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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감시 대상과 접촉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09:30:39

4월 6일 오후 네 시. 백탑 본당 뒤 회랑.

저녁 기도가 끝났다. 사제들이 줄지어 본당을 나갔다. 성녀는 맨 마지막이었다. 제단 앞에서 일어나 회랑으로 나왔다. 맨발이 회랑 돌바닥을 밟았다.

카일이 회랑 기둥 옆에 서 있었다. 성녀가 지나갔다. 카일은 세 걸음 뒤를 따르지 않았다. 손을 뻗었다.

성녀 손목을 잡았다.

가늘었다. 카일 손가락이 한 바퀴 돌고도 남았다. 성녀가 멈췄다. 돌아보지 않았다. 손목을 빼지도 않았다.

회랑에는 둘만 남았다. 사제들 발소리가 계단 위로 멀어졌다. 해가 기울어 회랑 기둥 그림자가 길게 누웠다.

“어제 밤.”

카일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잿골 대장장이 집. 아이 이름 바울. 버드나무 껍질, 찬물, 발.”

성녀가 돌아봤다. 손목을 잡힌 채로. 고개를 한참 들어 카일을 올려다봤다.

“다 보셨네요.”

“다 봤습니다.”

“처마 밑에서요. 망토 찢어진 채로.”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망토는 오늘 아침 기사단 재봉사에게 맡겼다. 지금 입은 건 예비 망토였다. 소매가 조금 짧았다.

성녀가 잡힌 손목을 내려다봤다. 카일 손. 굳은살 박인 손바닥, 검 손잡이 자국.

“보고하실 거예요?”

목소리에 떨림이 없었다. 묻는 게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오늘 저녁 메뉴가 뭐냐고 묻듯이.

카일은 그 목소리가 싫었다. 왜 싫은지 알았다. 다 포기한 사람 목소리였다. 열네 살 때 백탑 앞 줄 사흘째, 어머니가 카일 등에 업혀서 한 말. 「카일, 괜찮다. 엄마는 괜찮아.」 그 목소리였다.

“왜 그럽니까.”

카일이 물었다. 대답 대신.

“뭘요?”

“밤에. 잿골에. 맨발로. 남긴 수프 들고.”

성녀가 카일을 봤다. 오래. 그리고 말했다.

“바울이 아팠어요.”

“잿골에 아픈 애는 매일 있습니다.”

“그럼 매일 가야죠.”

카일은 말이 막혔다.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성녀가 조금 찡그렸다. 카일이 손을 풀었다. 성녀 손목에 손가락 자국이 빨갛게 남았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성녀가 손목을 문질렀다. 소매를 내렸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같은 목소리로.

“보고하실 거예요?”

카일은 회랑 바닥을 봤다. 돌 틈에 낀 마른 꽃잎 하나. 오늘 아침 축복 때 누가 성녀 발 앞에 던진 꽃. 아무도 쓸지 않았다. 성녀 맨발. 엄지발가락 옆 긁힌 자국. 어젯밤 하수 돌계단. 아직 아물지 않았다. 오늘 축복 세 시간 동안 해에 달궈진 단 위에 서 있었던 발.

‘보고서 세 줄. 날짜, 대상, 특이 사항.’

카일은 고개를 들었다.

“…확인했습니다.”

성녀가 눈을 깜빡였다. 한 번.

“그게 무슨 뜻이에요?”

“확인했다는 뜻입니다.”

카일은 돌아섰다. 회랑을 걸어 계단 쪽으로. 세 걸음 가서 멈췄다. 뒤를 돌아봤다. 성녀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올라가시죠. 6층. 호위는 세 걸음 뒤입니다.”

성녀가 걸어왔다. 카일을 지나쳐 계단으로. 카일이 세 걸음 뒤에서 따랐다.

212칸. 성녀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어제보다 조금 컸다. 맨발이 돌을 디딜 때 아주 작게 탁, 탁. 일부러 소리를 내는. 카일은 그 소리를 따라 올라갔다.

†

저녁 아홉 시. 기사단 숙소.

카일 방은 작았다. 침대, 책상, 의자, 옷걸이. 창 하나. 창 너머로 강 건너 백탑이 보였다. 6층 창에 촛불.

카일은 책상 앞에 앉았다. 보고서 종이를 폈다. 기사단 공식 양식. 위에 날짜 칸, 아래 세 줄.

『감시 보고서 — 4월 6일』

펜을 들었다.

대상. 정해진 일과를 따름. 저녁 기도 후 거처.

다 사실이었다. 사실 중에 일부였다.

특이 사항.

