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아침 여섯 시. 백탑 6층.카일은 다시 문 앞에 서 있었다. 교대하고 두 시간 자고 돌아왔다. 의자 위 빵은 그대로 있었다. 반 덩이. 밤새 굳어 있었다.문이 열렸다. 이번엔 성녀가 아니었다.“아! 회색이다!”열여섯쯤 된 여자아이가 문을 열고 나오다 카일을 보고 뒤로 물러났다. 흰 두건, 주근깨, 손에 세숫대야. 물이 출렁여 카일 장화에 튀었다.“죄송해요! 아니, 안 죄송해요, 왜 문 앞에 서 계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아저씨가 왕실에서 온 회색 아저씨예요? 사제님들이 그러던데요, 회색 망토 입은 무서운 사람 온다고.”“…호위 기사 카일 에벤하르트.”“에마예요. 수련 수녀요. 성녀님 시중들어요. 회색 아저씨는 아침 드셨어요? 안 드셨죠? 얼굴이 안 드신 얼굴이에요.”에마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세숫대야를 들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도 말했다. 「저 빵 성녀님이 준 거죠? 왜 안 드셨어요? 성녀님 서운하실 텐데.」 목소리가 계단을 따라 빙글빙글 내려갔다.카일은 의자 위 빵을 봤다.‘서운할 일이 아니다.’빵을 집어 망토 안주머니에 넣었다. 버리면 저 아이가 또 떠들 게 뻔했다.†성녀의 하루는 정해져 있었다. 대주교 비서 사제가 종이 한 장을 줬다.「여섯 시 기상. 일곱 시 아침 기도(본당). 여덟 시 아침 식사. 아홉 시~열두 시 축복(앞뜰 기적의 단, 신도 행렬). 열두 시 점심. 한 시~네 시 휴식 및 묵상. 네 시 저녁 기도. 여섯 시 저녁 식사. 일곱 시 이후 거처.」카일은 종이를 접어 넣었다. 호위 기사는 성녀가 탑 밖으로 나갈 때 세 걸음 뒤에서 따른다. 탑 안에서는 문 앞.일곱 시. 아침 기도.성녀가 문을 열고 나왔다. 하얀 옷, 땋은 머리. 맨발. 카일을 봤다. 아무 말 없이 계단으로 갔다. 카일이 세 걸음 뒤에서 따랐다.212칸. 성녀는 계단을 내려가며 한 번도 난간을 잡지 않았다. 맨발이 돌계단을 디딜 때 소리가 거의 없었다. 카일 장화 소리만 탑 안에 울렸다. 쿵, 쿵. 성녀가 한 번 뒤를
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