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윤은 커피를 내려놓고 모니터를 봤다.상품기획팀 공유 메일함에 전사 공지가 떠 있었다. ‘경영권 이전 및 신임 대표이사 취임 안내’. 날짜는 오늘이었다.“야, 봤어?”옆자리에서 오민재가 의자를 끌고 왔다. 서윤 쪽으로 모니터를 기울이며 같은 메일을 가리켰다.“에이펙스캐피탈. 미국 투자사래. 대표가 직접 사장으로 온다는데.”“읽었어.”“근데 이름이 좀 낯익지 않아? 강도현.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데.”마우스를 잡은 손가락이 멈췄다. 서윤은 손끝에 힘을 주었다가 풀었다. 민재는 눈치채지 못했다.“흔한 이름이잖아.”“그런가.”민재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서윤은 메일을 다시 읽었다.강도현.3글자가 또렷했다. 32살. 미국에서 투자사를 운영하는 사람.「동명이인이겠지.」그런 사람이 세상에 1명만 있으란 법은 없었다. 그런데 마우스를 쥔 손이 차가워졌다. 커피에 손을 대려다 그만두었다.7년이었다.그동안 그 이름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누가 물어도, 혼자 있을 때도. 꺼내면 무너질까 봐서가 아니었다. 꺼낼 이유가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했기 때문이다.잘 됐다고 생각했다.화면에 뜬 이름을 보기 전까지는.“서윤 씨, 취임식 11시래요. 1층 로비에서.”후배가 지나가며 말했다.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를 1모금 마셨다.미지근했다.컵을 내려놓고도 손을 떼지 못했다.◇1층 로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다온리빙 직원 200여 명이 거의 다 내려와 있었다. 구조조정 소문이 도는 터였다. 새 사장 얼굴이라도 보자는 분위기였다.박 팀장이 팀원들을 앞쪽에 세우며 넥타이를 고쳐 맸다.“자리 잡아, 자리. 앞에 서야 눈도장이라도 찍지.”민재가 서윤 옆에 섰다.“긴장돼?”“왜 내가 긴장을 해.”“아니, 그냥. 사장이 바뀌면 분위기도 바뀌잖아.”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로비 정면을 봤다. 임시 단상 위에 마이크가 놓여 있었다. 옆에는 다온리빙 로고가 걸린 배너가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비서로 보이는 여자가
Last Updated : 2026-10-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