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규칙

괴담 규칙

作家:  은지수連載中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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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미스터리

공포물

지혜로운

책빙의

반전

먼치킨

선하윤은 [호러 강림]이라는 소설 속으로 들어갔다. 사흘 뒤 위어드 월드가 강림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을 위해 수십억의 지전과 공물을 태웠다. 위어드가 강림하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생존자가 되었다. 던전이 열리고 위어드가 득실거리는 이곳, 선하윤은 던전을 통과하고 이 세상의 진실을 탐구해야 했다. 스위트홈 괴담 오픈. [스위트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행복한 가정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다음 룰을 반드시 준수하고, 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룰을 어기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당신은 엄마의 착한 딸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엄마는 당신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사랑에는 잘못이 없어요. 비록 그 방식이 옳지 않더라도.] [함부로 맹세하지 마세요. 가족들이 당신에게 기대를 품게 될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집은 따뜻한 안식처이며 가족들은 언제나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반골 기질의 선하윤은 온 가족에게 두툼한 돈 봉투를 건네고 인사를 마친 뒤 집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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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제1화 던전속으로

“사장님! 헤븐 뱅크에 있는 지전들 전부 다 주세요!”

여수당 사장은 뽀얀 얼굴의 앳된 여자를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어린 나이에 장례를 치르러 온 것도 신기한데 슬픈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다니 정말 드문 일이었다.

사장은 느긋하게 담뱃재를 털며 물었다.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전부요!”

선하윤은 잠시 숨을 고르며 강조했다.

“헤븐 뱅크 로고가 찍힌 거라면 싹 다 주세요!”

“전부 다요?”

사장은 망설였다. 그의 가게는 정식으로 허가받은 곳이라 지전 품질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싸구려 물건만 취급하는 다른 가게들과 달리 지전의 미관을 위해 헤븐 뱅크 로고가 찍힌 제품만 들이기 때문이다.

헤븐 뱅크 지전은 상표 등록이 되어있고 지역 회사에서 일괄 생산하는 믿고 사는 제품이며 창고 전체가 다 그런 제품들뿐이었다.

사장은 담배를 끄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너무 많지 않을까요?”

“아니요, 있는 대로 다 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

선하윤은 곧장 폰뱅킹을 열어 사장에게 잔액을 보여주었다.

9자리 숫자의 잔액을 확인한 사장은 눈이 번뜩였다.

‘돈 되는 일을 놓치면 바보지.’

사장은 즉시 직원들을 불러 선하윤에게 물건을 내주라고 지시했다.

그는 감탄을 연발했다.

“젊은 분이 효심도 깊네요. 그 돈이면 우리 가게 물건을 싹쓸이할 수 있겠어요.”

“카드에도 돈 있으니 다른 창고에서 가져올 수 있다면 얼마든 다 주세요.”

“있다마다요.”

사장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전화해서 재고 다 가져올게요.”

돈이 대수일까? 목숨이 더 중요한 법이지.

게다가 그녀는 지금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바꾸고 있는 셈이었다.

선하윤은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진열대에는 백중날 제사에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세련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맞춤형 물품들로 진열돼 있었다.

소설 속 묘사를 떠올린 그녀는 진열대에 놓인 공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장님, 이것들도 전부 주세요.”

사장은 내심 의아했다.

‘저걸 다? 과연 쓸 수 있을까?’

하지만 프로 정신을 발휘하여 그녀의 물건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한편 선하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지전과 공물들은 조상에게 바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얼마 전 그녀는 자신이 [호러 강림]이라는 소설 속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엑스트라로.

이야기 전개에 따르면 사흘 뒤에 전 세계가 공포로 들끓는 지옥으로 변하게 된다.

평범한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공포가 가득한 던전에 발을 들여놓게 되며 룰을 잘 이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에 오염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때 지전은 위어드 월드에서 유일하게 통용되는 화폐가 되며 헬로 머니로 불린다.

헬로 머니 사용 규칙은 다음과 같다.

[헬로 머니에는 반드시 헤븐 뱅크 로고가 찍혀 있어야 한다.]

