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뭐라고 쓰여 있어요?"고개를 들이미는 연이 앞에서, 서의는 팽이를 손바닥 안에 접어 쥐었다."……아무것도. 흠집이다."팽이를 무명에 다시 싸 소매 깊숙이 넣었다.손이 떨리지 않도록, 손목에 힘을 주었다.'아직이야.'꺾이려는 무릎을 버티며, 서의는 금란의 굳은 손을 붙잡았다.죽은 이의 손이, 산 사람의 손보다 단단했다.'아직은 무너지면 안 돼.'"시신을 의녀청 검시실로 옮기거라. 표주박과 보따리도 함께. 내 눈앞에서 하나도 흘리지 말고."군사들이 들것을 펴는 동안, 서의는 협문 앞 흙바닥을 살폈다.금란이 쓰러진 자리에서 협문까지는 이슬 젖은 흙바닥 위로 10걸음 남짓이었다.몇 걸음만 더 갔으면, 금란은 궐 밖 길 위에서 쓰러졌을 것이다.궐 밖에서 죽은 나인은 궐의 검험을 거치지 않는다.길에서 객사한 나인으로 적히고, 보따리는 길바닥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을 터였다.독을 탄 손이 셈한 것보다, 비상이 조금 빨리 돌았다."연이야.""네, 스승님.""오늘 본 팽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금란이 조카에게 주려던 것이다. 그리 알거라."눈을 끔뻑이는 연이의 얼굴에 무언가 더 묻고 싶은 기색이 어렸지만, 서의의 얼굴을 보더니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들것이 검시실 문턱을 넘기도 전에, 낯익은 짤랑거림이 회랑 끝에서 다가왔다."비상 중독이라지. 약재고 비상이 빈 일과 엮인 시신이니, 내의원이 거두어 가겠네."남궁도가 하리 2명을 앞세우고 웃으며 섰다.서의는 들것 앞으로 나서서, 소매에서 상아 패를 꺼내 들었다."검안 차비이옵니다, 나리. 이 시신의 검안이 끝나기 전에는 누구도 손대지 못하옵니다."남궁도의 눈이 패 뒷면의 어압에 닿았다.웃음은 그대로였는데, 열쇠 꾸러미를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솟았다."……전하께서 귀한 것을 내리셨구먼."하리들에게 턱짓하고 돌아서기 직전, 남궁도의 눈이 들것 끝에 얹힌 금란의 보따리에 한 번 닿았다가 떨어졌다.검시실에서 서의는 검안서를 써 내려갔다.침방 나인 금란,
Zuletzt aktualisiert : 2026-11-01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