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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3년의 장거리 연애,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야근하며 간신히 시간을 내어 남자친구를 보러 갔을 때, 그는 연락 두절이었다. 낯선 타지에서 혼자 꼬박 열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늦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절친의 생글거리는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나연아, 깜짝 놀랐지! 내가 너보다 먼저 부용시를 싹 훑어봤는데 정말 환상적이더라. 주천우 가이드 완전 백 점 만점에 백 점이야!” 그녀는 눈치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늘어놓았다. 마치 주천우의 휴대폰 화면에 찍힌 서른 통의 부재중 전화는 아예 보지도 못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춥다고 웅얼거리자, 그제야 주천우가 전화를 넘겨받아 차갑게 용건만 던졌다. “먼저 얘 호텔에 데려다주고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그의 일방적인 통보에 내가 문득 물었다. “너 내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주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차갑게 대꾸했다. “네 단짝이잖아. 겨우 이런 일로도 샘을 내야겠어?” 대놓고 나를 탓하는 목소리에 더는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제경시로 돌아가는 카풀 차량이 도착했다. 기사는 내 모습을 힐끔 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건넸다. “아가씨,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이라 이 부근은 치안이 무척 험해요.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아가씨를 이런 곳에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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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칸의 운명의 짝

라이칸의 운명의 짝

「이것 봐… 우리 숨소리만 들어도 벌써 젖어 있어. 준비됐다고. 이제 저 치마를 찢어발기고 깊숙이 박아넣기만 하면 돼.」 「여기 캠페인 최종 이미지들입니다.」 그녀가 슬라이드를 넘기며 말했다. 「선택된 슬로건은 ‘커브 속의 자유’예요. 관능, 속도, 통제를 결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새 컨버터블의 세 가지 기둥이죠.」 드미트리가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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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환생

잔인한 환생

“이 모델, 엄청 예쁜 건 아닌데 분위기가 청순하다. 누군지 모르겠네.” 한가을은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옮겼다. 거대한 전광판에는 서한 그룹의 신제품 ‘비러브드’시리즈 주얼리 광고가 상영되고 있었고 그 주인공은 임유라였다. 그중에서도 눈부시게 빛나는 반지는 그룹이 특별 제작한 100주년 기념 소장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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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위험한 사랑

전쟁보다 위험한 사랑

“이... 이게 어떻게...” 선우유미의 화염 채찍이 온전하게 나무 상자 안에 놓여 있었다. 아니, 끊어진 부분에는 금실로 날아오르는 독수리 무늬가 수놓아져 있었다. 수놓은 그림이 너무 생생해 마치 진짜 수컷 독수리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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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봄날

그녀가 집에서 화초를 가꾸며 섬세하고 인내심 있으며 부드럽고 얌전한 모습, 그녀가 주방에 서서 앞치마를 두르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을 씻고 수프를 만드는 모습, 그녀가 소파에 앉아 불빛에 비친 채 텔레비전을 보며 눈웃음을 머금고 있는 모습, 고요한 오후, 그녀가 책을 들고 정원의 등나무 의자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 도리대로라면 그 3년 동안 나상준은 차우미를 신경 쓰지 않았고, 이런 기억도 있어서는 안 되는데, 이상하 게도 그들이 이혼한 후부터 이런 기억들이 점차 뚜렷하고 진실하여져서 마치 어제 일어난 일 같다. “윙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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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속의 잃어버린 사랑

눈길 속의 잃어버린 사랑

마침 주방에서 새우를 한판 가득 들고나오던 엄마도 내 손에 들린 케이크를 보더니 말했다. “그 케이크는 규연이가 물리 경시대회에서 1등 한 거 축하하려고 사 온 거야? 네가 어떻게 알았어?” 역시는 역시였다. 내 생일이라서 차려진 밥상이 아니라 허규연의 물리 경시대회 1등을 축하하기 위해 차려진 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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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도플갱어

안녕, 나의 도플갱어

기억은 뿌연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고, 당연히 그와 나누었던 뜨거운 키스 역시 꿈결의 조각처럼 흩어져 있었다. 당혹감에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던 은재의 시선이 작은 TV 위로 향했다. 그곳에는 주인 없는 물건처럼 실버 링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어…?” 은재는 홀린 듯 다가가 반지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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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경계

영혼의 경계

셋. “또 나뉘었어!” 채아가 외쳤다. 류현이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본체는 하나야.” “어떻게 알아?” “기운이 달라.” 류현은 손을 들어 올렸다. “오른쪽 두 개는 가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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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속의 칼날

햇빛 속의 칼날

옥에서 오 년간 고초를 겪은 끝에 정시월은 마침내 풀려났다. 옥문이 열리고 그녀가 가장 먼저 마주한 사람은 바로 서정호였다. 그는 검은색 친왕 예복을 걸친 채 윤기가 흐르는 준마 위에 올라타 있었는데, 꼿꼿한 자태는 마치 곧게 뻗은 소나무 같았다. 하지만 정시월의 마음에는 더 이상 한 점의 파문도 일지 않았다. 정시월은 시선을 거두고 상대를 완전히 외면한 채,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말 옆을 돌아 그대로 떠나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창을 든 호위병 무리가 양옆에서 갑자기 몰려나와 정시월의 앞을 가로막았다. "죄인 정시월은 성지를 받들라!" 정시월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죄인 정시월은 과거 육황자를 해친 죄가 명백하며, 증거 또한 확실하다! 본래라면 즉시 참형에 처해야 하나, 그 아비인 정택 장군이 과거 세운 전공을 참작하여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옥에 오 년간 가두는 것으로 형을 감하셨다!" "이제 형기가 끝났으나, 한비마마께서 아들을 잃은 슬픔은 오 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옥에서 성문까지 십 리에 걸쳐 붉게 달군 숯을 깔았으니 죄인 정시월은 맨발로 그 길을 끝까지 걷는 걸 명한다. 그래야만 육황자의 넋을 위로하고 그 죄가 비로소 사라질 것이다!" '십 리의 숯불 길을 맨발로 걸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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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아이의 봄

멈춘 아이의 봄

빨리 와서 봐 줘! [무슨 얘기든 집에 가서 하자. 다유가 키우고 있는 까미가 아프다니까 먼저 가 봐야 해. 끊을게.] “유준용!” 전화에서는 차가운 종료음만 이어졌다. 차갑고 창백한 지나의 작은 얼굴을 보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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