[헬로 머니를 태우기 전에 자신을 위해 향 세 개를 피워야 한다.]

[공포라 불리는 위어드 강림 전, 백중날에만 자신에게 태울 수 있다.]

다행히 내일이 바로 백중날이라 그녀는 이 마지막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만 했다.

선하윤은 연달아 여러 장례용품 가게를 털어 지전을 싹쓸이했고 짐은 픽업트럭 수십 대에 가득 실릴 정도였다.

짐꾼들은 그녀의 짐을 트럭에 싣고는 혀를 끌끌 찼다.

‘살림하기엔 글렀네. 저런 여자는 어서 걸러야 해.’

아무리 지전라고는 하지만 저렇게 사재기하다가는 전 재산을 날릴 지경이었으니까.

그 시각, 선하윤은 코트 주머니 안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사흘 뒤 위어드 월드가 강림하지 않는다면 남은 인생 동안 이 세상에서 빚이나 갚으며 살아야겠지...

백중날.

선하윤은 모든 트럭 기사에게 지전를 자정 전에 백석산으로 가져다 달라고 지시했다. 그곳은 인적 드문 외딴곳이었다.

기사들은 짐을 내리자마자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 했다.

검은 까마귀가 맴돌고 헐벗은 산봉우리와 산더미처럼 쌓인 지전과 장례용품들, 심지어 선하윤이 두 팔로 그 물품들을 꼭 안고 있으니 누구라도 속으로 재수 털린다고 구시렁댔을 것이다.

하지만 선하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휘발유를 붓고 조용히 기다렸다. 시곗바늘이 정확히 12시를 가리키자 그녀는 얼른 자신에게 향을 피웠다.

신성한 향로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윽한 향냄새는 마치 영혼 깊숙이 스며들 듯 선하윤에게 전에 없던 평온함을 선사했다.

백석산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고 온통 새하얀 바위투성이였다.

향이 모두 타들어 가자 선하윤은 빠르게 불을 지펴서 종이 더미에 던졌다.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으로 번졌다.

그녀는 다치지 않도록 바람을 등지고 서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봤다.

녹색 빛을 뿜어내는 광경에 선하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굳이 지전를 뒤적여 불을 붙일 필요도 없이 활활 타올랐으니까.

거센 불씨에 얼른 다른 물품들도 모조리 불 속에 내던졌다.

이것들은 전부 공물이라 불린다.

소설 속 기억에 따르면 공물 사용 규칙은 다음과 같았다.

[공물은 오염되지 않지만 파괴될 수 있다.]

[위어드 강림 전 자신에게 바칠 수 있다.]

[위어드 강림 후에는 사고팔거나 선물할 수 있다.]

[공물은 소유자에게 충성한다.]

이는 곧 세상이 멸망한 후 선하윤이 태운 모든 것들이 실체화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 중요한 것은 공물이 오염되지 않기에 공포가 들끓는 세상에서 그녀에게 일시적인 휴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밤새도록 모든 것을 태우고 난 후, 선하윤은 손가락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향냄새를 맡았다.

온통 엉망진창이 된 재투성이 바닥을 보며 그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청소 업체에 연락했다. 곧이어 업체에 부탁해 백석산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월세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멍한 얼굴로 컴퓨터를 켰다. 예전에 읽었던 [호러 강림]과 위어드 관련 내용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온통 귀신 이야기뿐이었고 [위어드]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선하윤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머리를 뒤로 젖혔다.

만약 소설 속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타임머신이었다면 그녀는 팔아버린 캠핑카와 긁어 댄 신용카드 빚 때문에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왜 아무 흔적도 없지? 정말 아무런 사전 징후 없이 한순간에 멸망하는 거라고?”

천장의 형광등이 눈부시게 빛나는 가운데 전화벨이 울렸다.

“하윤아, 곧 기말고사인데 왜 학교에 안 나오는 거야?”

전화를 건 사람은 선하윤의 단짝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정리아였다.

선하윤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일부러 연약한 척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몸이 안 좋아서 며칠 휴가 내야 할 것 같아.”

어차피 내일이면 세상이 멸망할 텐데...

