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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성녀 쓰러짐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0 17:00:00

6월 12일 새벽 다섯 시. 하수 돌계단.

열흘째였다. 봉쇄 열흘. 성녀가 밤마다 담을 넘은 지 열흘.

낮에는 축복. 기적의 날 사흘 기도가 끝난 뒤에도 대주교는 성녀에게 「잿골을 위한 아침 기도」를 하나 더 붙였다. 아침 일곱 시 본당, 여덟 시 앞뜰 단. 그리고 축복 세 시간. 점심. 휴식 시간엔 뒤뜰. 저녁 기도. 그리고 자정, 담.

잠은 새벽 다섯 시에서 여섯 시 반 사이. 한 시간 반.

카일은 그걸 셌다. 열흘 동안 매일. 카일도 비슷하게 잤다. 교대 기사가 서는 낮 몇 시간을 빼면. 그래도 카일은 기사였다. 북쪽 경계에서 사흘 밤을 안 잔 적도 있었다. 성녀는 기사가 아니었다.

열병 환자는 스물둘에서 서른하나까지 늘었다가, 어제 처음으로 줄었다. 스물여섯. 새로 앓는 사람이 이틀째 없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은 열흘 동안 둘. 첫 번째 일꾼과, 엿새째 무두질 공방 노인.

그 겨울엔 마흔이었다.

†

하수 돌계단을 올라갈 때 성녀가 앞에, 카일이 바로 뒤에 있었다. 루카스와 오렌은 오늘 안 왔다. 오렌은 사흘째 감기 기운. 루카스는 기사단 야간 근무.

성녀 걸음이 이상했다.

카일은 계단 중간쯤에서 그걸 알았다. 성녀가 한 칸 오를 때마다 벽을 짚었다. 평소엔 짚지 않았다. 내려갈 때만 짚었다. 오늘은 올라가면서도. 손바닥 전체로. 그리고 그 손이 벽에서 떨어질 때 조금 미끄러졌다.

“아가씨.”

카일이 불렀다. 처음이었다. 성녀를 「아가씨」라고 부른 건. 한나가 부르는 대로.

성녀가 돌아보지 않았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음 칸을 디뎠다.

카일이 한 칸 더 다가갔다. 바로 뒤. 성녀 등이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

계단 꺾이는 자리. 성녀가 멈췄다. 벽을 짚고. 숨을 쉬었다. 길게. 어깨가 오르내렸다.

“…괜찮아요.”

성녀가 말했다. 카일이 묻기도 전에.

그리고 다음 칸을 디디려다, 발이 칸을 놓쳤다.

이번엔 이끼 때문이 아니었다. 무릎이 꺾였다. 그냥. 실이 끊어지듯이.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벽에서 손이 미끄러졌다.

카일이 받았다. 이번엔 앞에서. 성녀 몸이 카일 가슴으로 무너졌다. 가벼웠다. 열흘 전보다 더.

그리고 뜨거웠다.

카일은 성녀 이마에 손을 댔다. 손등으로. 성녀가 하던 대로. 뜨거웠다. 목. 뜨거웠다.

카일 손이 떨렸다.

‘붉은 점.’

카일은 성녀 겉옷 깃을 젖혔다. 목덜미 아래, 가슴 위쪽. 손이 떨려서 단추를 못 풀었다. 깃만 젖혀서 봤다.

없었다. 붉은 점이 없었다.

카일이 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숨을 참고 있었던 걸 알았다.

성녀가 눈을 떴다. 반쯤. 카일을 봤다. 아주 가까이서.

“…열병 아니에요.”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점 없죠. 오한도 없어요. 그냥 열이에요. 못 자서.”

“…압니다.”

“거짓말. 기사님 손 떨려요.”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성녀 이마에 댄 채로.

“한 시간 반 자면 돼요. 올라가요.”

성녀가 일어서려고 했다. 카일 팔을 짚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다시 주저앉았다. 카일 팔에.

카일은 더 묻지 않았다.

등을 돌렸다. 계단 위에서 쪼그려 앉았다. 등을 내밀었다.

성녀가 그 등을 봤다. 회색 망토.

“…싫어요.”

“감시 대상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 보고서가 길어집니다.”

“그 말 이제 안 통해요.”

“그럼 업히십시오. 통하는 말이 없으니까.”

성녀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일 등에 몸을 기댔다. 팔이 카일 목에 감겼다. 힘이 없는 팔.

카일이 일어났다. 성녀 다리를 받쳤다. 맨발 두 개가 카일 허리 옆에서 흔들렸다. 진흙 묻은 발. 엄지발가락 옆 긁힌 자리. 열흘 동안 아물 틈이 없었다.

