억누를 수 없는 뜨거운 열망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것은 남편 진우가 강요하던 위선적인 지배가 아니었다. 오롯이 은수라는 존재 자체를 온몸으로 지켜내겠다는 거친 남자의 절대적인 맹세였다.은수는 흐느끼며 태건의 두터운 목덜미를 양팔로 부둥켜안았다."무서웠어요… 태건 씨마저 다칠까 봐… 나 때문에 곤란해질까 봐 너무 두려웠어요."그 가녀린 고백이 태건의 심장 깊은 곳에 맹렬한 불을 질렀다.태건은 은수를 품에 안은 채 그대로 소파 위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가죽 소파가 삐걱거리며 두 사람의 무게를 받아냈고, 남자의 넓은 가슴이 은수의 몸에 바짝 맞닿았다."당신이 날 걱정합니까."태건의 거칠고 뜨거운 숨결이 은수의 벌어진 입술 위로 쏟아져 내렸다."날 걱정해서… 이렇게 온몸을 떨면서 울어요?"남자의 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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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화. 적반하장의 도발과 서늘한 역전

오전 11시, 정적만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거실에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초인종 소리가 사납게 울려 퍼졌다.딩동-! 딩동-! 딩동-!연속해서 인터폰을 짓누르는 거친 손길. 남편 진우는 출근한 시간이었고, 관리사무소 점검 시간도 아니었다. 은수는 들고 있던 찻잔을 조용히 식탁 위에 내려놓고 차분한 걸음으로 인터폰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화면 속에는 짙은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고 붉은색 명품 숄더백을 멘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초조한 듯 하이힐 굽으로 복도 대리석 바닥을 딱딱거리며 입술을 씹는 여자. 지난밤 만취해 쓰러진 진우의 지갑에서 꺼내 보았던 명함, "루체 인테리어 디자인 대표 최수연"의 얼굴이었다.은수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현관 도어록 레버를 내렸다.철컥.문이 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독하고 화려한 명품 니치 향수 냄새가 거실의 맑은 공기 속으로 훅 끼쳐 들어왔다. 지난밤 진우의 와이셔츠 깃에서 풍기던 바로 그 역겨운 향기였다.수연은 문이 열리자마자 선글라스를 검지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며 은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내렸다. 그녀의 붉은 입술 끝에 비열하고 오만한 조소가 매달렸다."어머, 생각보다 훨씬 더 수수하고 촌스럽네. 진우 오빠가 왜 집구석에 정을 못 붙이고 주말마다 나한테 매달렸는지 단번에 알겠어요."수연은 신발을 벗지도 않은 채 뻔뻔하게 현관 중문 틈새로 고개를 들이밀며 거실 안쪽을 힐끔거렸다. 남편의 아내를 마주하고도 일말의 주눅조차 없이 턱을 치켜드는 상간녀의 적반하장이었다. 예전의 은수였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손끝을 떨고, 수치심과 공포에 짓눌려 눈물을 쏟아냈을 터였다.하지만 지금 은수의 가슴속에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단단한 침착함만이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태건의 품 안에서 되찾은 자존감과 그가 건네준 든든한 용기가 은수의 등줄기를 꼿꼿하게 세워주고 있었다. 은수는 주머니 속 스마트폰의 녹음 버튼을 소리 없이 누른 뒤, 담담한 눈빛으로 문손잡이를 단단히 잡았다."남의 집 문 앞에서 천박하게 악취 풍기지 말고, 용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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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화. 완벽한 무기와 은밀한 맹세