그때가 되면 아무도 학교에 가지 않을 것이고 선하윤이 정말로 휴가를 냈는지 아닌지 신경 쓸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단짝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에 정리아는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괜찮아? 나도 그럼 휴가 내고 너 보러 갈까?”

비록 빙의한 몸이지만 선하윤은 원래 주인이 가지고 있던 모든 기억을 물려받았기에 정리아에게도 애정이 있었다.

“아냐, 괜찮아. 공부가 우선이지. 나 금방이면 나을 거야.”

선하윤이 관심 조로 말했다.

“리아야, 내일 주말이니까 집에서 열심히 복습하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 그리고... 주변 환경에 변화가 생기거나 이상한 쪽지를 발견하면 신중하게 판단하고 절대 장난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

정리아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왠지 섬뜩해지잖아.”

“우리 친구 맞지?”

정리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럼 날 믿고 종이로 만든 공예품을 미리 사 둬. 공물 같은 거로다가. 아, 그리고 향을 세 개 피우고 태워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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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던전속으로
“사장님! 헤븐 뱅크에 있는 지전들 전부 다 주세요!”여수당 사장은 뽀얀 얼굴의 앳된 여자를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어린 나이에 장례를 치르러 온 것도 신기한데 슬픈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다니 정말 드문 일이었다.사장은 느긋하게 담뱃재를 털며 물었다.“얼마나 필요하신데요?”“전부요!”선하윤은 잠시 숨을 고르며 강조했다.“헤븐 뱅크 로고가 찍힌 거라면 싹 다 주세요!”“전부 다요?”사장은 망설였다. 그의 가게는 정식으로 허가받은 곳이라 지전 품질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싸구려 물건만 취급하는 다른 가게들과 달리 지전의 미관을 위해 헤븐 뱅크 로고가 찍힌 제품만 들이기 때문이다.헤븐 뱅크 지전은 상표 등록이 되어있고 지역 회사에서 일괄 생산하는 믿고 사는 제품이며 창고 전체가 다 그런 제품들뿐이었다.사장은 담배를 끄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게... 너무 많지 않을까요?”“아니요, 있는 대로 다 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선하윤은 곧장 폰뱅킹을 열어 사장에게 잔액을 보여주었다.9자리 숫자의 잔액을 확인한 사장은 눈이 번뜩였다.‘돈 되는 일을 놓치면 바보지.’사장은 즉시 직원들을 불러 선하윤에게 물건을 내주라고 지시했다.그는 감탄을 연발했다.“젊은 분이 효심도 깊네요. 그 돈이면 우리 가게 물건을 싹쓸이할 수 있겠어요.”“카드에도 돈 있으니 다른 창고에서 가져올 수 있다면 얼마든 다 주세요.”“있다마다요.”사장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지금 바로 전화해서 재고 다 가져올게요.”돈이 대수일까? 목숨이 더 중요한 법이지.게다가 그녀는 지금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바꾸고 있는 셈이었다.선하윤은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진열대에는 백중날 제사에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세련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맞춤형 물품들로 진열돼 있었다.소설 속 묘사를 떠올린 그녀는 진열대에 놓인 공물을 가리키며 말했다.“사장님, 이것들도 전부 주세요.”사장은 내심 의아했다.‘저걸 다? 과연 쓸 수 있을까?’하지만 프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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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스위트홈
정리아가 의아한 듯 물었다.“그건 왜?”“시험 잘 보라고, 앞으로 승진하고 돈도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거지.”“하지만...”“됐고!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좋은 대학 가고 싶으면. 그리고 명심해. 매사에 냉정하게 꼼꼼하게 신중하게 대처해야 해. 아무나 믿지 말고.”말을 마친 선하윤이 전화를 끊었다.정리아는 선하윤이 시험을 잘 보라고 격려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친구가 한 말이 어쩐지 효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밑져야 본전이니까.정리아는 교과서를 한 벌 더 사서 자신에게 태워주기로 결심했다.선하윤은 룰 오브 괴담의 출현에 관해 설명할 수도, 룰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줄 수도, 또 심지어 지전를 태우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선의의 조언뿐이었다.