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가짜 성녀를 감시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Chapter 11 - Chapter 20

28 Chapters

11화. 기사의 부상

5월 8일 오전 열 시. 왕실 기사단 훈련장.한 달에 한 번 기사단 전원 대련이 있었다. 호위 임무 중인 기사도 예외가 없었다. 그레타 원칙이었다. 「칼을 한 달 안 잡으면 칼이 너를 잊는다.」카일은 아침 기도 시간에 성녀를 교대 기사에게 넘기고 왕성으로 건너왔다. 훈련장은 왕성 서쪽 마당. 흙바닥. 나무 울타리. 기사 마흔 명이 둘씩 짝을 지어 섰다.카일 짝은 루카스였다.“대장님! 저 이번엔 안 봐줘요!”“언제 봐줬는데.”“저번에요. 대장님이 저 봐주셨잖아요. 세 번째 합에서 일부러 늦게 막으셨잖아요. 저 다 알아요.”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일부러 늦게 막은 적은 없었다. 루카스가 그날 유난히 빨랐다. 그걸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대련은 진검이 아니라 날 무딘 연습검. 그래도 쇠였다. 맞으면 멍이 들고 베이면 피가 났다.그레타가 울타리 위에 걸터앉아 파이프를 물었다. 의족을 울타리 가로대에 걸고.“시작.”루카스가 들어왔다. 덩치에 비해 빨랐다. 첫 합. 카일이 막았다. 둘째 합. 막았다. 셋째 합에서 루카스가 칼을 낮게 틀었다. 카일이 아래로 막으려다—눈 끝에 하얀 것이 보였다.훈련장 울타리 너머. 왕성 서문 쪽 길. 하얀 옷. 맨발. 땋은 머리.아니었다. 왕성 시녀였다. 하얀 앞치마. 신을 신은.그 잠깐. 숨 반 번. 카일 칼이 늦었다.루카스 칼이 카일 칼 손잡이 위로 미끄러졌다. 무딘 날이 카일 왼손 손바닥을 긁고 지나갔다. 가죽 장갑이 찢어졌다. 그 아래 살도.카일은 칼을 놓지 않았다. 손바닥이 뜨거웠다. 장갑 안으로 피가 고였다.루카스가 칼을 떨어뜨렸다.“대, 대장님! 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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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잿골 열병

5월 20일 밤 열한 시. 잿골.그레타가 준 한 달이 오늘 끝났다. 카일은 그걸 알고 있었다. 오늘 아침 단장실 함에 「특이 사항 없음」을 넣었다. 그레타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 내일 북쪽 경계로 가라는 명령도, 계속하라는 명령도.카일은 그 생각을 접었다. 오늘 밤 잿골이 더 급했다.저녁 일곱 시, 6층 문 앞에서 카일이 성녀에게 그 말을 했다. 한 달. 오늘 끝난다고. 내일 북쪽 경계로 갈 수도 있다고. 감시 대상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했다.성녀는 문틀에 기대 그 말을 들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그럼 오늘 밤엔 장작 많이 패 주세요.”그게 대답이었다. 카일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마음에 들지 않는지 따지기 전에 한나 목소리가 담 너머에서 들렸다.한나가 저녁 기도 시간에 신전 담 너머로 소리쳤다. 늘 하던 「아가씨!」가 아니었다. 「아가씨, 열이야! 셋이야!」†우물가 첫째 집. 날품팔이 집 아들, 열두 살. 둘째 집. 무두질 공방 일꾼, 서른쯤. 셋째 집. 페터 영감 옆집 노파.셋 다 열이 높았다. 셋 다 오한. 이불을 둘러쓰고 덜덜 떨었다. 땀이 안 났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눈이 붉었다. 그리고 목덜미 아래, 가슴 위쪽에 붉은 점들이 돋기 시작했다.성녀가 첫째 집 아이 셔츠를 걷었다. 붉은 점을 봤다. 손등으로 이마. 목. 손목 맥. 오래 셌다. 입술이 숫자를 셌다.카일은 문가에 서 있었다.그리고 그 붉은 점을 봤다.카일 몸이 굳었다. 손이 문틀을 쥐었다. 붕대 감은 왼손. 상처가 당겼다. 아프지 않았다. 아픈 걸 느끼지 못했다.붉은 점. 가슴 위. 목덜미 아래. 오한. 마른 입술. 붉은 눈.열네 살 겨울. 잿골 단칸방. 어머니가 셔츠 단추를 풀며 「카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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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봉쇄령