카일은 펜을 멈췄다. 손목에 남은 빨간 손가락 자국. 「바울이 아팠어요.」 「그럼 매일 가야죠.」

특이 사항 없음.

카일은 그렇게 썼다. 쓰고 나서 한참 봤다. 거짓말이었다. 기사가 된 지 9년. 보고서에 거짓말을 쓴 건 처음이었다.

카일은 그 종이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봉했다. 내일 아침 단장실 함에 넣으면 끝.

그리고 다른 종이를 꺼냈다. 양식 없는 흰 종이. 서랍 맨 밑에 있던.

카일은 그 종이에 쓰기 시작했다.

「4월 3일. 강림식. 손의 빛은 인광 가루. 오른쪽 소매. 대상은 떨어진 가루를 발로 문질러 감춤. 발이 찼음.

4월 3일 밤. 대상이 빵 반 덩이를 내밂. 「배고프세요.」 감시하러 왔느냐고 물음.

4월 4일. 식사를 반 이상 남김. 빵·달걀·사과·꿀을 소매에 숨김. 축복 때 사람들에게 아픈 곳을 묻고 처방을 함(물, 겨드랑이, 무릎). 대주교 쪽 사제가 「축복만」이라 함. 대상은 듣지 않음.

4월 4일. 오렌 사제. 「남긴 밥이 어디로 가는지 보시오.」

4월 5일 밤. 뒷담 개구멍, 하수 돌계단, 잿골. 대장장이 집. 아이 바울(아홉 살쯤) 열. 버드나무 껍질 달인 물, 찬물 닦기, 발 주무르기. 새벽 세 시 열 내림. 대상이 자기 이름을 말함. 리아. 들꽃골.

4월 6일. 회랑. 「보고하실 거예요?」」

카일은 거기서 펜을 멈췄다. 다음 줄을 쓰지 못했다. 「확인했습니다」라고 대답한 것.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카일도 몰랐다. 모르는 걸 적을 수는 없었다.

종이를 봤다. 세 줄이 아니었다. 스무 줄이 넘었다.

‘그레타가 보면 안 읽겠군.’

카일은 그 종이를 접었다. 책상 밑에 나무 상자가 하나 있었다. 기사단 입단할 때 받은 장비 상자. 지금은 비어 있었다. 카일은 상자를 열고 종이를 넣었다. 뚜껑을 닫았다.

창 너머 백탑 6층 촛불이 꺼졌다.

카일은 그날 밤 잠을 거의 못 잤다. 새벽 세 시쯤 일어나 창가에 섰다. 6층 창은 깜깜했다. 그 아래 언덕, 강가. 잿골 불빛은 다 꺼졌다. 대장장이 집도.

‘오늘은 안 나갔다.’

카일은 그걸 확인하고 다시 누웠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자기가 이상했다.

카일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오늘 쓴 거짓말 한 줄을 생각했다. 「특이 사항: 없음.」 내일 아침 그레타가 봉투를 열고 그 줄을 읽을 것이다. 1초도 안 걸릴 것이다. 그레타는 세 줄짜리 보고서를 하루에 마흔 장씩 읽는다. 기사단 전체가 그렇게 쓰니까.

9년 전 입단 시험 날, 그레타가 신참들 앞에서 말했다. 「기사가 보고서에 거짓말을 쓰는 순서를 알려 주지. 첫날은 한 줄을 뺀다. 둘째 날은 한 줄을 바꾼다. 셋째 날은 다 지어낸다. 그리고 넷째 날 목이 날아간다.」 신참들이 웃었다. 카일은 웃지 않았다. 열여덟이었다. 그 말을 외웠다.

‘오늘은 한 줄을 뺐다.’

카일은 돌아누웠다. 벽을 봤다. 창 너머 백탑이 등 뒤에 있었다. 보지 않아도 6층 창 자리가 어딘지 알았다.

‘내일은 바꾸지 않는다.’

카일은 그렇게 정했다. 정하고 나서도 잠이 오지 않았다.

†

4월 7일 새벽 다섯 시. 기사단 마구간 앞.

루카스가 새벽 순찰에서 돌아오다 카일을 봤다. 카일은 마구간 물통 앞에서 장화를 닦고 있었다. 예비 장화가 아니라 원래 장화. 그저께 밤 하수 돌계단 진흙이 말라붙어 있었다.

“대장님?”

“어.”

“그거 뭐예요? 진흙이요? 대장님 성녀님 호위잖아요. 탑 안에 계시는데 진흙이 어디서 묻어요?”