†

담. 카일은 성녀를 업은 채로 담 앞에 섰다.

담이 높았다. 혼자 넘을 때도 손을 걸고 뛰어야 했다. 업고는 안 됐다.

카일은 담을 따라 걸었다. 뒤뜰 담은 길었다. 백 걸음쯤 가면 담이 낮아지는 곳이 있었다. 예전에 무너졌다가 다시 쌓은 자리. 돌이 고르지 않아 발 디딜 데가 있었다. 카일은 열흘 동안 그걸 봐 뒀다. 혹시 몰라서.

혹시가 왔다.

카일이 돌을 디뎠다. 한 발, 또 한 발. 성녀 무게가 등에 실렸다. 성녀 팔이 카일 목을 조였다. 숨이 막혔다. 카일은 말하지 않았다. 담 위에 손을 걸었다. 몸을 끌어올렸다. 담 꼭대기. 그리고 반대편으로 뛰어내렸다. 무릎을 굽혀서. 성녀가 흔들리지 않게.

뒤뜰. 약초밭. 싹이 이제 무릎 높이였다. 카밀레가 하얀 꽃망울을 달고 있었다.

“…꽃 피려고 해요.”

성녀가 등에서 중얼거렸다. 카밀레를 보고.

“예.”

“내일 피겠다.”

“예.”

†

백탑. 1층. 쪽문. 계단.

212칸.

카일은 첫 칸을 디뎠다. 성녀를 업고. 그리고 셌다. 머릿속으로. 하나. 둘. 셋.

열 칸쯤에서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흥얼거림. 남부 가락. 들꽃골 노래. 처음 잿골 바울 집에서 들은.

“들꽃은 밤에도 피고…”

성녀 목소리가 카일 등을 타고 울렸다. 귀 바로 뒤에서. 갈라진 목소리. 박자가 느렸다.

“엄마 손은 밤에도 따뜻해…”

카일은 계단을 오르며 그 노래를 들었다. 서른 칸, 마흔 칸.

“…기사님.”

노래가 멈췄다.

“예.”

“무거워요?”

“아닙니다.”

“거짓말.”

“…조금.”

등 뒤에서 웃음 소리. 작게. 숨이 섞인.

“엄마가 저 업고 산 넘을 때 노래 불렀어요. 무거워서. 노래 부르면 덜 무겁대요.”

“…그래서 부르는 겁니까.”

“기사님 덜 무거우라고요.”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계단을 올랐다. 육십 칸, 칠십 칸.

성녀가 다시 흥얼거렸다. 이번엔 가사 없이. 박자만.

카일은 그 박자를 알았다. 아니 몰랐다. 그런데 몸이 알았다. 어머니가 잿골 단칸방에서 카일 등을 토닥이던 박자. 가사는 기억이 안 나는. 그 박자와 같았다. 남부 산골 노래와 잿골 노래가. 아니면 세상 모든 엄마들이 같은 박자로 토닥이는지도 몰랐다.

카일은 걸음을 그 박자에 맞췄다. 한 칸, 한 칸.

†

계단 아래에서 발소리가 났다. 빠르게 올라오는.

“회색 아저씨!”

에마였다. 새벽 다섯 시 반. 세숫물 길으러 가다 1층에서 카일이 성녀를 업고 계단을 오르는 걸 본 모양이었다. 두건이 반쯤 벗겨진 채로 뛰어 올라왔다.

“성녀님 왜요! 왜 업혀 계세요! 다치셨어요? 열병이에요?”

“열이다. 열병 아니다.”

“열이요? 얼마나요?”

“…뜨겁다.”

에마가 카일 옆으로 올라와 성녀 이마를 만졌다. 그리고 얼굴이 하얘졌다.

“제가 물 떠 올게요! 찬물이랑 천이요!”

“에마.”

성녀가 카일 등에서 불렀다. 눈을 감은 채로.

“네, 성녀님!”

“계단 세 줘.”

“…네?”

“기사님 숫자 세면서 올라가요. 머릿속으로. 근데 지금 노래 부르느라 까먹었을 거야. 몇 칸 남았는지 세 줘.”

에마가 카일을 봤다.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이었다. 칠십 몇 칸에서 셈을 놓쳤다. 박자에 맞추다가.

에마가 계단 난간 숫자를 봤다. 백탑 계단엔 열 칸마다 벽에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옛날 석공들이.

“팔십이요! 아니 팔십삼! 백이십구 칸 남았어요!”

에마가 카일 앞에서 뒷걸음질로 올라갔다. 손가락으로 세면서.

“팔십사! 팔십오! 팔십육!”