5월 28일 오전 아홉 시. 백탑 2층 대주교 집무실.열이 퍼졌다. 셋이 여덟이 됐다. 여덟이 열다섯이 됐다. 처음 셋 중 둘은 사흘째에 땀이 났다. 첫째 집 아이와 셋째 집 노파. 둘째 집 일꾼은 땀이 안 났다. 닷새째 새벽, 성녀가 그 손을 잡고 있을 때.성녀는 그날 아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침 기도에서도. 축복에서도. 저녁에 다시 잿골로 내려갔다. 열다섯 집을 돌았다.카일은 그레타에게서 아무 명령도 받지 못했다. 북쪽 경계도, 임무 끝도. 그레타는 침묵했다. 카일도 묻지 않았다. 매일 밤 장작을 패고 물을 길었다. 왼손 붕대는 닷새째에 풀었다. 성녀가 실을 뽑아 줬다. 우물가에서. 동트기 전에.그리고 오늘 아침, 비서 사제가 6층에 올라와 말했다. 「대주교님이 부르십니다. 성녀님, 그리고 호위 기사님도.」†집무실은 넓었다. 벽에 금실 휘장. 창 셋. 큰 참나무 책상. 대주교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반지 여섯 개. 오늘은 일곱 개였다.성녀가 책상 앞에 섰다. 카일은 문 옆에. 이번엔 문 밖이 아니라 안. 대주교가 불렀으니까.“리아. 잿골 소식은 들었다.”대주교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끝까지.“열병이라더구나. 열다섯. 한 명은 이미 신께 갔고.”성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 의회에서 신전에 협조를 청해 왔다. 잿골을 봉쇄한다. 오늘 정오부터. 강가 다리 둘, 언덕 길 셋, 하수 돌계단. 다 막는다. 아무도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한다. 열이 왕도로 번지면 안 되니까.”카일 손이 주먹을 쥐었다. 왼손. 실 뽑은 자리가 당겼다.“그리고.”대주교가 책상 위 종이를 한 장 들었다. 왕실 인장은 없었다. 신전 인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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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약초 반입

6월 3일 밤 열한 시 사십 분. 백탑 뒤뜰.기도 사흘 중 둘째 밤이었다. 성녀는 낮에 단 위에서 기도하고, 해가 지면 본당 제단 앞에서 기도해야 했다. 「밤낮으로.」 대주교 명. 본당 문 앞에 사제 둘이 지켰다.성녀는 열한 시에 본당 제단 앞에서 일어났다. 사제들에게 말했다. 「거처에서 잠깐 몸을 씻고 오겠어요. 한 시간.」 사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 기사가 따라가니까.성녀가 6층에 올라가지 않았다. 4층에서 멈췄다. 오렌 사제 방 앞.문이 열려 있었다. 오렌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발 옆에 커다란 바구니 둘. 천으로 덮인.“늙은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뿐이오.”오렌이 천을 걷었다. 바구니 하나에 말린 약초. 버드나무 껍질, 쑥, 박하, 그리고 카일이 모르는 풀들. 다른 바구니에 소금 두 자루, 꿀 네 단지, 깨끗한 천 한 더미.“신전 창고에서 꺼냈소. 장부에 「쥐가 먹음」이라고 적어 놨지. 쉰 해 동안 쥐가 먹은 걸로 적은 게 이번이 처음이오.”성녀가 바구니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오렌을 올려다봤다.“사제님…”“고맙단 말은 하지 마시오. 고마운 사람이 하는 말이지, 쉰 해 늦은 사람이 들을 말이 아니오.”카일이 바구니 하나를 들었다. 무거웠다. 소금 두 자루.“어떻게 내려갑니까. 개구멍은 막혔습니다.”오렌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웃었다. 이가 몇 개 빠진 웃음.“나도 가오.”†자정 오 분 전. 뒤뜰 담 앞.사람이 넷이었다. 성녀, 카일, 오렌. 그리고 루카스.루카스는 열한 시 반에 뒤뜰 울타리에 나타났다. 카일이 낮에 부른 것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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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성녀 쓰러짐