철컥, 띠리링.현관 도어록이 풀리는 기계음과 함께 거구의 태건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집 안으로 급히 들어섰다. 검은색 가죽 점퍼 차림에 한 손에는 묵직한 서류 가방을 든 남자의 표정은, 먹잇감을 지키려는 맹수처럼 서늘하고 날카롭게 굳어 있었다."은수 씨!"태건은 신발을 벗어 던지듯 거실로 들어서며 은수에게 곧장 다가왔다. 남자의 커다란 손이 은수의 가녀린 어깨와 팔목, 뺨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며 상처 하나 없는지 다급하게 살폈다."다친 데는 없습니까. 그 여자가 함부로 손대거나 행패 부리진 않았습니까."태건의 거친 호흡을 타고 훅 끼쳐오는 깨끗한 비누 향과 쌉싸름한 가죽 냄새가 거실의 공기를 단숨에 든든하고 포근하게 메웠다. 은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무렇지도 않아요. 손을 막고 증거를 말해주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돌아갔어요."은수의 당당하고 차분한 대답에, 태건의 날카롭게 곤두서 있던 미간이 일순간 스르륵 풀렸다. 남자의 입꼬리가 짙은 호선을 그리며 말려 올라갔고, 짙은 눈동자 속에는 은수를 향한 깊은 경탄과 애정이 소용돌이쳤다."잘 대처하셨습니다. 이제 은수 씨는 누가 위협해도 고개부터 숙이지 않네요."태건은 은수의 허리를 한 팔로 단단히 감싸 안아 자신의 품으로 꼭 끌어당겼다. 남자의 단단한 흉근 너머로 전해지는 뜨겁고 규칙적인 심장 박동이 은수의 온몸에 깊은 안도감을 불어넣었다. 은수는 그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태건은 은수의 손을 잡고 식탁 의자로 이끌었다.그는 들고 온 묵직한 서류 가방을 열어 지퍼를 젖혔다. 스스륵- 탁. 식탁 위로 두툼한 황갈색 서류 봉투 세 개가 차례로 놓였다."이게… 다 뭐예요?""강진우에게 리베이트를 뜯긴 하청업체 대표가 법무법인에 제출한 내부 고발 자료의 사본입니다."태건의 나직하고 명징한 음성이 식탁 위를 묵직하게 가라앉혔다."현장에서 알던 선배가 피해 업체 대표를 소개해 줬고, 자료는 변호사가 정식 위임을 받아 보관하고 있습니다.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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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화. 핑계 없는 밤과 온전한 갈망

싱크대 배수관 아래로 떨어지던 차가운 물방울도, 삐걱거리며 문틀을 갉아먹던 안방 방문 손잡이도, 사방으로 거칠게 뿜어져 나오던 욕실의 온수 유량 조절 밸브도 완벽하게 제자리를 찾았다.집안 그 어디에도 더 이상 인위적으로 비틀어 만든 틈이나 부서진 하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은수는 더 이상 스패너나 드라이버를 찾아 서랍 구석을 초조하게 뒤지지 않았다.거짓된 핑계와 파괴된 도구 뒤에 숨지 않아도, 그 남자가 자신의 부름에 주저 없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달려올 것임을 이제는 온몸의 감각으로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오후 8시, 서늘한 가을비가 베란다 이중 통유리창을 토닥토닥 잔잔하게 두드리는 시간.철컥, 띠리링-. 현관 도어록이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며 풀리고, 묵직하고 단단한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가로질러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 네이비색 작업복도, 한 손을 무겁게 짓누던 가죽 공구 가방도 없었다.몸에 정갈하게 밀착된 짙은 차콜색 셔츠와 슬랙스 차림의 태건이, 빗방울이 맺힌 장우산을 현관 우산꽂이에 단정히 내려두고 거실로 걸어 들어왔다. 남자의 딱 벌어진 어깨와 두터운 가슴팍을 감싼 서늘한 가을 빗물 냄새, 그리고 은수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내는 쌉싸름하고 짙은 비누 향이 거실 가득 은은하게 번져 나갔다. 은수는 식탁 앞에 가만히 서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의 깊고 짙은 눈동자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어디 고장 난 곳은… 없습니까."남자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은수의 귓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묻고 있는 문장은 처음 방문했던 날과 같았지만, 그 음성에 담긴 온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겁고 다정했다. 은수는 입가에 잔잔하고 서늘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어디도 고장 나지 않았어요. 물도 새지 않고, 문도 부드럽게 잘 열려요. 그냥… 온전히 태건 씨가 보고 싶어서 불렀어요."거짓된 명분도, 비틀린 핑계도 없는 은수의 순수한 고백에 태건의 미간이 일순간 짙게 굳어졌다.남자가 거침없이 보폭을 좁혀 다가와 은수의 가느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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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화. 어둠을 밝히는 파수꾼

