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이 새 사장으로 왔다: Chapter 11 - Chapter 15

15 Chapters

11화. 돌아온 견적

서윤은 종이 끝을 쥔 손에서 힘을 뺐다.도현의 손이 바로 앞에 있었다. 서류를 건네면 손끝이 닿을 만큼 가까웠다.“여기 있습니다.”서윤은 흩어진 서류를 포갰다. 제목이 보인 종이를 따로 빼지도, 다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종이를 내미는 동안 도현은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서윤이 끝을 놓은 뒤에야 받아 갔다.손끝은 닿지 않았다. 서윤은 빈손을 무릎 위로 내렸다.도현은 서류를 자료철 안에 넣었다.“감사합니다.”가까이서 들으니 목소리가 낮았다. 서윤은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차가 곧은 길로 들어섰다. 서윤은 무릎 위의 시험표를 내려다봤다. 마지막 줄까지 적었는데도 펜을 다시 꺼냈다.아버지 회사.알고 있던 이름 옆에 처음 보는 말이 붙어 있었다. 서윤이 모르는 도현의 시간이 그 자료철 안에 있었다.펜을 쥔 손가락을 고쳐 잡았다. 옆을 보면 도현의 얼굴부터 살필 것 같았다.「묻지 말자.」“한 대리.”펜 끝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서윤은 고개만 조금 돌렸다.“파일 드리겠습니다.”도현이 빈 파일을 내밀었다. 파일 끝을 받으려던 서윤의 손이 잠깐 머뭇거렸다. 도현의 손가락이 접힌 부분을 잡고 있었다.서윤은 반대쪽을 받았다. 시험표를 끼우고 가방 안에 넣었다.“네.”묻지는 않았다.도현도 자료철을 닫았다. 좌석 사이에 놓였던 서류가 사라졌다. 두 사람의 손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서윤은 무릎 위에 손을 모았다. 도현의 소매 끝이 시야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보이는 거리였다.숨을 천천히 내쉬었다.서윤은 창 쪽으로 몸을 조금 돌렸다.◇3월 17일 오전, 제조사에서 새 견적서가 도착했다.서윤은 외투를 의자에 걸치다 말고 앉았다. 첨부 파일은 수정 견적서와 포장 변경안이었다.옆자리 민재가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왔어?”“응. 포장 비용까지.”“드디어 빈칸 없어지겠네.”서윤은 견적서를 열었다.완성품은 2,000세트 생산 조건이었다. 기존 몸체 금형을 쓰고 뚜껑 체결부만 수정했다. 조립과 기본 포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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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밤의 두 자리

서윤은 메일을 끝까지 읽고 4층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파일을 받친 손가락에 종이 모서리가 눌렸다.설문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은 맞았다. 서윤도 그 말을 했었다.그런데도 화면에서 눈을 떼는 데 조금 걸렸다.사무실에 돌아오자 민재가 의자를 돌렸다.“어떻게 됐어?”“검토 일정은 그대로래.”“원가가 낮아져도?”“실제로 팔린 건 아니니까.”서윤은 파일을 내려놓고 메일을 전달했다. 민재가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그럼 지금 판매부터 하라는 거야?”“품질 확인이 남았어. 그 순서는 못 바꿔.”“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자.”민재가 빈 문서를 열었다.서윤도 의자에 앉았다. 손을 올렸지만 바로 글자를 치지는 못했다.메일에서 읽은 말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틀린 말은 아니야.」서윤은 문서 제목부터 적었다.고객 패널 시험안.◇3월 18일 아침, 서윤은 시험안 첫 장에서 구매 의향이라는 말을 지웠다.옆에 적었던 예상 주문도 지웠다.민재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화면을 봤다.“아예 안 물어보게?”“물어볼 거야. 그냥 사고 싶냐고만 묻지는 않고.”서윤은 빈 용기와 뚜껑을 책상 위에 놓았다. 종이 가격표도 옆에 세웠다.“제품을 써 보고, 가격을 보고, 자기 집에 가져갈 구성을 고르게 할 거야.”“안 고르는 것도 가능하게?”“응. 지금 쓰는 걸 계속 쓰겠다는 선택도 있어야 해.”민재는 뚜껑을 집었다가 내려놨다.“좋다고 해 놓고 가격 앞에서는 안 고를 수도 있겠네.”“그걸 봐야 해.”진행 순서는 간단히 정했다. 평소 쓰는 용기를 확인한 뒤 샘플과 가격을 보여 준다. 마지막에는 선택을 바꾸거나 모두 취소할 수 있게 했다.민재가 마지막 칸을 가리켰다.“여기서 결제는 안 받고?”“안 받아. 주문으로 기록하면 안 돼.”“그럼 매출 증거는 여전히 없네.”“맞아. 매출을 대신할 수는 없어.”서윤은 문서 맨 위에 적었다.비판매형 시험. 결제와 주문 접수는 진행하지 않음.선택한 구성과 구매를 포기한 이유는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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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일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