6월 12일 새벽 다섯 시. 하수 돌계단.열흘째였다. 봉쇄 열흘. 성녀가 밤마다 담을 넘은 지 열흘.낮에는 축복. 기적의 날 사흘 기도가 끝난 뒤에도 대주교는 성녀에게 「잿골을 위한 아침 기도」를 하나 더 붙였다. 아침 일곱 시 본당, 여덟 시 앞뜰 단. 그리고 축복 세 시간. 점심. 휴식 시간엔 뒤뜰. 저녁 기도. 그리고 자정, 담.잠은 새벽 다섯 시에서 여섯 시 반 사이. 한 시간 반.카일은 그걸 셌다. 열흘 동안 매일. 카일도 비슷하게 잤다. 교대 기사가 서는 낮 몇 시간을 빼면. 그래도 카일은 기사였다. 북쪽 경계에서 사흘 밤을 안 잔 적도 있었다. 성녀는 기사가 아니었다.열병 환자는 스물둘에서 서른하나까지 늘었다가, 어제 처음으로 줄었다. 스물여섯. 새로 앓는 사람이 이틀째 없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은 열흘 동안 둘. 첫 번째 일꾼과, 엿새째 무두질 공방 노인.그 겨울엔 마흔이었다.†하수 돌계단을 올라갈 때 성녀가 앞에, 카일이 바로 뒤에 있었다. 루카스와 오렌은 오늘 안 왔다. 오렌은 사흘째 감기 기운. 루카스는 기사단 야간 근무.성녀 걸음이 이상했다.카일은 계단 중간쯤에서 그걸 알았다. 성녀가 한 칸 오를 때마다 벽을 짚었다. 평소엔 짚지 않았다. 내려갈 때만 짚었다. 오늘은 올라가면서도. 손바닥 전체로. 그리고 그 손이 벽에서 떨어질 때 조금 미끄러졌다.“아가씨.”카일이 불렀다. 처음이었다. 성녀를 「아가씨」라고 부른 건. 한나가 부르는 대로.성녀가 돌아보지 않았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음 칸을 디뎠다.카일이 한 칸 더 다가갔다. 바로 뒤. 성녀 등이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계단 꺾이는 자리. 성녀가 멈췄다. 벽을 짚고. 숨을 쉬었다. 길게. 어깨가 오르내렸다.“&he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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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들꽃골 편지