오전 8시, 고요하던 거실에 거친 폭풍이 들이닥쳤다.쾅-! 쾅-! 쾅-!현관문이 부서져 나갈 듯 요란한 굉음과 함께 술에 잔뜩 취한 진우가 비틀거리며 집 안으로 난입했다. 새빨갛게 충혈된 눈과 땀과 기름에 찌든 머리칼, 삐뚤어진 명품 넥타이. 본사 감사팀에서 비밀리에 시작된 12억 원대 법인카드 횡령 및 비자금 조사의 칼날이 자신의 목덜미를 겨누자, 사색이 되어 이성을 잃고 날뛰는 꼴이었다."김은수! 어디 숨었어, 이 기생충 같은 년아!"진우는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식탁 의자를 발로 걷어차며 악에 받친 고함을 질렀다."네년이 관리비 영수증이랑 내 카드 명세서 빼돌렸지? 감사팀 놈들이 내 차명 계좌랑 분양권 계약서까지 다 까뒤집고 있잖아! 네년 짓이지? 당장 불어!"진우는 살기가 번뜩이는 눈으로 식탁 앞에 서 있는 은수의 멱살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과거였다면 공포에 질려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었을 터였다. 하지만 은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차가운 걸음으로 반 걸음 물러서며,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을 진우의 눈앞에 반듯하게 들어 올렸다."손대지 마세요. 지금 당신의 모든 폭언과 난동은 제 변호사와 공유한 보안 폴더에 실시간 저장되고 있어요."은수의 목소리는 지나치리만큼 명징하고 서늘했다."뭐? 변호사? 본사 감사실? 이 미친년이 진짜 감방 가고 싶어서 환장했어!"궁지에 몰린 진우가 거실 구석의 알루미늄 골프채를 집어 들려는 순간, 은수는 미리 열어둔 긴급 메시지 버튼을 눌렀다.철컥- 쾅!임시 번호로 도어록을 연 태건이 현관을 밀고 들어왔다."그 손에서 골프채 내려놓으시죠."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나타난 거구의 태건이 진우의 앞을 단숨에 가로막아 섰다. 짙은 네이비색 점퍼 차림의 태건이 딱 벌어진 어깨와 압도적인 체격으로 진우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자, 거실 안은 순식간에 살얼음판 같은 적막에 휩싸였다. 남자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위압감에 거실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태건의 차갑게 가라앉은 짙은 눈빛이 진우의 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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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화. 서류철의 무게와 비로소 닫히는 문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거실, 대리석 식탁 위에는 묵직한 파란색 파일철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바스락-.은수의 서늘하게 식은 손끝이 두툼한 서류철의 단단한 표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종이 표면을 스치는 손끝의 마찰음이 고요하고 적막한 거실 안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서류철 안에는 남편 진우가 지난 3년간 은밀하게 빼돌린 차명 법인 계좌 거래 내역서, 세무 조사를 피하기 위해 친인척 명의로 분산해 둔 은닉 부동산 목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뿐만 아니라 특급 호텔 영수증과 법인카드 결제 내역, 최수연이 불륜 관계를 직접 인정한 현관 녹음 파일의 녹취록까지 날짜순으로 정갈하게 편철되어 있었다. 하나하나가 진우의 숨통을 단번에 틀어막고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독화살들이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목에 시퍼렇게 멍이 든 채, 물비린내 나는 싱크대 밑에서 숨죽여 울기만 하던 은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완벽한 반격의 무기였다."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등 뒤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소리 없이 다가온 태건이 은수의 서늘한 어깨 위로 자신의 짙은 차콜색 카디건을 부드럽게 덮어주었다. 