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밤 열한 시 사십 분. 백탑 뒤뜰.기도 사흘 중 둘째 밤이었다. 성녀는 낮에 단 위에서 기도하고, 해가 지면 본당 제단 앞에서 기도해야 했다. 「밤낮으로.」 대주교 명. 본당 문 앞에 사제 둘이 지켰다.성녀는 열한 시에 본당 제단 앞에서 일어났다. 사제들에게 말했다. 「거처에서 잠깐 몸을 씻고 오겠어요. 한 시간.」 사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 기사가 따라가니까.성녀가 6층에 올라가지 않았다. 4층에서 멈췄다. 오렌 사제 방 앞.문이 열려 있었다. 오렌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발 옆에 커다란 바구니 둘. 천으로 덮인.“늙은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뿐이오.”오렌이 천을 걷었다. 바구니 하나에 말린 약초. 버드나무 껍질, 쑥, 박하, 그리고 카일이 모르는 풀들. 다른 바구니에 소금 두 자루, 꿀 네 단지, 깨끗한 천 한 더미.“신전 창고에서 꺼냈소. 장부에 「쥐가 먹음」이라고 적어 놨지. 쉰 해 동안 쥐가 먹은 걸로 적은 게 이번이 처음이오.”성녀가 바구니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오렌을 올려다봤다.“사제님…”“고맙단 말은 하지 마시오. 고마운 사람이 하는 말이지, 쉰 해 늦은 사람이 들을 말이 아니오.”카일이 바구니 하나를 들었다. 무거웠다. 소금 두 자루.“어떻게 내려갑니까. 개구멍은 막혔습니다.”오렌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웃었다. 이가 몇 개 빠진 웃음.“나도 가오.”†자정 오 분 전. 뒤뜰 담 앞.사람이 넷이었다. 성녀, 카일, 오렌. 그리고 루카스.루카스는 열한 시 반에 뒤뜰 울타리에 나타났다. 카일이 낮에 부른 것도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