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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ผู้เขียน: 서한월
리아 작업실.

유하는 또 다른 방으로 가 불을 켰다.

그 방에는 또 다른 전통 스타일의 자수를 박은 짙은 보라색 남성 정장이 있었다. 이건 유하가 고객한테 주문 의뢰를 받은 옷이다.

이번 고객은 아주 베일에 싸인 신비한 고객이었다.

비록 주문 제작을 맡긴 했지만, 유하도 지금껏 고객을 만난 적이 없다.

상대는 사람을 시켜 본인의 상세한 신체 사이즈와 정보를 보내왔는데... 프로필상으로 볼 때 몸매는 괜찮아 보였다.

스타일 역시 좋아 보였고.

친구 소개만 아니라면 유하는 맨 처음 거절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친구의 부탁도 있는 데다 무엇보다 상대가 제시한 금액이 너무 높았다.

계약금만 해도 자그마치 2억이라 유하는 이번 주문을 각별히 신경 썼다. 솔직히 이건 유하가 받아본 금액 중의 최고였다.

그 덕에 사업 역시 놀라운 발전을 가져왔다.

양복의 납품 예정일이 며칠 안 남은 지금, 마무리 점검만 남은 상태라 유하는 이틀 동안 마무리 작업에만 신경 쓰기로 했다.

심지어 그날 밤 작업실에서 잠들었다.

...

다음 날, 유하는 작업실에서 양복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작품집을 완성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한 유하는 저녁에 함께 밥 먹자는 이솔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배고픔을 느꼈다.

온종일 배를 곯았던 탓인지 일어나자 눈앞이 핑 돌았다.

유하는 늘 챙기고 다니던 사탕 한 알을 얼른 입에 넣고 이솔이 예약한 음식점으로 향했다.

다만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려던 찰나, 유하는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건너편 멀지 않은 곳에 또 익숙한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곧바로 연우와 승현이 차에서 내렸다.

잇따른 우연에 감탄할 새도 없이, 아들 준서가 차에서 내려 깡충깡충 뛰더니 연우 품에 폭 안겼다. 그 모습은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순간 유하는 목이 메었고, 가슴에 큰 돌멩이가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직접 보는 것은 목소리로 듣는 것과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자꾸만 밀려오는 메스꺼움을 애써 참으며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살짝 내렸더니 준서의 앳된 목소리가 차 안으로 흘러들었다.

“연우 이모, 왜 대답 안 해요? 이제 귀국했는데 왜 저랑 같이 살 수 없어요? 저는 매일매일 연우 이모랑 같이 살고 싶어요.”

연우는 준서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

“정말이에요?”

준서의 눈은 반짝 빛났다.

눈을 살짝 들어 승현의 눈치를 살핀 연우는 승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제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때 반대편에서 눈부신 용모를 자랑하는 젊은 남자가 승현과 연우를 향해 인사해 왔다.

“승현, 연우. 한참 기다렸잖아.”

“얼른 가자. 오늘 승현 이 자식이 너 귀국했다고 우리를 다 불러 모았어. 국내에서 또 화려한 성적을 따낸 걸 축하한다면서.”

유하는 말하는 남자들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들은 승현과의 소꿉친구인데 모두 알아주는 가문 출신이다.

그러고 보니 연우와도 모두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쭉 같이 자란 승현과 연우는 웃어른들과의 관계 또한 좋았다. 그 때문에 어른들은 두 사람이 어릴 때부터 짝으로 점찍어 줬었다.

비록 나중에 크면서 두 사람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않았지만 어른들은 두 사람이 언젠가 짝을 이룰 거라고 확신했다. 지금은 단지 시간이 더 필요한 거라면서.

하지만 도중에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결국 하늘의 달 같았던 승현은 이름 모를 여자의 차지가 되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유하다.

그 당시 해외 연수를 갔던 연우는 승현과 유하가 갑자기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몇 년 동안 귀국하지 않았다.

