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는 세자의 대답을 들은 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상 위의 누룽지 그릇은 비어 있었다. 놋숟가락은 그 옆에 놓여 있었다.“그때 제 대답을 들으셨다고요?”“그렇소.”“초간택에서요?”“그렇소.”새미는 손가락을 접었다. 하나, 둘. 이번에는 셋까지 세었다.“세자께서는 품평을 지켜보셨지만, 제 대답을 들으신 것만으로 저를 붙이신 겁니까?”“내가 그대를 알아본 것은 그때요. 하지만 간택의 결과에 손을 댄 적은 없소.”“저를 알아보셨는데도요?”“알아보았다고 해서 결과를 바꾸지는 않았소. 그대의 답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들렸는지도 내가 정할 일이 아니었소.”“그럼 제가 재간택까지 간 것도, 삼간택 후보가 된 것도 저 혼자 한 일이네요.”“그렇소.”“그때부터 제 편이셨다는 말은요?”“그대가 궁에서 불리한 일을 겪지 않게 살피고 싶었소. 하지만 그대를 붙이려고 평가를 바꾸지는 않았소.”새미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왼쪽 눈썹이 먼저 올라가 있지 않았다. 세자는 웃지 않았다. 새미가 듣고 싶어 하는 말로 꾸미지도 않았다.“왜 그때 바로 말씀하지 않으셨어요?”“그대가 나를 알아보지 못했소. 내가 먼저 말하면 그대가 답을 바꾸거나, 간택을 포기할 수도 있었소.”“전 이미 떨어지려고 했어요.”“알고 있었소.”“알고도 가만히 계셨네요.”“그대가 원하는 일을 대신 정할 수는 없었소.”새미는 무릎 위에 손을 얹었다. 손등의 흉터에 밤바람이 닿았다. 장독대의 뚜껑은 모두 닫혀 있었다. 오늘 낮에 닦은 독마다 물기가 말라 가고 있었다.“그러면 제가 간장 한 종지라고 답했을 때, 바로 아셨겠네요.”“그랬소.”“저를요?”“그대가 했던 말도, 그 말투도 기억했소. 국밥을 건넬 때 그대는 간장 한 종지만 있으면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소. 초간택에서 그 말을 다시 들었을 때, 그날의 아이가 그대라는 걸 알았소.”“저는 그때 아무 생각 없이 말했어요.”“그대는 장 얘기를 할 때 늘 진지했소.”“그 말은 칭찬인가요?”“그렇소.”“제가 귀한 건 간
최신 업데이트 : 2026-10-2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