카일은 에마 목소리를 따라 올랐다. 등 뒤에서 성녀가 다시 흥얼거렸다. 노래와 숫자가 섞였다.

“백! 백하나! 회색 아저씨 힘내요! 백오!”

백오십 칸쯤에서 카일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밤새 물을 길었다. 장작을 팼다. 담을 넘었다. 사람을 업고 백오십 칸.

“백육십! 아저씨 다리 떨려요!”

“…안 떨린다.”

“떨려요! 성녀님, 아저씨 다리 떨려요!”

등 뒤에서 성녀가 웃었다. 그 웃음이 카일 등에 울렸다. 갈비뼈를 타고.

“백팔십! 이백! 이백오! 이백십! 이백십일!”

6층.

“이백십이!”

에마가 문을 열었다. 활짝.

†

카일이 성녀를 침대에 눕혔다. 침대보 없는 침대. 이불 한 장. 성녀가 이불 위에 누웠다. 진흙 묻은 발 그대로.

에마가 찬물과 천을 가지러 뛰어 내려갔다. 이번엔 숫자를 세지 않고.

카일은 침대 옆에 섰다. 성녀 얼굴이 빨갰다. 입술이 말라 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다.

카일은 돌아섰다. 문 밖으로 나가려고. 호위는 문 밖.

망토가 당겨졌다.

카일이 돌아봤다. 성녀 손이 카일 망토 끝을 쥐고 있었다. 회색 망토 자락. 눈은 감은 채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하얗게.

“…아가씨.”

대답이 없었다. 잠든 건지, 깨어 있는 건지.

카일은 망토를 빼려고 했다. 살짝. 손가락이 더 꽉 쥐었다.

카일은 망토를 빼지 않았다.

방 안을 둘러봤다. 창가 탁자 옆에 의자 하나. 나무 의자. 카일이 그 의자를 끌어왔다. 한 손으로. 망토가 당겨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침대 옆에 놓았다. 앉았다.

문 밖이 아니라 방 안.

호위 규정 위반이었다. 감시 규정은 없었다. 그레타가 만든 적이 없으니까.

에마가 찬물을 들고 올라왔다. 방 안 의자에 앉은 카일을 보고 멈췄다. 성녀 손이 쥔 망토 자락을 봤다.

에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두 번째였다. 찬물 대야를 침대 옆에 놓고, 천을 적셔 카일 손에 쥐여 주고, 조용히 나갔다. 문을 닫았다. 반만.

카일은 젖은 천을 들고 있었다. 성녀를 봤다.

‘버드나무 껍질, 찬물, 발.’

카일은 천을 성녀 이마에 얹었다. 그다음 목. 겨드랑이까지는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침대 발치로 의자를 끌었다. 망토가 당겨지지 않게. 길이가 겨우 닿았다.

성녀 발. 진흙투성이. 카일은 천으로 발을 닦았다. 천천히. 진흙을. 엄지발가락 옆 긁힌 자리를 피해서. 그리고 두 손으로 감쌌다. 잿골 바울 집에서 성녀가 하던 대로. 엄지로 발바닥을 눌렀다. 뒤꿈치에서 발가락 쪽으로.

발이 차가웠다. 이마는 뜨거운데.

‘발이 차면 열이 위로 간다.’

카일은 발을 오래 주물렀다. 한 발, 그리고 다른 발. 서툴렀다. 성녀가 하던 것보다 세게. 그러다 약하게. 망토는 성녀 손에 쥐인 채로.

창밖이 밝아졌다. 여섯 시. 아침 기도 시간. 교대 기사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 문 앞에서 멈췄다. 반쯤 열린 문 너머를 보고, 아무 말 없이 다시 내려갔다. 에마가 계단 아래에서 무슨 말을 한 모양이었다.

일곱 시. 성녀 이마에 땀이 났다. 송골송골.

카일은 손을 멈췄다. 이마의 땀을 봤다. 오래. 그리고 천으로 닦았다.

‘땀이 나면 산다.’

카일은 그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열병이 아니었는데도. 그냥 피곤해서 난 열인데도. 그래도.

성녀 손가락이 망토 자락을 조금 놓았다. 잠이 깊어져서. 그래도 아주 놓지는 않았다.

카일은 의자에 앉은 채로 밤을 새웠다. 아니, 낮을. 아침 기도, 축복, 점심. 비서 사제가 두 번 올라왔다. 에마가 문 앞에서 두 번 막았다. 「성녀님 열나세요. 열병 아니에요. 회색 아저씨가 지키고 있어요.」 비서 사제가 두 번 다 내려갔다.

오후 세 시. 성녀가 눈을 떴다.

