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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작가: 꽃미소
윤세현이 개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연지가 다급히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공주마마께서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연지는 윤세현의 기세를 감히 막기 어려워 입을 다물었다.

괜히 문정수처럼 얻어맞고 피를 토할까 봐 차라리 멀찌감치 물러서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연지는 고개를 숙인 채 더는 막지 못했고 오히려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그 자리를 피해 멀찍이 물러났다. 문정수 역시 또다시 봉변을 당할까 봐, 최대한 조용히 뒷걸음질 쳤다.

그 시각, 이경은 개울 한가운데까지 들어가 둥근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맑은 물은 어깨 아래까지 차올랐고 갓 솟은 달빛 아래 드러난 희고 매끄러운 어깨는 고운 옥을 닮은 듯 빛을 머금고 있었다.

강가에 선 윤세현은 한순간 그 모습에 시선이 멈췄지만 곧 이내 표정이 어두워지고 눈빛에도 서늘함이 스며들었다.

물이 일렁이자 이경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밖에서 지키라고 하지 않았느냐... 뭐야, 당신이었군요.”

달빛 아래, 윤세현의 키 큰 그림자가 물가로 다가오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서늘하고 차가웠다.

‘저렇게까지 냉정하게 굴어야 마음이 편한가.’

이경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윤세현의 낮고 굵은 목소리에는 노기가 서려 있었다.

“이렇게 드러내놓고 물에 들어가는 것이, 그리도 좋으냐?”

이경 역시 분이 치밀어 일부러 비꼬듯 받아쳤다.

“네, 저야 예전부터 풍문이 자자하지 않습니까? 세자 저하께서는 저의 과거 소문을 한 번도 못 들으셨습니까?”

사실 그녀는 옷을 벗은 것도 아니고 겨우 어깨와 팔이 드러난 정도였으나 이런 것도 방정맞다 여기는 이 시대의 분위기를 미처 잊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이경이 있는 곳은 21세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고 이런 차림은 이 시대에서는 허락되지 않았다.

이경의 말에 윤세현의 눈빛에선 더 깊은 분노가 번졌다.

“연지 앞에서도 이러는 것이냐?”

분명 조금 전까지도 이경은 연지의 발소리를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이쯤 되면 원래부터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인가? 아니면 이 상황 자체가 익숙한 건가?’

윤세현의 냉혹한 표정을 바라보던 이경은 한마디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싸늘한 기색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사실 그녀는 아직 이 시대의 규범과 풍습에 익숙하지 못할 뿐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물에 들어가 있긴 해도 여전히 옷을 입고 있었고 등을 돌리고 있었으니 노출이라 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참, 이 시대 남자들은 얼마나 답답한지...’

그 순간, 이경은 오히려 고개를 들어 아예 정면으로 윤세현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저는 원래 이런 사람입니다. 세자 저하, 더 물어보실 게 있으십니까?”

달빛 아래 이경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태도와 젖은 옷 위로 드러난 굴곡진 몸매가 그 순간 윤세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분명 분노였을 터인데 그 눈빛 속에는 묘한 불씨가 번지고 있었다.

윤세현은 갑자기 겉옷을 벗어 던지며 단숨에 물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경은 그가 다가올 줄은 몰랐기에 한순간 멈칫하며 본능적으로 물러섰다.

얼굴에는 여전히 기죽지 않는 표정을 머금고 말했다.

“세자 저하, 설마 저와 함께 목욕이라도 하시겠다는 겁니까?”

그제야 윤세현은 이 여인이 일부러 자신을 도발하려 드는 것을 알아챘다.

순간 분노는 식고 대신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어느새 바로 눈앞까지 다가섰다.

오늘따라 그는 갑옷이 아닌 가벼운 옷차림이었고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자 탄탄한 몸이 한층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이경은 괜히 가슴이 뛰는 걸 느끼며 윤세현을 올려다보았고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려던 순간 손목이 순식간에 붙잡혔다.

이경은 힘으로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어 그대로 윤세현의 가슴팍에 안기게 되었다.

순간 서로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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