승현과 연우의 지인과 친구들은 모두 유하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유하가 비겁한 수단을 쓰지 않았다면 승현과 절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거라면서 연우를 난처하게 한 유하를 비난했다.

그동안 승현의 친구들은 유하를 수없이 조롱하고 괴롭혔다.

나중에 승현이 아예 자신을 친구들한테 소개하지 않자 유하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승현의 인맥과 어울려 보려고 애썼다. 다만 너무 괴롭힘을 당하자 결국은 포기했지만.

유하는 처음부터 철저한 외부인이었다.

멀리서 화기애애한 광경을 지켜보면서 유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우습게 느껴졌다.

‘7년 동안 그렇게 애썼는데 결국엔 이제 못 귀국한 하연우 보다 못하네.’

유하가 과거에 갈망했던 모든 것은 연우에게는 너무 쉽다. 손가락만 까딱이면 모두가 알아서 갖다 바치니까.

심지어 유하가 10달 동안 품은 친아들마저 연우를 엄마인 그녀보다 더 좋아한다.

‘웃음 나올 정도로 실패한 결혼이네.’

모든 사람이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유하는 이솔의 전화를 받자 그제야 식은땀에 푹 젖은 자신을 발견했다.

“나 이미 도착했어. 바로 올라갈게.”

유하는 호흡을 가다듬고 대답하고는 태연한 표정으로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이솔이 예약한 3층 룸에 들어섰더니 어두운 표정의 이솔이 시선에 들어왔다.

“왜 그래?”

유하의 질문에 이솔은 혀를 끌끌 차더니 말했다.

“진짜 재수 없어. 밥 먹는데도 그 인간들을 마주쳤잖아. 좀 다른 곳에서 밥 먹으면 안 되나?”

유하는 잠깐 흠칫하더니 자세히 물어봤다. 그리고 그제야 승현과 친구들이 예약한 방이 바로 이 방 맞은편이라는 걸 알았다.

그 말을 들은 유하도 난감한 미색을 표했다.

이솔은 유하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길까?”

유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왜 옮겨?”

이솔은 그 말에 흥분하며 테이블을 탕 내리쳤다.

“그러니까! 잘못한 건 저 인간들인데 우리가 왜 숨어야 해?”

음식이 모두 올라온 뒤에야 이솔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참, 네 이혼 건 있잖아... 내가 이혼 전문 변호사였던 교수님한테 물어봤더니, 네 케이스에 맞는 이혼합의서를 만들어 주겠다더라.”

“아마 거의 다 완성됐을 거야. 요즘 우선 합의서 제출하고 사적으로 얘기해 봐. 사적으로 조정이 안 되면 소송 제기하고.”

유하는 살짝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이솔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제 곧 설날인데, 올해는 어떻게 보낼 계획이야?”

이솔은 질문을 던진 뒤 음식 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그녀 역시 유하의 집안 사정을 알고 있다.

냉혹하고 매정한 유하의 부모님은 예전에 하마터면 유하를 팔아 유하 인생을 망칠뻔했다.

나중에 유하가 S시에서 부모님 집 살 돈을 드리고 나서야 호적을 따로 빼내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유하는 식구들과 연 끊다시피 지내며 연락 한 통 하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리 이혼하더라도 그런 친정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이솔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음식을 먹기만 하는 유하를 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아니면 대학 때처럼 우리 집에서 같이 보내는 건 어때? 우리 엄마가 요즘도 매일 너 보고 싶다면서 언제 보러 오냐고 물어보더라. 정말 친딸인 나보다 너를 더 예뻐한다니까...”

유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난류가 가슴을 흘러 지나는 느낌이었다.

‘하긴. 이변이 없는 한 이혼은 설 전에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다시 그 집에 돌아갈 필요는 없겠네.’

‘이변이 있을 리가 없지.’

‘오승현이 하연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만약 내가 이혼하자고 하면 분명 단번에 동의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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