정리아가 자신이 말한 대로 할지 안 할지는 더이상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호러 강림]이라는 소설은 그저 공포의 세계가 강림하기 전에 선하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줄 뿐이었다. 위어드가 강림한 후에는 던전마다 룰이 다르고 서로 참고할 만한 내용도 없다.던전의 난이도는 제각각이지만 위어드가 강림한 후에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또한 각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인원 제한이 적을수록 던전은 쉬운 법이다.선하윤은 정리아에게 함부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호러 강림]이라는 소설에서 집에 있으면 3분의 1의 확률로 [스위트홈] 던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스위트홈]은 1인 던전이라 난도가 낮고 던전 보상으로 위어드 아이템을 얻을 확률도 있다.또한 초반 던전으로서 평범한 사람도 룰을 더 잘 이해하고 위어드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물론 이에 따르는 대가도 크다.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하니까.하지만 밖에 나가면 높은 확률로 다인 던전에 들어가게 된다. 다인 던전은 난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무모하게 행동하는 팀원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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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온라인수업
선하윤의 뇌리에 떠오른 생각과 동시에 하얀 연기 속에서 공물 카드가 나타났다.그건 바로 바셰론 콘스탄틴 4605F 오토매틱 시계.선하윤은 시계를 손목에 찼는데 강렬한 붉은색 가죽 시곗줄과 다이얼 안쪽에 박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유독 눈에 띄었다.시계는 정확히 9시 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긴장으로 굳어 있던 선하윤의 표정이 그제야 살짝 풀렸다.‘그래도 쓸모없어 보이는 사치품을 잔뜩 태워서 참 다행이야.’이 방에는 창문이 없어 책을 펼쳐 들고 있자니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또한 책에 적힌 글자들도 그저 엉망진창인 귀신 낙서였다.선하윤은 책을 뒤적거리다 그 안에 끼워진 연애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편지를 펼치자 그제야 알아볼 수 있는 글자가 나타났고 단정한 글씨체에서 진심 어린 사랑이 느껴졌다.「너랑 함께 쏟아지는 별똥별의 찬란함을 보고 싶고, 초봄에 끓인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고 싶어. 그리움에 관련된 책도 한 권 읽고 싶고... 나랑 함께해 줄래?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부담되고 좋아한다는 말은 너무 가벼워서 아껴두기로 했어. 그림 실력이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야.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내가 본 모든 풍경 속에 너를 담아둘 텐데.]맨 밑에는 [곰돌이가]라고 적혀져 있었다.선하윤은 문득 세 번째 룰이 떠올랐다.[당신은 착한 아이입니다. 착한 아이는 이른 연애를 금지해야 합니다.]이 편지는 반드시 숨겨야 한다. 아빠와 엄마에게 들키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그렇다면 편지를 어디에 숨겨야 할까?그녀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다.쓰레기통이 텅 비어 있어서 함부로 버렸다가는 너무 눈에 띌 것이다.칠흑같이 어두운 침대 밑, 선하윤은 왠지 모르게 그 어둠 속에 섣불리 손을 뻗어서는 안 된다는 직감이 들었다.책장에는 책이 가득했는데 그중에서 눈에 띈 건 [고양이 생활 습관 가이드]라는 책이었다.책갈피는 블랙캣을 안고 있는 소녀의 사진이었다.룰에 따르면 엄마는 동물에 관한 모든 것을 혐오하므로 그 책을 펼쳐볼 확률은 매우 낮았다.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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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발코니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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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건강식품