6월 20일 저녁 여덟 시. 백탑 6층.봉쇄가 풀렸다. 6월 17일. 잿골에 새 환자가 닷새 동안 없었다. 시 의회가 봉쇄를 풀었다. 대주교는 그날 앞뜰 단 위에서 말했다. 「성녀님의 기도가 열병을 거두었습니다.」 박수. 헌금함 넷이 다 찼다.성녀는 단 위에서 그 말을 들었다. 아무 표정 없이.그날 밤 성녀는 잿골에 내려가 한나에게 그 말을 전했다. 「성녀님 기도가 열병을 거두었대요.」 한나가 크게 웃었다. 대장간이 울릴 만큼. 그리고 장작더미를 가리켰다. 반쯤 남은. 「기도가 장작도 패 줬나 보지.」 페터 영감이 우물가에서 지팡이를 두드리며 같이 웃었다. 바울이 카일 다리에 매달려 「기사 아저씨 기도가 장작 팼대」 하고 깔깔댔다.성녀도 웃었다. 그런데 카일은 그 웃음이 금방 끝나는 걸 봤다. 성녀가 잿골 사람들 등 뒤로 백탑을 올려다보는 걸. 헌금함 넷이 다 찼다는 걸 성녀도 알았다.카일은 그날 긴 기록에 숫자를 적었다. 「열병. 5월 20일~6월 12일. 앓은 사람 서른하나. 죽은 사람 둘. 장작 다섯 수레(사비 넷, 오렌 사제 하나). 버드나무 껍질 아홉 다발. 소금 세 자루.」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 「그 겨울: 마흔.」†편지는 에마가 가져왔다.에마 어머니가 왕도 남문 밖 여관에서 일했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상인들이 묵는 곳. 거기 들꽃골 쪽에서 온 약초 상인이 하나 있었다. 그 상인이 에마 어머니에게 꾸러미를 맡겼다. 「백탑 신전 성녀님께. 들꽃골 마르타가.」 에마 어머니가 그걸 앞치마에 숨겨 신전 부엌에 넘겼다. 부엌에서 에마에게.“신전 정문으로 오면 비서 사제님이 다 뜯어봐요. 그래서 부엌으로요.”에마가 꾸러미를 성녀에게 내밀었다. 6층 문 앞에서. 카일이 옆에 서 있었다.천으로 싼 작은 꾸러미. 들꽃 한 송이가 끈에 꽂혀 있었다. 말라서 보라색이 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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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성녀의 결심

6월 28일 오후 한 시. 백탑 뒤뜰.카밀레가 다 졌다. 하얀 꽃잎이 이랑 위에 떨어져 있었다. 성녀가 그 꽃잎을 주워 모았다. 말리면 차가 된다고 했다. 잠 못 자는 사람한테 좋다고.박하가 무릎까지 자랐다. 손으로 쓸면 냄새가 확 올라왔다. 이름 모를 풀도 세 포기. 오렌이 「브루노는 알았을 텐데」 한 그것. 보라색 작은 꽃이 피려고 했다.카일은 창고 그늘에 서 있었다. 세 걸음 뒤가 아니라 열 걸음. 요즘은 뒤뜰에서 그렇게 섰다. 성녀가 밭일하는 걸 방해하지 않으려고. 그런데 손이 필요하면 바로 갈 수 있게.편지 뒤 여드레. 성녀는 매일 단 위에 섰다. 축복하고, 기도하고, 공연에서 정해진 사람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인광 가루 없이. 손에서 빛이 안 나도 대주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병을 거두었으니까. 그걸로 헌금이 충분했으니까.모른 척. 성녀는 하고 있었다. 단 위에서. 카일 말대로.그런데 카일은 그게 오래 못 갈 걸 알았다. 성녀 손이 다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었다. 단 위에서 축복하다가. 사람 머리에 손을 얹은 채로 멈출 때가. 아주 잠깐. 그리고 다시 「축복합니다」.†성녀가 꽃잎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일어나서 카일 쪽으로 걸어왔다. 열 걸음. 창고 그늘.“기사님.”“예.”“7월 초에 하지 축제 있죠.”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 축제. 왕도 1년 중 가장 큰 축제. 왕이 왕성에서 내려와 큰길을 행진하고, 신전이 백탑에서 내려와 큰길을 행진하고, 둘이 강 다리 한가운데에서 만난다. 왕과 대주교가 손을 잡는다. 세렌 사람들이 다 큰길에 나온다.“올해는 성녀가 신전 행진 맨 앞이래요. 대주교님 앞에. 하얀 말 타고.”“…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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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보고서 원본

