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장독대 앞에 쪼그려 앉았다. 지난번에 장맛을 본 작은 나무 숟가락이었다. 허리춤에서 꺼내 손바닥에 올리자, 손등의 얕은 흉터 두 개가 옹기 표면에 비쳤다.7월 26일 아침이었다. 밤새 내린 이슬이 독 뚜껑에 맺혀 있었다. 끝분은 마른 행주로 뚜껑을 닦고 새미가 고른 독 세 개를 차례로 열었다.“이쪽이 1년 묵은 장, 가운데가 2년, 저쪽이 3년이제?”“예. 장부에 적힌 담근 날도 맞아요.”“그럼 됐다. 적힌 것만 믿을 일은 아니지만, 적힌 것부터 틀리면 맛볼 것도 없당께.”새미는 장부를 독 옆에 펼쳤다. 끝분이 쓴 글씨는 굵고 또렷했다. 담근 날과 메주를 띄운 때, 소금을 넣은 양이 차례로 적혀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안 손끝에 먹물이 묻었다.끝분은 깨끗한 그릇 세 개에 장을 조금씩 덜었다. 새미는 맛숟가락을 물에 씻어 닦았다. 장맛을 볼 때마다 숟가락을 씻지 않으면 앞맛이 다음 장에 묻었다.“할매, 세 장을 한꺼번에 맛보면 순서를 바꿔도 알 수 있을까요?”“알아도 헷갈리겄지. 혀가 먼저 맛본 걸 기억하니께.”“그럼 순서를 바꿔 볼까요?”“그것도 해 봐야제. 네가 맞히는 것보다 장이 품평에 나갈 수 있냐가 더 중요하잖여.”새미는 첫 그릇을 당겨 왔다. 장을 숟가락 끝에 조금 묻혀 혀에 댔다. 짠맛이 먼저 닿았고, 뒤이어 메주 냄새가 났다. 아직 맛이 가벼웠다. 새미는 숟가락을 씻고 다음 그릇을 들었다.이번에는 입안에 단맛이 조금 오래 남았다. 짠맛은 첫 장보다 둥글었고, 콩의 고소한 냄새가 뒤에 붙었다. 새미는 눈을 감고 한 번 더 맛봤다.“2년 장입니다.”“왜 그리 생각했냐?”“첫 장보다 짠맛이 덜 날카롭고, 메주 냄새가 조금 가라앉았어요. 아직 뒷맛이 길지는 않습니다.”끝분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아니라고 하지도 않았다. 새미는 마지막 그릇을 들었다. 장이 혀에 닿자 먼저 짠맛이 퍼졌다. 그 뒤에 단맛이 천천히 따라왔다. 짠맛이 사라진 자리에는 콩 냄새와 볕에 말린 독의 냄새가 남았다.새미는
최신 업데이트 : 2026-10-2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