선하윤은 점심을 먹지 못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엄마는 집안일을 마치자 부엌으로 들어가 저녁 준비를 했다.검은 머리카락이 얼굴 절반을 가린 채 냉장고에서 랩으로 쌓인 흰색 통조림을 꺼냈는데 총 네 개였다.엄마는 통조림 안의 내용물을 접시에 쏟아붓고 있었다.선하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보았다. 통조림 겉면에는 [채식 세트], [육식 세트], [국물 세트]라고 적혀 있었다.그녀는 문득 룰 10조와 11조를 떠올렸다.[냉장고 안에 있는 고기는 이미 상했으니 먹지 마세요. 만약 실수로 이 룰을 어겼다면 즉시 화장실에 가서 토하세요.][건강식품은 안전합니다. 건강식품을 많이 먹으면 몸에 좋습니다. 명심하세요. 당신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건강식품입니다!]이 건강식품은 분명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채소나 과일이 아닐 것이다.선하윤은 네 개의 통조림 겉면에 건강식품이라고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엄마, 저녁에는 건강식품 먹고 싶어요.”별안간 요리하던 엄마의 손이 멈추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요리도 안 하면서 반찬 투정하는 거 아냐!”거절당한 선하윤은 풀이 죽었다.엄마는 자신이 만드는 음식이 건강식품이라고는 하지 않았고 단지 반찬 투정을 하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이는 곧 엄마가 건강식품을 만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래도 저는 건강식품을 먹고 싶은데요. 몸이 안 좋아서 점심도 못 먹었잖아요.” 선하윤은 불쌍한 척 약한 모습을 보이며 손을 배에 얹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정말 못 말린다니까. 맨날 건강식품 타령이야. 고작 점심 한 끼 안 해줬다고 배 아파서 밥을 안 먹어? 아빠가 항상 널 너무 오냐오냐해서 버릇 나빠진다고 하는데. 그럼 어떡해? 엄마는 널 너무 사랑하는데.”[엄마는 당신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사랑에는 잘못이 없습니다. 비록 그 방식이 옳지 않더라도.]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효과가 있었다.엄마는 냉장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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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공포의 노크
아홉 번째 룰은 세 문장으로 나뉘어 있고 블랙캣을 죽이는 처벌 방식 역시 매우 의심스러웠다.자세히 관찰해보니 집 안에는 부엌에만 쓰레기통이 있었다.한편 엄마는 하루 세끼를 부엌에서 준비한다.고양이를 싫어하고 털 한 올만 보아도 오염이 심해지며 혹여나 고양이의 사체를 본다면 더 심각한 이질화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블랙캣이 남겨둔 앨범을 펼친 순간, 선하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숨결마저 가빠졌다.사진 속에는 블루 앤 화이트 교복을 입은 소녀가 있었는데 거실에 걸린 가족사진의 소녀와 똑같은 모습이었다.가족사진 속 인물들의 얼굴은 칼로 긁힌 상태였다.이는 ‘그것’이 선하윤에게 집 안에 있는 각 인물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걸 의미했다.첫 시작은 학교 단체 사진이었고 뒤로 넘길수록 사진 각도가 점점 이상해졌다.죄다 각 구석에서 찍은 스냅 사진들이었으니까.학교 난간에 엎드려 있는 사진,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사진, 고개를 숙이고 숙제를 하는 사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사진, 심지어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기 직전의 사진까지 있었다.혹시 소녀의 짝사랑 상대가 찍은 사진들일까?맨 마지막 장은 셀카 사진인데 사진 속 여자아이는 활짝 웃고 있었고 남자아이는 반쪽 얼굴만 드러냈다.큰 키에 댄디 컷 머리, 운동복 차림과 어우러진 날카로운 눈빛, 팔에는 문신까지 있었다.여자아이는 왼손으로 블랙캣을 안고서 남자아이 어깨에 기대었다.선하윤은 그 사진을 자세히 관찰했다. 사진의 뒷배경인 꽃밭에는 한 사람의 실루엣이 숨어 있었다.다만 실루엣이 흐릿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선하윤은 문득 연애편지를 떠올렸다.곰돌이는 누구일까?사람 이름일까, 고양이 이름일까?그 연애편지가 워낙 서정적이라 섬세한 문구와 사진 속 불량소년을 도저히 연결 짓기가 어려웠다.소녀에게는 또 다른 많은 비밀이 있나 보다.밤이 드리워지면 불을 끄고 잠을 잔다. 어둠이 집안 전체를 삼켜 버릴 것만 같았고 창문이 없다 보니 방 안에서 손을 뻗어도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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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남동생에게 심부름을
