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감의 눈썹이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앉았다.의금부가 제 발로 와서 데려가겠다는데,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그래, 데려가거라. 단단히 신문하고.""예, 대감. 아, 그리고."허진이 고개만 돌려 뒤에 선 나졸들에게 손짓했다."시신도 모셔라. 의금부 사건의 증좌니까."나졸들이 들것을 펴고 옥분을 조심스레 옮겨 싣는 동안, 정 대감의 입가가 굳어 갔다.의금부로 넘기라 명한 것은 그 자신이었으니, 시신만 두고 가라 할 명분이 없었다.정화가 부채를 펼쳐 입가를 가렸다."어머, 시체까지? 의금부는 일도 꼼꼼하구나.""꼼꼼한 것이 의금부가 녹을 받는 값이옵니다, 마마."싱긋 웃으며 허리를 숙인 허진이, 서의의 팔을 붙든 채 마당을 나섰다.팔을 감싼 그 손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문서고에서 그녀의 팔을 뒤로 꺾던 하리들의 손과는 달리, 뿌리치면 언제든 놓아줄 것 같은 손이었다.의금부 직방은 대궐 서쪽 궐담 밑에 붙어 있었다.궐 안에서 일어난 죄를 먼저 붙드는 당직청이었다.직방 마당에 들어설 때까지, 허진은 서의를 결박하지 않았다.곁방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나졸 하나가 머뭇거리자, 그는 반대쪽을 가리켰다."뒤 곳간으로.""도사 나리, 신문은…….""시신부터 보고. 산 사람은 기다릴 수 있어도, 죽은 사람은 하루가 다르게 말을 잃거든."직방 뒤편, 볕 한 줌 들지 않고 축축한 흙내가 밴 곳간 하나가 검시실로 쓰이고 있었다.돌벽에서 찬 기운이 배어 나왔고, 들기름 등잔 옆에 식초 단지와 은비녀, 검험 때 쓰는 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나졸들이 옥분을 평상에 내려놓고 물러가자, 허진은 문을 닫고 벽에 등을 기댔다."앉으시오. 아니, 의녀는 앉으라 해도 시신 곁에 먼저 가겠구려.""……어찌 소인을 데려오셨사옵니까.""의금부도 이 일을 쫓고 있었으니."허진이 소매에서 꺼낸 접힌 종이 몇 장은, 복례와 순덕의 검안서를 옮겨 적은 사본이었다.그녀의 글씨를 베낀 서리의 글씨가 서툴게 줄지어 있었다."세답방 복례, 소주방
Zuletzt aktualisiert : 2026-11-01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