카일은 솔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냄새. 대장님 장화에서 하수구 냄새 나요. 그리고 망토는요? 재봉사 할멈이 그러던데요, 회색 망토 하나가 가시에 북북 찢겨서 들어왔다고. 대장님 거라고.”

“…루카스.”

“예.”

“너 오늘 순찰 몇 시까지야.”

“여섯 시요.”

“지금 다섯 시다.”

“…예.”

루카스가 돌아서 갔다. 다섯 걸음 가서 다시 돌아봤다.

“대장님 밤새 뭐 하셨어요? 진짜 궁금해서 그래요. 단장님한테 안 일러요. 아, 단장님한테 일러도 되는 거면 이르고요.”

카일이 솔을 들어 루카스 쪽으로 겨눴다. 루카스가 뛰어갔다.

카일은 장화를 다시 봤다. 오른쪽 장화 뒤꿈치에 가시 하나가 박혀 있었다. 뒷담 덤불 가시. 카일은 손톱으로 그걸 빼냈다. 끝이 아직 뾰족했다. 버리려다 망토 주머니에 넣었다. 증거라고 생각했다. 무엇의 증거인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진흙이 다 지워졌다. 냄새는 남았다. 하수 냄새, 그리고 아주 약하게 쑥 냄새. 성녀 보따리에서 옮은.

†

4월 7일 아침 여섯 시. 백탑 6층.

카일이 계단을 올라오자 문 앞 의자 위에 무엇이 놓여 있었다.

천 조각. 회색. 손바닥만 한.

카일은 집어 들었다. 회색 모직. 기사단 망토 천. 가장자리가 찢겨 있었다. 뒷담 가시덤불에 걸렸던 그 조각이었다. 누가 덤불에서 떼어 왔다.

천 조각 안에 무엇이 싸여 있었다. 풀었다. 바늘 하나, 회색 실 한 타래.

그리고 작게 접은 종이. 펼쳤다. 글씨가 삐뚤빼뚤했다. 산골에서 글을 늦게 배운 손.

「다음엔 개구멍으로 오세요. 넓혀 놨어요.」

카일은 종이를 들고 오래 서 있었다.

문이 열렸다. 에마가 세숫대야를 들고 나왔다. 카일 손의 종이를 봤다. 바늘과 실을 봤다.

“아, 그거 성녀님이 새벽에 뒤뜰 가서 주워 오신 거예요. 덤불에 걸린 거. 손 다 긁히셨어요. 회색 아저씨 거예요? 아저씨 밤에 덤불에서 뭐 하셨어요?”

카일은 종이를 접었다. 망토 안주머니에 넣었다. 바늘과 실도.

“…세숫물 쏟는다.”

“앗.”

에마가 대야를 고쳐 들었다. 그러다 다시 카일을 올려다봤다.

“근데요, 성녀님이 새벽에 저 깨워서 그러셨어요. 회색 아저씨가 바늘 쓸 줄 모르면 저보고 기워 드리래요. 저 바느질 진짜 못하는데. 성녀님은 바늘 잘 쓰세요. 상처도 꿰매요. 들꽃골에서 염소 배도 꿰맸대요.”

“…염소.”

“네. 염소요. 살았대요.”

에마가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남부 가락. 성녀가 부르던. 벌써 따라 배운 모양이었다.

일곱 시. 성녀가 문을 열고 나왔다. 하얀 옷, 땋은 머리, 맨발. 카일을 봤다. 카일 망토를 봤다. 예비 망토. 소매가 짧은.

성녀 손등에 가는 줄이 여러 개 나 있었다. 빨간 줄. 가시덤불에 긁힌. 카일은 그 손을 봤다. 성녀가 소매를 내려 손등을 덮었다.

“바늘은 쓸 줄 알아요?”

성녀가 물었다. 계단으로 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기사는 망토를 직접 깁습니다.”

“잘 깁는 거랑 깁는 거는 달라요.”

“…잘 깁습니다.”

성녀가 계단 첫 칸에서 멈췄다. 고개를 조금 돌렸다. 카일 쪽으로 반만.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웃음이라기엔 너무 작았다. 그리고 내려갔다. 탁, 탁. 맨발 소리.

카일은 문 앞 벽에 등을 댔다. 망토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종이가 있었다. 「넓혀 놨어요.」

카일은 그날 밤 장비 상자를 다시 열었다. 긴 기록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4월 7일. 개구멍을 넓혀 놓았다고 함. 확인할 것.」

그리고 공식 보고서.

『감시 보고서 — 4월 6일

대상: 정해진 일과를 따름. 저녁 기도 후 거처.

특이 사항: 없음.』

(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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