카일을 봤다. 의자에 앉은. 망토 끝이 자기 손에 쥐어져 있는 걸 봤다. 발이 깨끗하게 닦여 있는 걸 느꼈는지,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밤새 있었어요?”

“낮새 있었습니다.”

성녀가 웃었다. 갈라진 입술로. 그리고 망토를 놓지 않은 채로 다시 눈을 감았다.

『감시 보고서 — 6월 12일

대상: 과로로 인한 발열. 열병 아님. 하루 거처에서 쉼.

특이 사항: 호위 기사가 거처 안에서 상태 확인.』

(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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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7일 오후 다섯 시. 하수 돌계단, 뒷담 쇠창살 앞.오렌이 그날도 담 그늘에 앉아 있었다. 의자, 지팡이, 무릎 위 화분. 보라색 꽃은 다 지고 씨앗 꼬투리가 맺혀 있었다.카일은 창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지난 열흘 동안 세 번 왔다. 비번 날마다. 오렌은 세 번 다 그 자리에 있었다. 「늙은이가 바람 쐬는 거요.」오늘은 오렌 발치에 빵 바구니가 하나 있었다. 신전 부엌 바구니. 둥근 빵이 여섯 덩이.“기사 양반, 배고프오?”오렌이 바구니를 들어 창살 사이로 밀었다. 창살 간격이 좁았다. 바구니가 걸렸다. 오렌이 빵을 하나씩 꺼내 창살 사이로 넘겼다. 카일이 받았다. 하나, 둘, 셋.넷째 빵을 넘길 때 오렌이 낮게 말했다.“바구니 바닥.”카일은 빵을 받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다섯, 여섯. 그리고 빈 바구니를 창살 사이로 당겼다. 바구니가 걸렸다. 카일이 바구니를 기울였다. 바구니 바닥 천이 들렸다. 그 아래.가죽 표지. 손바닥 두 개만 한 크기. 두께는 손가락 두 마디. 낡았다. 모서리가 닳았다. 표지에 금박으로 백탑 문장.카일 손이 굳었다. 빵 냄새 아래에서 오래된 가죽 냄새가 올라왔다. 습기와 잉크와 손때.“원본이오.”오렌이 말했다. 하늘을 보며. 바람 쐬는 늙은이처럼.“올해 것. 정월부터 지난달까지. 들꽃골 줄이 있는.”카일이 바구니를 마저 당겼다. 창살에 걸린 바구니를 비틀어서. 장부가 바구니째 넘어왔다. 카일은 그걸 빵 여섯 덩이 밑에 다시 묻었다. 천으로 덮었다.“…어떻게.”“그저께 밤. 비서 사제가 술 마시는 밤. 쉰 해 동안 이 신전에서 장부를 옮겨 적은 늙은이가, 장부 금고 열

  • 가짜 성녀를 감시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23화. 단장에게 전부

    8월 18일 밤 열 시. 왕실 기사단 본관 3층. 단장실.카일은 다시 단장실 문 앞에 섰다. 이번엔 상자가 없었다.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두드렸다.“들어와.”그레타는 창가에 서 있었다. 창이 닫혀 있었다. 빗장까지. 7월 5일 밤 이후로 그레타는 단장실 창을 열지 않았다. 여름인데. 단장실 안이 파이프 연기로 뿌옜다.“앉아.”카일은 앉지 않았다. 9년 동안 단장실에서 앉은 적이 없었다.“앉으라니까. 오늘은 길 거 같으니까.”카일이 의자에 앉았다. 처음으로. 책상 앞 나무 의자. 삐걱거렸다.그레타가 책상 뒤에 앉았다. 의족을 책상 위에 올리지 않았다. 바닥에 두었다. 파이프도 내려놓았다.“말해.”카일은 그레타를 봤다.“…무엇을.”“전부. 상자에 안 쓴 거.”카일은 말이 없었다.“스물두 장에 안 쓴 게 있어. 5월 2일 장, 「나는」 다음 빈칸. 그거 말고도 많지. 네가 확인한 것만 쓰는 놈이라 확인 못 한 건 다 빼놨어. 네 머릿속에만 있는 거. 그거 말해.”그레타가 손깍지를 꼈다. 책상 위에.“나도 이제 증거를 모으러 다닌다. 남부, 잿골, 시 의회. 근데 네 머릿속을 모르고는 어디를 파야 할지 몰라. 다 말해. 시간 많다. 오늘 밤 새워도 돼.”†카일은 오래 말하지 않았다.그리고 시작했다. 처음부터.“열네 살.”그레타 눈이 조금 움직였다.“잿골에 살았습니다. 강 쪽으로 세 골목. 어머니하고 둘이.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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