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 나는 네 사랑이 필요 없어
H시 상류층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차갑기로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로 유명한 백씨 가문 도련님이 한 여자를 위해 자신의 집안은 물론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놓았다는 사실을.
훗날 그 도련님은 바라던 대로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고,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그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전해졌다.
그 여자는 바로 나였다.
나는 우리가 앞으로도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휴대폰으로 갑자기 동영상 하나가 전송되어 왔다.
화면 속에는 한 남녀가 서로 뒤엉킨 채 몸을 섞고 있었다.
백연우의 억눌린 숨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유난히 거칠게 흘러나왔다.
[자기야, 너 정말 좋은 냄새 난다.]
여자는 마지못해 백연우를 밀어내는 듯하면서도 연신 교태 섞인 신음을 흘렸다.
나는 황급히 화면을 꺼버렸다.
새까맣게 꺼진 화면에는 눈물로 젖은 내 얼굴이 비쳤다.
나와 백연우는 학창 시절부터 결혼까지, 15년 동안 한결같이 서로 사랑하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잉꼬 부부로 살아왔다.
하지만 실제 삶이 어떤지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나였다.
백연우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변했다는 것을.
백연우는 내가 직접 골라 준 자신의 비서와 사랑에 빠졌다.
내 눈에는 티끌 하나도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백연우의 생일날, 내가 그에게 준 선물은 ‘영원히 서로의 삶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