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50분이었다. 강보라는 가게 뒷문을 열고, 불을 켜고, 솥 앞에 섰다. 솥은 어제 저녁에 불을 꺼 둔 채로 밤새 뼈를 품고 있었다. 뚜껑을 열자 김이 먼저 올라오고, 그다음에 냄새가 왔다. 보라는 국자를 집기 전에 솥을 보고 작게 말했다."오늘도 잘 부탁한다."아버지가 하던 말이었다. 아버지는 이 말을 할 때 솥 가장자리에 손을 짚었다. 보라는 짚지 않았다. 손을 짚으면 뜨거워서 아버지가 매번 "앗" 하던 것을 어릴 때부터 봐 왔다. 그 "앗"이 없는 새벽이 5년째였다.가스 불을 올리고, 깍두기 통을 꺼내고, 어제 썰어 둔 파를 냉장고에서 내렸다. 손목에 찬 시계를 봤다. 4시 58분. 이 시계는 5분 빠르다. 아버지가 그렇게 맞춰 놓고 썼고, 보라는 아버지 손목에서 풀어 자기 손목에 찬 뒤로 한 번도 바로잡지 않았다. 5분 빠른 시계로 살면 늦는 일이 없었다. 아버지 말이었다.유리문 바깥은 아직 캄캄했다. 새뜰시장 골목에 불이 켜진 집은 보라국밥 하나였다. 방앗간 복순 할머니는 5시 반, 건어물 황씨네는 6시, 생선가게 미자 이모는 그날그날이었다. 보라국밥이 제일 먼저였다. 아버지 때부터 그랬다.유리문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2층 방 월세 놓습니다. 문의는 안에서.» 보라 글씨였다. 붙인 지 한 달이 됐다. 그동안 물어본 사람은 셋이었다. 하나는 방을 보더니 "시장이라 시끄럽겠네요" 하고 갔고, 하나는 월세를 깎자고 했고, 하나는 보라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미자 이모한테 쫓겨났다.「안 나가면 그냥 두지, 뭐.」보라는 그렇게 생각하고 솥을 저었다. 2층 바깥방은 아버지가 쓰던 방이었다. 창이 시장 쪽으로 나 있어서 새벽 장 소리가 다 들렸다. 아버지는 그 소리에 깼고, 보라는 안쪽 방에서 그 소리를 못 들었다. 지금은 보라가 그 소리에 깬다. 바깥방은 비어 있는데도.5시 20분쯤 유리문 밖에 누가 서 있었다. 키가 큰 그림자였다. 보라는 솥을 젓다가 한 번 보고, 다시 솥을 봤다. 문 앞에 서서 안 들어오는 사람은 많았다.
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