“너 그 손에 난 상처는 어떻게 치료해야 하지?”신채린은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늘어뜨린 채 팔에 있는 상처를 내려다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병원에 가야 해요.”“너희 위어드도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신채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병원에도 룰이 있는데 주인님은 산 사람이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선하윤은 이 던전이 끝나면 신채린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 주기로 했다.침실에서 나올 때 그녀는 문 잠금장치가 비로소 풀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챘다.아무래도 이 문은 7일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던전 둘째 날.아침 7시 40분, 엄마는 이미 아침을 다 차렸고 선하윤은 다시 한번 건강식품만 먹겠다고 강조했다.이어서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가 세안했다.욕실 커튼이 닫혀 있었는데 안에서 문득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던전을 탈출하려면 스스로 던전을 탐험해야 한다.커튼을 젖히자 남동생이 욕조 안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그녀는 남동생의 손가락 사이에서 떨어지는 핏물과 꿈틀거리는 벌레는 싹 다 무시한 채 착한 누나 흉내를 내며 관심 조로 물었다.“아침 댓바람부터 왜 우는 거야?”이 던전에서는 무릇 인물의 감정이 불안정해지면 변이가 일어난다.남동생이 고개를 들자 두 눈두덩이에 벌레가 파먹은 듯한 끔찍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누나가 날 떠날까 봐 너무 무서워요. 계속 집에 남아 있을 거죠? 우리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잖아요. 난 누나 없으면 안 돼요.”선하윤은 남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끈적하고 검은 액체가 묻어나자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람은 결국 성장하게 돼 있어. 너도 조만간 어른이 될 거야. 나중에 어른이 되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지.”룰의 마지막 조항.[함부로 약속하지 마세요. 가족들이 당신에게 기대를 품게 될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집은 따뜻한 안식처이며 가족들은 언제나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입니다.]남아 있겠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위어드의 함정에 빠질까 두려워서였다.이때 남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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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할머니한테서 얻은 정보
“제가 갈게요!”남동생은 선하윤의 손에서 헬로 머니 1000장을 낚아채고 할머니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러자 할머니가 겁에 질려 휠체어 뒤로 몸을 움츠렸다.[가족들은 모두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선하윤은 남동생에게 주의를 주었다.“열쇠 꼭 챙겨. 네가 아무리 문 두드려도 누나는 안 열어줄 거야.”“네, 누나.”남동생은 돈을 들고 집을 나섰다.이제 집에는 발코니에서 자는 척하는 할머니 혼자 남았다. 할머니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선하윤은 왠지 계속 자신을 노려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할머니, 어젯밤에 저한테 오신 적 있으세요?”할머니가 천천히 눈을 떴는데 좀 전에 헬로 머니를 봤을 때와는 달리 기력이 없어 보였다.그런 할머니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선하윤은 헬로 머니 1000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곧이어 할머니가 마치 구걸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시커먼 치아와 치아 사이의 정체불명 생물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미안... 끄흐흐... 내가 몽유병이 있어서 혹시... 끄흐흐... 우리 강아지 자는 데 방해한 건 아니야?”고장 난 테이프 녹음기 같은 끔찍한 목소리로 사과하고 있으니 실로 우스꽝스러웠다.“그럼 블랙캣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침실 문은 밤의 이질화된 가족들을 막아줄 수 있지만 문 잠금장치가 견고하지 않아 7일을 버티지 못한다.그녀는 던전의 스토리를 빨리 파악하고 이 던전을 통과해야만 했다.이때 할머니가 마치 공포에 질린 듯 말했다.“네 엄마가 고양이를 싫어해... 끄흐흐... 엄청 싫어하니까 절대 고양이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마...”“괜찮아요. 엄마 집에 안 계시잖아요.”선하윤은 시간을 잘 조절하며 할머니를 유도했다.“할머니, 우린 가족인데 가족끼리 뭘 숨길 게 있어요? 이 헬로 머니들 좀 보세요. 이것들 모두 제가 할머니께 드리는 거예요.”어젯밤 할머니가 문을 두드렸던 것은 블랙캣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할머니는 몹시 망설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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