카디건 올 사이사이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남자의 묵직한 체온과 쌉싸름한 비누 향기, 그리고 서늘한 밤공기가 뒤섞여 은수의 불안하게 떨리던 호흡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태건은 식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단단하고 다부진 손으로 정돈하며, 은수의 맑아진 눈동자를 올곧게 응시했다. 남자의 깊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불안도,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법무법인의 사전 검토는 끝났습니다. 진우 씨가 어떤 변호사를 선임해도 불륜과 폭력, 재산 은닉 정황까지 한꺼번에 부정하기는 어려울 겁니다.""…정말 끝이 보이는 거네요."은수의 입술에서 새어 나온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 대신 서늘한 결의가 단단하게 차올라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집안 곳곳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자신의 숨을 턱턱 막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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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화. 심판의 아침과 당당한 선언

다음 날 이른 아침, 은수는 변호사에게 조언받은 대로 관리소에 방문 사실을 알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태건은 현관 밖에서 대기했고, 은수는 준비한 서류를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거실 통유리창을 스쳤다.정갈하게 다려진 고급 수트 차림의 진우가 넥타이를 거칠게 고쳐 매며 안방 문을 박차고 걸어 나왔다. 그의 미간은 회사 비리 감사와 임원회의의 압박감으로 인해 잔뜩 일그러져 있었고, 특유의 오만하고 신경질적인 눈빛이 식탁 쪽을 향했다."야, 김은수. 오늘 임원 회의 있는 거 뻔히 알면서 넥타이 핀을 왜 서랍 구석에 처박아 둬?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늘 그랬듯 당연하게 쏟아내는 폭언과 가스라이팅. 예전 같았으면 문소리만 나도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을 은수가, 오늘은 식탁 상석에 꼿꼿한 자세로 앉아 진우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칼과 서늘하도록 차분한 눈빛에는 위축된 기색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오히려 허공에서 맞부딪히는 시선의 서슬 퍼런 서늘함에 진우가 흠칫하며 발걸음을 멈추었다."어라? 이 여편네가 이제 사람 말을 귓등으로 쳐듣나. 안 일어나?"진우가 혀를 차며 거실을 가로질러 식탁 앞으로 험악하게 짓쳐 들어왔다.탁-!은수는 망설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두툼한 서류 봉투 두 개를 대리석 식탁 위에 내리꽂듯 던져놓았다.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봉투 안에서 튀어나온 흰색 서류들이 진우의 명치 앞까지 미끄러져 들어갔다."이게 뭐야?"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첫 번째 서류의 굵은 고딕체 제목을 읽어 내렸다.[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장]- 원고: 김은수 / 피고: 강진우- 청구 취지: 피고의 상습 폭언, 가스라이팅, 부정행위(불륜) 및 재산 은닉에 따른 혼인 파탄 책임 인정. 위자료 3억 원 및 혼인 중 형성된 순재산 60% 분할 청구.진우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리며 흰자위에 핏발이 곤두섰다."너… 너 지금 장난해? 이혼? 네가 감히 내 돈 한 푼 없이 어디서 이런 종이 쪼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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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화. 부서진 폭력과 절대적 제압

