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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감시 교체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4 17:00:00

7월 6일 새벽 다섯 시. 백탑 6층.

카일은 밤새 문 앞에 서 있었다. 단장실에서 돌아와서. 교대 기사를 돌려보내고.

새벽 다섯 시. 문 안에서 맨발 소리. 문이 열렸다. 성녀가 서 있었다. 갈색 잠옷. 머리를 풀고. 잠을 못 잔 얼굴.

“찾았어요?”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단장님께 전부 드렸습니다. 원본. 첫 장부터.”

성녀가 문틀을 쥐었다.

“…인광 가루도요?”

“예.”

성녀가 카일을 봤다. 오래. 놀란 얼굴이 아니었다. 무엇을 계산하는 얼굴. 그러다 물었다.

“단장님이 뭐래요?”

“증거가 약하다고 했습니다. 시간을 달라고. 증거를 모아서 폐하께 가겠다고. 그때 당신이 말할 자리를 만들겠다고. 다리 위가 아니라. 끌려가지 않을 자리.”

성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내일 다리 위에서는 말하지 마십시오.”

카일이 말했다.

“빛을 내고, 손을 흔들고, 박수 치십시오. 아흐레 약속 이틀 남았습니다. 그 이틀을 더 늘려 주십시오. 단장님 시간만큼.”

성녀가 문틀을 쥔 손에 힘을 줬다.

“…얼마나요?”

“모릅니다.”

“또요?”

“예. 또.”

성녀가 웃었다. 지친 웃음. 그러다 문틀에 이마를 기댔다. 눈을 감았다.

“들꽃골 스무 명이요.”

“압니다.”

“엄마 혼자요.”

“압니다.”

“그래도 기다려요?”

카일은 문 앞에서 한 발 다가갔다. 문턱 바로 앞.

“다리 위에서 말하면 당신은 지하로 갑니다. 그러면 들꽃골 스무 명한테 버드나무 껍질 벗겨 줄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마르타 혼자 남습니다. 지금보다 더.”

성녀가 눈을 떴다. 카일을 봤다.

“살아 있어야 말할 수 있습니다. 말할 자리에서.”

성녀가 오래 카일을 봤다. 그러다 문틀에서 이마를 뗐다.

“…기사님이 그렇게 길게 말한 거 처음이에요.”

“…예.”

“단장님한테도 그렇게 길게 말했어요?”

“그것보다 깁니다. 스물두 장.”

성녀가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알았어요. 내일 빛 낼게요.”

†

7월 7일. 하지 축제.

성녀는 빛을 냈다.

하얀 말 위에서. 큰길 행진 맨 앞. 대주교 앞에서. 맨발이 말 옆구리에 닿아 있었다. 신을 신으라는 말에 성녀가 처음으로 대주교에게 「싫어요」 했다고 에마가 전했다. 대주교는 웃으며 그냥 뒀다. 오늘은 그런 걸로 다툴 날이 아니었으니까.

강 다리 한가운데. 왕의 행렬과 신전 행렬이 만났다. 알브레히트 2세. 카일은 왕을 멀리서만 봤다. 쉰쯤. 말수가 적다고 들었다. 정말이었다. 대주교가 길게 축사를 하는 동안 왕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성녀가 손을 들었다. 소매에서 인광 가루. 다리 위 정오 햇빛 아래서 빛이 피었다. 다리 양쪽에 꽉 찬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왕이 그 빛을 봤다. 그리고 성녀 얼굴을 봤다. 오래. 왕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성녀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에마 두건을 바로 해 줬다. 손을 내리고, 박수를 쳤다. 왕과 대주교가 손을 잡을 때. 다른 사람들처럼.

카일은 성녀 말 옆 세 걸음 뒤에 서 있었다. 성녀 손을 봤다. 박수를 치는 손. 손바닥이 마주칠 때마다 아주 작게 떨렸다.

다리 위 행사가 끝나고 행렬이 돌아설 때 성녀가 말 위에서 고개를 돌렸다. 카일 쪽으로. 아주 조금.

“이틀 늘렸어요. 단장님 시간만큼.”

카일은 고개를 숙였다.

†

7월 8일. 일주일이 지났다.

카일은 하지 축제가 끝나면 그레타가 무슨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레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일이 단장실에 갔을 때 그레타는 없었다. 서기가 말했다. 「단장님은 남부에 가셨습니다. 사흘.」 남부. 들꽃골 쪽.