도현은 태블릿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빈 의자 뒤에 머물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손끝이 의자에서 떨어지는 순간까지 서윤은 보고 있었다.“회사에 온 이유를 묻는 겁니까?”“둘을 다르게 대답할 거예요?”서윤은 책상 모서리에 손을 대지 않았다. 손을 뻗으면 다시 일 이야기로 돌아갈까 봐 망설였다. 손가락을 가볍게 접었다.도현이 입술을 열었다가 닫았다. 대답 전에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워서 들리는 소리였다.“다르게 대답해야 합니다.”“그럼 오늘은 됐어요.”서윤이 몸을 돌렸다. 도현은 붙잡지 않았다. 그런데도 등 뒤에 시선이 남아 있었다.서윤이 의자를 당기기 전에 도현이 다시 말했다.“대답을 피하려는 건 아닙니다.”아까보다 목소리가 낮았다.서윤은 돌아보지 않았다.“지금 못 하는 대답이면 준비해서 해요.”의자에 앉자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반품 비용표가 떠 있었다. 서윤은 글자를 읽으려 했다. 읽던 줄에서 눈이 멈췄다.도현의 손이 태블릿 위에 닿았다. 바로 집어 들지는 않았다. 화면 가장자리에 놓인 손끝이 가만히 있었다.“한 대리.”서윤은 화면을 본 채 기다렸다. 대답하면 목소리가 달라질까 봐 입을 다물었다.“업무가 끝난 뒤에 시간을 부탁해도 되겠습니까?”서윤은 그제야 도현을 봤다. 도현은 태블릿이 아니라 서윤을 보고 있었다.「업무가 끝난 뒤.」그 짧은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목요일에 패널 시험이 잡히면, 결과부터 정리해야 해요.”“그 뒤라도 괜찮습니다.”도현은 재촉하지 않았다. 서윤이 답할 때까지 손도 움직이지 않았다.서윤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그제야 도현이 태블릿을 가져갔다. 책상 위에서 손이 멀어졌다. 서윤은 시선을 화면으로 돌렸다.발소리가 사무실 밖으로 멀어지고 나서야 등받이에 등을 댔다. 짧게 참고 있던 숨이 나왔다.화면 아래로 빵 포장이 조금 나와 있었다.서윤은 남은 빵을 꺼냈다. 포장을 접는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무슨 대답을 하려고.」한 입을 먹고, 식어 버린 물을 마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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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지켜 주는 대신

