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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보고서가 짧음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09:31:21

4월 20일 아침 일곱 시. 왕실 기사단 본관 3층. 단장실.

그레타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의족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파이프. 책상 위에 봉투가 쌓여 있었다. 열여덟 개. 카일의 보고서. 4월 3일부터 어제까지.

그레타가 봉투 하나를 집어 열었다. 읽었다. 1초. 내려놓았다. 다음 봉투. 1초. 다음.

카일은 책상 앞에 서 있었다. 차렷. 회색 망토.

그레타가 열여덟 개를 다 열었다.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세 줄짜리 종이 열여덟 장. 그레타가 그것들을 한참 내려다봤다. 파이프 연기가 종이 위에 고였다.

“에벤하르트.”

“예.”

“너 기사 된 지 몇 년이지.”

“9년입니다.”

“9년 동안 네 보고서는 늘 세 줄이었지.”

“예.”

“근데 늘 세 줄이 꽉 차 있었어. 「적 정찰병 셋, 북쪽 숲 경계, 화살 흔적 둘」. 이런 식으로. 세 줄 안에 열 가지를 쑤셔 넣었지. 내가 세 줄만 쓰라니까 글씨를 작게 써서.”

그레타가 종이 한 장을 들어 카일 쪽으로 돌렸다.

「특이 사항: 없음.」

“이건 뭐야.”

“특이 사항이 없었습니다.”

그레타가 다른 종이를 들었다.

「특이 사항: 없음.」

또 다른 종이.

「특이 사항: 없음. 호위 기사가 정리를 도움.」

그레타가 그 종이를 오래 봤다.

“호위 기사가 정리를 도움.”

“예.”

“무슨 정리.”

“뒤뜰입니다.”

“뒤뜰을 정리하는 데 왜 왕실 기사가 도와.”

“감시 대상이 삽질을 했습니다. 발을 다칠 수 있었습니다. 다치면 보고서가 길어집니다.”

그레타가 파이프를 입에서 뗐다. 카일을 봤다. 위아래로. 장화부터 머리까지.

“너 손바닥에 물집 잡혔지.”

카일은 손을 뒤로 감추지 않았다. 감추면 더 수상했다. 손바닥에 물집 세 개. 삽 손잡이 자국. 하나는 터져 있었다.

그레타가 파이프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에벤하르트. 내가 입단 시험 때 한 말 기억하나.”

“…기사가 보고서에 거짓말을 쓰는 순서입니다.”

“읊어 봐.”

“첫날은 한 줄을 뺀다. 둘째 날은 한 줄을 바꾼다. 셋째 날은 다 지어낸다. 넷째 날 목이 날아간다.”

“그리고 그다음 말.”

카일은 입을 다물었다. 그다음 말이 있었다. 신참들이 웃은 다음에 그레타가 한 말.

“…보고서가 짧은 놈은 뭘 숨기는 놈이다.”

“그래.”

그레타가 의족을 책상에서 내렸다. 바닥에 딱 소리. 일어났다. 창가로 갔다. 창 너머로 강 건너 백탑이 보였다. 아침 해에 하얗게.

“열여덟 장 중에 「없음」이 열한 장이다. 나머지 일곱 장은 「관찰 계속」, 「확인 중」. 넌 첫날부터 아무것도 안 쓰고 있어.”

“쓸 게 없었습니다.”

“성녀가 단에서 내려가서 고름 짜고 쇳조각 꺼낸 날은?”

카일은 멈칫했다. 그날 보고서에는 썼다. 「단에서 내려가 신도 상처를 직접 치료함.」

“그건 썼습니다.”

“그래. 그건 썼지. 왜냐면 앞뜰에 사람이 천 명 있었으니까. 안 쓰면 내가 다른 데서 들을 테니까.”

그레타가 돌아섰다.

“그럼 사람이 없는 데서는 뭘 봤길래 안 쓰는 거냐.”

단장실이 조용했다. 복도에서 누가 지나가는 발소리. 루카스였다. 발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다가, 그레타가 파이프로 책상을 탁 치자 황급히 멀어졌다.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차렷 자세 그대로.

그레타가 기다렸다. 오래. 파이프가 다 타서 연기가 끊겼다. 그레타가 파이프를 털었다. 새로 담배를 채웠다. 불을 붙였다. 그동안 카일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특이 사항이 없습니다.”

카일이 말했다. 결국.

그레타가 카일을 봤다. 그리고 웃었다. 소리 없이. 어깨만 흔들렸다. 강림식 날 인광 가루를 봤을 때처럼.

“그래. 없구나.”