카일은 그 말을 듣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7월 13일. 그레타가 돌아왔다. 의족에 진흙이 묻어 있었다. 카일을 보고 한 마디만 했다. 「아직이다.」

카일이 단장실을 나가려 할 때 그레타가 한 마디를 더 했다. 파이프에 불을 붙이며.

“남부 신전에 갔다. 들꽃골 쪽 관할. 거기 사제가 그러더군. 왕도 백탑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약 수레는 올봄에 한 대도 없었다고. 장부를 보여 달랬더니 보여 주더라. 남부 신전 장부엔 거짓말할 이유가 없으니까.”

카일은 문고리를 잡은 채로 돌아봤다.

“그럼 증거가.”

“하나 늘었지. 근데 아직 하나다. 백탑 원본 장부가 있어야 해. 보낸다고 적고 안 보낸 줄. 그게 대주교 금고에 있어. 내 금고처럼.”

그레타가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들꽃골에 들렀다.”

카일이 숨을 멈췄다.

“약초꾼 마르타를 봤다. 산 너머에서 버드나무 껍질 지고 오는 길이었어. 등에 한 짐. 맨발로.”

그레타가 의족을 책상 위에 올렸다. 진흙이 책상에 떨어졌다. 그레타가 털지 않았다.

“딸 얘기를 하니까 짐을 내려놓더군. 「우리 애 밥은 먹느냐」고. 그것만 물었다. 신전 얘기도 약 얘기도 안 하고.”

카일은 대답하지 못했다.

“남은 수레 하나를 두고 왔다. 기사단 비상 약재. 내 이름으로. 장부엔 「훈련 중 분실」.”

그레타가 파이프를 물었다. 카일을 보지 않고.

“가 봐. 그 아가씨한테는 아직 말하지 마. 말하면 다리 위로 뛰어갈 거다. 고맙다고 말하러.”

†

7월 15일 아침 여덟 시. 백탑 2층 대주교 집무실.

비서 사제가 카일을 불렀다. 성녀는 부르지 않았다. 카일만.

집무실에 대주교가 있었다. 책상 뒤. 반지 일곱 개. 그리고 책상 옆에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키가 컸다. 카일과 비슷했다. 어깨가 넓었다. 마흔다섯쯤. 턱이 각졌다. 하얀 바탕에 금실 망토. 신전 경비대.

카일은 그 턱을 봤다.

‘처마.’

원본을 낸 그 밤 단장실 창 아래 처마. 그레타가 다음 날 아침 카일에게 말해 준 그림자. 「턱이 각진 놈. 하얀 망토.」 그레타는 그 말만 하고 더 말하지 않았다. 카일도 묻지 않았다. 둘 다 알았으니까. 무엇이 새어 나갔는지.

“카일 에벤하르트 경.”

대주교가 부드럽게 불렀다. 처음으로 「경」을 붙여서.

“석 달 반 동안 성녀님을 잘 지켜 주었소. 신전이 감사하오.”

카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전에 이런 말이 들어왔소. 왕실 기사가 성녀님 호위를 하면서 밤에 성녀님을 신전 밖으로 모시고 나갔다고. 봉쇄 중인 잿골로. 담을 넘어서.”

대주교가 책상 위 종이를 집었다. 한 장. 카일은 그 종이를 알아봤다. 기사단 보고서 양식. 세 줄짜리.

『감시 보고서 — 6월 3일

대상: 기도 둘째 날. 낮에는 단, 밤에는 본당.

특이 사항: 없음.』

카일 보고서였다. 카일 글씨. 기사단 함에 넣은 것. 왕실 서고로 가야 할 것이 대주교 책상 위에 있었다.

“이 날 밤 성녀님은 본당에 없었소. 본당 문 앞 사제 둘이 확인했소. 한 시간이라던 성녀님이 네 시간 동안 안 돌아왔다고. 그리고 이 날 밤 하수 돌계단 경비병이 교대할 때 누가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다고.”

대주교가 종이를 내려놓았다.

“왕실 기사가 보고서에 거짓을 적었소. 신전은 이걸 그냥 둘 수 없소. 오늘 아침 왕실에 정식으로 항의했소. 기사단장 앞으로.”

카일 손이 주먹을 쥐었다.

