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전하……!"정 대감이 손목을 빼내며 황급히 엎드렸다.그 뒤로 하리들도 줄줄이 무릎을 꿇었고, 바닥에 떨어진 등롱이 데굴데굴 굴러 서가 다리에 걸렸다.이현은 엎드린 정 대감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이 야심한 시각에, 좌상께서 문서고에는 무슨 일이시오.""승, 승정원 일을 살피러…….""좌의정이 몸소 열쇠를 들고?""……요즘 하리들이 게을러, 신이 몸소…….""부지런하시구려."이현의 목소리는 물 흐르듯 담담했다.그 담담함에, 엎드린 하리들의 등이 하나같이 움츠러들었다."짐도 마침 잠이 오지 않아 궐을 걷던 참이오. 문서고 담장 밑에서 병든 닭이 울기에 와 보았더니, 좌상이 짐의 의녀를 치고 있더군."담장 밖 어딘가에서 연이가 딸꾹질하듯 헙, 하는 소리가 난 것 같았다.정 대감이 이마를 바닥에 붙였다."신이 이 의녀를 도둑으로 오인하여…….""오인했으면 물러가시오. 아, 그리고."물러나려던 정 대감의 등이 굳었다."내일 아침, 내의원 약재고에서 사라진 부자 반 근 일로 내의원 제조와 함께 편전에 드시오. 좌상께서 이리 부지런하시니, 짐이 믿고 맡길 만하겠소."정 대감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예, 전하."바닥에 나뒹군 등롱도 줍지 못한 채 물러가는 정 대감은, 서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다만 곁을 스치는 순간, 빳빳한 관복 소매가 그녀의 손등을 긁듯이 훑고 지나갔다.얼음장 같은 비단이었다.하리들까지 모두 물러간 문간으로 복내관이 숨을 몰아쉬며 뛰어 들어왔다."전, 전하……! 헉, 헉…… 잠이 안 와 궐을 걸으신다더니, 걷는 분이 어찌 그리 뛰십니까……!""복내관.""……예, 전하.""조용히."복내관이 입을 꾹 다물고는, 서의를 힐끔 보더니 슬그머니 문밖으로 물러났다.둘만 남은 문서고에서, 서의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봤을까.'궤를 열었던 것을.아니, 처음부터 어디까지 보고 있었던 걸까."다친 데는.""……없사옵니다.""뺨이 부었구나.""괘념치 마시옵소서. 말단 의녀
Last Updated : 2026-11-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