그레타가 책상으로 돌아와 앉았다. 의족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렸다.

“한 달 준다.”

“예?”

“한 달. 5월 20일까지. 그때까지 특이 사항이 없으면 성녀는 진짜인 걸로 폐하께 보고하겠다. 그럼 넌 임무 끝. 원래 자리로 돌아와. 북쪽 경계.”

카일은 그 말을 머릿속에서 굴렸다. 성녀는 진짜. 임무 끝. 북쪽 경계. 백탑 6층 문 앞이 아니라.

“…그리고 특이 사항이 있으면.”

“있으면 써. 세 줄 넘어도 돼.”

카일이 그레타를 봤다. 9년 동안 그레타가 「세 줄 넘어도 돼」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 봐.”

카일이 경례했다. 돌아섰다. 문고리를 잡았다.

“에벤하르트.”

“예.”

“물집. 쑥 찧어서 붙여. 성녀한테 물어보면 알려 줄 거다.”

카일은 문고리를 잡은 채로 굳었다.

“…성녀가 약초를 아는 건 보고서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레타가 파이프를 물었다.

“보고서에 없는 걸 내가 알잖아. 가 봐.”

†

카일이 나가자 복도 끝에서 루카스가 튀어나왔다. 벽 모퉁이에 숨어 있었다.

“대장님! 괜찮으세요? 단장님 화나셨어요? 파이프로 책상 치는 소리 났어요. 그거 화나신 거예요. 저번에 저 꿀과자 훔쳐 먹었을 때도 그 소리 났어요.”

“안 났다.”

“났어요.”

“안 화나셨다.”

“그럼 왜 치셨어요?”

“너 때문에.”

루카스가 입을 닫았다. 그러다 다시 열었다.

“근데 대장님 손 어떻게 됐어요? 물집이요. 성녀님 밭 때문이죠? 저 지렁이 본 날.”

카일이 걸음을 멈췄다. 루카스를 돌아봤다.

“루카스. 너 그날 본 거 누구한테 말했어.”

“…말 안 했어요.”

“진짜로.”

“진짜로요. 아, 식당 아줌마한테 지렁이 얘기는 했어요. 엄청 컸다고. 성녀님이 맨손으로 잡았다고. 근데 대장님 삽질한 건 말 안 했어요. 대장님 체면이 있으니까요.”

카일은 루카스를 봤다. 루카스가 활짝 웃었다. 체면을 지켜 준 사람의 얼굴로.

“…잘했다.”

“예! 근데 대장님, 단장님이 계단 내려가시는 거 봤는데요, 웃고 계셨어요. 혼자서. 무서웠어요.”

†

같은 날 오후. 단장실.

그레타는 혼자 앉아 있었다. 책상 위 열여덟 장. 하나씩 다시 읽었다. 이번엔 천천히.

「4월 3일. 대상: 성녀. 강림식 후 6층 거처로 들어감. 특이 사항: 관찰 계속.」

「4월 4일. 대상: 정해진 일과를 따름. 식사를 반 이상 남기고 일부를 거처로 가져감. 특이 사항: 사치를 부리지 않는 척하는 것으로 보임. 관찰 계속.」

그레타가 그 줄에서 멈췄다. 「척하는 것으로 보임.」 4월 4일엔 아직 의심하고 있었다. 그다음 날부터 「확인 중」. 그다음 날부터 「없음」.

이틀 사이에 무엇이 있었다.

그레타가 종이를 내려놓았다. 서랍을 열었다. 다른 종이 뭉치. 신전 근처 순찰 기사들의 일지. 매일 올라오는 것. 그레타는 그걸 다 읽지 않았다. 세 줄 넘는 건 안 읽었다. 그런데 오늘은 읽었다.

「4월 5~6일 밤. 잿골 순찰. 새벽 네 시 하수 돌계단 쪽에서 회색 망토 하나가 신전 뒷담을 넘어감. 망토가 가시에 걸려 찢어짐. 기사단 망토로 보이나 확인 못 함.」

「4월 10일 밤. 잿골 순찰. 갈색 외투 입은 키 큰 남자가 우물가 페터 영감 집을 방문. 대장장이 아내 한나가 안내. 기사단 군화 신음.」

그레타가 파이프를 내려놓았다. 창 너머 백탑을 봤다. 6층 창.

“이 녀석.”

그레타가 혼잣말을 했다.

“세 줄 넘게 쓰는 날을 보고 싶군.”

그레타가 순찰 일지 두 장을 따로 빼서 자기 금고에 넣었다. 금고는 단장실 벽 안쪽, 왕의 문장이 새겨진 쇠문. 열쇠는 그레타 목에만 걸려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는 종이는 1년에 열 장이 안 됐다. 오늘 두 장이 들어갔다.