"크윽… 이거 놔!"태건은 은수에게 향하던 진우의 오른팔을 바깥쪽으로 돌려 세우고 한 걸음 옆으로 밀어냈다. 뼈를 꺾는 대신 팔꿈치와 손목의 각도만 고정해 더는 손을 휘두르지 못하게 했다."은수 씨에게 손대지 마십시오."낮고 절제된 경고가 거실을 갈랐다. 태건은 은수 앞을 막아선 채 진우의 움직임만 살폈다."너… 너 또 이 새끼야?! 남의 집구석에 기어들어와서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진우가 왼손으로 식탁 위의 크리스탈 화병을 낚아채 태건의 관자놀이를 향해 휘둘렀다.촤악-!태건은 상체를 비켜 화병을 피한 뒤 진우의 팔뚝을 붙잡아 궤적을 바닥 쪽으로 흘렸다. 화병이 손에서 빠져나가 대리석 위로 떨어졌다.쨍그랑-! 콰창-!유리 파편이 튀자 태건은 은수와 파편 사이를 몸으로 막았다. 이어 진우의 중심을 옆으로 무너뜨려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두 손을 등 뒤에서 붙잡았다. 다치게 하려는 힘이 아니라 경찰이 올 때까지 움직임을 막는 데 필요한 힘뿐이었다."움직이지 마십시오. 은수 씨, 지금 112에 신고하십시오."태건은 진우의 어깨가 유리 파편 쪽으로 밀리지 않도록 무릎 위치를 바꾸었다. 손목을 비트는 대신 팔꿈치를 몸통 가까이 붙여 움직임만 막았다. 진우가 몸을 틀 때마다 힘으로 누르기보다 같은 경고를 반복했다."힘 빼십시오. 더 움직이면 유리에 다칩니다."은수는 태건의 지시에 따라 식탁 반대편으로 물러났다. 발밑의 파편을 피해 슬리퍼를 벗고, 휴대폰을 귀에 댔다."센트럴파크 아파트 104동 702호예요. 남편이 저를 때리려 했고 화병을 휘둘렀습니다. 지금 지인이 제지하고 있어요."상황실 직원이 가해자와 거리를 유지하라고 안내했다. 은수는 주소와 현관 비밀번호, 다친 사람은 아직 없다는 사실을 차례로 답했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문장은 끊기지 않았다. 자신을 구해 달라는 말을 남에게 온전히 전한 것도 처음이었다.태건의 작업복 소매에는 작은 유리 가루가 붙어 있었다. 은수는 다가가 털어주고 싶었지만 지금 필요한 건 안전거리였다. 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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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화. 사이렌 소리와 전세 역전

삐오오오- 삐오오오-!아파트 단지 진입로를 가득 메우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마침내 104동 현관 로비 바로 아래에 멎었다. 이어 다급하고 거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복도 엘리베이터 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가 거실까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쾅- 쾅- 쾅-!"경찰입니다! 702호 문 여세요!"은수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단정한 걸음으로 다가가 현관 도어록 레버를 내렸다.철컥.무거운 철문이 열리자마자 방탄조끼를 착용한 관할 지구대 경찰관 세 명이 긴장된 표정으로 거실 안으로 신속하게 진입했다."112에서 흉기 동반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신고자분 어디 계십니까?"경찰관들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깨진 크리스탈 화병 파편이 흩어진 거실 대리석 바닥이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태건에게 두 손을 등 뒤로 붙잡힌 채 엎드린 진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한 경찰관은 화병과 주변 파편의 위치를 확인했고, 다른 경찰관은 은수와 진우 사이를 갈라 세웠다. 태건이 손을 놓자 경찰관이 곧바로 진우의 양손을 통제했다. 세 번째 경찰관은 은수를 현관 쪽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다친 부위와 호흡 상태를 확인했다. 은수의 얼굴과 손목에 새 상처가 없는지 살핀 뒤 현장 사진을 남겼고, 태건에게도 맞은 곳이 있는지 물었다. 두 사람 모두 당장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없다고 답했다."어… 어이, 순경 양반! 나, 나 좀 살려줘! 이 새끼가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해서 날 때려잡는다고!"경찰을 보자마자 진우가 기회라는 듯 침을 튀기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태건은 침착하고 정중하게 무릎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건은 품 안에서 신분증을 꺼내 경찰관에게 제시했다."한결종합보수 하자보수팀 차태건입니다. 김은수 씨의 긴급 구조 요청을 받고 들어왔고, 화병을 휘두르는 것을 막은 뒤 경찰이 올 때까지 움직임을 제한했습니다."은수 역시 흔들림 없는 태도로 스마트폰을 경찰관의 눈앞에 내밀었다."경찰관님, 여기 보안 영상과 음성 녹취 원본이 있습니다. 강진우는 이혼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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