“재시험을 빼면 수정한 조건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서윤은 승인 메일 옆에 빈 문서를 띄웠다.전화 너머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필수 시험과 추가 조사를 나눠서 보내 주시겠습니까?”“네. 비용이 이미 발생한 항목도 따로 적겠습니다.”“자료를 보내신다고 유지가 확정되는 건 아닙니다.”“알고 있습니다. 같은 항목이 두 번 삭감되지 않게 확인해 주세요.”통화가 끝났다.서윤은 첫 줄에 재시험이라고 적었다. 낙하와 개폐력, 높이가 다른 몸체에 같은 뚜껑을 끼우는 시험. 확인한 것과 남은 것을 나눴다.책상 한쪽에 조사실에서 가져온 샘플이 있었다.큰 몸체 안에서 작은 몸체 두 개를 꺼냈다. 높이는 달라도 입구는 같았다. 뚜껑을 바꿔 끼워도 손끝에 걸리는 감각은 달라지지 않았다.「필요한 것만 살 수 있으면.」기록지에 적힌 말을 다시 읽었다. 서윤은 큰 몸체를 상자에 넣었다.◇3월 21일 아침, 민재는 의자에 앉기도 전에 서윤의 책상을 봤다.“밤에 구성 바꿨어?”“아직 제안이야. 자주 쓰는 크기 두 개로 시작하려고.”서윤은 용기를 민재 쪽으로 밀었다.“규격은 같고 높이만 달라. 뚜껑도 서로 바꾸어 쓸 수 있어.”“단품보다 이쪽이 나아?”“각각 포장하면 처음 사는 가격은 내려가도 비용이 많이 붙어. 두 개를 묶는 안으로 견적 요청했어.”민재가 작은 몸체를 들었다.“구성이 줄어도 공용 뚜껑을 써 볼 수 있겠네.”“응. 나중에 필요한 높이를 더 살 수 있고.”“추가로 살 거라고 계산에 넣은 건 아니지?”서윤이 손익표를 돌렸다.“입문 구성만으로 계산했어. 추가 구매는 따로 검증해야 해.”민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종이 봉투를 내려놓았다.“그럼 이것도 입문 구성.”작은 빵 두 개가 들어 있었다.서윤이 민재를 봤다.“커피만 마셨을 것 같아서.”“아직 물도 안 마셨어.”“더 심하네.”민재는 자기 자리에서 물병을 가져왔다. 서윤은 병을 받고 빵 하나를 꺼냈다.먹는 동안 제조사 회신이 왔다. 두 용기를 묶으면 재료비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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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기다리는 사람의 고백

“월요일은 괜찮아.”서윤이 대답하자 민재가 가방 끈을 고쳐 잡았다.“저녁 먹으면서 얘기해도 되지?”“응. 어디로 갈까?”“너 자주 가는 데. 회사 뒤에 밥집.”“거긴 퇴근 시간에 사람 많잖아.”“안쪽 자리 있으면 앉고. 없으면 다른 데 가자.”평소 식사 약속을 잡을 때 하던 말이었다. 그런데 민재는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았다. 서윤을 한동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월요일에 보자.”서윤도 고개를 끄덕였다.갈림길에서 민재가 먼저 손을 들었다. 서윤은 몇 걸음 가다가 돌아봤다. 민재는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눈이 마주치자 민재가 다시 손을 들었다.서윤은 이번에는 돌아보지 않았다. 가방 끈을 잡고 그대로 걸었다.◇3월 24일, 서윤은 출근하자마자 제조사 메일을 확인했다.재시험 일정은 아직이었다. 승인된 비용 안에서 진행할 항목을 정리했다는 답만 와 있었다.민재가 옆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았다.“답 왔어?”“일정은 오후에 준대.”“고객 자료는 오전에 다시 보낼게. 구매 이력 확인된 것만 먼저 묶었어.”“고마워.”민재는 자리에 앉았다. 서윤은 화면을 조금 당겼다. 두 사람 모두 금요일에 잡은 약속을 꺼내지 않았다.오전 회의가 끝나자 후배가 자료철을 안고 다가왔다.“대리님, 제가 지난주 조사 안내물을 추가 제작비에 넣었는데요.”서윤은 후배가 가리킨 항목을 봤다.&ld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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