7월 5일 밤 열한 시. 왕실 기사단 본관 3층. 단장실.아흐레 중 이레가 지났다. 하지 축제는 모레.카일은 이레 동안 길을 찾았다. 찾지 못했다.왕실 법관에게 물었다. 사복으로, 남의 일인 척. 「신전 법정에 선 사람을 왕실이 데려올 수 있습니까.」 법관이 웃었다. 「4백 년 동안 한 번도 없었소. 신전 법정 피고는 신전 것이오.」오렌에게 물었다. 「대주교가 들꽃골 약값을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있습니까.」 오렌이 고개를 저었다. 「장부는 대주교 방 금고에 있소. 옮겨 적는 사본은 서고에 있지만, 그 사본엔 들꽃골 줄이 아예 없소. 적혔다가 지워진 줄은 원본에만 있지.」시 의회 서기에게, 남부 신전 사제에게, 왕실 약재 창고지기에게. 다 막혔다.이레째 밤. 성녀가 6층 문 앞에서 카일에게 물었다. 「찾았어요?」 카일이 대답하지 않았다.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남았어요.」 그리고 문을 닫았다.카일은 숙소로 돌아와 상자를 봤다. 오래.그리고 들고 나왔다.†단장실 문 앞. 열흘 전 멈췄던 그 자리.카일은 이번엔 멈추지 않았다. 두드렸다. 세 번.“들어와.”그레타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의족을 책상 위에. 파이프.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서류도, 보고서 봉투도. 깨끗했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카일이 상자를 책상 위에 놓았다.그레타가 상자를 봤다. 카일을 봤다.“이게 뭐야.”“보고서입니다.”“보고서는 세 줄짜리 봉투로 매일 내잖아.”“원본입니다.”그레타가 파이프를 입에서 뗐다. 의족을 책상에서 내렸다. 딱. 상자 뚜껑을 열었다.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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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감시 마지막 밤

7월 16일 밤 열 시. 백탑 6층.마지막 밤이었다.낮에 카일은 인수인계를 했다. 보르크에게. 백탑 계단 212칸, 6층 복도, 창 하나, 문 하나, 의자 하나. 성녀 일과표. 식사 시간. 축복 시간. 뒤뜰 휴식.뒤뜰 얘기를 할 때 보르크가 말했다. 「약초밭은 갈아엎을 거요. 대주교님 명이오. 성녀가 흙을 만지면 안 된다고.」카일은 그 말을 듣고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아직 박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 모를 풀 세 포기. 보라색 꽃이 피려고 합니다.」 보르크가 카일을 봤다. 「그게 무슨 상관이오.」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담 얘기는 하지 않았다. 개구멍 얘기도, 담이 낮아지는 자리 얘기도. 보르크가 묻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오후에 신전 석공 둘이 와서 뒤뜰 담 낮은 자리에 돌을 더 쌓았다. 개구멍 자리엔 쇠창살을 박았다.†밤 열 시. 카일은 문 앞에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내일 아침 다섯 시 보르크가 올라온다. 그때 카일은 내려간다. 212칸.문 안은 조용했다. 저녁 기도 뒤로 성녀는 나오지 않았다. 에마도 오늘은 일찍 내려갔다. 계단에서 카일을 지나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카일 손에 무엇을 쥐여 주고 갔다. 삶은 달걀. 첫날 의자 위에 놓였던 것과 같은.열한 시. 문 안에서 소리가 났다.맨발 소리. 문 쪽으로 왔다. 멈췄다. 문에 귀를 댄 숨소리. 첫날 밤과 같은.문고리가 돌아갔다. 천천히. 문이 열렸다. 손바닥만큼이 아니라 다.성녀가 서 있었다. 갈색 잠옷. 머리를 풀어 어깨에. 맨발.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빵도 촛대도.“들어와요.”카일은 문턱 앞에 섰다.“…감시 대상 거처에 들어가는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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