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는 궁 문 앞에 멈춰 섰다. 문 아래로 보이던 그림자가 단지를 끌어안고 있었다.“밤톨아.”“누나!”밤톨이는 단지를 품에 더 바짝 붙였다. 단지 입구에는 깨끗한 천이 덮여 있었고, 천 위로 새끼줄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옆에 선 강내관이 아이와 단지를 번갈아 살폈다.“단새미 낭자, 이 아이가 씨간장을 가져왔사옵니다. 소인이 먼저 확인하였으나, 봉한 줄은 풀지 않았사옵니다.”“잘하셨습니다. 밤톨아, 단지는 어디서 받았어?”“할매가 줬어. 깨지면 엉덩이 맞는댔어.”“할매가 그런 말도 하셨어?”“응. 그러니까 조심해서 들고 왔어.”밤톨이는 단지를 내놓지 않았다. 작은 팔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새미가 손바닥을 펴 보였다.“누나가 받을게. 안 깨뜨릴게.”“꼭?”“꼭.”밤톨이가 새미에게 단지를 넘겼다. 새미는 밑바닥을 먼저 받쳤다. 단지는 무겁지 않았다. 안에 든 양을 짐작하려고 흔들면 안 됐다. 새미는 손을 고정하고 천의 매듭을 살폈다. 물기나 장이 묻은 자국은 없었다.“할매가 단지 입구를 닦았지?”“응. 나보고 만지지 말랬어.”“잘했네.”새미는 강내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저하께서 장고에 계십니까?”“예. 낭자께서 부르신 뒤로 장고를 지키고 계시옵니다. 다만 이제 소매에 장이 묻어도 놀라지 않으실 것 같사옵니다.”“저하께서 장을 나르셨습니까?”“예. 소인이 말려도 듣지 않으셨사옵니다.”강내관은 잠깐 말끝을 삼켰다. 세자의 소매는 걷혀 있고, 장고 바닥에는 옮겨 둔 독이 남아 있었다. 강내관은 허리도 아팠다. 그 가운데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장독이 아니라 세자의 옷이었다.“새미야, 장고에 가야 해?”밤톨이가 물었다.“그래. 이 장이 있어야 독들을 살릴 수 있어.”“그럼 나도 갈래.”“밤톨이는 궁 안에 들어올 수 없어.”“문 안쪽까지만 가면 안 돼?”“안 돼. 여기서 기다려야 해.”밤톨이는 입술을 내밀었다. 새미가 단지를 강내관에게 건넸다.“이 단지는 제가 들겠습니다. 밤톨이가 가져온 단지라는 걸 할매께 알려
최신 업데이트 : 2026-10-2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