그레타가 금고 문을 닫고 한참 그 앞에 서 있었다. 의족에 기대서. 9년 전 입단 시험장에서 웃지 않던 열여덟 살 녀석을 떠올렸다. 그 녀석이 신청서 「지원 동기」 칸에 쓴 한 줄. 「어머니」. 그게 다였다. 세 줄도 아니고 한 줄. 그리고 열여덟 장 보고서는 평소대로 왕실 서고로 보낼 함에 넣었다. 「특이 사항 없음」 열한 장.

†

저녁 일곱 시. 백탑 6층.

카일이 계단을 올라왔다. 문 앞. 의자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요즘은 매일 무엇이 놓여 있었다. 사과, 빵, 삶은 달걀, 한 번은 쑥떡. 오늘은 없었다.

문 안에서 소리가 났다. 돌절구 찧는 소리. 콩콩콩.

카일은 문을 봤다. 두드렸다. 두 번, 쉬고, 한 번.

문이 열렸다. 성녀가 서 있었다. 한 손에 돌절구 공이. 초록 물이 묻은.

“오늘 늦으셨네요. 단장님한테 혼났어요?”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바닥을 펼쳤다. 물집 세 개. 하나 터진.

성녀가 카일 손바닥을 봤다. 그리고 카일 얼굴을 봤다.

“밭 때문이에요?”

“…쑥을 찧어서 붙이면 된다고 들었습니다.”

“누가요?”

“단장님이.”

성녀 눈이 커졌다. 아주 잠깐. 그러더니 문을 활짝 열었다. 처음으로. 문 안이 다 보였다. 창가 탁자, 질그릇 단지, 돌절구. 침대보가 없는 침대. 벽에 걸린 마른 풀 다발.

“들어오세요.”

“…감시 대상 거처에 들어가는 건.”

“손 내밀기 불편하잖아요. 문틈으로.”

카일은 문턱 앞에 섰다. 문턱을 넘지 않았다. 손만 문 안으로 내밀었다.

성녀가 카일을 올려다봤다. 문턱 앞에서 멈춘 장화를 봤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돌절구를 들고 문턱까지 왔다. 문턱에 쪼그려 앉았다. 카일 손을 잡아 무릎 위에 올렸다.

돌절구 안에 초록색 반죽. 쑥이었다. 오늘 오후 찧고 있었던.

“이거 원래 페터 할아버지 거예요. 다리 새살 나라고. 근데 많이 찧었어요.”

성녀가 손가락으로 쑥을 떠서 카일 물집 위에 얹었다. 차가웠다. 쓴 냄새. 그 위에 천을 감았다. 침대보 마지막 조각. 매듭을 묶었다. 단단히.

“매듭은 저도 잘 묶어요.”

“…압니다.”

성녀가 손을 놓았다. 카일 손이 성녀 무릎 위에 잠깐 더 있었다. 카일이 손을 거두었다.

“단장님이 왜 쑥 얘기를 하셨어요?”

카일은 대답을 고르다가, 사실을 말했다.

“보고서에 없는 걸 단장님이 알고 계십니다.”

성녀가 카일을 봤다. 문턱에 쪼그려 앉은 채로.

“그럼 큰일이에요?”

“…한 달 남았습니다.”

“뭐가요?”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한 달 뒤에 북쪽 경계로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할 이유가 없었다. 감시 대상에게.

성녀가 일어났다. 돌절구를 들고. 문을 닫으려다 멈췄다.

“기사님.”

“예.”

“내일 밭에 물 줘야 해요. 씨앗 싹 났어요. 세 개.”

“…세 개.”

“쉰 해 된 씨앗인데 세 개 났어요.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성녀가 웃었다. 이번엔 숨기지 않고. 문이 닫혔다.

카일은 손을 봤다. 쑥 냄새. 천에 묶인 매듭. 단단했다. 풀어 보려고 해도 쉽게 안 풀릴 매듭이었다. 들꽃골 약초꾼 딸의 매듭.

그날 밤 카일은 긴 기록에 처음으로 날씨를 적었다. 9년 동안 쓴 적 없는 칸. 그런 칸은 원래 없었다. 카일이 만들었다. 「맑음. 씨앗 세 개 싹.」 그게 왜 기록에 필요한지 카일은 따지지 않았다.

『감시 보고서 — 4월 20일

대상: 정해진 일과를 따름.

특이 사항: 뒤뜰 밭에 싹이 남. 세 개.』

(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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