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는 “네, 상궁마마.” 하고 대답했다.“근신 방으로 가라. 허락 없이 문밖에 나서지 말 것.”“알겠습니다.”옥상궁은 더 말하지 않았다. 새미는 치맛자락에 묻은 흰 가루를 털고 마당을 가로질렀다. 뒤에서 가희가 한 발 내딛는 소리가 났지만, 옥상궁의 기침에 멈췄다. 보옥은 말없이 새미를 바라봤다. 눈길이 한 번 닿았다가 떨어졌다.근신 방은 별궁 안쪽에 있었다. 새미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문이 닫혔다. 걸쇠가 걸리는 소리가 났다. 새미는 문을 확인하고, 방 가운데에 놓인 작은 상 앞에 앉았다.“3일.”새미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단오까지 남은 날도 3일이었다. 궁 장고의 장은 오늘도 그늘 밑에 있을 테고, 반들거리는 뚜껑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새미가 따로 빼 둔 뚜껑은 사라졌다. 증거를 감추려는 사람이 있는지, 누군가 치운 것뿐인지도 아직 몰랐다.장고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고 해서 장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새미는 손을 펴 상 위를 살폈다. 종이도 붓도 없었다. 근신 방에 들어온 사람에게 그런 것이 있을 리 없었다. 대신 물그릇과 수정과가 놓여 있었다. 수정과 위에는 잣이 몇 알 떠 있었다. 새미는 사발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우선 마셔야지.”목이 말랐다. 새미는 수정과를 조금 마셨다. 계피 냄새가 코끝에 남고, 생강 맛이 혀에 닿았다. 달았다. 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생강을 넉넉히 넣어 끝에 알싸한 맛이 남았다.새미는 사발을 상에 놓고 손가락을 접었다.“하나, 장을 살핀다. 둘, 뚜껑이 바뀐 걸 보인다. 셋, 장고를 옮긴 까닭을 묻는다.”말로 꺼내니 순서가 생겼다. 하지만 장고에 들어가지 못하면 첫째부터 할 수 없었다. 옥상궁에게 다시 말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허락 없이 들어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중전에게 직접 말씀드리면 됐다. 장이 상하는 일은 후보의 처소 안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단오 수라에 올라갈 장이었다. 새미는 장맛을 확인했고, 뚜껑이 바뀐 뒤 습기가 갇혔다는 것도 봤다. 다만 지금 가
최신 업데이트 : 2026-10-2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