“그래서 신전이 정했소. 오늘부로 성녀님 호위는 신전 경비대가 맡소. 왕실 기사는 물러나시오. 이틀 줄 테니 인수인계를 하시오. 모레 아침부터는 백탑에 오르지 마시오.”

대주교가 책상 옆 남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보르크 경비대장이오. 성녀님을 이제 이분이 지키오.”

보르크가 카일을 봤다. 위아래로. 표정이 없었다. 카일 회색 망토를 봤다. 그리고 한 마디.

“담은 내가 막겠소.”

†

카일은 집무실을 나왔다. 복도. 계단.

계단 3층 참에서 성녀가 서 있었다. 맨발. 하얀 옷. 축복 시간인데. 단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에마가 성녀 뒤에 서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들었어요.”

성녀가 말했다. 에마가 엿들은 모양이었다. 집무실 문 밖에서.

카일은 성녀 앞에 섰다. 계단 한 칸 아래. 눈높이가 비슷해졌다.

“이틀입니다. 모레부터.”

“…네.”

“보르크라는 사람이 옵니다. 신전 경비대장. 담을 막겠다고 합니다.”

“네.”

“밤에 나가지 마십시오. 그 사람은 교대 십오 분을 안 줍니다.”

성녀가 카일을 봤다.

“잿골은요?”

“한나가 합니다. 처방 다 외웠습니다. 장작도 아직 있습니다.”

“기사님은요?”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기사님은 어디 가요?”

“…기사단으로 돌아갑니다. 원래 자리.”

“북쪽 경계요?”

“모릅니다. 단장님이 정합니다.”

성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처음 보는 버릇이었다.

에마가 성녀 뒤에서 앞치마를 쥐고 있었다. 울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이 아이가 이를 악무는 것도 카일은 처음 봤다.

“회색 아저씨.”

에마가 말했다.

“그 네모 턱 아저씨 무서워요.”

“…네모 턱.”

“네. 턱이 네모예요. 그리고 웃을 줄 몰라요. 아까 집무실 문 밖에서 저 보고 「꺼져」 했어요. 꺼져가 뭐예요. 저 수련 수녀인데.”

카일은 에마를 봤다. 하얀 두건. 주근깨. 석 달 반 동안 세숫물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린.

“에마.”

“네.”

“앞으로 네가 문 앞에 있어야 한다. 내 대신.”

에마 눈이 커졌다.

“저 수련 수녀예요. 칼 없어요.”

“칼 필요 없다. 눈하고 귀만. 그리고 입.”

“입이요?”

“너 입 무겁다며. 수련원에서 둘째로.”

에마가 입을 벌렸다. 그리고 다물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두건이 흔들렸다. 주근깨 위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에마가 손등으로 훔쳤다. 빨리. 아무도 못 보게. 카일은 봤다. 말하지 않았다.

“…네. 둘째로요. 아니 이제 첫째로 할게요.”

†

7월 15일 밤. 기사단 숙소.

카일은 마지막 보고서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내일 하루. 모레 아침부터 끝. 그러니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마지막.

펜을 들었다.

『감시 보고서 — 7월 15일』

대상.

카일은 펜을 멈췄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오늘 대상이 한 일. 축복 시간에 계단 3층 참에 서 있었다. 입술을 깨물었다. 「기사님은 어디 가요?」

특이 사항.

카일은 그 칸을 오래 봤다.

석 달 반 동안 「없음」을 열여덟 번 썼다. 「관찰 계속」, 「확인 중」, 「비가 옴」, 「바람이 찼음」, 「대상이 울었음」. 그리고 오늘.

카일은 펜을 내려놓았다.

쓸 수가 없었다. 처음이었다. 9년 동안 보고서를 못 쓴 날은 없었다. 북쪽 경계에서 화살을 맞은 날도 왼손으로 썼다. 세 줄을.

창 너머 백탑 6층. 촛불이 켜져 있었다.

카일은 빈 보고서 종이를 봤다. 날짜만 있는. 대상 칸도, 특이 사항 칸도 빈.

그 종이를 접었다. 봉투에 넣지 않았다. 상자에 넣으려다 상자가 없다는 걸 기억했다. 그레타 금고에 있었다. 카일은 그 종이를 망토 안주머니에 넣었다. 석 달 전 의자 위에서 받은 종이 옆에. 「다음엔 개구멍으로 오세요. 넓혀 놨어요.」

『감시 보고서 — 7월 15일

대상:

특이 사항:』

(1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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